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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산청소년연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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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17 15:12 분류없음

‘얼룩말’은 검은 바탕에 하얀 줄 … 현실 바로보기

[리뷰] 『철학은 내 친구』(위기철, 청년사, 1993.)

철학은 꼭 학문적으로 전공을 하지 않더라도 누구나 할 수 있다. 『철학은 내 친구』의 저자 위기철 씨는 칼럼을 쓰던 작가였는데, 어린이들을 위한 철학책들을 다수 썼다. 그래서인지 책은 참 읽기 쉽다. 독자의 눈높이에 맞추어 쉬운 설명과 논리로 책은 술술 읽힌다.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구절은 ‘얼룩말 무늬’에 관한 것이었다. 우리는 상식적으로 하얀 바탕에 검은 줄이 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 만약 흑인들이라면 어떨까? 그들은 검은 바탕에 하얀 줄이 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할 가능성이 높다. 나를 규정하는 현실은 나의 사고마저 제약할 수 있다. 실제를 실제처럼 보고 느끼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알려주는 예시이다.

이 책은 총 여섯 가지 이야기로 구성돼 있다. 첫 번째는 철학이 무엇이고, 왜 필요한지이다. 그리고 마지막 여섯 번째는 바른 인식을 위한 여정을 담았다. 진리에 도달하기는 너무나 어렵다. 인식을 인식한다는 건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기회가 아니다.

저자는 의식과 개념보단 현실이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현실이 있고 의식이 있는 것이다. 이는 마르크스의 변증법적 유물론에 기댄 결과다. 마르크스의 스승인 헤겔은 정신의 우월성을 논했다. 아마도 1980∼90년대 민주화 운동 당시 학습을 하던 습관이 저자의 의식도 규정한 건 아닌가 싶다. 의식이 먼저냐, 현실이 먼저냐는 철학 계에서 여전히 팽팽한 줄다리기에 있다. 예를 들어, 식물인간을 과연 사람으로 간주해야 할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또한 태아를 수정 후 몇 주 후까지 인격체로 간주할지는 분명하지 않다.

 

 

의식과 현실, 무엇이 중요한가

그럼에도 개인은 사회적 존재라는 말은 거부할 수 없는 진리이다. 자유롭고자 하는 개인은 홀로 존재하며 자유로울 수 없다. 그 자유를 부여하는 건 사회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구속에서 벗어나 조금 더 나은 자유를 얻기 위해선 함께 나서야 할 때가 많다. 개인의 한계를 극복하는 건 공동체 속에서 가능하다.

철학은 세계를 바라보는 관점이다. 모든 사람은 세계를 해석한다. 어떻게 해석하느냐가 다를 뿐이다. 세계를 긍정적으로 혹은 회의적으로 보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행동이 달라진다. 그러므로 세계를 바라볼 때는 더욱 구체적이고, 현명하게, 올바르게 접근해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이 바로 과학적 사고이다. 과학이라고 해서 철학에 반대되는 개념이 절대 아니다. 체계적이고 논리적 사고 과정이 바로 과학이고, 철학의 바탕이다. 깊고 다양하게 사고하는 게 바로 철학이다.

저자는 “철학을 탐구하려면 무엇보다 자신의 현실 생활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야 해.”라고 조언한다. 철학은 관념과 실천의 조합이나 실천을 이끄는 건 의식이다. 따라서 자신의 현실을 예민하게 관찰하며 실천으로 나아가야 한다. 더욱이 저자는 “존재의 목적이 있는 게 아니라 존재하다보니 목적이 생기는 것이다.”라고 적었다. 사실 이 말은 아리스토텔레스의 목적 지향성에 반하는 말이긴 하지만, 철학적 바탕을 현실에 두려는 맥락에서는 충분히 수용 가능한 말이다.

괴테의 <파우스트>엔 “모든 이론은 회색이고, 오직 영원한 것은 저 푸른 생명의 나무다.”이란 말이 나온다고 한다. 아무리 철학을 한다고 해서 세상이 달라지지 않는다. 거기에 필요한 건 변화를 이끌어내는 의지다. 나를 변화시키고, 세상을 바꾸는 건 올바른 철학적 세계관과 행동으로 이어지는 연쇄고리일 것이다. 

posted by 남한산청소년연구회
2019.05.08 11:04 분류없음

신동엽의 시들회고주의가 아닌 내일을 위한 잠언

[서평] 좋은 언어로(신동엽 평전)(김응교, 인병선 저, 소명출판, 2019. 03.20)

 

누군가를 깊이 알면 사랑하게 된다. 사람 자체를 알게 되기 때문이다. 좋은 언어로(신동엽 평전)는 시인 신동엽의 생애와 인간적인 면면을 가깝게 느낄 수 있게 하는 책이다. 그가 어떤 환경에서 어떤 책을 읽으며 시심을 키웠는지, 어떤 분들과 가깝게 지냈는지, 가족 관계는 어땠는지 등을 알 수 있다.

 

신동엽 문학상은 문인들이라며 누구나 들어봤을 것이다. 원래는 신동엽 시인의 문학과 문학정신을 기리고, 역량 있는 문인을 지원하기 위해 유족과 창작과비평사가 1982년 공동으로 신동엽 창작 기금을 제정한 것이 시작이었다. 신동엽 시인은 식민지의 배고픔과 참담한 6.25전쟁 속에서 살아남았고 우리나라의 역사를 시의 언어로 형상화하였다. 또한 짧은 시뿐 아니라 긴 서사시, 극시, 오페라까지 만든 실험적인 형식들을 여럿 선보였다.

 

 

시 창작에 영향을 준 어린 시절과 아내

 

신동엽의 시는 단지 과거로 돌아가자는 회고주의가 아니다. 내일을 위한 잠언이다. 어린 시절 신동엽은 성실한 모범생이었다. 그러나 그는 병으로 결석이 잦았고 크게 건강하지도 않았다. 이는 훗날 신동엽의 건강을 더욱 악화시키는 하나의 원인이기도 했다. 당시 학생들은 좌익과 우익으로 나뉘어 매일 싸움을 했다. 이 사건은 신동엽이 체험한 최초의 분단이었는데 당시 신동엽은 중립을 바라며 어느 쪽도 지지하지 않는 태도를 보였다.

 

어느 날 신동엽은 소집 영장을 쥔 채 국민방위군으로 대구에 수용 당하게 된다. 1951 4 30일 국민방위군이 해체되고 전국 방방곡곡에서 소집한 군인들은 모두 고향으로 돌아가게 되는데, 낙동강변을 지나던 신동엽은 배고픔을 참다못해 딱딱한 게를 잡아 날로 먹고 말았다. 그런데 이는 신동엽의 건강을 극도로 악화시키는 디스토마의 원인이 되고 말았다. 봄이 지나고 여름도 거의 지날 무렵이 되어서야 신동엽은 겨우 기력을 찾을 수 있었다.

 

한국전쟁은 신동엽에게 평생 떼어놓을 수 없는 현실적인 태도를 가르쳐 주었다. 한국전쟁 시기 그가 썼던 메모와 일기문, 습작시를 볼 때, 그의 역사의식은 이미 이 시기에 형성되었다고 볼 수 있었다. 그 즈음 외로움이 자리 잡고 있던 그에게 한 여인이 나타났다. 그 여인은 훗날 아내가 되고 이후 그의 작품 해석을 위해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존재가 되었다. 두 사람 사랑은 개인적인 사랑을 넘어 인류애에 이르렀다. 신동엽은 인병선에게 편지뿐 아니라 시를 써서 보내기도 했으며, 군에 가서도 틈만 나면 편지를 보냈고 부대 밖으로 나와서도 항상 인병선을 찾았다.

 

28세가 되던 1957년 신동엽은 인병선과 결혼을 한다. 그리고 29세가 되던 1958년 가을에 충청남도 보령에 있는 주산 농업고등학교에 발령을 받았다. 하지만 건강하지 못했던 그는 1년 이상 교사생활을 하지 못하였다. 막 안정된 생활을 하려 할 즈음 그에게 병환이 찾아온 것이다. 하지만 이는 신동엽에게 깊은 시를 쓰게 하는 기회를 주었다. 신동엽은 한 달 이상 정성을 다해 시를 썼고 30세가 되던 1959 1 3일 드디어 지면에 석림(石林)이라는 필명으로 그의 장시이야기하는 쟁기꾼의 대지가 신춘문예 입선 작품으로 실리게 되었다.

 

껍데기는 가라그리고 한민족의금강

 

신동엽의 시에는 6.25 때 일어난 슬픈 장면이 많았다. 그의 시이야기하는 쟁기꾼의 대지2화를 보면 <내 동리 불사른 사람들의 훈장(勳章)을 용서하기 위하여. 코스모스 뒤안길 보리사발 안은 채 죽어 있던 누나의 사람을 위하여.>는 구절이 있다. 어느 동네에서 벌어진 비참한 광경을 묘사한 내용이었다. 시에는 동네를 불사르고 사람들을 죽인 사람이 훈장을 받는 현실을 이야기하는 이야기가 담겼고,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전쟁이 무서워 깊은 산으로 도망갔다가 추위에 얼어 죽은 사람들의 모습도 담겨있었다. 시는 코스모스 길에서 죽어 있던 나무처럼, 전쟁 때 죽어간 동네 사람들을 위로하는 슬픈 노래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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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 4.19혁명이 일어났다. 신동엽은 자신이 살고 있던 시대의 아픔을 더는 속으로만 담아둘 수 없었다. 그래서 문학 작품을 모아 책으로 냈다. 1960 7, 신동엽은 4.19 혁명을 노래한 학생과 시민, 작가들이 쓴 시를 모아 엮은학생혁명시집을 펴냈다. 이후 수많은 작품 활동을 했는데껍데기는 가라를 통해 그는 관념의 절정을 밟았고, 1967 12월부터는 전주사범 시절부터 거의 20년 동안 구상해 온 이야기인금강을 쓰기 시작했다.

 

신동엽의 독서 노트와 일기장을 보면 그는 엄청난 양의 세계문학 작품을 두루 읽고 받아들인 것을 알 수 있다. 집필을 위하여 방학 때면 호남을 여러 번 답사했고 설악산과 속리산 등을 찾아가 동학의 유적을 추적했다. 온 정신을 기울여, 밥 먹을 시간도 잊고 원고지에 쓴 글을 읽으며 방안을 왔다 갔다 했다. 나중에는 아예 여관방을 하나 빌려서 원고지와 씨름했다. 그렇게 하여 1968년 초 장편서사시금강을 발표했다. 모두 26장으로 이루어진 4,800행의 대작이었다.

 

옛 이야기는 단순히 과거의 사건으로 끝나는 것이 아님이 시에 담겨있었다. 과거 이야기를 재구성함으로써, 과거는 미래를 위한 거울이라는 사실을 그는 사람들에게 알렸다. 하지만금강을 쓸 때 잠도 안자고 모든 에너지를 쏟아 부은 탓인지 그의 건강은 극도로 악화되었다.임진강을 쓰기 위해 문산 지역을 취재하다가 수상한 사람으로 오인 받아 군부대에 잡혀 하룻밤을 지내고 온 후 그의 병은 더욱 나빠졌고 결국 간암 판정을 받았다. 1969 4 7일 서울 성북구 동선동에서 향년 39세의 젊은 나이로 숨을 거두고 말았다.

 

생전 신동엽은 주말마다 산행을 즐겼다. 산봉우리를 디디고 지팡이를 짚은 채 먼 곳을 바라보는 사진이 많았다. 신동엽은 떠오르는 해를 보며 내일을 상상하고, 산 아래 움직이는 사람들을 보며 그들의 삶을 생각했을 것이다. 이제 신동엽은 한국 현대사에 빼놓을 수 없는 인물로 정부의 인정을 받은 상태다. 그는 시작을 위해 뼈를 깎는 산고 과정을 겪었고 그러면서 치밀하게 자료를 모았다. 그리고 그의 정신은 오늘날 시에 담겨 전해지고 있다.

 

신동엽 시인의 가족들을 보면 고진감래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부인 인병선은 남편과 사별한 뒤 출판사 일과 번역 일을 하는 등 어려운 살림을 일으켰고, 자식들도 모두 대학을 나와 평안하게 살고 있다. 자식세대로 이어진 아버지의 정신과 노력 덕분이었다. 이는 신동엽이 살았던 이후의 모든 자식세대 그리고 우리를 포함한 현대인들에게까지 적용되는 사실일 것이다. 한 사람의 위대한 정신이 보인 오늘날 모습은 감히 고개가 수그러질 정도이다. 그러한 정신을 알기 위해 우리는 한민족을 일으킨 시인 신동엽의 삶을 다시 한 번 기억해야 할 것이다.

posted by 남한산청소년연구회
2019.05.07 14:03 분류없음

크루즈 선원이 된 한 지방대 여학생의 분투기

[서평] 『당신들의 기준은 사양하겠습니다 (스펙제로 야간대생에서 글로벌 비즈니스 코디네이터까지)』(김나영 저, 와이즈맵, 2019. 04.25)

 

누군가의 삶 이야기를 듣는 건 유익하고 좋다. 그 삶이 어떠하건 우리는 한 세상을 만날 수 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흔한 말처럼 어떤 대상을 진심으로 알게 되면 그것을 이해할 수 있게 되고, 또 사랑하게 되고, 진실 된 눈으로 볼 수 있게 된다. 우리가 사는 세상도 마찬가지다. 현재 내가 가진 조건, 처한 환경, 상황 등을 이해하고 나아가 사랑하게 된다면 세상을 슬기롭게 살아갈 지혜와 눈을 갖게 된다. 『당신들의 기준은 사양하겠습니다』의 저자는 그런 점에서 자신의 삶을 사랑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겠다.

 

저자는 가난했던 어린 시절을 행복하게 기억한다. 그 이유로 엄마의 노력을 꼽았다. 엄마를 보며 힘든 일을 이겨내고 세상사는 법을 배워 나갔던 것이다. 물론 학창시절이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가난하고 불행하게 보였을지 모른다. 하지만 어린 나이에 알게 된 값진 노동의 대가, 그리고 내 힘으로도 뭔가를 해낼 수 있다는 희망을 통해 세상을 다르게 보는 눈을 가지게 됐기에 내 인생에서 가장 자유로웠던 시절, 그리고 특별했던 시절로 기억하였다.

 

 

 

중국어 공부를 통해 넓어진 기회의 순간

 

저자는 보충수업과 야자에서 탈출하려 외국어공부를 시작했다. 그런데 매일 중국어 수업을 들을수록 그 언어의 특성에 매료되었다. 법적으로 사회생활을 할 수 있는 나이가 된 이후부터 나는 학비와 생활비를 벌기 위해 강의시간을 제외하고는 쉴 틈 없이 아르바이트를 했다. 아르바이트를 하며 저자는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익혀 나갔다. 또한 그간 공부했던 중국어는 저자에게 여러 기회를 가져다주었다.

 

아르바이트를 하러 가던 어느 날 ‘제1회 북경외국어대학교 교환학생 선발’의 기회를 잡았다. 베이징에서 1년간 유학생활을 했다. 대학 입학 후 처음으로 아르바이트, 학비 걱정 없이 학생으로서 오로지 공부에만 전념할 수 있었다. 이후 한국으로 돌아왔을 때는 영어공부까지 흥미를 붙였다. 계속 도전하며 새로운 기회를 잡아나갔다. 그러한 기회 중 하나가 ‘제1회 전국 대학생 중국어 프레젠테이션 대회’였다. 이 대회에서 저자는 ‘베이징 798예술구’를 주제로 발표 후 대상을 수상했다.

 

 

우리는 살다보면 좋아하지 않아도 해야만 하는 일들을 적지 않게 만난다. 이에 대해 저자는 주어진 환경 속에서 최대한 즐기고 행복해할 수 있는 마음을 가지라고 말한다. 내가 처한 상황을 바꿀 수 없다면 마음가짐을 바꾸는 것이 방법인 것이다. 이러한 저자의 주장들은 경험에서 우러나온 문구들이었다.

 

크루즈에서의 생활

 

베이징 유학 중 저자는 크루즈 세상을 처음 사진으로 접했다. 그 경험은 강렬했다. 저자는 한국에 돌아와서 크루즈 회사에 취업하고자 백방으로 알아보기 시작했다. 승무원이 되어 크루즈 안에서 생활하며 세계를 여행하는 매일 꿈을 꾸면서 크루즈 회사, 크루즈 산업에 관련해 모을 수 있는 모든 지식과 정보를 수집해나갔다. 결과 한 회사에 합격했고 9개월이라는 지난한 기다림 끝에 2009년 10월 9일 승선을 했다.

 

책을 읽는 내내 인생을 개척하는 인물의 표본을 보는 듯했다. 좋아하는 일을 찾아 단계를 밟고 꿈을 생각하고 설계를 하는 모습은 여타 부모에 의지해 사회 속 단계를 밟아가는 젊은이들과 달랐다. 세상에는 아무런 인과관계 없이 일어나는 일은 없다. 운이라는 것은 그것을 간절히 바라고, 또 준비된 사람에게 모습을 드러낸다. 저자는 크루즈 승무원이 된 이후에도 새로운 것을 배우고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찾기 위해 계속 노력했다. 덕분인지 첫 번째 항해에서, 이제 막 3개월의 수습기간이 지난 시점에 부서 이동의 기회를 얻었다. 이 때 역시 오래 고민하지 않고 바로 기회를 잡았다.

 

일을 함에 있어서도 요가의 호흡처럼 천천히 상황을 받아들이고, 이해하며 마시고 내뱉는 과정이 필요하다. 잘하지 못하더라도 서두르지 않고 스스로에게 집중하면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다면 같은 상황에 올랐을 때 지난번보다 조금은 발전된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그렇게 자신만의 속도를 느끼고 찾아가는 것이 필요하다. 저자는 어떻게 하면 승객들이 행복한 기억을 최대한 많이 사갈 수 있을지 고민했다. 크루즈에 대해 더 알아갈수록 그들의 여행 목적은 기항지가 아니라 크루즈, 일상에서 벗어나는 여유 그 자체라는 것까지 깨달았다.

 

세상을 배우고 합리적인 선택을 하다

 

세상에 꼭 해야 하는 일이란 없다. 본인이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이 있는 것뿐이다. 이에 대해 저자는 “주어진 모든 일에 ‘네’라고 말하는 게 긍정적인 자세일 수 있지만, 기존 업무에 차질을 빚거나 과부하로 건강에 문제를 일으킨다면 결국 ‘과욕’일 수밖에 없다……. 내가 해낼 수 있는 선을 지키고, 과도한 요구에는 ‘아니오’라고 말할 수 있는 게 진정한 용기이자 자신감이다.”라고 말했다.

 

저자의 남편은 삶을 행복해하는 아내를 응원했다. 하고 싶은 게 많아서, 행복해 보여서, 그런 여자가 자신의 아내라서 좋다고 흔쾌히 동의를 하며 오랜 기간 보지 못함에도 아내가 승무원 생활을 하도록 응원해주었다. 저자는 무언가를 결정할 때 머릿속에 늘 새겨두는 말이 있다고 한다. 바로 ‘모든 일에 정답은 없다’라는 것이다. 어떤 문제에서건 자신의 선택이 정답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야 하는데, 내 선택을 정답으로 여기는 순간부터 작은 차이에도 후회와 자책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자는 정답보다는 가장 합리적이고 적당한 답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책에 담긴 저자의 시각은 너무도 고차원적이고 또 세계적이었다. 아마 저자가 머무르는 물에 따라서 느끼는 바가 달라진 것이리라. 세상을 살다보면 나와는 다른 언어, 문화, 환경에서 살아온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그 안에서 서로의 다름으로 인한 마찰이 생겨나기도 한다. 하지만 그 마찰은 결코 감정적으로 다투거나 내 입장을 강변한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저자는 그렇게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고 조직의 일원이 되기 위해 노력했고 결과 그들은 기꺼이 저자를 받아들였다.

 

하나의 작은 점에 불과했던 저자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 자신을 알아봐주고, 믿어주고, 기회를 주는 사람들과 만나 가치 있는 존재가 되어 가는 걸 느꼈다. 우리는 각자의 속도에 맞춰서 산다. 어떤 사람은 빠르게, 또 어떤 사람은 조금 느리게 산다. 중요한 건 사회가 만들어 놓은 기준에 갇혀 나의 가능성까지 가둬두지는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또 그렇게 경력을 이어갈 수 있게 기업과 사회의 배려역시 필요하다. 크루즈를 타고 세상을 돌며 진정 세상을 느낀 저자가 매우 부러웠다. 그런 점에서 『당신들의 기준은 사양하겠습니다』은 가슴 뛰는 순간들을 독자가 함께 느끼게 하는 멋진 책이다.

 

posted by 남한산청소년연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