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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8.12.22 ‘실력’만 강조하니 실력주의 패러독스 빠진다
    2018. 12. 22. 23:57 카테고리 없음

    ‘실력’만 강조하니 실력주의 패러독스 빠진다

    [리뷰] 『실력의 배신』(박남기, 쌤앤파커스, 2018.12.03)

     

    교육은 백년이 아니라 천년을 살리는 계획이다. 우리나라의 교육은 현재 정말 암울하다. 공교육은 땅바닥에 떨어진지 오래며, 학부모와 학생, 교사들 모두가 불행한 상황이다. 심지어 교육 관료들과 교육 정책가들, 사교육에 종사하는 자들마저 자괴감에 휩싸여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읽은 『실력의 배신』은 과연 우리가 어떤 문제점을 지니고 있고, 무엇을 지향해야 하는지 조타수 역할을 한다. 교육의 전문가이자, 광주교육대학교 총장까지 지낸 박남기 교수(광주교육대학교 교육학과 교수)는 실력주의 사회의 그림자를 옅게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부분의 나라는 ‘실력주의’를 지향한다. 실력이 있으면 좋은 직장을 얻고 높은 급여를 받을 가능성이 많다. 공부를 잘 하고, 기술이 좋으면 잘 사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고민해야 할 것은 과연 그 ‘실력’이 어디서부터 비롯되었느냐는 것이다. 이 때문에 우리는 ‘실력주의 패러독스’에 휩싸인다. 박남기 교수가 언급하는 실력주의 패러독스는 다음과 같다. 실력주의가 사회에서 인정되려면 실력주의가 지탱되는 조건, 즉 기회의 균등과 과정의 공정성이 견고해야 한다. 하지만 실력주의 사회가 득세하면 득세할수록 이 2가지 조건은 취약해진다. 실력을 제대로 평가하기 위해서 실력의 측정 잣대를 더욱 치밀하게 만들면 만들수록 비실력적 요인인 치맛바람이나 정보력, 집안의 재력 등 비실력적 요인이 더욱 큰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느낀다.

     

    예를 들어, 생물학적으로만 보더라도 실력이라는 게 단지 개인의 노력으로 드러나는 건 아니다. 톰 크루즈 같은 경우 난독증이 있지만 불굴의 노력으로 전 세계적인 스타가 되었다. 그게 단지 톰 크루즈의 하늘을 감동시키는 노력을 해서일까? 톰 크루즈는 대신 난독증을 극복할 만큼 좋은 기억력을 대신 부여 받았다. 마찬가지로 대부분의 난독증 환자 중 성공한 이들은 생물학적으로 난독증을 극복할 수 있을 만한 다른 능력을 갖고 있다. 물론 그들의 노력을 전부 부정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난독증 환자의 80% 이상은 난독증만 나타날 뿐이라고 한다. 다른 능력은 주어지지 않아 평생 글을 못 읽고 사는 것이다. 그런 그들에게 왜 난독증을 극복하지 못하느냐고 비난할 수 없다는 뜻이다.

     



    실력주의 패러독스, 실력 중요해지면 놓치는 것들

     

    실력이란 단순히 개인의 노력만으로 주어지는 게 절대 아니다. 실력이란 사회적 제도와 다른 사람들의 재능 기부, 타인의 배려 등 환경적 요인이 작용해야 한다. 박남기 교수는 “우리 사회와 세계가 실력주의 사회 신화를 신봉하는 바탕에는 ‘실력 형성 요인’에 대한 오해가 놓여 있다.”면서 “실력이란 부모나 다른 요인과 무관하게 개인의 노력으로 얻어진 결과이고, 또한 그럴 수 있다는 착각이 바로 그것이다.”라고 지적했다. 만약 실력이라는 게 순수히 개인의 노력만으로 이뤄진 것이라면, 실력에 따른 성공과 그에 따라오는 사회적 지위와 재화 배분은 당연하고 공평한 것이 된다. 심지어 성공한 이들에게 세금을 많이 부과해도 안 될 것이다.

     

    실력이란 무엇일까? 『실력의 배신』에 따르면, 우리가 일반적으로 의미하는 광의의 측면에서의 실력이 아니라 좁은 의미의 실력을 뜻할 때가 많다. 실력주의 사회에서 실력이란 거래 가능하고 수요가 존재하여 부를 창출하는 데 기여하는 것을 뜻한다. 이로써 실력 있는 사람들은 더 많은 돈을 받고 대우를 받는다. 그래서 당연하게도 실력을 키워준다는 좋은 교육을 향한 염원은 사그라지지 않는다. 어떻게든 성공하기 위해서 부나방처럼 비싸더라도, 불공정하더라도 좋은 교육을 받기 위해 몸부림치는 것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개인의 실력은 개인만의 결과는 아니다. 김연아만 하더라도 부모의 도움과 좋은 스승이라는 외부 인프라가 있었다. 박남기 교수는 『그릿』(성장(Growth), 회복력(Resilience), 내재적 동기(Intrinsic Motivation), 끈기(Tenacity)를 강조하는 책)에서 중요시되는 개인의 집념이라는 게 결국은 유전자나 경험(운)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고 비판했다. 개인의 의지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자라온 배경과 환경이 더욱 큰 작용을 한 것이다. 따라서 빌 게이츠나 마크 주커버그 같은 사람들이 단지 자신들의 자유의지만으로 성공했다고 치부하거나 미화하면 안 된다. 그건 착각이다. 그래서인지 미국의 성공한 사람들은 사회에 기부르르 많이 한다. 이런 측면에서 교육의 역할은 자기 자신만의 노력으로 이룬 성공이 아니라 사회적 역사와 배경 속에서 이룬 성공이라는 점을 확실히 할 필요가 있다. 성공은 실력에 더불어 개인의 특성, 외부 환경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개인의 성공은 개인만의 노력이 아니다

     

    무한경쟁 승자독식의 세계. 그래서 나타나는 것들이 바로 ▲ 대입 전쟁 ▲ 교육 대물림 ▲ 사교육비 과다지출 ▲ 학생들의 행복도 저하 ▲ 학교 폭력 증가 등이다. 사회 문제는 교육 문제와 맞닿아 있다. 이 모든 것들은 실력주의 사회의 그림자이다. 정말 완전한 실력주의 사회에서는 가족과 공동체도 필요 없어질 것이다. 실력에 따라 재화와 지위가 분배 가능하다. 박남기 교수는 실력주의 사회가 드리운 그림자를 걷어낼 수 있는 건 ‘신실력주의’를 지향함으로써 가능하다. 그에 따르면, 신실력주의는 실력과 대학 및 작업 배분 사이의 연결 고리는 유지하더라도, 직업과 보상의 차원에서의 연결 고리는 줄여나가는 사회다. 박 교수가 구체적인 지향점으로 삼는 건 유럽형 복지국가와 교육 체계이다.

     

    여기 『실력의 배신』의 핵심을 드러내는 한 문장이 있다. “아이가 타고난 능력은 씨앗이고, 가정환경은 씨앗이 자라는 토양이며, 부모는 씨앗을 기르는 농부이고, 실력이라고 하는 것은 씨앗이 성장하여 이룬 결실이다.” 씨앗은 분명 성장해야 하고, 성장을 위해선 토양이 중요하다. 허나, 그 성장을 위해 땀을 흘리는 농부의 숨결이 없으면 성장 자체가 불가능하다. 우리 사회의 교육은 과연 어디를 향해야 할까? 실력이 중요하지만 그 실력을 키우기 위한 출발선의 공정성은 보장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대한민국호는 좌초되고 말 것이다.

    posted by 남한산청소년연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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