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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산청소년연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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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03 16:28 분류없음

어제 낮은 무척이나 더웠다. 이제 차 안에서 슬슬 에어컨을 켤 때가 되었다. 올 여름은 얼마나 더울지 벌써부터 숨이 막힌다. 독일의 사회학자 울리히 벡(Ulrich Back)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빈곤은 위계적이지만, 스모그는 민주적이다.” 현대는 위험 앞에 누구나 평등하게 노출된 사회다.

기온은 꽤나 큰 영향으로서 생태계 변화를 일으킨다. 2004년 과학전문지 <네이처>에 소개된 연구에 따르면, 지구온난화는 지구촌 생태계 변화의 약 90% 이상을 야기했다. 지구온난화는 인간의 삶 자체에도 큰 영향을 주었고 그로 인해 21세기에 접어들어 가장 중요한 사회 문제로서 자리 잡았다.  

최근 읽은 『파란하늘 빨간지구』(조천호, 동아시아, 2019. 03.29)의 저자는 기후변화 속에서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 이야기해준다. 기후변화는 그 자체로 식량과 물, 에너지, 환경, 보건 등 사회 기반 체계에 빠른 변화를 일으킨다. 우리나라만 해도 여름철 서해안 백령도 주변 바닷물 온도가 20℃를 넘어 아열대지역에 사는 백상아리가 나타났다. 또한 바다 표면 수온이 1.31℃ 상승해 오징어, 갈치 등이 새로이 모습을 보이게 되었다. 이 모든 건 어찌 보면 자연스럽지 않은 급격한 변화들 중 일부다. 

생물 개체군은 자신들이 살고 있는 환경에 큰 변화가 생기면 표현형적(겉으로 드러나는 형질) 가소성을 발휘하거나, 유전적 진화를 통해 새롭게 적응하거나, 적당한 서식처로 이주를 한다. 이러한 기작들은 종의 개체, 개체군, 군집 수준에 이르기까지 복잡하고 다양한 양상으로 전개된다. 

일반적으로 생물권에서는, 먹이사슬을 이루는 생산자와 소비자, 분해자의 관계가 기후변화에 따라 조금씩 변한다. 식물과 곤충의 계절적 특성에 따라 동물의 행동 특성이 영향을 받는 것처럼. 곤충의 서식지, 새의 산란시기, 철새의 도래시기, 꽃과 잎의 발아 및 개화시기 역시 기후변화로 인하여 생물권에서 일어나는 변화들 가운데 몇 가지다. 

1990년부터 2008년까지 유럽대륙 11,620개 지역에서 150만 번에 달하는 곤충 채집 연구가 있었다. 생물학자들은 19년 동안 상승한 기온으로 인해 새와 나비의 최적 서식지가 249km 북상했다고 추정했다. 더욱이 변온 동물인 곤충은 외부 기온이 변하자 체온을 바꾸며 성장 속도, 생활주기, 분포, 상호작용 등을 바꾸었다. 기온 변화에 따른 생물권 변화는 그간 어쩌면 당연한 일로 여겨왔다. 중요한 건 생물권 내에서만 벌어지는 변화가 아닌 무생물과 조화를 이루는 방향으로 끊임없이 진화하고, 내재한 분자 운동과 에너지를 맞추고 있다는 시각을 추가해 보아야 한다. 지구는 실제로 그렇게, 지금껏 흘러왔다. 

 

『파란하늘 빨간지구』의 조천호 저자는 과거 기후를 알아야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할 수 있다고 적었다. 기후변화는 과학적 반증에서 살아남은 역동적 진실이다. 사진 = 책 표지.

 

기온 변화에 따라 달라지는 생존법

우리는 살아가기에 적합한 환경이 먼저 조성되어야 그곳에서 생명체가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구가 겪어온 과정을 보면 남세균(광합성 세균)처럼 생명체가 직접 적합한 환경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즉 생명체와 환경은 함께 진화하는 것이다. 지구환경이 지속할 수 있으려면 그 안에 사는 생명체가 건강해야 하며, 생명체가 건강하려면 지구환경과 기후도 안정되어야 한다.  

인류는 약 1만 년 전에야 농업을 시작했고, 7,000년 전에야 문명을 탄생시켰다. 여기서 조천호 저자는 약 20만 년 전 호모 사피엔스가 출현하고도 오랜 기간 인류가 오랫동안 문명을 탄생시키지 못한 이유에 대해 ‘기후’를 꼽았다. 당시 우리 조상들은 오늘날의 극한 날씨보다 더 변덕스럽고 혹독한 기후에 맞섰다. 그런 기후에서는 농업을 할 수 없었다. 그저 사냥꾼이자 채집자로서의 삶을 영위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12,000년 전에 빙하기를 뒤로하고 현재의 따뜻한 간빙기인 홀로세에 들어선 뒤 비로소 구석기에서 신석기로의 전환이 일어났다. 

이때부터 인류는 작물을 경작했고 점차 한곳에 정착할 수 있었다. 인류 문명이 등장한 것도 이 때쯤이었다. 해수면 상승이 일단락된 이후인 7,000년 전 메소포타미아에서 문명이 처음 등장했다. 이어 이집트, 인더스, 황허로 이어졌다. 홀로세는 인간뿐 아니라 다양한 생명체들이 넘치는 아름다운 보물 상자가 되었다. 현재 우리가 아는 한 홀로세는 인류가 지속할 수 있는 유일한 환경이다. 조천호 저자는 우리가 절박하게 홀로세를 지켜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전 세계 양서류의 1/5이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고 한다. 그 이유는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이다.
사진 = https://www.sciencedaily.com/releases/2013/03/130305200306.htm

 

과거 기후에서 불확실한 미래를 밝혀야

지구온난화가 원인을 논하는 용어라면, 기후변화는 원인을 포함한 결과를 논한다. 20세기 중반 이전까지 학계에서는 인간 활동이 자연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작다고 보았다. 하지만 IPCC(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간 패널)에서 발행한 평가 보고서와 특별 보고서를 보자면 인간이 기후변화를 일으켰다는 증거가 분명하다는 견해에 힘이 실리고 있다. IPCC의 기후변화 전망에 따르면, 미래는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이루어가는 것이었다.   

2018년 7월 독일, 스웨덴, 덴마크, 호주의 기후과학자 16명이 미국 국립과학아카데미 회보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찜통 지구에 진입하면 지구 평균 기온이 4~5도 상승하게 되고 해수면이 10~60m 높아질 수 있다. 이 경우 세계의 연안 지역, 특히 저지대 삼각주와 그에 인접한 연안의 바다 및 생태계가 위험해진다. 이 지역에 세계 인구의 대부분이 살고 있으며 대도시 대부분이 위치해 국가 경제와 국제 무역에서 필수적인 부분을 담당하기에 경제적인 위험도 만만치 않게 된다. 

기후변화가 절대적으로 확실해서 대응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과학과 마찬가지로 과학적 반증에서 살아남은 역동적 진실이기에 우리가 받아들이고 이에 대응해야 한다. 특히 과거의 기후를 살펴봐야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 사람들은 기상예측과 과학에 너무나 많은 기대를 걸고 신념을 가진다. 불확실한 미래는 과거 기후를 면밀히 살피는 데서 출발한다. 

일교차가 큰 가을에 하루 동안 20도 차이가 나도 우리는 생존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 그런데 왜 미미해 보이는 1.5도 또는 2도에 민감하게 대응하려고 노력하는가. 우리는 그 무엇이라도 좋으니 당장 눈에 보이는 조치를 취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중요한 건 요행이 아니라 과학적 합리성에 기반을 둔 행동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생태계가 급격하게 변화하고, 더 많은 산림화재와 가뭄이 나타나고, 열대성 폭풍우가 빈번해질 전망이다. 사진 = https://climate.nasa.gov/effects

 

생물권에서 일어나는 진화적 변화들

기후시스템을 움직이는 에너지의 99.98%는 태양으로부터 온다. 이들 에너지는 기후시스템 속에서 여러 에너지로 변한다. 분자 수준마다 에너지 요구에는 얼마간 차이가 발생하는데 특히 난분해성 유기물일수록 온도 민감도가 높아 분해에 필요한 활성에너지가 더 많이 요구된다. 한 예로 캐나다 온타리오 지방 산림의 토양을 보면, 잎의 각피를 구성하는 난분해성 왁스 성분보다 리그닌이 포함된 토양유기물 성분의 분해가 더 빠르다. 기후시스템에서 기온 상승은 또한 대기가 머금는 수증기 양을 증가시키며, 광합성 작용으로 흡수되는 탄소와 호흡을 통한 배출정도도 크게 변화시킨다. 이 모든 것이 전반적인 생태변화를 야기한다. 

생물학적 관점에서 기후변화의 근원 중 하나는 식물의 광합성 작용이다. 현재 산림생태계는 육지면적의 1/3을 차지하며 지구 전체 광합성 양의 약 2/3를 담당한다. 식물이 흡수한 탄소는 체세포 구성 물질로 바뀐 뒤 먹이피라미드를 거쳐 호흡을 통해 대기로 되돌아간다. 이러한 과정은 우리가 교육으로 매우 흔하게 접한 상식이지만 조금 다르게 보면 기후변화를 설명하는 중요한 문구이기도 하다. 생지화학적 순환에서 탄소뿐 아니라 생물권과 암석권 사이에서 순환하는 산소, 대기권에서 고정되어 생물권으로 이동해 단백질이나 필수 유기분자가 되는 질소까지, 모든 물질의 흐름과 변화는 기후변화의 원인이 된다. 기후변화의 원인을 알기 위해 생물권뿐 아니라 지권, 수권, 암석권 모두를 포함해 살펴봐야 함이다.      

생물 진화의 시각에서 과학자들은 크게 두 가지를 걱정한다. 우선은 기후변화가 생물권 내의 모든 동물에 같은 영향을 주지 않으며 동물 분류군에 따라 서로 다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다. 예로 나비와 새의 북상 속도에는 얼마간 차이가 있는데 상대적으로 수명이 더 짧은 나비의 경우 적응능력이 커 새보다 북상 속도가 빠르다. 이 경우 나비를 먹고사는 새들은 극단적으로 멸종위기에 처할 수도 있다. 영국의 박새는 알에서 깬 후 열흘 정도 나방의 유충을 포식해야 한다. 그러나 온난화로 인해 나방 유충의 출현 시기가 빨라지자 박새들은 먹이 포집에 곤란을 겪었고 결국 산란기를 새로 조정해 47년 전보다 2주 빨리 알에서 깨어났었다. 

양서류의 경우 연평균 기온이 1℃ 상승함에 따라 9~10일 정도 빠르게 물가로 나타났다. 도마뱀은 특히 기후변화에 민감한데 때문에 전 세계 도마뱀 가운데 5%가 이미 멸종했다. 멕시코를 보더라도 도마뱀의 12%가 사라지고 남부 유럽에서도 30%가 사라져버렸다. 이러한 영향은 피라미드를 따라 상위 포식자로 올라갈수록 같은 문제를 일으킨다. 현재 남극 펭귄 숫자가 50% 가까이 줄고, 개체수가 줄어든 북극곰이 서로를 잡아먹기에 이른 것도 생태변화로 인한 나비 효과다.  
 
인간 중심의 어휘가 되어있는 기후변화

과학자들이 걱정하는 두 번째는 인간 활동으로 인한 기후변화가 기존의 생지화학적 순환 속도에 맞추기 힘들 정도로 복잡해졌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만 해도 지난 100여 년간 평균 기온이 1.5℃ 증가했다. 0.6℃가 상승한 세계 평균과 비교하자면 꽤나 크다. 이로써 기후변화에 따른 생태계 변화는 더욱 가속화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인간은 수백만 년 동안 땅에 묻혀 있던 탄소를 매우 짧은 시간 내에 끄집어냈다. 산업혁명 이후 과도한 화석연료 사용은 탄소순환에 불균형을 초래하고 결국 지구 물질의 흐름을 바꾸어 기후변화를 야기하면서 전 권역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수많은 생물 종은 환경 변화에 적응하지 못할 정도로 빠른 진화를 해야 할 위치에 놓여버렸다.  
 
실제로 많은 생물종들은 지금껏 지구온난화에 대응하여 적절한 유전적 반응을 진화시켰다. 그러나 빠른 기후변화는 개체로 하여금 유전적 반응에 앞서 가소성 내에서 보이는 반응을 먼저 유도시키고 있다. 이는 훗날 안정되지 못한 변화로 남아 더욱 불안정한 상태가 될 것이다. 생태계 구조와 기능은 미래에도 서로 영향을 끼치며 상호작용할 것이 분명하다. 

중요한 건 생태 구성체들 간 이러한 매듭을 필연으로만 보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다. 아직도 기후변화에 따른 생태변화를 생물권 내로만 한정해 보는 사람들이 많은데 진짜 위험은 우리가 마시고, 숨쉬고, 발을 딛고 있는 모든 곳에서도 생태변화가 같이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http://www.ibric.org/myboard/read.php?id=304789&Page=&Board=news

 

참고문헌


1. 『기후변화 교과서 (기후변화와 한반도 생태계의 현황과 전망)』(최재천, 최용상, 도요새, 2011), pp 79~84, p. 439 이하.
2. 『생태계와 기후변화』(정병곤, 김득수 외 4명, 동화기술, 2014), pp. 40~50. 
3. 『어느 지구주의자의 시선 (인간과 자연, 공존하며 살아간다는 것)』(안병옥, 21세기북스, 2014), pp. 31∼34. 
4. 『키워드로 보는 기후변화와 생태계』(공우석, 지오북, 2012), pp. 134~154..
5. 『파란하늘 빨간지구』(조천호 저, 동아시아, 2019. 03.29)
6. <(2017) 생태계의 주요 조절 기능에 대한 기후변화 영향 연구>(홍승범 외, 국립생태원, 2017)
7. <(2017) 생태계 기후변화 조사 연구>(국립생태원, 이상훈 외, 2017) pp. 1~13.

posted by 남한산청소년연구회
2019.04.10 11:10 분류없음

‘교육’, ‘혁명’, ‘행복’에 대한 작은 성찰

[서평] 『개인 혁명 (조용하지만 강력한 인생의 기술)』(조은준, 북산, 2019.01.08.)

 

이 책은 레스토랑을 경영한 경험이 있고 현재는 의사인 작가 조은준 씨가 유학 간 아이를 통해 성찰한 기록이다. 멀리 떨어져 있는 아들 덕분에 왜 그 먼 곳까지 가서 공부해야 하는지 개인과 사회 차원에서 ‘개인 혁명’을 틈틈이 적어나갔다. 책의 내용을 보면 내공이 만만치 않다. 책 중간에도 나오지만 너무 어려운 시나 긴 소설이 아니라 새로운 장르가 필요하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그 새로운 시도가 바로 『개인 혁명』이다.

 

책에서 크게 세 가지가 눈에 띄었다. 우선 ‘교육’이다. 우리는 흔히 재능 있는 학생을 선발하고자 한다. 그런데 조은준 씨는 학생의 재능은 쉽게 발견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진정한 교육은 재능이 보이지 않는 학생들에게서 어떡하면 재능을 찾아내어 끄집어낼 것인가 하는 점이다. 재능을 발견하는 건 그 아이의 잠재력을 미래의 관점에서 예언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교육자의 혜안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에서 현재 대부분의 학생들은 10대이다. 나중에 성인이 되어서 어른으로서만 인정받는 게 아니라 10대들 역시 다른 시절과 똑같이 대접을 받아야 한다. 10대야말로 인생의 터닝 포인트이며 존중받아야 할 시절이라는 뜻이다. 창의적인 교육과 인생의 출발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 하지만 우리의 교육은 서구에 비해서 많이 부족하다. 그 이유는 교육이 게임이나 도전이 아니라 안전하고 착실하게 따라가야 하는 것이라고 간주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것은 발명품에 국한되지 않는다.”며 “자신을 새롭게 평가하는 것도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이고 자신의 인생을 끊임없이 새롭게 만들어 가는 것도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이다.”라고 적었다. 교육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새로운 관점을 갖고 평가하는 것이야말로 좋은 교육의 출발점이다.

 

 

재능 없는 학생에게서 재능 발견하기

 

그 다음 책에서 눈에 띄는 건 ‘혁명’이다. 과연 무엇이 혁명인가? 책의 표현을 빌리자면, 영웅은 열정을 계산으로 풀어낸 사람이다.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생활을 만들어내는 게 바로 혁명, 특히 개인혁명이라고 강조했다. 개인혁명은 바로 생활혁명인 셈이다. 그런데 혁명을 한다고 외치면 혁명이 이뤄지지 않는다. 산을 움직이겠다고 세상 시끄럽게 하는 게 아니라 고요하고 깊은 산이 스스로 되는 것이 필요하다.

 

 

혁명은 응당 남이 가지 않은 길을 가는 것이다. 남들을 위해 무엇인가를 남기는 것도 중요하다. 혁명은 교육과 직결된다. 도전하고 불확실성에 모험을 할 수 있는 자만이 몸을 던질 수 있고 호기심으로 세상에 맞설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마음가짐은 모험에 나설 때부터 결과를 결정할 정도이다. 어떤 일을 할 때 머릿속으로 상상하는 가운데 이미 그 결과가 결정된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참으로 맞는 말이다.

 

혁명의 여정은 지난하겠지만 천천히 가야 하는 것이다. 빨리 이루려는 건 무한한 시간에 도전하는 것이고 결국 타들어 갈 수 있다. 조은준 씨는 “조급증에서 비롯된 스트레스는 태양에 가까워지면서 불같은 열기의 따가움을 느끼게 되고 결국 심해지면 병들게 된다.”고 적었다. 이제 자연스레 혁명의 결과인 행복도 성찰해볼 수 있다.

 

산을 움직이지 말고 산이 되어라

 

인생이란 행복보다는 변화의 묘미를 추구하는 게 그 본질에 더 부합한다고 저자는 적었다. 조금 보수적일 수도 있겠으나 운을 좇기보단 움직이지 않는 게 때론 이익일 수도 있다. 그동안 언제나 고요함을 추구해왔는데, 사실 이 고요함을 추구하는 데서 불안과 우울이 나타나는 건지도 모르겠다. 우리 삶에 고요함이란 애초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존재하지 않는 걸 추구하다보니 불안해지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조은준 씨는 “어쩌면 약간의 배고픔이 식욕을 돋게 하는 것처럼 약간의 모자람이 있는 과거가 있는 추억이 더 아름답게 느껴지는지도 모른다.”면서 “살아가는데 별 방해가 안 되는 일을 신경 쓰지 않는 것, 그것이 삶을 단순하고 명쾌하게 해석하며 사는 방법이다.”고 강조한다. 그동안 살아오면서 내가 제대로 즐긴 적이 있었는지 반문했던 적이 있다. 그런데 책을 보면 시간을 할애한 것 자체가 기술이고 행복이라고 한다. 내가 마치 어제 죽은 사람인 것처럼 오늘을 살아가다보면 더욱 보람을 느끼고 행복해지지 않을까. 저자의 말처럼 말이다.

posted by 남한산청소년연구회
2019.04.08 11:10 분류없음

경험, 집착, 연결과 직관 … 창의성의 패턴

[서평] 『새로운 세상을 공부하는 시간 (4차 산업혁명을 둘러싼 열세 가지 지적 탐험)』(더난출판사, 2019. 03.25)

 

4차 산업혁명이 여전히 낯선 사람들이 많다. 그런 사람들에게 용기를 줄 수 있는 책이 있다. 『새로운 세상을 공부하는 시간』의 저자 손승현은 책에 다음과 같이 적었다. “제가 여러분께 확실히 드릴 수 있는 말은 실패한 곳에 멈춰 서지만 않는다면 실패는 더 큰 꿈을 이루는 하나의 과정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이 책은 문과 출신 혹은 비기술 분야 종사자를 대상으로 한다. 이공계에 종사하는 사람들로서는 아는 내용들이 많기에 재미가 없을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다시금 4차 산업혁명을 상기시켜주는 감은 있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쓴 작가 마르셀 푸르스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발견을 위한 진정한 여정은 새로운 풍경을 찾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각을 갖는 데 있다.” 책을 통해 저자는 독자들로 하여금 4차 산업혁명의 틀을 이해하게 한다. 그리고 이 복잡하고 불안정한 세계를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 지침을 소개한다.

 

 

모든 분야에 걸쳐 있는 초연결 사회

 

저자가 인공지능을 공부하던 때 가장 많은 아이디어를 얻은 책으로 1970년대 미국 작가 더글러스 호프스태터의『괴델, 에셔, 바흐』를 꼽았다. 복잡계에 관해 많은 영감을 얻은 책으로는 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를 꼽았다. 그런데 이 둘은 서로 다른 분야다. 하지만 어느 분야를 공부하고 무엇을 알고 싶어 하든 간에, 해당 분야만이 아니라 다른 여러 분야를 함께 보아야 한다. 정답이 여러 분야가 만나는 경계에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옛날 중국에서는 시인을 ‘보는 사람’이라고 불렀다. 볼 수 있다면 시인처럼 세상을 느낄 수 있게 된다.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우리가 서 있는 곳에서 보이는 풍경이 세상 전부라고 믿는 경향이 있다. 이런 오류를 범하지 않으려면 눈높이를 자주 바꿔주어야 한다. 눈높이를 바꾸는 가장 좋은 방법은 누군가를 또는 무언가를 사랑하고 이해하는 것이다. 사랑하면 무언가를 새롭게 보고 느끼며 이전과는 다른 감각을 갖게 된다.

 

작가는 우리가 직면하게 될 새로운 시대의 패러다임을 간단히 말해 ‘초연결’이라고 주장했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사람과 사람, 사물을 연결하고 지식과 지식이 연결되고, 세상 모든 것에 대한 정보가 지능적으로 모이고 공유되며 분석되는 현상을 초연결이라 한다. 이에 따라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경계’는 더욱 모호해질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초연결을 중심으로, 이러한 ‘경계’를 얼마나 자연스럽게 넘나드느냐이다. 그래서 4차 산업혁명은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교차하는 곳에 있기에 ‘융합 혁명’이라고도 할 수 있다.

 

복잡성의 세상을 보는 법

 

미국에서 ‘실리콘밸리의 DNA’를 담고 있는 기업이라 평가받는 넷플릭스는 오늘날 기업들의 리스크를 다음처럼 분석했다. “기업이 성장하면 할수록 회사의 복잡성은 증가하는 반면에 뛰어난 성과를 내는 인재는 줄어든다.” 복잡한 세상을 보는 법을 알아야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우리는 예전처럼 사고하는 습관을 멈춰야 한다.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당연시하는 것들을 비로소 의심하기 위해서다. 저자는 미래를 내다보기 위해 새로 나온 기술을 모두 이해하겠다는 생각을 잠시 내려놓으라고 주장한다. 중요한 건 우리를 둘러싼 시스템이 서로 연결되고 상호작용하는 입체적인 구조 전체를 보는 시각을 갖는 것이다.

 

1960년대 하버드대학 교수 스탠리 밀그램은 ‘우편물 실험’을 했다. 인적이 드문 미국 시골 마을을 임의로 골라 그곳에 사는 주민 160명을 무작위로 뽑아 편지 한 통씩을 나눠주었다. 편지에는 그들과 아무런 연관도 없는 사람의 사진, 이름, 주소가 적혀 있었다. 사람들은 봉투에 적힌 사람을 알 만한 사람에게 편지를 전달하라는 미션을 받았다. 그리고 160통의 편지 중 42통이 성공적으로 도착했는데 놀랍게도 이때 편지가 거친 단계의 중간 값은 단 5.5단계에 불과했다.

 

대규모 사회라지만 사람들 사이를 연결하는 링크를 따라가다 보면 의외로 쉽게 서로를 연결할 수 있다는 결과였다. 최근 방탄소년단의 성공 역시 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활용한 소통 전략 덕분이라고 평하는 사람들이 많다. 전 세계 팬들에게로 수많은 링크를 통해 입체적으로 연결됐다는 의미다. 다양한 클러스터에 동시에 연결되어 있고 링크 수도 많다면 강력한 허브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네트워크는 기존 연결고리와 상호 피드백을 통해 변화하고 성장하며 중앙 통제자의 지시나 설계가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누누이 언급되는 창의적 인재의 중요성

 

세상은 협업하는 창의적이고 독립적인 개인이 만들어가는 시대다. 이에 따라 저자는 책 뒷부분에 걸쳐 고전 서적과 명사들의 입을 바탕으로 창의력에 대한 이야기를 소개했다. 저자는 방송국에서 라디오 프로듀서로 일한 10여 년 동안 누구보다 가까이서 창의적인 사람들을 만나고 대화를 했다. 이후 저자는 창의성의 패턴을 크게 3가지로 정리했다.

 

첫째 다양하고 강렬한 경험. 우리의 뇌는 새로운 대상이나 문제를 마주하면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순간에 이미 우리가 그동안 쌓아온 경험과 기억들을 찾아내 연결하는 특징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미래에 우연히 찾아올 뜻밖의 연결을 기대하며 일단 많은 경험을 해보아야 한다. 특히 실패의 경험이야말로 어느 날 새롭고 놀라운 무언가로 탄생할 커다란 잠재력을 품고 있다. 마치 범죄자를 통해 우리가 사람의 잠재된 본능을 파악하고 세상의 다른 이면을 경험하며 세상을 더 발전시켜 나가는 하나의 수단으로 쓰는 것처럼 말이다.

 

둘째 의외의 집착, 열정 또는 몰입. 집착은 가능한 한 모든 유형의 상황에서 적용되는 풍부한 유추와 흥미로운 연결고리를 만들어낸다. 1983년 옥수수 연구로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은 생물학자 바버라 매클린톡은 이렇게 말했다. “옥수수 염색체를 연구하는 동안 저는 옥수수와 별개의 존재가 아니라 옥수수와 한 몸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럴 때는 종종 저 자신의 존재를 잊기까지 했지요…….”

 

셋째 낯설지만 분명한, 새로운 연결. 아인슈타인은 자연의 법칙에 이르게 하는 논리적인 길은 없으며 다만 직관에 의해서만 그곳에 다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직관은 우리 뇌의 무의식 레벨의 수많은 단계를 동시에 관통하면서 의식 레벨로 순식간에 튀어 오른다. 그러기 위해 우리는 잠시 생각을 멈추고 심리적으로 안정을 취하는 자신만의 시간과 공간을 가져야 한다.

 

『새로운 세상을 공부하는 시간』에는 미래 사회를 쉽게 설명하고 어떠한 주요 과정과 노력이 필요한 지를 풍부한 사례로 설명했다. 수많은 4차 산업혁명 책에서 숨을 헐떡이고 있을 ‘문송(문과라서 죄송합니다.)’들이 읽어보면 좋을 듯하다.

posted by 남한산청소년연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