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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산청소년연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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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한산청소년연구회
    2018. 9. 28. 12:48 카테고리 없음

    2018년 성문밖학교 가을 여행이 안전하게 잘 끝났다. 고등부는 9월 17일(월)부터 9월 21일(금)까지 4박5일 동안 제주 인문여행을 다녀왔다. 제주에서 가장 오래된 동문시장을 들러 장을 보고, 천연기념물인 비자림 숲이 어떻게 왜 파괴 되어 가고 있는지 알아보며, 구럼비(바위)가 사라지고 들어선 해군기지 때문에 4천 일이 넘게 미사 집회를 열고 있는 강정마을에 들르기로 계획했다. 또한 성산일출봉을 새벽에 바라보며, 용눈이 오름과 섭지코지, 성읍 마을 전통 가옥 등을 둘러보기로 했다.


    가을 여행은 여름 방학 때부터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각 학년들이 스스로 어딜, 어떻게, 왜 가고 싶은지 고민하여 기획한 것이다. 교사들이 제시하는 여행이 아니라 학생들이 고민해보는 여행을 바랐다. 여름 방학에 모여 목적지와 일정 등을 점검해보고, 개학 후 여러 번의 모임과 발표를 통해 여행지를 결정했다. 중1은 강원도, 중2는 부산, 중3은 인천 승봉도, 고등부는 통합으로 제주를 가기로 했다. 부산이나 제주도를 처음 가본다는 학생들이 많았다. 대안학교의 여행이라고 뭐가 별반 다를까 마는, 학생들이 기획하고 협력하며 만들어냈다는 것만으로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그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으나 사유와 실천의 지점이 얼마나 다른지, 어떤 고민들이 필요했는지 조금이나마 느꼈길 바랄 따름이다.


    여행은 왜 떠나는 것일까? 일상에서 자기를 돌아보고 성찰한다는 일은 쉽지 않다. 그래서 여행이 존재한다. 고등부 학생들은 ‘성찰’이라는 테마를 정했다. 여행 계획을 발표할 때 필자는 성찰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고 얘기해줬다. 나를 알아가고 돌아보는 일은 숨은 붙어 있는 한 계속 이어져야 한다. 성찰의 일환으로 두 가지 미션을 줬다. 첫째, 학생들끼리 서로 인터뷰 해보기. 글로 쓰든, 영상으로 촬영하든, 녹음을 하든 상관없다. 자유롭게 서로에 대해 알아 가보자는 취지였다. 둘째, 유언장(버킷 리스트)을 써보자. 삶은 죽음의 다른 이름이기 때문에 더욱 빛이 난다. 어색한 인터뷰였지만 모두들 다 잘 해냈다. 유언장 역시 자신이 하고픈 일을 가득 채웠다는 것만으로 성찰의 또 다른 이름이라고 생각한다.


    첫날 저녁 고등부 학생들과 우연히 월정리 해변을 들렀다. 아, 그 아름다운 저녁노을과 바다란. 붉은 구름 너머 달은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학생들은 해변에 발을 적셨다. 제주도의 아름다움은 문득문득 나타났다. 새벽녘 성산일출봉의 준엄한 태양빛에서도, 용눈이 오름에서 바라본 건너편 오름의 굴곡들에서도, 방두포 봉수대지의 등대와 섭지코지에서 바라본 파도의 부서짐에서도 말이다. 가장 아름다운 풍경은 제주도의 자연을 느끼던 학생들의 모습이었다.


    그러나 아름다운 제주도는 수많은 관광객들과 난개발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다. 흐린 날씨에 들른 강정마을엔 아침부터 부지런히 미사 집회를 준비하던 마을 주민을 만날 수 있었다. 구럼비가 왜 그리 소중한지, 마을 주민들이 왜 그토록 오랫동안 집회를 이어가는지 직접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미사와 신부님의 말씀으로 2018 남북정상회담이 어떻게 강정마을과 연결되는지 알 수 있었다. 비핵화와 종전을 향한 노력 이면엔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에서 열릴 10월 국제 관함식이 있다. 마을 주민에게 들은 강정마을의 생태계는 암울했다. 조류와 게 등 강정마을의 생물들은 해군기지로 인해 파괴되고 고통 받고 있었다. 성문밖학교에선 강정마을 문제에 대해 수업 시간에도 계속 학습 하고 있다.

    제주의 생태문제에 대해 직접 얘기를 듣기 위해 제주 환경운동연합을 찾아갔다. 그곳에서 김정도 팀장님은 제주도의 변화에 대해 귀중한 얘기를 들려주었다. ▶ 갈수록 늘어나는 관광객들과 쓰레기 문제 ▶ 비자림 숲의 파괴와 제2 공항 건설의 문제점 ▶ 환경 운동 활동가로 살아가는 고충과 진로 탐색 ▶ 일상에서도 실천할 수 있는 공정여행의 길 등. 애써 시간을 내주신 김정도 팀장님에게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이번 여행에선 노래가 특별한 친구였다. 고등부 학생들이 좋아하는 노래들을 들으며 그들의 문화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때론 거친 말들이 나오는 노래들은 학생들의 마음을 대변해주고 있다. 불안한 미래와 혼탁한 세상에서 고등부 학생들은 힘들다. 수시로 바뀌는 교육정책, 재미없어 보이는 과목들 속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왜 공부해야 하는지조차 그들은 제대로 알 길이 없다. 시간이 지나면 후회할 거라고, 지금 충실하지 않으면 뒤쳐질 거라고 아무리 얘기해도 고등부 학생들은 이해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황색 저널리즘으로 물든 미디어들이 마치 배설하듯 진실 아닌 진실들을 내뱉으며 학생들을 선동하기 때문이다. 그러한 세상을 기성세대들이 만든 건 사실이다.


    다만, 교육정책과 주위 환경만을 언제까지나 탓할 순 없다. 부조리와 거짓이 판을 치는 세상이라면, 그 세상을 깨뜨려야 한다. 그런데 이 세계는 결코 만만치 않다. 오랫동안 견고하게 성을 쌓아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부하고 성찰해야 한다. 더 낮은 자세로 더 약한 사람들을 돌봐야 하며, 진실이 무엇인지 진중하게 고민해야 하는 것이다. 물러서지 말고 그 자리에서 서서 부당함을 기록하고 말하며, 진리를 탐구해야 한다. 그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다.


    마지막 날 우리들만의 밤을 보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추억이다. 하루하루가 소중한 이유는 흘러가기 때문이고, 잊히지 않기 위해선 성찰하고 각성해야 한다. 날마다 학습하고 심연의 내 자신을 끄집어내야 하는 것이다. 세상에 의미 없는 건 없다. 작은 풀 하나, 영어 단어 하나, 수학 공식 하나에도 우주와 역사와 인간과 생물이 교차하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작은 것, 작은 일 하나에도 정성을 다해야 하는 이유이다. 고등부 학생들이 꼭 기억해주길 바란다.


    여행은 돌아오기 위해 떠나는 것이다. 다시, 일상에서 만날 땐 2018년의 제주도 인문여행을 종종 떠올려보면 좋겠다. 제주도가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너희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우리가 왜 열심히 살아가고 작은 것들에도 집중해야 하는지를 말이다.

    posted by 남한산청소년연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