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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산청소년연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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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한산청소년연구회
    2018. 12. 25. 13:36 카테고리 없음


    빛, 아메바, 인간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그건 바로 언제나 최단 경로를 택해 이동한다는 점이다. 혹은 그런 경향을 지닌다는 점이다. 차이점이라면 인간은 실수로 혹은 그저 최단 경로를 택하지 못하거나 안 할 수 있다. 내가 휴일에 도서관, 중국집, 영화관, 커피숍을 들르기로 했다면 동선을 고려해 갈 순서를 정해야 한다. 이를 계산과학에선 일명 ‘여행하는 외판원 문제(TSP·Traveling Sales Problem)’로 간주해 푼다. 즉, 동선을 최적화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그동안 과학자들은 ‘황색망사점균(Physarum polycephalum)’을 이용해 최단 거리 문제를 풀어 보고자 했다. 황색망사점균은 단일 세포로서 아메바처럼 자유자재로 모양을 변화시킬 수 있다. 이 점균류는 빛을 피해 먹이를 찾아간다. 그래서 황색망사점균은 지하철이나 도로의 연결, 심지어 미로를 푸는 데도 적용됐다. 그런데 최근 ‘영국 왕립 오픈 사이언스’엔 좀 더 진전된 실험 결과가 공개됐다. 젤리 형태의 황색망사점균이 최단 거리 찾는 문제가 복잡해져도 해결하는 데 필요한 시간은 그만큼 복잡해지지 않고 정중동(靜中動)의 미를 지킨 것이다.

    내가 들러야 하는 곳이 도서관, 식당, 영화관, 커피숍뿐만 아니라 헬스장, 이발소, 마트, 호프집으로 늘어난다면 머리가 복잡해진다. 4군데만 들러야 하면 한 출발점에서 갈 수 있는 방법은 3가지(2분의 3!)뿐이다. ‘!’는 계승(팩토리얼)이다. 8군데로 늘어나면 2520가지(2분의 7!)나 된다. 가야 할 곳이 늘어남에 따라 고려해야 하는 건 훨씬 더 늘어났다. 하지만 황색망사점균은 딱 2배의 시간만 더 들여 해법을 찾아냈다.

    문제가 기하급수적으로 복잡해진 반면, 처리 시간은 단지 선형적으로만 증가했다. 모든 시스템은 언제나 최선의 방법을 찾기 위해 모든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 황색망사점균은 분명 컴퓨터보다 느리다. 하지만 단순한 형태의 생명체인 황색망사점균은 보통 컴퓨터의 처리 방법보다 더 나은 대안적 처리 방법을 제공했다. 물론 점균류가 직접 도시를 찾아다니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에 각 도시들은 64개의 채널, 즉 8개 도시가 8개 채널을 갖고 있는 실험으로 대체했다. 세균 배양액 위 둥근 접시 위에서 실험을 진행했다. 황색망사점균은 세균 배양액에 접근해 영양분을 효과적으로 빨아들이기 위해 각 채널들로 들어갔다. 여행하는 외판원 문제는 황색망사점균이 몸의 형태를 끊임없이 변화시키는 것으로 바뀌었다.

    하나의 몸이 하나의 채널로 들어갈 때, 다른 몸은 두 번째 채널로 들어가게 된다. 이 변형은 계속 이어진다. 황색망사점균이 최적의 방법으로 도시들에 들어갔는지 확인하기 위해 연구진은 빛을 사용했다. 황색망사점균는 빛을 싫어한다. 너무 멀리 떨어져 있는 채널들이거나 이미 방문했던 채널들 혹은 몇몇 채널들을 동시에 들어가는 걸 막기 위해서다. 놀랍게도 가능한 배열의 숫자가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황색망사점균은 최적화된 방법을 알아내는 데 기하급수적인 시간이 더 걸리지 않았다. 늘어난 경우의 수만큼 복잡해지지 않은 것이다.

    특히 최단 거리를 찾아내는 방법의 품질은 떨어지지 않았다. 검색 공간이 폭발적으로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황색망사점균은 끊임없이 일정한 속도로 자신의 새로운 형태를 테스트했고, 동시에 시각적 피드백을 처리했다. 이 점을 컴퓨터가 배울 수 있다. 이번 실험에선 플레이트가 충분히 크지 않아서 8개의 채널만으로 실험했다. 하지만 연구진은 황색망사점균이 자연스레 안정적인 평균 상태를 추구하려는 성질을 볼 때, 수백 개의 도시들에서 최적의 방법을 계산해내는 것도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심지어 아메바 TSP라 불리는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개발해 황색망사점균의 처리 패턴을 모방하고 있다.

    황색망사점균이 거의 정확한, 짧은 거리를 찾아내는 메커니즘은 여전히 미스터리다. 아메바와 비슷한 황색망사점균에 영감을 받은 전기 회로는 변수가 많아지고 제약 조건이 늘어날 때 최적의 방법을 찾아야 하는 수리적 계산에 실마리를 제공한다. 또한 다족보행 로봇의 알고리즘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연구진은 기대했다.

    한편 최근 인간이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미생물 수백만 종이 땅속 깊은 곳에서 발견됐다. 심층탄소관찰의 10년에 걸친 추적 끝에 지구의 바다 부피 거의 2배에 해당하는 곳에 알 수 없는 생명체가 있는 것으로 밝혀진 것이다. 작은 유기체, 잘 보이지 않는 생물들이 때론 어려운 문제들에 해답을 제공한다. 하찮아 보이는 것들이라도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posted by 남한산청소년연구회
    2018. 12. 22. 23:57 카테고리 없음

    ‘실력’만 강조하니 실력주의 패러독스 빠진다

    [리뷰] 『실력의 배신』(박남기, 쌤앤파커스, 2018.12.03)

     

    교육은 백년이 아니라 천년을 살리는 계획이다. 우리나라의 교육은 현재 정말 암울하다. 공교육은 땅바닥에 떨어진지 오래며, 학부모와 학생, 교사들 모두가 불행한 상황이다. 심지어 교육 관료들과 교육 정책가들, 사교육에 종사하는 자들마저 자괴감에 휩싸여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읽은 『실력의 배신』은 과연 우리가 어떤 문제점을 지니고 있고, 무엇을 지향해야 하는지 조타수 역할을 한다. 교육의 전문가이자, 광주교육대학교 총장까지 지낸 박남기 교수(광주교육대학교 교육학과 교수)는 실력주의 사회의 그림자를 옅게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부분의 나라는 ‘실력주의’를 지향한다. 실력이 있으면 좋은 직장을 얻고 높은 급여를 받을 가능성이 많다. 공부를 잘 하고, 기술이 좋으면 잘 사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고민해야 할 것은 과연 그 ‘실력’이 어디서부터 비롯되었느냐는 것이다. 이 때문에 우리는 ‘실력주의 패러독스’에 휩싸인다. 박남기 교수가 언급하는 실력주의 패러독스는 다음과 같다. 실력주의가 사회에서 인정되려면 실력주의가 지탱되는 조건, 즉 기회의 균등과 과정의 공정성이 견고해야 한다. 하지만 실력주의 사회가 득세하면 득세할수록 이 2가지 조건은 취약해진다. 실력을 제대로 평가하기 위해서 실력의 측정 잣대를 더욱 치밀하게 만들면 만들수록 비실력적 요인인 치맛바람이나 정보력, 집안의 재력 등 비실력적 요인이 더욱 큰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느낀다.

     

    예를 들어, 생물학적으로만 보더라도 실력이라는 게 단지 개인의 노력으로 드러나는 건 아니다. 톰 크루즈 같은 경우 난독증이 있지만 불굴의 노력으로 전 세계적인 스타가 되었다. 그게 단지 톰 크루즈의 하늘을 감동시키는 노력을 해서일까? 톰 크루즈는 대신 난독증을 극복할 만큼 좋은 기억력을 대신 부여 받았다. 마찬가지로 대부분의 난독증 환자 중 성공한 이들은 생물학적으로 난독증을 극복할 수 있을 만한 다른 능력을 갖고 있다. 물론 그들의 노력을 전부 부정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난독증 환자의 80% 이상은 난독증만 나타날 뿐이라고 한다. 다른 능력은 주어지지 않아 평생 글을 못 읽고 사는 것이다. 그런 그들에게 왜 난독증을 극복하지 못하느냐고 비난할 수 없다는 뜻이다.

     



    실력주의 패러독스, 실력 중요해지면 놓치는 것들

     

    실력이란 단순히 개인의 노력만으로 주어지는 게 절대 아니다. 실력이란 사회적 제도와 다른 사람들의 재능 기부, 타인의 배려 등 환경적 요인이 작용해야 한다. 박남기 교수는 “우리 사회와 세계가 실력주의 사회 신화를 신봉하는 바탕에는 ‘실력 형성 요인’에 대한 오해가 놓여 있다.”면서 “실력이란 부모나 다른 요인과 무관하게 개인의 노력으로 얻어진 결과이고, 또한 그럴 수 있다는 착각이 바로 그것이다.”라고 지적했다. 만약 실력이라는 게 순수히 개인의 노력만으로 이뤄진 것이라면, 실력에 따른 성공과 그에 따라오는 사회적 지위와 재화 배분은 당연하고 공평한 것이 된다. 심지어 성공한 이들에게 세금을 많이 부과해도 안 될 것이다.

     

    실력이란 무엇일까? 『실력의 배신』에 따르면, 우리가 일반적으로 의미하는 광의의 측면에서의 실력이 아니라 좁은 의미의 실력을 뜻할 때가 많다. 실력주의 사회에서 실력이란 거래 가능하고 수요가 존재하여 부를 창출하는 데 기여하는 것을 뜻한다. 이로써 실력 있는 사람들은 더 많은 돈을 받고 대우를 받는다. 그래서 당연하게도 실력을 키워준다는 좋은 교육을 향한 염원은 사그라지지 않는다. 어떻게든 성공하기 위해서 부나방처럼 비싸더라도, 불공정하더라도 좋은 교육을 받기 위해 몸부림치는 것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개인의 실력은 개인만의 결과는 아니다. 김연아만 하더라도 부모의 도움과 좋은 스승이라는 외부 인프라가 있었다. 박남기 교수는 『그릿』(성장(Growth), 회복력(Resilience), 내재적 동기(Intrinsic Motivation), 끈기(Tenacity)를 강조하는 책)에서 중요시되는 개인의 집념이라는 게 결국은 유전자나 경험(운)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고 비판했다. 개인의 의지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자라온 배경과 환경이 더욱 큰 작용을 한 것이다. 따라서 빌 게이츠나 마크 주커버그 같은 사람들이 단지 자신들의 자유의지만으로 성공했다고 치부하거나 미화하면 안 된다. 그건 착각이다. 그래서인지 미국의 성공한 사람들은 사회에 기부르르 많이 한다. 이런 측면에서 교육의 역할은 자기 자신만의 노력으로 이룬 성공이 아니라 사회적 역사와 배경 속에서 이룬 성공이라는 점을 확실히 할 필요가 있다. 성공은 실력에 더불어 개인의 특성, 외부 환경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개인의 성공은 개인만의 노력이 아니다

     

    무한경쟁 승자독식의 세계. 그래서 나타나는 것들이 바로 ▲ 대입 전쟁 ▲ 교육 대물림 ▲ 사교육비 과다지출 ▲ 학생들의 행복도 저하 ▲ 학교 폭력 증가 등이다. 사회 문제는 교육 문제와 맞닿아 있다. 이 모든 것들은 실력주의 사회의 그림자이다. 정말 완전한 실력주의 사회에서는 가족과 공동체도 필요 없어질 것이다. 실력에 따라 재화와 지위가 분배 가능하다. 박남기 교수는 실력주의 사회가 드리운 그림자를 걷어낼 수 있는 건 ‘신실력주의’를 지향함으로써 가능하다. 그에 따르면, 신실력주의는 실력과 대학 및 작업 배분 사이의 연결 고리는 유지하더라도, 직업과 보상의 차원에서의 연결 고리는 줄여나가는 사회다. 박 교수가 구체적인 지향점으로 삼는 건 유럽형 복지국가와 교육 체계이다.

     

    여기 『실력의 배신』의 핵심을 드러내는 한 문장이 있다. “아이가 타고난 능력은 씨앗이고, 가정환경은 씨앗이 자라는 토양이며, 부모는 씨앗을 기르는 농부이고, 실력이라고 하는 것은 씨앗이 성장하여 이룬 결실이다.” 씨앗은 분명 성장해야 하고, 성장을 위해선 토양이 중요하다. 허나, 그 성장을 위해 땀을 흘리는 농부의 숨결이 없으면 성장 자체가 불가능하다. 우리 사회의 교육은 과연 어디를 향해야 할까? 실력이 중요하지만 그 실력을 키우기 위한 출발선의 공정성은 보장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대한민국호는 좌초되고 말 것이다.

    posted by 남한산청소년연구회
    2018. 12. 21. 20:55 카테고리 없음


    1956년 미국 프린스턴대 조지 밀러 교수는 ‘마법의 숫자 7, ±2’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정보를 처리하는 인간의 능력은 5개에서 9개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는 내용이었다. 송금할 때 상대방의 계좌번호를 단번에 외우지 못하는 건 인간의 작업 기억 능력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밀러 교수의 주장은 어떤 내용을 어느 시점에 외우는지와 일반화라는 측면에서 비판이 가능하다. 다만, 좀 더 복잡하고 창의적인 작업을 수행하기 위해 의미 있는 기본 단위를 ‘덩어리(chunking)’로 기억하고 배열할 필요가 있다는 건 분명하다.

    그동안 창의적 활동의 기본 요소들을 덩어리로 구조화하는 능력이 정말 있는지 의문이었다. 차라리 그냥 기본 정보들을 연결하는 게 훨씬 쉬운 설명이었다. 정보들을 위계화하고 배열하는 능력이 어떤 활동인지와 무관하게 별도로 존재하는가? 그런데 최근 생명과학 온라인 저널 ‘e-라이프’에 공개된 논문에 따르면, 뇌파(뇌전도·EEG)를 이용해 그런 제어 능력이 있다는 걸 알아냈다. 특히 탁월한 작업 기억 능력은 관념적인 정보들을 활용하는 데 중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피아노를 잘 치는 이들은 박자나 기호들의 규칙, 음표의 조합 등 기본 요소를 하위 단위로 잘 묶어서 끄집어냈다. 노래하거나 춤을 추고 혹은 프로그래밍 등을 하려면 우선 기교의 기본 요소들을 불러내 창의적인 방법으로 정렬하고 재조합해야 한다. 기본 요소들은 응축된 개념으로서 재현 혹은 표상 단계를 거쳐 숙련된 작업으로 나아간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수학·과학을 인공지능이 대체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는 기계가 대신할 테니 골치 아픈 교육이 필요하겠느냐는 강한 주장이다. 하지만 언제나 기본이 중요하다. 오히려 거꾸로 수학·과학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는 시대가 올 것이다. 왜냐하면 창의적이고, 비판적인 문제 해결 능력은 추상적 개념을 이해하는 데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특히 그 개념들을 구조화하고 재배치하는 데서 창의성이 발현된다. 

    연구팀은 뇌전도의 전기적 활성과 진동 패턴들을 측정했다. 이로써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MRI)과 달리 시간적 제약과 다른 요인들이 섞이는 가능성을 배제하며, 뇌에서 실시간으로 일어나는 구체적인 모습들을 포착했다. 실험 참가자 88명은 두피에 전극을 달고 복잡하고 순차적인 행동 양식을 수행했다. 이들에게 45도, 90도, 135도 방향의 선분 총 9개가 주어졌다. 3개의 선분이 순차적으로 하나의 덩어리로 묶였고, 3개의 덩어리가 정렬되었다. 각 덩어리에서 선분이 배열될 수 있는 방법은 3 곱하기 2로 6가지인데 중복이 허용되므로 6 곱하기 6 곱하기 6, 다시 각 덩어리가 배열되는 방법도 3 곱하기 2로 6가지이므로 경우의 수는 1296가지이다. 다만, 각 덩어리 내 선분들은 언제나 45도, 90도, 135도 방향이므로 실제로 나타나는 건 216가지뿐이다.

    이제 피실험자들에게 각 덩어리와 선분의 배열을 기억하게 하고 테스트했다. 이때마다 뇌전도는 진동 패턴들을 나타냈다. 뇌전도에서 알파 영역대(8∼12Hz)는 기본 요소들을 기호화해 불러낼 때, 세타 영역대(4∼7Hz)는 그 기본 요소들이 정렬될 때 나타났다. 이로써 어떤 기본 요소들이, 어느 지점에서 덩어리로 묶여, 어떤 작업들을 수행하는지 파악할 수 있었다. 피아노를 친다면 전체 악보에서 어느 마디, 어떤 음표를 연주하고 있는지 뇌는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즉, 순간순간 기본 요소들의 덩어리를 지정(addressing)해주는 시스템이 필요한 것이다. 

    어떤 이들은 좀 더 추상적인 수준의 강한 뇌전도 패턴들을 보여주지 못했다. 즉, 복잡하고 연속적인 작업들을 수행해내는 걸 힘들어했다. 결국 작업 기억 능력이 탁월해야 뇌의 현재 특정 영역이 활성화했다. 한마디로, 어느 작업이든 우선 추상적인 수준에서 이해하고, 분석하며, 종합하는 게 필요했던 셈이다. 뇌가 기본 요소들을 덩어리로 기억하려면 추상적 재현 능력이 중요하다. 이 능력은 당연하겠지만 하루아침에 길러지는 게 아니라 훈련이 필요하다. 수학·과학이야말로 고도의 추상적 논리와 현상에 대한 분석 및 종합적 사고 능력을 배양해주는 학문이다. 연구진은 이제 자기공명영상(MRI)으로 뇌의 순차적 지정 시스템이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 기록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역설적이지만 창의성은 전혀 창의적이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것에서 출발한다. 그건 바로 그 영역에서 기본이 얼마만큼 충실한가와 어떤 태도를 지니고 있느냐의 문제이다. 간절함과 진정성이 있으면 작업 기억 능력은 분명 배가될 것이다.

    posted by 남한산청소년연구회
    2018. 12. 5. 22:24 카테고리 없음

    ‘좋아하는 일’하면 겉모습과 내 주변이 바뀐다

    [리뷰] <제로스펙 퍼펙트 라이프 : 나는 과연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고 있을까?>(김종우, 렛츠북, 2018.11.15>

     

    평범한 직장인이었던 김종우 씨는 홀연히 캐나다 행을 준비한다. 우리나라 디자인 업계가 3D 업종인 건 알았는데, 저자의 얘기를 들어보니 더한 것 같다. 캐나다에 가기 전 인도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기도 한 저자 김종우 씨는 정말 좋아하는 일을 찾기 위해 먼 여행을 다녔다. 그만큼 돈과 시간을 투자한 덕에 지금은 ‘이미지 컨설턴트’라는 소명을 찾았다.

     

    볼품없는 학교의 광고홍보디자인학과를 나온 저자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내가 무엇을 할지 알고 있다면 지금의 내가 어떤 모습이어도 미래가 두렵지 않다.” 자신감을 갖는다는 거 그거 쉬운 일이 아니다. 정말 지금 나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고 있을까? 대부분의 사람은 그렇지 않을 것이다. 최근에 만난 한 직장 선배는 만족감 제로라고 말하기도 했다.

     

    스펙이 제로였던 김종우 씨는 특유의 쾌활함 하나만으로 버텼다. 그래서 캐나다로 가 한 해의 직원 최고상을 받기도 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기 위해 살면서 얼마큼 노력해왔는가? 저자는 시간과 돈과 열정을 다해 자신이 정말 원하는 일을 찾았다. 결과는 ‘이미지 컨설턴트’였다. 그렇다면 내가 정말 원하고 하고자 하는 일은 무엇일까? 나는 교육 분야에서 최고가 되고 싶고 두각을 나타내고 싶다.

     



    정말 후회하지 않을 일을 찾아보자

     

    책에 나오는 일화 중에 다니엘 헤니 내용이 있다. 지금은 의연한 할리우드 배우가 되었지만, 사실 알고 보면 다니엘 헤니 역시 무수히 많은 좌절을 겪었다고 한다. 다니엘 헤니는 한국에서 선한 이미지로 선망의 대상이었으나 미국으로 건너가 오디션을 수백 번이나 보았다고 한다. 그것도 수백 번이나 말이다. 왜냐하면 그 일이 정말 그가 하고 싶었던 일이었기 때문이다. 정말 하고자 하는 일이라면 어떻게든 하게 된다.

     

    저자 김종우 씨는 “사소한 성공이 모여 오늘의 성공을 만들고 오늘의 성공이 모여 그 좋은 기운이 큰 성공을 만든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한다. 작은 쾌감, 작은 성과를 올리는 게 무척이나 중요하다. 작은 성공의 경험들이 모이면 더 나은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 조금씩 쌓아 가면 언제나 무슨 일이든 가능하다. 그는 자신에게 ▶ 올곧은 자신감 ▶ 겸손한 자부심 ▶ 가장 중요한 열정이 있다고 적었다.

     

    열정이 있는 그였기에 사업의 실패도 겪을 수 있었다. 상세한 계획 없이 시작한 사업은 빚은 남기고 망했지만 “작은 돈도 우습게 생각하지 말자”는 교훈을 안겼다. 저자 김종우 씨는 내 안의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 좋아하는 일을 찾아야 하고, 좋아하는 일을 찾는 게 바로 성공하는 삶이라고 말한다. 거기에 큰 욕심은 부질없다. 순수한 열망이 오히려 목적을 이루게 한다.

     

    하루하루 내가 하는 일이 바로 나의 모습이다. 내 현재의 모습일 뿐만 아니라 미래의 모습과도 같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 겉모습이 변하고 내적인 의식도 바뀐다. 그러면 주위를 달라지고 한다. 그래서 좋아하는 일을 찾으면 미래가 바뀌는 것이다. 일을 찾는 게 목적이 아니라 좋은 일을 찾는 게 행복이고 성공이다.

    posted by 남한산청소년연구회
    2018. 12. 3. 16:35 카테고리 없음



    2018년 5월 10일 KIA와 두산의 야구는 그야말로 불확실성의 연속이었다. 승부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었다. KIA의 안방경기에서 9회초 두산은 5-4로 지고 있었다. 이미 투 아웃 상태였다. KIA의 구원투수는 삼진아웃을 기록하며 해설자의 칭찬까지 듣고 있던 상황. 그런데 마지막 타자가 솔로 홈런을 쳤다. 와, 정말 불확실하고 복잡한 상황이 눈앞에 펼쳐졌다. 경기는 동점이 되고 끈질긴 연장전에 돌입했다. 이날 선수들과 수많은 관중은 밤늦게 잤다.

    현대사회는 불확실성과 복잡성으로 점철돼 있다. 바로 내일의 일도 예측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렇다면 과학 기술은 얼마나 정확할까? 그 어떤 슈퍼 메가톤급 컴퓨터라고 해도 당장 다음 일을 예견하고 맞히기는 쉽지 않다. 이는 비단 사회에 국한되지 않고 자연 속에서도 마찬가지다. 원인과 결과라는 가장 상식적인 법칙마저 때론 변종으로 인해 예외의 연속이 된다. 이때 최선의 과학적 연구 방법은 정말 오랜 기간 패턴을 파악하고 분석하는 것뿐이다. 

    현상은 오래 봐야 자세히 볼 수 있다. 미국 미시간주립대에서 대를 이어 진행 중인 식물학 연구는 1879년 시작됐다. 씨앗의 발아를 오랫동안 살펴보기 위해 정원을 만들어 연구하고 있다. 질문은 단순했다. 잡초를 계속 제거하면 언젠간 사라질까? 그렇다면 실제로 씨앗은 흙 속에서 얼마나 오랫동안 살아남을까? 연구진은 20개의 유리병 속에 흙과 씨앗을 넣어 주기적으로 관찰하려는 계획을 세웠다. 실제 20년마다 한 번씩 꺼내 씨앗이 발아했는지 관찰하고 있다.

    최근 ‘사이언스 어드밴시스’는 외래종인 유럽 토끼가 어떻게 오랜 기간 생태계에 영향을 끼쳤는지 분석 논문을 공개했다. 토착 생태계가 새로운 평형에 도달하는 데 얼마나 오래 걸리는지 유전자(DNA)로 역추적한 연구 결과를 소개한 것이다. 이번 연구를 위해 근 80년간의 각종 고해상도 데이터가 필요했다.

    호수 침전물을 종합적으로 분석함으로써 정말 오랜 기간 진행된 생태계의 메커니즘을 이해할 수 있다. 유럽 토끼는 전 세계 800개 이상의 섬들에 이주하여 정착지에서 토착 동식물에 심각한 영향을 끼쳤다. 외래종의 침입 사례는 많다. 미국의 두꺼비(canetoads)는 80년도 채 안 돼 호주의 토종 두꺼비 약 20%를 줄어들게 만들었다.

    연구진은 호수 침전물과 분생균 가운데서 추출된 환경 관련 DNA를 분석했다. 또한 남극 연안의 섬들에서 지난 600년간 진행된 생태계 역학을 재구성하고 침입종 토끼의 영향력을 밝혀내기 위해 퇴적학 분석을 했다. 식물 군락은 서기 1400년부터 1940년대까지 안정적이었다. 그런데 외래 침입종 토끼의 DNA가 발견된 시점부터 식물 군락은 급격한 변화를 맞이한다. 주된 식물 종들이 사라지기 시작한 것이다. 더욱이 토끼들이 늘어남에 따라 부식하는 식물의 비율 또한 증가했다. 20세기에 외래종 토끼가 끼친 영향력은 기후변화보다 더 막강했다. 

    갈수록 확률이 떨어질 만큼 불확실하고, 원인과 결과가 뒤바뀔 정도로 복잡해지는 자연계 혹은 사회 문제를 분석하기 위해선 장기간의 과학 연구가 필수적이다. 10년, 20년짜리 대형 연구 과제를 의미하는 게 아니다. 관심과 애정으로 지속할 수 있는 과학 기술 연구를 말하는 것이다. 50년 이상의 축적된 연구를 위해 천문학적 예산이 투입될 필요는 없다.

    국내 과학과 산업, 기술의 연구 문화는 조급증과 성과 깎아내리기에 익숙해져 있다. 이전 담당자의 업무는 인수인계가 잘 되지 않는다. 심지어 공개 및 공유가 안 되는 사례가 빈번하다. 특히 정부에 비판적인 연구 결과가 나온 경우라면 더더욱 숨기기에 급급하다.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의 세금이 투입된 융합연구의 경우 국회도서관 구석에 처박혀 있는 경우가 허다했다.

    하버드대에선 역대 최장 기간의 성인 발달 연구를 진행한 바 있다. 75년간 남성 724명의 인생을 추적해서 직업과 가정생활, 건강과 심리상태, 만족도 등을 조사한 것이다. 좋은 삶이 무엇인지, 어떻게 하면 행복하고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는지 그대로 보여준 것이다. 이미 2015년 테드(TED) 강연으로 공개된 이 연구는 2100만 조회수를 기록하며 전 세계인을 감동시켰다. 좋은 삶의 비밀은 주변 사람들과 원만한 사회관계를 맺는 데 있었다. 불확실한 시대에 전쟁을 겪고, 세상이 복잡하게 변하는 가운데서도 724명 모두가 사라질 때까지 좋은 삶의 비밀을 찾는 연구는 계속된다.

    불확실하고 복잡한 세상과 줄다리기를 하는 과학 연구가 단발성이라면 질 수밖에 없다. 지금이라도 지속 가능한 과학 연구의 타임캡슐을 곳곳에 묻어두자. 

    posted by 남한산청소년연구회
    2018. 12. 1. 11:49 카테고리 없음

    최근 전북 부안 앞바다에서 잡힌 아귀 뱃속에서 플라스틱 생수병(500ml)이 발견됐다. 50cm 가량의 아귀는 채 다 소화시키지 못한 생수병을 품고 있었다. 그 누구도 이토록 큰 문제가 생길 줄은 몰랐다. 목재와 금속으로 둘러싸였던 우리의 과거는 이젠 플라스틱 제품들로 가득하다.


    플라스틱이라는 용어는 그리스어 플라스티코스(plastikos)에서 유래했으며 ‘형태를 만든다’는 뜻을 지닌다. 초콜릿 하나하나를 감싼 포장지와 물티슈, 설거지용 세제, 어린이 장난감과 학생용 문구, 운동화와 겨울 코트에 이르기까지 플라스틱이 들어가지 않은 제품은 없다. 

    플라스틱은 예술과 인간 사회를 발전시킨 긍정적 측면이 있다. 1869년 한 인쇄공은 상아였던 당구공을 셀룰로이드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식물의 섬유소인 셀룰로오스를 원료로 한 것으로, 저렴하고 쉽게 형상을 만들었다. 셀룰로이드는 일본 애니메이션의 셀화에도 쓰여 예술 확산에 기여했다. 1884년에는 인조견 개발의 필요성을 느낀 화학자들이 희소한 누에 실크를 대체하기 위해 셀룰로오스를 원료로 레이온 섬유를 만들었다. 레이온은 누에 실크보다도 빛났고 아름다웠으며 염색이 쉬웠다. 

    20세기에 들어 석유를 원료로 하는 페놀수지가 등장했다. 열에 강하여 조리도구 손잡이, 컴퓨터 키보드, 절연제 등에 쓰였다. 거미줄보다 가늘면서도 강철보다 강한 나일론은 1930년대에 등장했다. 이는 최초의 합성 섬유로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군사용 텐트와 낙하산에 쓰였다. 현재 고분자 연구는 항공 기체와 건축 재료에 적용될 정도로 다양한 범위에 포함된다. 플라스틱 의존 사회가 도래한 것이다. 


    작게 부서지고, 파편화 된 플라스틱 조각들. 사진 =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해양 연구로 드러난 미세 플라스틱 오염

    그러던 1971년 가을, 샌프란시스코 주립대 생물학자 에드 카펜터(Ed Carpenter)는 미국 바하마 제도 동쪽 앞바다를 항해하던 중 이상한 것을 발견했다. 엉겨 붙은 갈색의 모자반 해초 덩어리 가운데에 하얀 얼룩이 함께 떠다니고 있었다. 정체는 작은 플라스틱 조각들이었다. 이는 매우 놀라운 사건으로 기록됐다. 왜냐하면 잘게 부서진 입자가 발견된 곳은 대서양 중심으로, 가장 가까운 대륙에서조차 거의 550마일이나 떨어져있었기 때문이다. 이후 플라스틱 문제는 불거지기 시작했다. 해안선에는 청량음료 병처럼 눈에 띄는 플라스틱 쓰레기들이 흩뿌려져 있었고, 악명 높은 GPGP(태평양 거대 쓰레기 지대)에도 플라스틱 조각은 무수했다. 이들 플라스틱 제품은 햇빛을 받아 약해지고 바람과 파도에 맞아 파편화되고 있었다.


    미세 플라스틱은 얼마나 축적돼 있으며, 어디서 왔으며, 어떤 식으로 이동하고 있을까. 미세 플라스틱 고분자 배열은 수만 가지여서 자연에서 탐지가 너무도 복잡했다. 수은이나 납 같은 오염 물질을 샘플링 하는 것과는 다른 방법이 적용돼야 했다. 그나마 플라스틱의 존재를 눈으로 관찰하기에 가장 적합한 장소는 해양이었다. 일회용 포장지로부터 나온 파편들은 거의 모든 해양 유역을 떠돌고 있었다. 해양 종의 뱃속과 북극해 얼음 속에도 파편들은 존재했는데 인간 적혈구 세포와 비슷한 크기인 약 11μm 직경이었다. 플라스틱 파편 가운데 일회용 포장지가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었다.  

    연구원 마크 브라운(Mark Browne)은 진주 담치로부터 혈액 샘플을 뽑아 말리고서 특수 현미경으로 살펴보던 중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담치의 혈액 세포 중간에 흐릿한 3차원 이미지로 작은 플라스틱 조각들이 있었던 것이다. 너무도 작기에 동물의 기관에 들어가 손상을 줄 가능성이 컸다. 2008년 호주 뉴사우스웨일즈 대학의 생태 독성학자들은, 플라스틱 입자가 무해하게 몸체를 그냥 통과하지 않는다고 논문에 적었다. 자그마한 트로이 목마처럼 위험한 화학물질들을 품고서 체내로 이동하며 먹이사슬을 통해 축적된다는 것이었다. 


    미세 플라스틱이 얼마나 작은지 보여주는 이미지. 미세 플라스틱은 최대 연필의 지름인 50밀리미터(0,5cm)부터 나노 단위까지 크기가 다양하다. 위 이미지는 51cm, 13mm, 500μm, 500nm를 비교해서 보여준다. 나노미터는 상상할 수도 없는 수준이다. 그런 미세 플라스틱이 우리 주위를 둘러싸고 있다. 사진 = <사이언티픽 어메리칸>


    강과 토양 생물의 먹이 사슬에 갇힌 입자 

    해양으로 쏟아져 들어가는 고체 폐기물을 조사하던 연구원들은 이것들이 1년 간 도시에서 나오는 양의 겨우 1%에 불과함을 깨달았다. 나머지 99%는 어디로 갔는지 알 수가 없었다. 게다가 시료 채취는 접근이 쉬운 해양 표층수에서만 주로 이루어졌고, 표층수는 기상 조건과 물의 흐름에 따라 언제든 변하였다. 파편들은 박테리아 필름에 붙어 해저로 가라앉거나 해안선으로 모이는 등 불안정한 움직임을 보였다. 

    2013년까지 그 어떤 과학자도 호수에 플라스틱이 존재하고 있음을 확인해보지 않았다. 이제 연구원들은 전 세계 호수, 강, 민물 해변에 작은 파편들이 있음을 알고 있다. 아주 깨끗해 보이는 물이나 주요 강줄기에서 꽤나 멀리 떨어진 몽골의 산속 호수에서도 플라스틱 파편은 존재했다. 호주에서 두 번째로 큰 담수호 그레이트호(Great Lakes)의 경우 이곳의 미세 플라스틱 수준은 쓰레기로 가득한 대양 소용돌이 지역만큼이나 높았다. 

    강과 호수는 폐수 처리장이나 도시지역에 더 가까이 위치하기에 해양의 것들보다 플라스틱 입자가 큰 편이었다. 플라스틱들은 육지에서부터 셀 수 없이 분해되며 해양으로 이동한다. 캐나다 온타리오대학의 퇴적지질학자 페트리샤 코코란(Patricia Corcoran)은 온타리오 템스 강의 퇴적물을 조사했다. 템스 강은 휴런 호수와 이리 호수 사이에 자리하며 세인트클레어 호수로 흘러들어간다. 이곳의 미세 플라스틱 양의 대부분은 폐수 처리장에서 비롯됐으며, 일회용 포장지에서 분해된 조각들이 뒤를 이었다. 보기에는 깨끗한 강이지만 겨울철 홍수라도 나면 강바닥에 가라앉아 있던 플라스틱들이 떠올랐다. 


    농민들은 자신의 토지를 비옥하게 만들기 위해 영양분이 풍부한 하수 침전물 찌꺼기를 사용한다. 그런데 이들 찌꺼기 속에는 폐수로부터 걷어냈다고 여긴 미세 플라스틱이 많이 포함돼 있었다. 호주 한 농장의 경우 토양에 미세 플라스틱이 너무도 많아 지표가 번쩍거릴 정도였다. 유럽과 북미에서 수행된 연구에 따르면, 매년 거의 산 하나에 맞먹는 미세 플라스틱이 농장 토양에 전달된다. 토양의 미세 플라스틱은 오랫동안 흙에 남아 농작물과 지렁이 같은 작은 생물체에 들어가고, 토양의 성질을 바꾸거나 지하수 문제를 일으킬 것이다.


    북태평양 환류의 난류 전갱어 몸 속에서 발견된 18 조각의 플라스틱. 사진 =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미세먼지처럼 공중을 떠다니는 플라스틱 입자

    2014년 파리대학교의 레이치드 드리스(Rachid Dris) 연구팀은 학교 지붕에 세 달 간 설치해둔 깔때기를 살폈다. 깔때기에 모인 먼지 대부분은 합성섬유였다. 특정한 모양과 가벼움으로 인해 쉽게 바람을 탔던 터라 양은 예상보다 많았다. 하루에 수집되는 입자 수가 평방미터 당 118개에 달할 정도였다. 이들은 크게 5mm에서 작게는 100μm까지의 크기였다. 


    토론토대 미세 플라스틱 연구자인 첼시 로크만(Chelsea Rochman)은 “이것들은 어디에나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미세 플라스틱은 해양뿐 아니라 강과 호수, 농장, 토양, 여러 유기체에 숨어 있었다. 빽빽한 도시 지역과 시골 농지 그리고 북극해 대기도 예외는 아니었다. 캐나다 북극의 호수 퇴적물과 북극해 빙하 맨 위 눈에도 미세 플라스틱은 있었다. 이는 해양 바닥으로부터 와서 얼어붙은 미세 플라스틱들과는 달랐다. 


    과학자들은 기계 센서를 통해 빙하 표면의 미세 플라스틱을 관찰했고 이것들이 나노 플라스틱으로 분해되고 있음을 발견했다. 원래 나노 플라스틱은 실내 실험실 오염의 주원인이었다. 하지만 환경에서 미세먼지처럼 돌아다니고 있었다. 나노 플라스틱을 격리할 방법은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 연구원들은 숨겨진 위험 요소들을 밝힐 방법을 개발하고 있다. 아마 해양과 토양 그리고 강이 생각보다 더 오염되어 있음이 밝혀질지도 모른다. 


    플라스틱 없는 삶은 어떨까


    우리는 플라스틱 없는 미래를 살아갈 수 있을까. 소위 숲에 사는 ‘자연인’조차 플라스틱 제품들을 사용한다. 플라스틱의 위험성을 깨달은 한 가족이 플라스틱 없는 삶을 살아본 사례가 있다. 이 가족은 냇가의 넓적한 바위에서 나무 몽둥이로 옷을 내려치며 빨래를 하고, 합성 섬유가 아닌 식물 줄기로 만든 옷을 입고, 싸리자루로 집 청소를 하고, 땅을 파 흙으로 만든 독 안에 음식을 보관하는 등 문명과 멀어진 듯한 생활을 했다. 집과 가구는 흙과 목제로 바꾸고 식기 등은 금속으로 대체했다. 양치질의 경우 소금으로 치약을 대신하고 나무 칫솔대에 세정된 돼지털을 솔처럼 붙여 칫솔을 만들었다. 

    ​이를 본 사람들은 혀를 내둘렀다. 행여 플라스틱을 두려워한 여러 사람이 ‘자연적’인 삶을 선택한다 할지라도 그들의 수요를 맞출 자연의 재료는 한없이 부족하다. 자연에서 모든 물질을 취득하기에 오늘날 인구는 너무도 많다. ‘빨리빨리’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비닐 봉투 같은 합성물들은 필수가 된 상태였다. 예술품을 만들고 건물과 자동차를 만드는 데도 플라스틱은 필수였다. 누구건 돈만 있다면 플라스틱으로 편리한 생활을 선택할 자유도 생겼다. 이러한 인간들의 생활 패턴에 따라 플라스틱 제품들은 사라질 기미가 없으며 오히려 새로이 변형되고 개발되고 있다.

    ​플라스틱이 주는 사회학적 가치도 중요하기에 생태계 위험만을 집중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우리는 플라스틱의 가장 큰 단점을 알고 있다. 자연 분해되지 않고 소각할 경우 다이옥신이라는 유해물질이 배출된다. 이 모든 측면을 바탕으로 플라스틱 오염 문제를 대하는 시민과 기관 그리고 정부의 최선의 노력을 살펴봐야 할 때다. 


    <참고 문헌 및 사이트>

    https://www.scientificamerican.com/article/earth-has-a-hidden-plastic-problem-mdash-scientists-are-hunting-it-down/

    https://www.scientificamerican.com/article/from-fish-to-humans-a-microplastic-invasion-may-be-taking-a-toll/


    https://www.youtube.com/watch?v=agS_kdG7Wwg


    『30가지 발명품으로 읽는 세계사 (술, 바퀴, 시계에서 플라스틱, 반도체, 컴퓨터에 이르기까지)』(조 지무쇼 저, 시그마북스, 2017.)

    『우리는 플라스틱 없이 살기로 했다』(산드라 크라우트바슐 저, 류동수 역, 양철북, 2016.)


    http://www.ibric.org/myboard/read.php?id=300058&Board=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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