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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산청소년연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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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한산청소년연구회
    2018. 9. 28. 12:48 카테고리 없음

    2018년 성문밖학교 가을 여행이 안전하게 잘 끝났다. 고등부는 9월 17일(월)부터 9월 21일(금)까지 4박5일 동안 제주 인문여행을 다녀왔다. 제주에서 가장 오래된 동문시장을 들러 장을 보고, 천연기념물인 비자림 숲이 어떻게 왜 파괴 되어 가고 있는지 알아보며, 구럼비(바위)가 사라지고 들어선 해군기지 때문에 4천 일이 넘게 미사 집회를 열고 있는 강정마을에 들르기로 계획했다. 또한 성산일출봉을 새벽에 바라보며, 용눈이 오름과 섭지코지, 성읍 마을 전통 가옥 등을 둘러보기로 했다.


    가을 여행은 여름 방학 때부터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각 학년들이 스스로 어딜, 어떻게, 왜 가고 싶은지 고민하여 기획한 것이다. 교사들이 제시하는 여행이 아니라 학생들이 고민해보는 여행을 바랐다. 여름 방학에 모여 목적지와 일정 등을 점검해보고, 개학 후 여러 번의 모임과 발표를 통해 여행지를 결정했다. 중1은 강원도, 중2는 부산, 중3은 인천 승봉도, 고등부는 통합으로 제주를 가기로 했다. 부산이나 제주도를 처음 가본다는 학생들이 많았다. 대안학교의 여행이라고 뭐가 별반 다를까 마는, 학생들이 기획하고 협력하며 만들어냈다는 것만으로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그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으나 사유와 실천의 지점이 얼마나 다른지, 어떤 고민들이 필요했는지 조금이나마 느꼈길 바랄 따름이다.


    여행은 왜 떠나는 것일까? 일상에서 자기를 돌아보고 성찰한다는 일은 쉽지 않다. 그래서 여행이 존재한다. 고등부 학생들은 ‘성찰’이라는 테마를 정했다. 여행 계획을 발표할 때 필자는 성찰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고 얘기해줬다. 나를 알아가고 돌아보는 일은 숨은 붙어 있는 한 계속 이어져야 한다. 성찰의 일환으로 두 가지 미션을 줬다. 첫째, 학생들끼리 서로 인터뷰 해보기. 글로 쓰든, 영상으로 촬영하든, 녹음을 하든 상관없다. 자유롭게 서로에 대해 알아 가보자는 취지였다. 둘째, 유언장(버킷 리스트)을 써보자. 삶은 죽음의 다른 이름이기 때문에 더욱 빛이 난다. 어색한 인터뷰였지만 모두들 다 잘 해냈다. 유언장 역시 자신이 하고픈 일을 가득 채웠다는 것만으로 성찰의 또 다른 이름이라고 생각한다.


    첫날 저녁 고등부 학생들과 우연히 월정리 해변을 들렀다. 아, 그 아름다운 저녁노을과 바다란. 붉은 구름 너머 달은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학생들은 해변에 발을 적셨다. 제주도의 아름다움은 문득문득 나타났다. 새벽녘 성산일출봉의 준엄한 태양빛에서도, 용눈이 오름에서 바라본 건너편 오름의 굴곡들에서도, 방두포 봉수대지의 등대와 섭지코지에서 바라본 파도의 부서짐에서도 말이다. 가장 아름다운 풍경은 제주도의 자연을 느끼던 학생들의 모습이었다.


    그러나 아름다운 제주도는 수많은 관광객들과 난개발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다. 흐린 날씨에 들른 강정마을엔 아침부터 부지런히 미사 집회를 준비하던 마을 주민을 만날 수 있었다. 구럼비가 왜 그리 소중한지, 마을 주민들이 왜 그토록 오랫동안 집회를 이어가는지 직접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미사와 신부님의 말씀으로 2018 남북정상회담이 어떻게 강정마을과 연결되는지 알 수 있었다. 비핵화와 종전을 향한 노력 이면엔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에서 열릴 10월 국제 관함식이 있다. 마을 주민에게 들은 강정마을의 생태계는 암울했다. 조류와 게 등 강정마을의 생물들은 해군기지로 인해 파괴되고 고통 받고 있었다. 성문밖학교에선 강정마을 문제에 대해 수업 시간에도 계속 학습 하고 있다.

    제주의 생태문제에 대해 직접 얘기를 듣기 위해 제주 환경운동연합을 찾아갔다. 그곳에서 김정도 팀장님은 제주도의 변화에 대해 귀중한 얘기를 들려주었다. ▶ 갈수록 늘어나는 관광객들과 쓰레기 문제 ▶ 비자림 숲의 파괴와 제2 공항 건설의 문제점 ▶ 환경 운동 활동가로 살아가는 고충과 진로 탐색 ▶ 일상에서도 실천할 수 있는 공정여행의 길 등. 애써 시간을 내주신 김정도 팀장님에게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이번 여행에선 노래가 특별한 친구였다. 고등부 학생들이 좋아하는 노래들을 들으며 그들의 문화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때론 거친 말들이 나오는 노래들은 학생들의 마음을 대변해주고 있다. 불안한 미래와 혼탁한 세상에서 고등부 학생들은 힘들다. 수시로 바뀌는 교육정책, 재미없어 보이는 과목들 속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왜 공부해야 하는지조차 그들은 제대로 알 길이 없다. 시간이 지나면 후회할 거라고, 지금 충실하지 않으면 뒤쳐질 거라고 아무리 얘기해도 고등부 학생들은 이해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황색 저널리즘으로 물든 미디어들이 마치 배설하듯 진실 아닌 진실들을 내뱉으며 학생들을 선동하기 때문이다. 그러한 세상을 기성세대들이 만든 건 사실이다.


    다만, 교육정책과 주위 환경만을 언제까지나 탓할 순 없다. 부조리와 거짓이 판을 치는 세상이라면, 그 세상을 깨뜨려야 한다. 그런데 이 세계는 결코 만만치 않다. 오랫동안 견고하게 성을 쌓아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부하고 성찰해야 한다. 더 낮은 자세로 더 약한 사람들을 돌봐야 하며, 진실이 무엇인지 진중하게 고민해야 하는 것이다. 물러서지 말고 그 자리에서 서서 부당함을 기록하고 말하며, 진리를 탐구해야 한다. 그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다.


    마지막 날 우리들만의 밤을 보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추억이다. 하루하루가 소중한 이유는 흘러가기 때문이고, 잊히지 않기 위해선 성찰하고 각성해야 한다. 날마다 학습하고 심연의 내 자신을 끄집어내야 하는 것이다. 세상에 의미 없는 건 없다. 작은 풀 하나, 영어 단어 하나, 수학 공식 하나에도 우주와 역사와 인간과 생물이 교차하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작은 것, 작은 일 하나에도 정성을 다해야 하는 이유이다. 고등부 학생들이 꼭 기억해주길 바란다.


    여행은 돌아오기 위해 떠나는 것이다. 다시, 일상에서 만날 땐 2018년의 제주도 인문여행을 종종 떠올려보면 좋겠다. 제주도가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너희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우리가 왜 열심히 살아가고 작은 것들에도 집중해야 하는지를 말이다.

    posted by 남한산청소년연구회
    2018. 9. 14. 22:59 카테고리 없음

    ‘평행선의 오차’ … 작은 차이 만드는 리더십

    [리뷰] 『리더는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해야 하는가』(노주선, 메이트북스, 2018.09.)

     

    리더십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2017년 대한민국호의 결단을 보면서 확인할 수 있다. 한 나라의 수장이 잘못된 행동을 하면 나라는 망한다. 리더는 리더로서 자질을 당연히 갖추어야 한다. 노주선 박사는 근저 『리더는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해야 하는가』에서 리더가 어떻게 성장하고 관리해야 하는지 꼼꼼히 따져본다. 가장 중요한 물음은 ‘왜 리더가 그렇게 행동해야 하는가’이다.

     

    저자 노주선 씨는 리더십 향상을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리더십이 발전한다는 것은 나의 성격을 변화시키거나 근본을 바꾸는 게 아니다. 다양한 상황에서 해결 방법을 학습하고 연습하는 것이다. 적절한 해결책을 찾는 게 바로 리더십이라는 뜻이다. 리더십은 사람을 다룬다. 따라서 사람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어떤 직무, 예를 들어 소프트웨어 개발자라고 하면 그 직무에서 성과(개발 납기일 엄수나 좋은 코딩)를 발휘할 수 있다. 그 성과는 매우 구체적이다. 하지만 사람을 다루는 일에서 전문가라는 뜻은 직원들의 다양한 특성과 복잡한 상호작용을 이해해야 한다. 다시 말해, 리더십은 보이지 않지만 기업에서 너무나 중요한 과정이다.

     

    글쓴이 노주선 씨는 사람 전문가가 되는 과정을 다음과 같이 나눈다. ▲ 1단계 : 리더로서 스스로에 대한 이해와 학습. ▲ 2단계 : 다른 특성이나 성향을 보이는 구성원에 대한 이해와 학습. ▲ 3단계 : 리더와 구성원 간의 상호작용에 대한 이해와 학습. 여기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가장 중요한 점은 다른 사람이 나처럼 생각하고 행동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점이다. 나와 다른 사람은 다르다. 그것을 이해해야 사람 전문가가 될 수 있다.

     


    리더는 언제나 사람 전문가이다

     

    리더라고 해서 완벽한 사람이 아니다. 리더 역시 취약성을 갖고 있다. 책에선 “취약성은 더 우수한 리더가 되기 위한 계발점을 시사해줄 뿐이다.”라며 “즉 모든 리더는 완벽할 수 없으며 개인에 따라 취약성을 가지고 있다.”고 적었다. 자기계발을 위해선 부족한 점만 채우면 된다. 따라서 편식을 해도 괜찮다. 취약성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 중요한데, 이 때문에 자신감마저 잃으면 안 된다는 뜻이다. 반성과 자기계발의 노력은 필수적이나 너무 많이 자신을 놓아버리면 균형이 깨질 수 있다. 사려 깊고 신중하려면 자신을 사랑해야 한다. 리더도 말이다.

     

    자존감을 지키는 것은 스트레스 관리 능력으로 나타난다. 안정감 있는 리더가 되기 위해선 업무에서 발생하는 스트레스나 장애를 해결하는 노하우가 필요한 것이다. 이에 대한 지표를 알 수 있는 건 바로 “당신의 스트레스 해결방법은 무엇입니까?”라고 스스로 질문해보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 곧바로 5가지 이상의 스트레스 해소 방법이 나온다면 그 리더는 안정적이라고 볼 수 있다.

     

    리더로서 가장 중요한 건 부하 직원들을 다루는 일이다. 너무나 다양한 개성의 직원들을 상대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전제 조건이 되어야 하는 건, 직원들에 대한 기대를 너무 높이지 않는 일이다. 기대를 오히려 낮추고, 기업이 가르치는 곳이 아니라는 점을 확실히 하는 일이다. 부하 직원을 교육시키는 일은 의무가 아니라 필수이다. 배우는 일은 학교에서 담당해야 한다.

     

    가령 자기주장이 강한 직원이 있다면, 그런 주장이 내포하고 있는 문제점들을 분명히 하고 조절해야 한다. 자기주장이 가지는 강점은 최대화 하고 단점은 개선해야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저자 노주선 씨는 ‘샌드위치 기법’을 권유한다. 긍정적인 내용으로 먼저 시작한 후 문제점을 언급하는 방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을 물가로 이끌고 갈 수 있지만 물을 마시느냐 안 마시느냐는 당사자의 책임이다.

     

    노력과 정성을 다해 일을 하는 것은 너무나 중요하다. 책에서 인용한 세계적인 발레리나 강수진의 말은 의미심장하다. “더는 못한다고, 이 정도면 되었다고 생각할 때 그 사람의 예술인생은 거기서 끝이다.” 저자 노주선 씨는 ‘평행선의 오차’를 설명했다. 같은 평행선에서 출발하지만 아주 작은 오차가 마지막엔 엄청난 변화를 불러온다는 것을 말이다. 사소한 차이를 불러올 수 있는 노력이 누가 뭐라 해도 중요하다. 리더란 그런 노력을 경주하도록 하는 사람이다.

    posted by 남한산청소년연구회
    2018. 9. 13. 11:20 카테고리 없음

    Ⅰ. 레이첼 카슨의 날 지정, 지속 가능한 공동체를 위해

     

    지난 5월 7일 미국의 웰슬리 시 행정위원회는 ‘레이첼 카슨의 날’을 지정했다. 환경운동을 촉발시킨 생태학자 레이첼 카슨(1907∼1964)을 기념하기 위해서다. 레이첼 카슨의 생일인 5월 27일을 기념일로 해 그녀의 삶과 유산을 기억하고, 지속 가능한 가정과 학교, 마을 공동체를 만들어가려는 의지이다. 레이첼 카슨은 그 유명한 『침묵의 봄』을 통해 살충제의 위험을 경고했으며, DDT의 규제를 위해 거대 기업에 맞서 싸워온 장본인이다.


    최근 미세먼지와 기습성 폭우, 열대야와 한파 등 이상 기후가 우리를 괴롭힌다. 날씨야말로 우리를 둘러싼 환경이 얼마나 급속히 나빠지고 있는지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정확한 지표이다. 이제 봄이 마냥 즐겁지만은 않다. 미세먼지가 가득한 날이면 숨조차 쉬기 힘들다. 그래서 더더욱 레이첼 카슨이 생각난다. 작가이자 과학자, 바다를 사랑한 생태학자이기도 했던 그녀는 『침묵의 봄』으로 이미 이런 날들을 경고한 바 있다. 레이첼 카슨은 우리의 경쟁 대상이 자연이 아니라 우리 자신이라고 말했다.


    이상 기후가 발생하는 원인은 현대사회의 복잡성만큼이나 설명하기가 어렵다. 특히 오랜 기간 축적된 오염 물질은 단순히 원인과 결과만으로 드러나지 않는 측면이 있다. 신체만 보아도 확연히 알 수 있다. 몸이 지닌 미묘한 융합과 소통, 복잡한 메커니즘은 지엽적인 분과 과학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따라서 사안을 종합적이고, 분석적으로, 더 나아가 성찰의 측면에서 접근하기 위해 인문학이 필요하다. 인문학은 창의적이고 비판적, 논리적 사고를 위한 자유로운 훈련이라고 할 수 있다.


    세계경제포럼(WEF)은 제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서 가장 중요한 능력은 ‘복잡한 문제 해결’하는 사고방식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2015년에도 그렇고, 2020년에 이르러도 복잡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연한 사고와 창의적 접근이 제일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과학과 인문학을 넘나드는 융합의 역량이야말로 인재의 필수 요건이다.

    그렇다고 융합이라는 게 단순히 끼워 맞추거나 이것저것 하는 건 아니다. 융합은 각 분야에 대한 애정과 관심, 그리고 학술적 열정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 레이첼 카슨은 그 당시 복잡한 문제(DDT와 화학 물질)를 해결하려는 비판적 능력을 보여주었고, 문학과 과학의 경계를 뛰어넘는 창의성을 보여주었다. 『침묵의 봄』만 하더라도 각주가 600개나 될 정도로 치밀한 검증을 거쳤다. 레이첼 카슨이 얼마나 많은 고민과 확인 작업을 거쳤는지 알 수 있다.

           

    레이첼 카슨이 보여준 역량이란 인문학을 중심으로 끊임없이 관찰하고 고민한 결과다.

    그녀를 통해 한 인간이 어떻게 창의적 인재로 성장하는지 알 수 있다.

    사진 출처 = 레이첼 카슨 연구소(채텀대학교)

    레이첼 카슨이 보여준 역량이란 인문학을 중심으로 끊임없이 관찰하고 고민한 결과다. 그녀를 통해 한 인간이 어떻게 창의적 인재로 성장하는지 알 수 있다. 사진 출처 = 레이첼 카슨 연구소(채텀대학교)

     

    II. 전 인류의 미래까지 생각하는 인문학적 성찰

     

    어떻게 살아야 하나에 대한 물음은 어떤 교육을 받고 성장해야 하는지라는 화두로 귀결된다. 좋은 교육은 좋은 인재를 길러내며, 좋은 인재는 건강한 사회의 밑거름이다. 그런데 좋음이란 규정하기가 쉽지 않다. 인문학이라고 할 때, 동양에선 사람의 무늬(人文)라는 측면에서 인간의 됨됨이, 즉 인성에 초점을 맞추는 반면, 서양에선 자유로운 교양(Liberal arts)의 측면을 강조한다. 따라서 좋음을 생각할 때 경계를 뛰어넘는 자유로운 사고를 통해 나의 가치가 보편성을 띤 사회적 가치관으로 형성되어야 함을 알 수 있다.


    레이첼 카슨은 어릴 때부터 고전과 인문학 도서를 읽으며 인간의 가치를 탐구해나갔다. 레이첼 카슨은 영문학을 전공하려다가 훌륭한 스승을 만나 생물학으로 전과한다. 그녀는 자연의 모든 지식을 아우르고 품길 바라며 눈에 보이는 자연과학뿐만 아니라 세포와 유전자 같은 분자 수준의 연구에도 관심이 많았다. 특히 진화, 환경 변화와 같은 쟁점에 대해 과학적 사실들을 수집함으로써 훗날 살충제 문제를 거론하는 글을 쓰기도 했다.


    레이첼 카슨의 책은 누구에게나 매번 읽히고 있다. 환경호르몬을 비롯한 문제 의식은 오늘날까지도 유효하다. 인간들은 자연에 있는 농작물의 병충해를 예방하기 위해 유기 농약과 제초제를 매일 사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레이첼 카슨의 사상은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계속해서 영감을 주고 상기를 시킨다. 한 마디로 레이첼 카슨은 좋은 인재의 본보기이다.

    여러 사람에 영향을 주는 무언가를 선보이는 게 바로 영재(교육)의 핵심이다. 레이첼 카슨은 방사능 낙진과 무분별한 살충제 사용을 서로 연관시키기도 했는데, 이 문제들이 지닌 영향력은 레이첼 카슨이 살았던 시대뿐 아니라 전 시대를 아우르는 문제의식이었다. 생각이 한 시대에 머무르지 않고 지금도 이어질 정도로 시대와 공간(여러 나라)에 퍼진 것이다. 즉 통찰력 있는 영재의 시각으로 전 인류의 안위와 평안을 걱정할 필요가 있다.


    진정 인문학적 생각을 지녔다면 전 인류의 미래까지 내다볼 수 있어야 한다. 인문학은 시야를 넓혀준다. 레이첼 카슨은 스스로 시야를 넓히기 위해 수많은 책을 읽었다. 하나의 책을 읽을 경우 다른 책을 읽지 못함을 아쉬워할 정도였다. 게다가 학창 시절에는 아버지 땅을 담보로 학비를 보충해가며 공부할 정도로 학구파였다. 그녀의 침실은 자연과 같이 소박하고 고요했으며 그만큼 조용한 공간을 좋아했다. 내면의 자신을 파악하여 인간의 본질을 꿰뚫으려 노력한 흔적들이 그 안에 들어있다.

    레이첼 카슨이 생각하고 적은 글의 주제들은 참신했다. 모든 세대에 걸쳐 생명이 서로 연결돼 있다는 생각이나, 생명체들이 어떻게 상호 의존하고 있는지 보여준 점들 그리고 종들 사이에서 지속적으로 영양분이 순환한다는 주장들은 통섭의 관점을 보여주었다. 그 결과 레이첼 카슨의 성찰은 생물 사이의 농약 순환이 인간에게 이를 수 있고, 다가올 봄에는 새의 지저귐을 들을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른다.

     

    III. DDT, 그 효용성과 부작용의 줄다리기

     

    레이첼 카슨은 펜실베이니아 여대를 다니던 중 알프레드 테니슨의 시 <록슬리 홀>을 읽고 바다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20대부터 수많은 잡지사와 신문사에 야생동식물에 관한 여러 주제의 글을 기고하며 관심 분야를 여러 사람과 공유하려 쉬운 글을 쓰기 위해 노력했다. 그녀는 대학시절 잡지에 바다와 관련한 글을 기고하거나 과학 저술을 하며 환경과 생명의 가치를 표현하는 활동을 꾸준히 해나갔다.

    그녀는 1937년 <애틀랜틱 멀슨리> 잡지에 <해저>를 투고하며 사람들에게 바다의 신비로움을 설명하려 했다. 이 역시 모든 사람이 느끼도록 공감을 유도한 노력이었다. 레이첼 카슨은 바다만큼이나 DDT에도 관심이 있었다. 특히 자신의 주장을 절대 뜬구름 잡는 추론적 이야기로 만들지 않기 위해 자료들을 꾸준히 수집하고 엄격하게 증거를 모았다. 후에 닥쳐올 기업의 공격과 반박에 대한 대응책도 마련함은 물론이었다.

    케네디 대통령 역시 살충제 DDT의 사용을 우려했다. 그래서 레이첼 카슨의 책 『침묵의 봄』은 당대의 화두로 떠올랐다. 카슨은 방사능과 살충제로 생기는 돌연변이가 자연의 신중한 속도가 아닌 성급하고 부주의한 인간 행보의 결과라고 믿었다. DDT는 1874년에 독일의 화학자가 처음 합성했다. 1939년에 스위스의 파울 밀러가 DDT에서 살충제 효능을 발견했다. 처음에는 인간에게 무해하다고 판단해 다양한 해충 제어에 사용됐다.


    DDT의 큰 문제 중 하나는 대물림이다. 1950년대 미국에서 처음 DDT에 노출되었던 아이들이 현재 어른으로 성장해있는데, 공교롭게도 F1 세대가 아닌 오직 F3 세대에서 DDT양이 극적으로 증가함이 관찰되었다. 생식계열 위험성이 세대를 뛰어넘은 것이다. 이는 몇 세대 동안 악영향이 은폐되는 것과 같다. 1951년 인간의 모유 속에 DDT가 포함된 사실이 처음 보고되었다. 그리고 오늘날 연구 결과를 보더라도 모유 속에 DDT가 남아 있다는 논문들이 많다. 또한 DDT에 노출된 부모 세대는 자손 세대에 비만을 물려주기도 한다. 카슨은 이 모든 것을 미리 내다보았다. 그 누가 봄에 새의 울음소리가 사라질 거라고, 자손 세대에서 DDT가 검출될 거라 생각을 했겠는가. 레이첼 카슨이 보여준 세대를 뛰어넘는 통찰력을 보여주는 사례들은 많다.


    살충제 사용에 대해 카슨이 ‘소량으로 신중하게 사용하기만 하면 유용하고 권장할 만하다’고 생각했다는 점은 놀랍다. 지구 환경을 보존하기 위한 조건보다 우선시되는 과제가 있기에 그렇다. 인류를 먹여 살리고 가난한 사람들을 빈곤에서 구하는 것은 그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다. 인간은 인구 증가에 따른 식량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농약을 사용한다. 즉 식량을 확보하고 병충해를 방지하려는 것이다. 세계보건기구는 말라리아 통제를 위해 아프리카와 다른 개발도상국에 DDT를 사용하도록 허락하기도 했다. 이로써 많은 생명들이 말라리아로부터 살아남은 것은 중요한 의의가 있다.

    하지만 지용성인 DDT는 소화기관, 폐를 통해 천천히 흡수돼 부신, 고환, 갑상선 같은 지방이 풍부한 신체 장기에 축적된다. 태반을 자유롭게 통과해 태아에게도 노출된다. 또한 환경에서 잘 분해되지도 않는다. 이로 인해 1970년대를 시작으로 많은 선진국에서 사용이 중지됐다. 우리나라도 1971년 DDT의 사용을 금지했다. 그럼에도 인구가 증가하고 있는 개발도상국에서는 식량 증산을 위해 DDT를 포함한 여러 농약 사용이 필수다. 카슨은 인류 먹을거리와 지구상에 발생하는 환경문제를 함께 해결하려고 했지만 동시에 충족시키는 인문학적 결론을 내리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합성 살충제인 DDT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드세다. 즉 말라리아 퇴치를 위해 사용해야 하는가 혹은 호르몬 교란 등 그 부작용 때문에 사용을 중지해야 하는가. 레이첼 카슨의 삶을 조명한 윌리엄 사우더는 『레이첼 카슨 환경운동의 역사이자 현재(원제 On a Farther Shore)』(에코리브르, 2014)에서 “카슨이 화학 살충제 사용을 전면 중단하기를 바랐다는 사람들의 생각은 그릇된 것이었다”라고 밝힌 바 있다. 아울러 사우더는 “『침묵의 봄』은 탄원·논쟁·기도 등 많은 것을 의미하지만, 무엇보다 ‘옳은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워싱턴 포스트>에 『레이첼 카슨 환경운동의 역사이자 현재』 관련 리뷰가 있다. 한 구절을 보면 “레이첼 카슨의 삶은 최근 시대의 이야기인 동시에 우리 자신과 이상하게도 동떨어져 있다.”는 문장이 나온다. 환경에 대한 카슨의 문제의식이 하루하루 살아가는 우리에게 무관심해선 안 된다는 의미다. 환경은 일상의 문제이고 멀고 먼 얘기가 아니다.

     

    IV. 바다를 사랑한 순수한 문학 소녀

     

    레이첼 카슨은 『침묵의 봄』과 DDT의 오용을 비판한 것으로 유명하지만, 사실 바다를 사랑한 순수한 문학 소녀였다. 우리가 발 딛고 있는 땅은 바다 위로 잠시 올라와 있는 것뿐이라고 레이첼 카슨은 생각했다. 그녀가 생태문예작가로서 명성을 떨치기 시작한 건 바다 3부작을 내놓으면서부터다. 국내에도 레이첼 카슨 전문 출판사(에코리브르)가 이 역작들을 번역해 전집으로 내놓고 있으니 의미 있는 일이다. 지난해 해파랑길을 걸으면서 한없이 바다를 바라봤다. 바다를 보며, 바다를 동경하며 평생 함께 한 레이첼 카슨을 그리워했다.


    『바닷바람을 맞으며(Under the Sea-Wind)』(1941)는 해양동물들이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 살펴봤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과학과 문학의 만남이 이뤄지기 시작했다. 뱀장어나 도요새 등의 시각으로 바다 이야기가 펼쳐지는 것이다. 하지만 제2차 세계대전과 맞물려 큰 주목을 받지 못했고, 책도 많이 팔리지 못했다.

     

    『우리를 둘러싼 바다(The Sea Around Us)』(1951)는 바람과 파도, 밀물과 썰물, 섬과 인간, 달과 지구의 거리 등을 다룬다. 이 책으로 레이첼 카슨은 당당히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다. 한 구절만 살펴보면 그녀가 얼마나 감수성 예민하게 서술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해저 산맥은 시인들이 말하는 ‘영원한 언덕’에 아주 가깝다... 여명이 비치는 이곳 고요한 깊은 물속에서 산은 더 이상 공격을 받지 않는다. 이곳에서 산은 거의 아무 변화 없이(아마도 지구가 끝날 때까지) 서 있게 된다.(115쪽))” 『우리를 둘러싼 바다』엔 여러 문학 작품들이 인용돼 레이첼 카슨의 독특한 작품 세계가 펼쳐진다. 이 작품에선 에드거 앨런 포의 시나 호메로스 대서사시 『오디세이아』등이 담겨 있다.


    『바다의 가장자리(The Edge of the Sea)』(1955)는 해류와 파도, 지질의 변화와 이로 인해 달라지는 동물들의 생활사를 그렸다. 이 작품으로 레이첼 카슨은 모교에서 주는 수훈 동문상과 미국대학여성협회의 공로상을 수상하고 상금도 받았다.

     

    V. 이성, 감성, 지성의 영재교육 그리고 인문학

     

    인문학적 성찰은 과거의 행위를 과거에 머무르지 않게 한다. 미래를 향해 나아가게끔 이끈다. 레이첼 카슨은 살충제와 암의 관계를 연구하는 동안 유방암에 걸렸다. 그녀는 이미 독감, 십이지장궤양, 폐렴, 축농증을 앓고 있었다. 책을 쓰는 일은 카슨에게 고문을 당하는 것만큼 힘들었다. 그러나 그만큼 자신을 소진해가면서도 인류를 위해 정보를 제공하려 노력하고 오랜 시간을 숙고했다. 책은 출간되고 지금까지 사람들에게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레이첼 카슨은 원래 책의 제목을 ‘자연의 지배’로 하려고 했었다. 그만큼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 대한 문제에 천착하고 있었던 것이다. 『침묵의 봄』이 출판된 지 50년이 지났다. 지금도 미국에서는 매년 500여 종의 화학물질이 등장하고 있다. 살충제의 효과로 지금도 곤충들은 내성을 얻으며 진화하고 있다. 그런데 미래에 악영향을 받을 생명체는 결국 인간이다. 카슨은 사랑하는 사람들과 동식물 그리고 바다가 겪게 될 괴로움을 덜어주고 싶어 했다. 그리고 자연과 인류를 위해 노력을 하고서 세상을 떠나갔다.

    인문학은 인간을 위한 학문이다. 시대가 많이 변해 제4차 산업혁명이 전 세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자동화된 기계들로 인간에 닥친 위험들을 쉽게 발견하고 또 로봇으로 그 위험을 탐구하는 시대에 왔다. 오늘날은 수많은 영재들이 인문학적 통찰을 가지고 인류를 위해 만든 세상이기도 하다. 넓고 바르게 세상을 볼 줄 아는 시각을 가지고서 레이첼 카슨이 진정 지키고 싶었던 부분을 들여다보는 영재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그건 자기 자신이 지구와 연결됨을 느끼는 일이며, 인류는 평등하며 행복할 권리가 있음을 깨닫는 일이기도 하다.


    요컨대, 앞으로 인공지능 로봇이 세상과 함께 하는 사회에선 더욱 이성과 감성, 지성의 창의적 영재가 요구된다. 그게 바로 인간을 위한 교육이고, 인간의 본질이자 추구해야 할 방향이기 때문이다. 레이첼 카슨은 분명 생물학과 해양학에 기반을 두며 과학적 엄밀성을 추구했다는 측면에서 이성을 갖췄다. 또한 레이첼 카슨은 문학적 감수성으로 독자들의 공감을 불러왔다는 측면에서 감성이 가득했다. 마지막으로 레이첼 카슨은 자신이 아는 바를 굽히지 않고 관철시켜나갔다는 측면에서 지성의 창의적 영재이다. 그녀는 올바른 사회적 가치관을 가지고 비판적 사고의 전형을 보여주었다. 결국, 영재교육은 인문학이 동반되어야 비로소 가능하다.


    『침묵의 봄』의 마지막 장 제목은 ‘가지 않은 길’이다.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를 인용해 인류가 선택하며 방기했던 길은 무엇인가 다시 고민해본다. 자연을 지배하려고 했던 맹목은 인류를 향한 독화살로 되돌아 올 것이다. 이제 레이첼 카슨의 뒤를 잇는 영재가 나와 또 다른 인문학적 성찰을 보여줄 차례다.

    posted by 남한산청소년연구회
    2018. 9. 12. 16:09 카테고리 없음

    ‘콘텐츠+이야기+그래픽+동영상’이 어우러진 유튜브의 과학채널이 인기다. 과학을 쉽고 재밌게 전달하는 솜씨가 일품이다. 바로 ‘과학쿠키(Science Cookie)’다. 이 채널엔 현재 구독자가 8만4천601명이다. 과학쿠키는 단순히 과학 지식과 정보를 전달하는 차원을 넘어, 직접 실험을 해보고 구독자들과 소통하며 다른 채널(혹은 기관)들과 협업을 하고 있다. 이 모든 묘미의 중심엔 궁금증이 자리하고 있다. 지난 15일, 과학쿠키 운영자인 이효종 씨를 인터뷰했다.  

    한 영화사와 협업으로 완성한 「앤트맨과 와스프 200% 이해하기!-앤트맨 속 양자역학」은 조회 수가 18만3천54회이며, ‘좋아요’가 4천회를 넘었다. 과학콘텐츠로서 이 정도 조회 수는 거의 히트다. 과학쿠키 운영자인 이효종 씨는 영화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양자역학에 대해 알기 쉬운 설명을 곁들였다. 

    다음은 영상 속 양자역학 설명을 요약한 것이다. 예를 들어 원자가 야구장만하다고 가정하면, 야구장 속의 야구공의 크기가 원자핵의 크기이고, 야구장 밖 멀리 떨어진 공간에서 날아다니는 먼지가 전자의 크기 정도다. 이 세상을 구성하고 있는 원자는 대부분 텅텅 비어 있는 공간이라는 뜻이다. 이 원자 속 빈 공간을 임의로 늘였다 줄였다 하면 어떨까 상상한 게 바로 핌 입자이다. 아직은 상상 속에 존재하지만 핌 입자는 영화 「앤트맨」에서 크기 변화의 본질이다. 양자 역학에 따르면, 원자 속 무수히 많은 빈 공간 중 특정 영역에서만 띄엄띄엄 입자가 존재 가능하다. 

    우선 ‘과학쿠키’를 운영하게 된 계기가 궁금했다. 또한 과학교육을 전공했는지도 말이다. 이효종 씨는 “과학교육, 그 중에서도 물리교육을 주 전공으로, 공통과학교육을 복수전공으로 이수한 과학 전공자”라며 “전직 교사이기도 하다”라고 답했다. 특히 그는 “과학이라고 하면 대부분의 학생들은 지식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 그리고 많은 과학 공부를 이미 경험했던 성인들은 어렵고 따분한, 별로 필요 없는 지식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을 가지고 있다. 특히나 물리학은 더더욱 그렇다”며 “과학쿠키 채널은 그러한 과학의 이미지를 ‘마치 간식을 즐기는 것처럼 즐겁고 유쾌하게, 때로는 달달함에서 우러나는 깊은 감동의 이미지를 전달해주자는 목표를 가지고 시작하게 된 채널”이라고 말했다.  


    영화 「앤트맨과 와스프」의 주요 개념인 양자 얽힘에 대한 노트 필기. 동영상을 보면, 어려운 과학 개념이 친절하고 쉽게 다가온다. 

    어려운 과학을 유쾌하고 달달하게

    ‘과학쿠키’ 채널은 현재 이효종 씨 혼자 만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학쿠키’ 동영상들은 정말 재밌고 쉽다. 그는 “협업(콜라보레이션)의 경우, 제 채널이 가지는 속성과 일치하거나 부합할 경우라면 크게 가리지 않고 진행한다”면서 “처음 채널을 운영하기 시작하던 단계에서는, 상상하는 대로 영상 구현을 해 내기가 기술적으로 어려웠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크게 어려운 점은 없었다”고 밝혔다. 이효종 씨는 “지금은 나름대로 상상하고자 하는 형태의 프레젠테이션은 구현할 수 있을 정도의 기술을 갖춘 것 같다”고 덧붙였다.

    ‘과학쿠키’에서 가장 눈에 띄고, 학습적 효과가 좋은 것은 아무래도 운영자인 이효종 씨가 과학 개념들을 직접 노트 필기하는 장면일 것이다. 어떻게 그리고 쓰는 것일까? 이효종 씨는 “영상의 큰 얼개인 스크립트를 짤 때 아주 간단한 그림 콘티를 그려놓는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그림 작업을 시작할 때, 보고 그린다”고 설명했다. 그는 ‘과학쿠키’ 운영 초반에는 즉석에서 노트 작성을 했는데, 빠지거나 이상하게 되는 부분이 있어서 어느 정도 콘티는 짜는 게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특히 더욱 궁금한 것은 방대한 과학지식, 특히 과학사적 설명들이 곁들여지는 점이다. 이효종 씨는 “과학 전공지식은 보통 역사 순으로 배우게 된다. 대학 4년 동안 배운 지식을 큰 뼈대로 삼아, 각종 인문학 도서와 전공 관련 명사들의 서적을 최대한 많이 읽고 참고해, 전공 지식으로 탄탄하게 세운 뼈대에 맛 좋고 소화하기 쉬운 살을 붙인다”면서 “이 살코기를 맥락을 통해 소개하는 방법을 이용하고 있다”고 운영 노하우를 알려줬다. 이로써 그는 “지식의 차원에서 좀 더 학구적인 욕심이 생기게 된 건 사실이다”고 고백했다.  


    양질의 대학 콘텐츠, 어떻게 프레젠테이션 할 것인가

    대학의 과학교육 혹은 과학문화 활동은 사실 어려운 개념 등 때문에 대중들과 소통이 쉽지 않다. 과학커뮤니케이션 차원에서 대학은 어떤 변화가 필요할까? 이에 대해 이효종 씨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사실, 어떻게 보면 이미 내 채널의 컨텐츠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기존의 지식을 어떻게 잘 포장해서 소화하기 쉬운 형태로 제시할 수 있을까에 관한 고민이 70% 이상을 차지한다. 결국 내 전공지식을 잘 정돈해서 전달하는 역할을 할 뿐이니까. 내 스스로가 독자적으로 만들어 낸 건 0.1%도 안 된다고 말할 수 있다. 그만큼, 이미 대학 내에서 이뤄지고 있는 강의의 질은 아주 우수하고, 감동적인 요소가 많이 함유돼 있다고 생각한다.”

    아울러, ‘과학쿠키’ 운영자인 이효종 씨는 “다만, 양질의 대학 과학 콘텐츠가 어떻게 프레젠테이션 되는가에 관한 소통의 노력을 하는 사람이 사회 전반에 걸쳐서 그리 많지는 않았던 것 같다”면서 “나와 같은 방향과 취지의 커뮤니케이터가 더욱 늘어나고, 인문학 속으로 대중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구심점의 역할을 더욱 많은 방면으로 시도할 수 있다면, 이미 대학에서 이뤄지고 있는 양질의 콘텐츠를 대중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지 않을까하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만간 새로운 기획의 재밌고 맛있는 과학 동영상이 업로드 될 것이다. 궁금하고 좀 더 쉽고 친근한 과학 콘텐츠를 원한다면, 바로 유튜브에서 ‘과학쿠키’를 검색해보시라. 
     

    posted by 남한산청소년연구회
    2018. 9. 11. 21:46 카테고리 없음

    인간의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 인간만의 고유한 영역이라고 간주되던 창의성, 종합적 분석 능력, 협동과 협상의 기술, 언어(번역) 능력 등이 인공지능에게 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소설을 쓰거나, 재즈를 연주하고, 가짜 뉴스를 분별하며, 심지어 협상까지 이끌어낼 정도이다. 이러다가 정말 새로운 인류가 등장하는 게 아닐지 걱정된다.

     

    최근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2017 로보월드’(9월 13일∼16일)는 인공지능과 로봇의 축제였다. 국제로봇컨퍼런스와 로봇경진대회는 학생들의 이목을 끌었다. 2017 로보월드의 핵심은 ‘협동로봇’이었다. 산업용 로봇은 자동화의 물결에 따라 연간 20% 정도씩 증가하고 있다. 특히 로봇끼리 정보를 주고받으며 효율성을 증가시킬 수 있는 협동로봇들이 등장하고 있다. 협동로봇은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며 전체를 총괄하는 제어시스템에 따라 자신의 역할을 다한다.

    MIT에선 이미 2016년 10대 혁신 기술로 ‘서로 가르치는 로봇’을 선정한 바 있다. 리싱크 로보틱스사의 휴머노이드 박스터는 100만개 정보습득 프로젝트를 통해 저 먼 거리에 있는 로봇과 커뮤니케이션 하며 자가 학습 능력을 배가시키고 있다. 협동이 가능해지는 이유는 증가된 대역폭(주파수의 범위)과 최첨단 클라우드 컴퓨팅 덕분이다. 가장 중요한 건 개방형 로봇 소프트웨어 플랫폼인 ROS의 표준화이다. 같은 플랫폼을 쓰면 커뮤니케이션 하는 데 훨씬 수월하다. 로봇의 한계라고 치부되던 정보의 폐쇄성이 점점 깨지고 있다.


    데이터를 계산하는 것이야 당연히 컴퓨터가 인간보다 훨씬 낫다. 이 때문에 데이터에 숨어 있는 행간을 읽는 능력은 인간의 몫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가짜 뉴스와 진짜 뉴스를 반반씩 섞었을 때 인간은 66%, 인공지능은 80% 이상까지 판별 가능했다고 한다. 9월 13일 열린 2017 가을 카오스강연 ‘미래 과학’ 1강에 따르면, 정보화 시대 원재료는 ‘데이터’이다. 이 데이터는 데이터로서만 머물지 않고 네트워크를 통해 빅데이터로 나아간다. 물론 인간을 위한 데이터와 네트워크여야 하지만, 만약 이 빅데이터를 인공지능이 소유하면 어떨까. 영화에서나 보던 디스토피아가 도래하는 건 순식간일지 모른다. 왜냐하면 인간은 너무나 많이 데이터 시스템과 네트워크에 기대고 있기 때문이다.

     

    데이터를 공유하며 서로 가르치는 인공지능

     

    인공지능은 정보를 주고받으며 협동하는 것뿐만 아니라 협상의 기술까지 넘보고 있다. 협상은 예술이라고까지 불릴 정도로 매우 까다롭고 변칙적이며 때론 우연성이 기댄다. 죄수의 딜레마처럼 상대방의 의중을 모르면 난관에 부닥치기도 한다. 그런데 인공지능이 협상을 배우고 있다. 인공지능은 호기심 많은 아이가 스펀지처럼 지식을 습득하듯이 인간의 영역을 엿보고 있는 것이다.


    과학저널 <사이언스> 9월호는 인공지능이 인간보다 더 나은 협상을 할 수 있게 되었다는 소식을 전했다. 컴퓨터는 교차로의 교통 혼잡 제어와 세계 조약 체결 등 모든 것을 자동화하고 최적화할 수 있다. 인간을 위해 대신 협상할 수 있는 것이다. 지난 8월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인공지능 국제회의(IJCAI)에선 일단의 과학자들이 ‘협상하고 흥정하는 로봇들의 기회와 도전’이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예를 들면, 이베이에는 마지막 순간에 입찰을 참여하고 온라인 광고 게재를 흥정하는 소프트웨어 로봇들이 있다. 인공지능의 또 다른 이름인 소프트웨어 로봇들은 인간을 도와 윈-윈 할 수 있는 결과를 도출하도록 한다. 또 다른 예는 구직자를 채용할 때이다. 소프트웨어 시스템은 회사의 입장에서 중요한 급여 수준과 지원자에게 간절한 저녁이 있는 삶을 비교하여 인사 담당자가 적정 수준을 제안을 하도록 조언한다.

    인간은 협상 결과를 이끌어내는 데 많은 시간과 비용을 감수한다. 하지만 인공지능은 순식간에 협상을 끝낼 수 있다. 일정을 조율하는 것만 해도 여러 사람들이 모이는 회의 시간 결정을 신속히 해낼 수 있다. 나의 스케줄을 등록해두기만 하면 말이다. 집을 사거나 가격 흥정을 할 때 혹은 정치적 난관을 헤쳐 나갈 때 협상 로봇은 필요하다. 파리 기후변화 협약에 참여하기 위해 개별 국가 이익과 전 세계 변화를 고려할 때 협상 로봇은 나설 수 있다. 완벽한 협상이 가능한 인공지능을 상상해보자. 정말 협상 인공지능이 탄생한다면, 우리나라에선 심지어 남북한 통일을 할 때 통일세를 비롯한 정치, 경제, 사회 전반적 요소를 고려하여 인공지능이 협상을 나서게 될지도 모른다.

    물론 아직까지 협상을 자동화하는 기술은 없다. 외교 협상 보드 게임에서, 타협의 지점을 찾기가 굉장히 어렵기 때문이다. 개발자들은 이 단점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 어려운 점은 많다. 사용자들 각각의 경우에서 발생하는 취향과 선호도를 제외하더라도 고려해야 할 사항들이 많다. 인사와 채용 관련해선 그 영역에 대한 정보를 갖고 있어야 하며, 조언해줘야 하는 경우의 수를 체크해야 한다. 부동산 가격을 알아야 하고, 심지어 모르는 사람과 관계를 맺고 협상할 수 있어야 한다.

    더욱이 같은 사람 혹은 다양한 상대와 여러 차례 협상을 해야 하는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 자율 주행 차량의 예를 들면, 과연 누가 언제 먼저 좋은 자리에 타야 하는지를 선택해야 하는 것이다. 2000년에 아마존은 가격차별을 실험한 적이 있다. 같은 상품에 대해 구매자별로 다른 가격을 책정했더니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당연한 일이겠지만 협상 인공지능은 공평성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연구진들은 투명성을 최우선으로 두고자 한다.

     

    인공지능의 협상 기술, 공평과 투명성이 중요

     

    1997년 세계 최고의 체스 선수 게리 카스파로프가 인공지능 딥블루에게 패배했다. 단순 계산능력만 가진 것으로 생각되던 인공지능 컴퓨터가 인간과 같은 직관력을 갖추기 시작한 것이다. 2016년 알파고에 이세돌이 패한 것과 마찬가지다. 그런데 정말 중요한 건 체스 선수들이 인공지능의 도움으로 경기를 한다는 사실이다. 이세돌이 알파고와 겨루기 위해 다른 인공지능의 도움을 얻는다면 경기 결과는 어땠을까. 인공지능은 대체재가 아니라 보완재로서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

    인공지능의 소프트웨어적인 부분만 한계를 극복하고 있는 건 아니다. 하드웨어적인 요소도 기술의 성장이 폭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최근 미국 휴스턴대 연구팀은 신축성 있는 인공피부를 개발해 로봇한테 감각 기능을 더할 수 있게 했다. 고무 재질의 인공피부는 인간의 피부처럼 늘어나기도 하고, 변형과 압력, 온도를 감지할 수 있다고 한다. 또한 길이가 50%까지 늘어날 수 있다. 그동안 전자 장치와 로봇은 신축성의 부분에서 애를 먹어 왔다. 연구팀은 실리콘 기반의 유기 폴리머(고분자 화합물인 중합체)에 인간의 머리카락보도 1,000배나 얇은 나노 와이어를 혼합하여 신축성 소재를 만들었다.

    앞으로 인공지능과 로봇, 소프트웨어 로봇, 기계 등 관련한 다양한 소식을 접하게 될 것이다. 매일 같이 쏟아지는 신기술의 대부분은 인공지능과 로봇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기술적 한계는 둘째 치고 우리는 우선 인공지능이란 무엇인지부터 고찰할 필요가 있다. 인공지능은 이제 단순한 프로그램만이 아니라 하드웨어를 갖춘 어엿한 실체이다. 인공지능의 외연이 확장되고 있는 것이다. 소프트웨어가 로봇화 하며, 로봇은 소프트웨어화 하며 점점 수렴된다. 알파고의 능력을 협동로봇이 전수 받아서 실제로 걸어 다니며 활용하게 된다는 의미이다. 그런 미래는 성큼성큼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


    하지만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1950년대에 인공지능이란 말이 만들어진 이후에 기술의 발전은 인간이 상상하는 것만큼 급격히 변하지 않았다. 서서히 상승곡선을 탄다는 의미이고, 인간들의 노력에 의해서 제어될 수 있다. 말을 대체한 자동차가 사고를 일으키고 때론 인간의 목숨을 앗아가지만 인간의 외연을 확장했다. 인공지능 역시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고 위험한 일을 대체할 테지만 거기서 파생되는 그 결과는 인간을 향해야 할 것이다. 좋은 기술은 인간을 향한다. 기술의 존재 이유는 인간이기 때문이다.  

    posted by 남한산청소년연구회
    2018. 9. 7. 12:19 카테고리 없음

    ‘시수(sisu)’ 정신의 핀란드 … 1cm 깊이의 작은 발자국

    [리뷰] 『핀란드에서 찾은 우리의 미래 (핀란드는 어떻게 세계 행복지수 1위, 국가 경쟁력 1위 국가가 되었나?)』(강충경, 맥스미디어, 2018.07.)

     

    ‘노블리스 오블리제!’ 핀란드야말로 이 말을 잘 지키는 나라다. 권력층의 윤리의식을 고양하기 위한 사회적 문화 분위기가 확고하게 자리잡았다는 뜻입니다. 예를 들어, 핀란드에서는 범칙금이 소득에 따라 다르다고 한다. 돈을 많이 벌면 많이 벌수록 벌금을 더 많이 내는 것이다. 실제로 노키아 부사장에 주행 속도를 넘겨 우리나라 돈으로 약 1억 8천만원의 벌금을 냈다. 법칙금을 소득에 따라 달리 매기다니. 이건 혁명이다!

     

    저자 강충경 씨는 호서대 교수 출신으로 바이오 관련 기업 등을 운영하며 핀란드와 직접적인 인연을 맺어 왔다. 그것도 매우 오랫동안 말이다. ‘핀란드통’이다. 알고 봤더니 핀란드는 우리나라와 매우 비슷하다. 핀란드는 심지어 우리와 유사하게 민족 비극을 겪기도 했다. 남북한처럼 3년이라는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수개월 동안 많은 사람들, 특히 젊은 사람들과 유아들이 죽었다. 핀란드는 유럽 변방의 소국이었고, 스웨덴한텐 650여 년 동안이나 지배를 당했다. 러시아한텐 108년의 식민지를 겪었다. 세계 대전을 겪고 소련과 2차례 전쟁해서 패했지만, 핀란드는 전 세계 가장 행복한 나라로 꼽힌다.

     

    핀란드가 지닌 경제 강점은 한국과 많이 비슷하다. 재료를 수입해서 조립해 만들어 파는 한국경제와 많이 닮았다. 핀란드는 제2차 세계대전에서 진 후 ‘구상무역(두 나라 사이에 협정을 맺어, 일정기간 서로 수출을 균등하게 하여 무역차액을 영(零)으로 만들고, 결제자금이 필요 없게 하는 무역)’에 방점을 찍어왔다. 살기 위한 최후의 전략이었다. 이 때문에 핀란드 경제는 세계 경제의 파고에 쉽사리 휩쓸려왔다.

     



    한국과 비슷한 역사, 경제의 핀란드

     

    우여곡절과 비극의 역사를 가진 핀란드는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완벽한 사회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다. 유럽연합에서 가장 동쪽에 자리 잡은 핀란드는 그래서 EU 확대에 적극적이다. 수출 주도형 개방 경제로 해외 시장을 확대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어 정치적 안정 역시 절실히 요청된다.

     

    핀란드는 경제가 파탄난 상황에서도 복지를 늘리기 위한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 왔다. 핀란드의 경제는 선순환 구조다. 바로 ‘혁신-성장-복지-다시 혁신’인 것이다. 하지만 저자에 따르면, 한국은 복지가 없이 ‘혁신-성장-다시 혁신’이라는 단순 반복 모델을 갖고 있다. 복지는 사회를 지탱하는 근간이 된다. 단순히 유권자들의 표를 받기 위한 포퓰리즘이 아니란 뜻이다. 핀란드 국가혁신시스템은 ▲ 위험 감수 ▲ 고용 연계 ▲ 파급효과가 원칙이다.


    무상교육의 천국, 학용품부터 용돈까지 준다

     

    『핀란드에서 찾은 우리의 미래』를 읽으면서 가장 부러웠던 지점은 교육 분야다. 대학교를 나오거나 나오지 않거나 차별이 없다면 사교육의 광풍을 잦아들 것이다. 핀란드와 관련한 OECD 자료를 보면, 학력별 임금 격차가 우리와 얼마나 다른지 알 수 있다. 핀란드는 고졸과 대졸의 임금 격차가 4∼7%에 불과하다. 한국은 대졸이 고졸보다 50%나 더 많은 임금을 받는다. 대학원졸은 더욱 더 많이 받는다. 사정이 이러하니 대학교를 안 갈 수 없다.

     

    문제는 악순환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이미 사교육에 퍼부은 돈이 있기 때문에 그걸 회수하려는 보상 심리가 크다. 그렇기 때문에 임금은 계속 격차가 발생하는 것이다. 핀란든 교육은 대학원까지 전부 무상이기 때문에 보상 심리가 없다. 고졸은 본인이 원하는 적성을 찾아 일을 하면 된다. 우스갯소리로 학교에서 공부를 못하는 이들이 평생 공부를 해야 하는 직업에서 전전긍긍한다. 한편, 학교에서 선생님은 기다려주기와 관찰자로 역할 한다. 아이들은 해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해결 능력을 배운다. 아이들에게 심지어 협력과 소통을 강요하지도 않는다.

     

    저자는 “미래는 현재가 결정한다. 내일의 나를 보고 오늘 할 일을 정하기 때문이다.”라고 적었다. 행복한 현실은 내일을 위한 노력에 경주하도록 한다. 책의 서문엔 77세 한 여성 노동자가 남긴 1cm 깊이의 작은 발자국이 소개된다. 평생 같은 자리에서 일해 생긴 발자국은 판지공장에 남은 ‘시수(sisu)’ 정신을 보여준다. 핀란드의 저력은 은근과 끈기에서 비롯한다.

     

    갈수록 떨어지는 출산율과 점점 늘어가는 노인 자살률. 과연 한국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핀란드로부터 과연 우린 무엇을 배워야 할지 같이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posted by 남한산청소년연구회
    2018. 9. 6. 16:23 카테고리 없음

    <TED ed>의 교육혁신이 놀랍다. ‘수업은 공유할 가치가 있다(Lessons worth sharing)’는 철학으로 운영되는 <TED ed>. 온라인 교육플랫폼인 이곳엔 24만3천84개의 교육콘텐츠와 1천4백81만 여개의 질문, 그리고 이에 대한 댓글토론이 이뤄지고 있다.

     


    2차원의 사각형이 3차원의 구를 인식하는 모습. 

    이처럼 <TED ed>에는 청소년들이 좋아할 만한 학습콘텐츠가 매우 많다. 

    디자인과 스토리텔링, 내용은 전문가들의 손을 거쳐 신뢰할 수 있다. 

    사진 = <TED ed> 동영상 캡처. 


    가히 교육혁명이라 할 만큼 전문가들의 감수를 거친 <TED ed>는 과학기술, 의학, 수학, 역사, 심리학, 철학 등 교육의 대부분 영역을 다룬다. 유튜브와 연동돼 접근이 용이하고 28개의 언어로 번역돼 이해하기 쉽다. 한국어를 포함한 몇몇 언어는 계속 번역 작업 중이다.

     

    2012년 시작된 <TED ed>는 <TED>의 기반 하에 파생된 여러 플랫폼 중 하나다. <TED>는 아이디어가 태도, 삶, 궁극적으로 이 세계를 바꿀 힘이 있다고 열정적으로 믿고 있다. <TED>는 <TED 컨퍼런스>, <TED X>, <TED 북스>, <TED 펠로우 프로그램>, <TED 오픈 번역 프로젝트> 등 다양한 플랫폼으로 확대돼 왔다. <TED ed>는 교사를 지원하고 전 세계 학습자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운영 중이다. ‘ed’는 교육(education)을 뜻한다.

     

    <TED ed>의 특징은 애니매이션 동영상을 통한 교육콘텐츠 제공에 있다. 한마디로 재밌다. 전 세계 2만5천 명의 교사들이 학생들과 상호작용하는 수업을 하도록 도와준다. 학생들은 프레젠테이션 능력을 키우며 학습의 차원에서 호기심을 배양할 수 있다. <TED ed>를 만드는 사람은 다양하다. <TED> 연사, 연구원, 교육자, 디자이너, 애니메이터, 시나리오 작가, 감독, 과학 작가, 역사학자, 언론인, 편집자 등이 창의적인 협력관계를 쌓아간다. <칸 아카데미>로 유명한 살만 칸도 참여하고 있다.

     

    호기심 불러오는 재밌는 학습 콘텐츠

     

    교육자 알렉스 로젠탈과 조지 자이단가 만든 ‘다른 차원을 경험한다는 것’이라는 콘텐츠를 보자. 이 학습 콘텐츠는 실제로 귀여운 2차원 정사각형이 3차원의 구를 만나서 여행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3차원의 구는 4차원의 존재를 고민하고 상상한다. 차원은 방향이고, 차원이 형성되려면 다른 모든 차원과 수직을 이뤄야만 한다. 1884년 신학자이자 교육자인 에드윈 에벗은 <플랫랜드(이상한 나라의 사각형)>를 집필한다. 그는 2차원 세계에 있던 정사각형이 3차원 세계의 원과 함께 여행을 떠나 새로운 경험을 그렸다.

     

    이 동영상과 관련된 오픈 토론을 보면, 창의적인 생각을 펼칠 수 있다. 3차원의 존재에겐 없지만 4차원의 존재가 갖고 있는 것을 무엇일까? 4차원의 세계는 우리가 살고 있는 3차원 보다는 분명 더욱 현명할 것이다. 이 질문에 대한 댓글들을 보면, 한 네티즌은 4차원의 존재들은 시간을 인식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 과거나 미래를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적었다. 공룡이 멸종된 이후나 우주 탄생 이후의 모습, 혹은 내가 다음에 무엇을 먹거나 언제 죽을지 등을 안다는 것이다.

     

    꿈을 꾸는 이유에 대한 7가지 이론

     

    또 다른 학습콘텐츠를 보자. 꿈을 꾸었다는 기록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기원전 3,000년 경 메소포타미아에서 왕들은 꿀을 밀랍 판에 기록했다. 고대 이집트인들도 꿈과 해석을 책에 썼다. 교육자 에이미 에드킨스의 ‘왜 우리는 꿈을 꾸는가?’는 7가지 이론을 설명한다.

     

    어젯밤 우리는 꿈을 꾸었다. 누군가와 만나 싸웠거나, 홀로 여행을 떠났거나, 사람을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때로 악몽을 꾸기도 한다. 악몽은 꼭 귀신이 나오는 공포심만 주지 않는다. 가족이 죽었거나, 직장에서 잘리는 꿈, 길을 가다가 얻어맞는 꿈, 남에게 해를 끼친 일이 꿈에서 반복되는 경우처럼 슬픔, 혼란, 분노, 혐오, 죄책감으로도 나온다.

     

    꿈에 따라 자고 일어나면 기분이 좋거나 나빠진다. 꿈은 사람마다 차이가 있다. 즉, 10대와 40대는 나이가 다르며, 고기를 즐기는 사람과 채소만 먹는 사람, 그리고 스트레스 정도에 따라 꾸는 꿈은 달라진다. 꿈은 잠을 자는 모든 시간동안 꾸는 것이 아니다. 잠은 주기가 있는데, 그 중 렘수면 상태일 때 꿈을 꾸게 된다. 이런 식으로 잠을 자는 동안 보통 4개~6개의 꿈을 꾼다. 대부분의 사람은 깨어나자마자 꿈의 내용을 잊어버린다. 꿈을 꾸었다는 사실은 인지하는데 말이다. 그렇다면 왜 꿈을 꿀까.


    첫째는 바람을 이루기 위해서다. 이는 프로이트의 이론이다. 프로이트에 의하면 꿈이란 깨어 있는 동안 보았던 것들의 모음이자 욕구이다. 예를 들어 옆집 여자와 뽀뽀를 하고 싶은 욕구가 있을 경우 꿈에서 이루게 된다. 꿈은 무의식적인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이다. 둘째는 기억하기 위해서다. 한 가지 공부나 일을 마친 경우 다른 공부나 일로 바로 넘어가기 보다는 잠을 자면 좋다. 2010년 미로 실험의 경우도 미로에 대한 해결법을 생각하다가 잠을 잔 그룹의 경우 10배는 더 잘 해결했다는 결과가 있다. 잠을 자는 동안 기억과정들이 활성화되는 것이다. 셋째는 잊기 위해서다. 사람들은 깨어있는 동안 많은 것은 보고, 듣고, 느낀다. 이 중 필요 없는 뉴런 연결들은 잠을 자는 동안 제거된다. 쓸데없는 연결을 없애는 것이다.

     

    넷째 뇌의 기능을 위해서다. 외부에서 얻을 수 있는 자극을 줄이고 기억 저장소의 데이터를 정리하여 뇌가 올바르게 기능을 하는 준비를 하는 것이다. 다섯째 실제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꿈에서 도둑과 싸우거나, 벼랑에 매달리는 둥 위험한 상황을 경험함으로써 실제 상황을 연습하는 것이다. 실제 생식 본능을 연습할 기회를 가지는 것이다. 여섯째는 회복을 위해서다. 예를 들어, 가족을 잃었거나 사고를 당하여 트라우마가 생긴 경우 꿈을 꾸면 치료가 된다. 스트레스 관련 신경 전달 물질이 꿀을 꿀 때 덜 활성화되는데 이로 인해 조금씩 트라우마에 무뎌지는 것이다. 즉 고통스러운 경험들이 완화된다. 실제로 정서장애나 외상후스트레스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수면장애가 있어 잠을 잘 자지 못한다. 이는 꿈을 꾸는 시간이 적은 것이며, 때문에 트라우마를 완화할 기회가 적어진다.

     

    일곱째는 문제해결을 위해서다. 꿈을 꾸는 동안 소설의 소재를 얻거나 화학식을 발견하는 등 실제로는 생각지 못했던 문제들을 해결한 사람들이 많다. 평범한 현실과 달리 자유로운 꿈속이기에 가능하다. 위의 7가지 이론은 확실하지 않다. 그러나 꿈이 우리에게 중요하다 점은 확실하다. 일이 잘 풀리지 않으면 잠을 자야 한다. 잠자는 시간을 아까워하지 않아야 더 나은 미래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TED ed>의 교훈이다.

     

    <TED ed>가 주는 가장 큰 장점은 고민할 거리를 주고 이를 시각화 한다는 점이다. 또한 직접 프레젠테이션 할 수 있도록 이끌며 교사와 학생들이 상호작용할 여지를 준다. 앞으로 교육이 이 <TED ed>만 활용해도 충분할 것 같다는 짐작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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