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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산청소년연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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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02 19:27 분류없음

영화 <아쿠아맨>(제임스 완 감독)이 인기다. 그 이유는 아무래도 주제 의식 때문일 것이다. <아쿠아맨>은 잡종을 다룬다. 육지와 바다를 잇는 잡종이 왕을 넘어서 영웅이 된다는 얘기는 흥미롭다. 잡종은 두 세계의 다리 역할을 한다. 그렇다면 주인공인 잡종 '아쿠아맨'은 어떻게 탄생했을까? 영화 이야기를 따르자면, 아틀란티스인들 역시 육지 위에서 살던 육지인이었다. 그러다 오만에 의해 자멸하면서 바다라는 이질적인 지역으로 갈라져갔다. 바다에 적응한 아틀란티스인이 우연히 육지의 인간과 사랑을 나누면서 잡종 ‘아쿠아맨’이 탄생한 것이다.


자연에서 새로운 종은 어떻게 생겨날까? 종의 분화는 이지역성(異地域性)에서 가장 극명하게 나타난다. 가장 단순하게 생각해 동물 또는 식물 개체군이 강이나 산맥 등에서 지리적으로 격리되면 가능하다. 분리된 두 그룹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격리된 환경에 적응하면서 변이된 유전적 차이를 축적한다. 마치 아틀란티스인과 육지인처럼 말이다. 결국 두 그룹의 DNA는 매우 달라져 두 개체군은 구분되는 종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실제론 너무나 복잡하고 지난한 과정이 필요하다. 단순히 지리적 격리가 일어났다고 해서 생식적 격리가 일어났다고 볼 수는 없으며, 실제로는 다양한 형태의 자연선택을 포함하는 힘들이 종 분화를 완성시킨다.


최근 <분자생태학>에 공개된 논문에서 연구진은 짖는 원숭이(Howler monkey) 연구로 새로운 종 형성의 기작을 조사했다. 두 종의 짖는 원숭이의 상호교배 연구를 통해 새로운 종의 진화를 촉진하는 힘이 무엇인지 분석한 것이다. 연구결과를 보면 자연 선택의 이중성을 확인할 수 있다. 종의 분화를 위해 생식적 격리를 할 때, 처음엔 다른 지역으로 막 퍼져나갔다가 나중엔 같은 지역에서 분기적 선택(divergent selection)을 한 것이다. 


종 분화는 개체군들이 서로 갈라져 생식적으로 각각 분리될 때 나타난다. 자연 선택은 이 과정에서 흔히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간주되며, 생식적 격리가 종종 타 지역에 적응함으로써 분기되는 부산물로서만 여겨졌다. 하지만 동일 지역의 이종교배를 통해서도 종이 분화하고 있다는 게 밝혀졌다. 영화 속 아틀란티스인과 육지인은 아쿠아맨이 태어나기 전까지 서로 사랑을 나눌 수 없었다. 영화 초반에 보면, 아틀란티스 공주가 육지인 남자를 내팽개치는 장면이 나온다. 하지만 해안가라는 동일 지역에서 공주와 인간 남자는 사랑하게 된다. 


생식적 격리는 그 어떤 이종교배에도 불구하고, 한 종의 고유성을 유지하는 순수 종의 개념과 수단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현대적 개념에서의 종이라는 건 완전한 생식적 격리를 요구하진 않는다. 자연에서 실제로 이종교배는 꽤 발견되었다. 20년에 걸친 DNA 샘플 분석 연구로 밝혀진 바에 따르면, 망토 짖는 원숭이와 검은 짖는 원숭이는 상호교배 하면서 잡종의 자손을 낳았다. 이 두 집단 간에 이종교배가 일어났다는 사실은 종의 고유성과 관련한 생식적 격리는 불완전하다는 걸 의미한다.

 

영화의 주인공인 아쿠아맨은 바다와 육지의 잡종으로 태어났다. 사진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완전한 생식적 격리는 불가능하다

망토 짓는 원숭이와 검은 짓는 원숭이는 약 3백만 년 전에 갈라졌다. 그러다 비교적 최근(1만 년 전 이내로 추측됨)까지 멕시코 남동부 타바스코주의 약 12마일 폭의 ‘하이브리드 존’에서 다시 만날 때까지 따로 살았다. 그간 하나의 종이라는 것은 다른 종으로부터 생식적으로 유리된 채, 실질적으로 혹은 잠재적으로 상호 교배하는 집단으로 규정돼 왔다. 우리나라 섬진강 고유의 민물고기인 줄종개가 동진강에 서식하던 점줄종개와 잡종을 이루어 잡종 무리가 번성한 사례도 있다. 줄종개와 점줄종개는 330만 년 전 공통 조상으로부터 분화해 다른 종이 되었던 것으로 추산된다. 


지금껏 진화 생물학자들은 두 집단 간 유전자 섞임의 장벽을 강화함으로써 자연 선택의 압력이 완성된다고 믿었다. 즉, 두 집단을 완전한 생식적 격리로 몰아넣는 것이다. 자연 선택은 성공적으로 번식하는 유기체를 선호하는 편이다. 번식하지 못하면 외면 받는다. 따라서 자연 선택은 잡종에 반한다. 왜냐하면 잡종은 번식하기 전에 자주 죽거나 번식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자연 선택은 부적합 잡종의 형성을 막으려고 한다. 그 방법 중 하나는 두 유기체 간 유전적 차이를 점진적으로 늘여가는 것이다. 다시 말해 검은 짖는 원숭이와 망토 짖는 원숭이의 유전적 차이를 늘리는 것이다. 이로써 두 종의 원숭이는 짝짓기 하거나 잡종의 자손을 퍼뜨리는 게 어려워질 수 있다. 잡종의 출현을 막는 동안 자연 선택은 유전적 차이를 늘여감으로써 생식적 격리를 강화한다. 이 단계를 강화(reinforcement)라고 부른다. 이 강화 개념은 100년이나 지속되었지만 실증은 부족했다.

연구진들은 유전 데이터에서 패턴을 확인했다. 그 결과 이종교배가 종들 간에 유전적 차이를 강화함으로써 종 분화 단계를 완성하는 데 직접적인 역할을 했음을 발견했다. 연구진들은 검증이 부족해 논란의 여지가 있는 강화 메커니즘을 포함해, 종들 간 차이를 유도하는 자연 선택의 신호를 발견했다. 이 결과는 주목할 만했다. 왜냐하면 그간 강화에 대한 경험적 증거, 특히 유전적 증거는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연구진들은 자연적인 영장류 하이브리드 존을 활용하여 생식 격리와 관련된 장소의 동지역성(同地域性) 혹은 이지역성(異地域性)에 대한 자연 선택의 게놈 서열을 관찰했다.

강화 개념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연구진들은 타바스코 하이브리드 존에 사는 검은 짖는 원숭이와 망토 짖는 원숭이의 DNA를 하이브리드 존과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검은 짖는 원숭이와 망토 짖는 원숭이의 DNA와 비교했다. 다시 말해 생식적 격리와 관련 있을 거라 여겨지는 유전자 표지를 비교했다. 만약 강화 개념이 실제로 작동하고 있어서, 자연선택이 요구하는 것처럼 이종교배를 좌절시키고 생식적 격리를 강화하는 쪽으로 작동하려면, 하이브리드 존의 두 종 간 유전적 차이는 하이브리드 존 바깥의 양쪽에 각각 살고 있는 두 종 간 유전적 차이보다 커야 한다. 

자연 선택에 반하여 잡종 발생 가능성이 큰 지역이기에 종 간 생식적 격리가 강화되려면 더 큰 유전적 차이가 필요한 것이다. 무엇보다 하이브리드 존에서 태어난 종들이 생식적 격리를 통해 새로운 종으로 분기되고 있기 때문에 짖는 원숭이 두 종이 공존하고 때론 교잡을 통해 상호 교배하는 하이브리드 존에서 강화는 종 분화를 완성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멕시코 타바스코의 젊은 수컷 짓는 원숭이. 생김새는 검은 짓는 원숭이처럼 보이지만, 이 원숭이는 망토 짓는 원숭이와 검은 짓는 원숭이의 잡종인 듯하다.

사진 = https://phys.org/news/2018-12-howler-monkey-mechanisms-species-formation.html

 

이종교배를 통해서도 가능한 종의 분화


망토 짖는 원숭이와 검은 짖는 원숭이는 행동, 외모, 그들이 보유하고 있는 염색체 수 등 많은 부분에서 다르다. 심지어 서식하고 있는 곳이 다르다. 하지만 멕시코 남동부의 타바스코 주에선 공존하고 상호교배 하면서 하이브리드 존을 만들었다. 연구진들은 망토 짓는 원숭이와 검정 짓는 원숭이 각각의 조상을 추적하기 위해 미토콘드리아와 핵 DNA 둘 다로부터, 유전자 표지(genetic markers)의 구분되는 형태들을 분석했다. 그 결과, 형태만으로 잡종을 식별하는 건 어렵다고 결론지었다. 따라서 인간의 화석 기록에서도 이종교배의 가능성이 간과되었을 수 있다.

짖는 원숭이가 인간 진화의 측면에서 이종교배의 측면에서 어떤 의미가 있을까? 초기 인류가 다른 종들과 이종교배하여 혼종의 자손을 낳았을까? 최근 유전 연구에 따르면, 네안데르탈인들이 수만 년 전에 중동 지역에서 해부학적으로 현대 인류의 종들과 상호교배해서 유전자 풀에 기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연구 결과는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화석의 기록은 이종교배를 증명하는 데 도움이 되지 못했다.


이종교배는 유전적으로 구별되는 개체군들 간 상호교배의 자손 번식으로 정의된다. 앞으로 ▲ 이종교배의 단계 ▲ 잡종 개체군들의 형태학적 표현을 좌우하는 요소 ▲ 종들 간 생식적 격리 정도를 더 알아가다 보면 인류의 진짜 민낯이 드러날지도 모르겠다.


posted by 남한산청소년연구회
2018.12.25 13:36 분류없음


빛, 아메바, 인간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그건 바로 언제나 최단 경로를 택해 이동한다는 점이다. 혹은 그런 경향을 지닌다는 점이다. 차이점이라면 인간은 실수로 혹은 그저 최단 경로를 택하지 못하거나 안 할 수 있다. 내가 휴일에 도서관, 중국집, 영화관, 커피숍을 들르기로 했다면 동선을 고려해 갈 순서를 정해야 한다. 이를 계산과학에선 일명 ‘여행하는 외판원 문제(TSP·Traveling Sales Problem)’로 간주해 푼다. 즉, 동선을 최적화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그동안 과학자들은 ‘황색망사점균(Physarum polycephalum)’을 이용해 최단 거리 문제를 풀어 보고자 했다. 황색망사점균은 단일 세포로서 아메바처럼 자유자재로 모양을 변화시킬 수 있다. 이 점균류는 빛을 피해 먹이를 찾아간다. 그래서 황색망사점균은 지하철이나 도로의 연결, 심지어 미로를 푸는 데도 적용됐다. 그런데 최근 ‘영국 왕립 오픈 사이언스’엔 좀 더 진전된 실험 결과가 공개됐다. 젤리 형태의 황색망사점균이 최단 거리 찾는 문제가 복잡해져도 해결하는 데 필요한 시간은 그만큼 복잡해지지 않고 정중동(靜中動)의 미를 지킨 것이다.

내가 들러야 하는 곳이 도서관, 식당, 영화관, 커피숍뿐만 아니라 헬스장, 이발소, 마트, 호프집으로 늘어난다면 머리가 복잡해진다. 4군데만 들러야 하면 한 출발점에서 갈 수 있는 방법은 3가지(2분의 3!)뿐이다. ‘!’는 계승(팩토리얼)이다. 8군데로 늘어나면 2520가지(2분의 7!)나 된다. 가야 할 곳이 늘어남에 따라 고려해야 하는 건 훨씬 더 늘어났다. 하지만 황색망사점균은 딱 2배의 시간만 더 들여 해법을 찾아냈다.

문제가 기하급수적으로 복잡해진 반면, 처리 시간은 단지 선형적으로만 증가했다. 모든 시스템은 언제나 최선의 방법을 찾기 위해 모든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 황색망사점균은 분명 컴퓨터보다 느리다. 하지만 단순한 형태의 생명체인 황색망사점균은 보통 컴퓨터의 처리 방법보다 더 나은 대안적 처리 방법을 제공했다. 물론 점균류가 직접 도시를 찾아다니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에 각 도시들은 64개의 채널, 즉 8개 도시가 8개 채널을 갖고 있는 실험으로 대체했다. 세균 배양액 위 둥근 접시 위에서 실험을 진행했다. 황색망사점균은 세균 배양액에 접근해 영양분을 효과적으로 빨아들이기 위해 각 채널들로 들어갔다. 여행하는 외판원 문제는 황색망사점균이 몸의 형태를 끊임없이 변화시키는 것으로 바뀌었다.

하나의 몸이 하나의 채널로 들어갈 때, 다른 몸은 두 번째 채널로 들어가게 된다. 이 변형은 계속 이어진다. 황색망사점균이 최적의 방법으로 도시들에 들어갔는지 확인하기 위해 연구진은 빛을 사용했다. 황색망사점균는 빛을 싫어한다. 너무 멀리 떨어져 있는 채널들이거나 이미 방문했던 채널들 혹은 몇몇 채널들을 동시에 들어가는 걸 막기 위해서다. 놀랍게도 가능한 배열의 숫자가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황색망사점균은 최적화된 방법을 알아내는 데 기하급수적인 시간이 더 걸리지 않았다. 늘어난 경우의 수만큼 복잡해지지 않은 것이다.

특히 최단 거리를 찾아내는 방법의 품질은 떨어지지 않았다. 검색 공간이 폭발적으로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황색망사점균은 끊임없이 일정한 속도로 자신의 새로운 형태를 테스트했고, 동시에 시각적 피드백을 처리했다. 이 점을 컴퓨터가 배울 수 있다. 이번 실험에선 플레이트가 충분히 크지 않아서 8개의 채널만으로 실험했다. 하지만 연구진은 황색망사점균이 자연스레 안정적인 평균 상태를 추구하려는 성질을 볼 때, 수백 개의 도시들에서 최적의 방법을 계산해내는 것도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심지어 아메바 TSP라 불리는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개발해 황색망사점균의 처리 패턴을 모방하고 있다.

황색망사점균이 거의 정확한, 짧은 거리를 찾아내는 메커니즘은 여전히 미스터리다. 아메바와 비슷한 황색망사점균에 영감을 받은 전기 회로는 변수가 많아지고 제약 조건이 늘어날 때 최적의 방법을 찾아야 하는 수리적 계산에 실마리를 제공한다. 또한 다족보행 로봇의 알고리즘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연구진은 기대했다.

한편 최근 인간이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미생물 수백만 종이 땅속 깊은 곳에서 발견됐다. 심층탄소관찰의 10년에 걸친 추적 끝에 지구의 바다 부피 거의 2배에 해당하는 곳에 알 수 없는 생명체가 있는 것으로 밝혀진 것이다. 작은 유기체, 잘 보이지 않는 생물들이 때론 어려운 문제들에 해답을 제공한다. 하찮아 보이는 것들이라도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posted by 남한산청소년연구회
2018.12.22 23:57 분류없음

‘실력’만 강조하니 실력주의 패러독스 빠진다

[리뷰] 『실력의 배신』(박남기, 쌤앤파커스, 2018.12.03)

 

교육은 백년이 아니라 천년을 살리는 계획이다. 우리나라의 교육은 현재 정말 암울하다. 공교육은 땅바닥에 떨어진지 오래며, 학부모와 학생, 교사들 모두가 불행한 상황이다. 심지어 교육 관료들과 교육 정책가들, 사교육에 종사하는 자들마저 자괴감에 휩싸여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읽은 『실력의 배신』은 과연 우리가 어떤 문제점을 지니고 있고, 무엇을 지향해야 하는지 조타수 역할을 한다. 교육의 전문가이자, 광주교육대학교 총장까지 지낸 박남기 교수(광주교육대학교 교육학과 교수)는 실력주의 사회의 그림자를 옅게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부분의 나라는 ‘실력주의’를 지향한다. 실력이 있으면 좋은 직장을 얻고 높은 급여를 받을 가능성이 많다. 공부를 잘 하고, 기술이 좋으면 잘 사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고민해야 할 것은 과연 그 ‘실력’이 어디서부터 비롯되었느냐는 것이다. 이 때문에 우리는 ‘실력주의 패러독스’에 휩싸인다. 박남기 교수가 언급하는 실력주의 패러독스는 다음과 같다. 실력주의가 사회에서 인정되려면 실력주의가 지탱되는 조건, 즉 기회의 균등과 과정의 공정성이 견고해야 한다. 하지만 실력주의 사회가 득세하면 득세할수록 이 2가지 조건은 취약해진다. 실력을 제대로 평가하기 위해서 실력의 측정 잣대를 더욱 치밀하게 만들면 만들수록 비실력적 요인인 치맛바람이나 정보력, 집안의 재력 등 비실력적 요인이 더욱 큰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느낀다.

 

예를 들어, 생물학적으로만 보더라도 실력이라는 게 단지 개인의 노력으로 드러나는 건 아니다. 톰 크루즈 같은 경우 난독증이 있지만 불굴의 노력으로 전 세계적인 스타가 되었다. 그게 단지 톰 크루즈의 하늘을 감동시키는 노력을 해서일까? 톰 크루즈는 대신 난독증을 극복할 만큼 좋은 기억력을 대신 부여 받았다. 마찬가지로 대부분의 난독증 환자 중 성공한 이들은 생물학적으로 난독증을 극복할 수 있을 만한 다른 능력을 갖고 있다. 물론 그들의 노력을 전부 부정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난독증 환자의 80% 이상은 난독증만 나타날 뿐이라고 한다. 다른 능력은 주어지지 않아 평생 글을 못 읽고 사는 것이다. 그런 그들에게 왜 난독증을 극복하지 못하느냐고 비난할 수 없다는 뜻이다.

 



실력주의 패러독스, 실력 중요해지면 놓치는 것들

 

실력이란 단순히 개인의 노력만으로 주어지는 게 절대 아니다. 실력이란 사회적 제도와 다른 사람들의 재능 기부, 타인의 배려 등 환경적 요인이 작용해야 한다. 박남기 교수는 “우리 사회와 세계가 실력주의 사회 신화를 신봉하는 바탕에는 ‘실력 형성 요인’에 대한 오해가 놓여 있다.”면서 “실력이란 부모나 다른 요인과 무관하게 개인의 노력으로 얻어진 결과이고, 또한 그럴 수 있다는 착각이 바로 그것이다.”라고 지적했다. 만약 실력이라는 게 순수히 개인의 노력만으로 이뤄진 것이라면, 실력에 따른 성공과 그에 따라오는 사회적 지위와 재화 배분은 당연하고 공평한 것이 된다. 심지어 성공한 이들에게 세금을 많이 부과해도 안 될 것이다.

 

실력이란 무엇일까? 『실력의 배신』에 따르면, 우리가 일반적으로 의미하는 광의의 측면에서의 실력이 아니라 좁은 의미의 실력을 뜻할 때가 많다. 실력주의 사회에서 실력이란 거래 가능하고 수요가 존재하여 부를 창출하는 데 기여하는 것을 뜻한다. 이로써 실력 있는 사람들은 더 많은 돈을 받고 대우를 받는다. 그래서 당연하게도 실력을 키워준다는 좋은 교육을 향한 염원은 사그라지지 않는다. 어떻게든 성공하기 위해서 부나방처럼 비싸더라도, 불공정하더라도 좋은 교육을 받기 위해 몸부림치는 것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개인의 실력은 개인만의 결과는 아니다. 김연아만 하더라도 부모의 도움과 좋은 스승이라는 외부 인프라가 있었다. 박남기 교수는 『그릿』(성장(Growth), 회복력(Resilience), 내재적 동기(Intrinsic Motivation), 끈기(Tenacity)를 강조하는 책)에서 중요시되는 개인의 집념이라는 게 결국은 유전자나 경험(운)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고 비판했다. 개인의 의지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자라온 배경과 환경이 더욱 큰 작용을 한 것이다. 따라서 빌 게이츠나 마크 주커버그 같은 사람들이 단지 자신들의 자유의지만으로 성공했다고 치부하거나 미화하면 안 된다. 그건 착각이다. 그래서인지 미국의 성공한 사람들은 사회에 기부르르 많이 한다. 이런 측면에서 교육의 역할은 자기 자신만의 노력으로 이룬 성공이 아니라 사회적 역사와 배경 속에서 이룬 성공이라는 점을 확실히 할 필요가 있다. 성공은 실력에 더불어 개인의 특성, 외부 환경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개인의 성공은 개인만의 노력이 아니다

 

무한경쟁 승자독식의 세계. 그래서 나타나는 것들이 바로 ▲ 대입 전쟁 ▲ 교육 대물림 ▲ 사교육비 과다지출 ▲ 학생들의 행복도 저하 ▲ 학교 폭력 증가 등이다. 사회 문제는 교육 문제와 맞닿아 있다. 이 모든 것들은 실력주의 사회의 그림자이다. 정말 완전한 실력주의 사회에서는 가족과 공동체도 필요 없어질 것이다. 실력에 따라 재화와 지위가 분배 가능하다. 박남기 교수는 실력주의 사회가 드리운 그림자를 걷어낼 수 있는 건 ‘신실력주의’를 지향함으로써 가능하다. 그에 따르면, 신실력주의는 실력과 대학 및 작업 배분 사이의 연결 고리는 유지하더라도, 직업과 보상의 차원에서의 연결 고리는 줄여나가는 사회다. 박 교수가 구체적인 지향점으로 삼는 건 유럽형 복지국가와 교육 체계이다.

 

여기 『실력의 배신』의 핵심을 드러내는 한 문장이 있다. “아이가 타고난 능력은 씨앗이고, 가정환경은 씨앗이 자라는 토양이며, 부모는 씨앗을 기르는 농부이고, 실력이라고 하는 것은 씨앗이 성장하여 이룬 결실이다.” 씨앗은 분명 성장해야 하고, 성장을 위해선 토양이 중요하다. 허나, 그 성장을 위해 땀을 흘리는 농부의 숨결이 없으면 성장 자체가 불가능하다. 우리 사회의 교육은 과연 어디를 향해야 할까? 실력이 중요하지만 그 실력을 키우기 위한 출발선의 공정성은 보장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대한민국호는 좌초되고 말 것이다.

posted by 남한산청소년연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