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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산청소년연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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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한산청소년연구회
    2019. 4. 10. 11:10 카테고리 없음

    ‘교육’, ‘혁명’, ‘행복’에 대한 작은 성찰

    [서평] 『개인 혁명 (조용하지만 강력한 인생의 기술)』(조은준, 북산, 2019.01.08.)

     

    이 책은 레스토랑을 경영한 경험이 있고 현재는 의사인 작가 조은준 씨가 유학 간 아이를 통해 성찰한 기록이다. 멀리 떨어져 있는 아들 덕분에 왜 그 먼 곳까지 가서 공부해야 하는지 개인과 사회 차원에서 ‘개인 혁명’을 틈틈이 적어나갔다. 책의 내용을 보면 내공이 만만치 않다. 책 중간에도 나오지만 너무 어려운 시나 긴 소설이 아니라 새로운 장르가 필요하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그 새로운 시도가 바로 『개인 혁명』이다.

     

    책에서 크게 세 가지가 눈에 띄었다. 우선 ‘교육’이다. 우리는 흔히 재능 있는 학생을 선발하고자 한다. 그런데 조은준 씨는 학생의 재능은 쉽게 발견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진정한 교육은 재능이 보이지 않는 학생들에게서 어떡하면 재능을 찾아내어 끄집어낼 것인가 하는 점이다. 재능을 발견하는 건 그 아이의 잠재력을 미래의 관점에서 예언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교육자의 혜안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에서 현재 대부분의 학생들은 10대이다. 나중에 성인이 되어서 어른으로서만 인정받는 게 아니라 10대들 역시 다른 시절과 똑같이 대접을 받아야 한다. 10대야말로 인생의 터닝 포인트이며 존중받아야 할 시절이라는 뜻이다. 창의적인 교육과 인생의 출발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 하지만 우리의 교육은 서구에 비해서 많이 부족하다. 그 이유는 교육이 게임이나 도전이 아니라 안전하고 착실하게 따라가야 하는 것이라고 간주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것은 발명품에 국한되지 않는다.”며 “자신을 새롭게 평가하는 것도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이고 자신의 인생을 끊임없이 새롭게 만들어 가는 것도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이다.”라고 적었다. 교육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새로운 관점을 갖고 평가하는 것이야말로 좋은 교육의 출발점이다.

     

     

    재능 없는 학생에게서 재능 발견하기

     

    그 다음 책에서 눈에 띄는 건 ‘혁명’이다. 과연 무엇이 혁명인가? 책의 표현을 빌리자면, 영웅은 열정을 계산으로 풀어낸 사람이다.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생활을 만들어내는 게 바로 혁명, 특히 개인혁명이라고 강조했다. 개인혁명은 바로 생활혁명인 셈이다. 그런데 혁명을 한다고 외치면 혁명이 이뤄지지 않는다. 산을 움직이겠다고 세상 시끄럽게 하는 게 아니라 고요하고 깊은 산이 스스로 되는 것이 필요하다.

     

     

    혁명은 응당 남이 가지 않은 길을 가는 것이다. 남들을 위해 무엇인가를 남기는 것도 중요하다. 혁명은 교육과 직결된다. 도전하고 불확실성에 모험을 할 수 있는 자만이 몸을 던질 수 있고 호기심으로 세상에 맞설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마음가짐은 모험에 나설 때부터 결과를 결정할 정도이다. 어떤 일을 할 때 머릿속으로 상상하는 가운데 이미 그 결과가 결정된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참으로 맞는 말이다.

     

    혁명의 여정은 지난하겠지만 천천히 가야 하는 것이다. 빨리 이루려는 건 무한한 시간에 도전하는 것이고 결국 타들어 갈 수 있다. 조은준 씨는 “조급증에서 비롯된 스트레스는 태양에 가까워지면서 불같은 열기의 따가움을 느끼게 되고 결국 심해지면 병들게 된다.”고 적었다. 이제 자연스레 혁명의 결과인 행복도 성찰해볼 수 있다.

     

    산을 움직이지 말고 산이 되어라

     

    인생이란 행복보다는 변화의 묘미를 추구하는 게 그 본질에 더 부합한다고 저자는 적었다. 조금 보수적일 수도 있겠으나 운을 좇기보단 움직이지 않는 게 때론 이익일 수도 있다. 그동안 언제나 고요함을 추구해왔는데, 사실 이 고요함을 추구하는 데서 불안과 우울이 나타나는 건지도 모르겠다. 우리 삶에 고요함이란 애초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존재하지 않는 걸 추구하다보니 불안해지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조은준 씨는 “어쩌면 약간의 배고픔이 식욕을 돋게 하는 것처럼 약간의 모자람이 있는 과거가 있는 추억이 더 아름답게 느껴지는지도 모른다.”면서 “살아가는데 별 방해가 안 되는 일을 신경 쓰지 않는 것, 그것이 삶을 단순하고 명쾌하게 해석하며 사는 방법이다.”고 강조한다. 그동안 살아오면서 내가 제대로 즐긴 적이 있었는지 반문했던 적이 있다. 그런데 책을 보면 시간을 할애한 것 자체가 기술이고 행복이라고 한다. 내가 마치 어제 죽은 사람인 것처럼 오늘을 살아가다보면 더욱 보람을 느끼고 행복해지지 않을까. 저자의 말처럼 말이다.

    posted by 남한산청소년연구회
    2019. 4. 8. 11:10 카테고리 없음

    경험, 집착, 연결과 직관 … 창의성의 패턴

    [서평] 『새로운 세상을 공부하는 시간 (4차 산업혁명을 둘러싼 열세 가지 지적 탐험)』(더난출판사, 2019. 03.25)

     

    4차 산업혁명이 여전히 낯선 사람들이 많다. 그런 사람들에게 용기를 줄 수 있는 책이 있다. 『새로운 세상을 공부하는 시간』의 저자 손승현은 책에 다음과 같이 적었다. “제가 여러분께 확실히 드릴 수 있는 말은 실패한 곳에 멈춰 서지만 않는다면 실패는 더 큰 꿈을 이루는 하나의 과정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이 책은 문과 출신 혹은 비기술 분야 종사자를 대상으로 한다. 이공계에 종사하는 사람들로서는 아는 내용들이 많기에 재미가 없을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다시금 4차 산업혁명을 상기시켜주는 감은 있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쓴 작가 마르셀 푸르스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발견을 위한 진정한 여정은 새로운 풍경을 찾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각을 갖는 데 있다.” 책을 통해 저자는 독자들로 하여금 4차 산업혁명의 틀을 이해하게 한다. 그리고 이 복잡하고 불안정한 세계를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 지침을 소개한다.

     

     

    모든 분야에 걸쳐 있는 초연결 사회

     

    저자가 인공지능을 공부하던 때 가장 많은 아이디어를 얻은 책으로 1970년대 미국 작가 더글러스 호프스태터의『괴델, 에셔, 바흐』를 꼽았다. 복잡계에 관해 많은 영감을 얻은 책으로는 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를 꼽았다. 그런데 이 둘은 서로 다른 분야다. 하지만 어느 분야를 공부하고 무엇을 알고 싶어 하든 간에, 해당 분야만이 아니라 다른 여러 분야를 함께 보아야 한다. 정답이 여러 분야가 만나는 경계에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옛날 중국에서는 시인을 ‘보는 사람’이라고 불렀다. 볼 수 있다면 시인처럼 세상을 느낄 수 있게 된다.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우리가 서 있는 곳에서 보이는 풍경이 세상 전부라고 믿는 경향이 있다. 이런 오류를 범하지 않으려면 눈높이를 자주 바꿔주어야 한다. 눈높이를 바꾸는 가장 좋은 방법은 누군가를 또는 무언가를 사랑하고 이해하는 것이다. 사랑하면 무언가를 새롭게 보고 느끼며 이전과는 다른 감각을 갖게 된다.

     

    작가는 우리가 직면하게 될 새로운 시대의 패러다임을 간단히 말해 ‘초연결’이라고 주장했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사람과 사람, 사물을 연결하고 지식과 지식이 연결되고, 세상 모든 것에 대한 정보가 지능적으로 모이고 공유되며 분석되는 현상을 초연결이라 한다. 이에 따라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경계’는 더욱 모호해질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초연결을 중심으로, 이러한 ‘경계’를 얼마나 자연스럽게 넘나드느냐이다. 그래서 4차 산업혁명은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교차하는 곳에 있기에 ‘융합 혁명’이라고도 할 수 있다.

     

    복잡성의 세상을 보는 법

     

    미국에서 ‘실리콘밸리의 DNA’를 담고 있는 기업이라 평가받는 넷플릭스는 오늘날 기업들의 리스크를 다음처럼 분석했다. “기업이 성장하면 할수록 회사의 복잡성은 증가하는 반면에 뛰어난 성과를 내는 인재는 줄어든다.” 복잡한 세상을 보는 법을 알아야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우리는 예전처럼 사고하는 습관을 멈춰야 한다.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당연시하는 것들을 비로소 의심하기 위해서다. 저자는 미래를 내다보기 위해 새로 나온 기술을 모두 이해하겠다는 생각을 잠시 내려놓으라고 주장한다. 중요한 건 우리를 둘러싼 시스템이 서로 연결되고 상호작용하는 입체적인 구조 전체를 보는 시각을 갖는 것이다.

     

    1960년대 하버드대학 교수 스탠리 밀그램은 ‘우편물 실험’을 했다. 인적이 드문 미국 시골 마을을 임의로 골라 그곳에 사는 주민 160명을 무작위로 뽑아 편지 한 통씩을 나눠주었다. 편지에는 그들과 아무런 연관도 없는 사람의 사진, 이름, 주소가 적혀 있었다. 사람들은 봉투에 적힌 사람을 알 만한 사람에게 편지를 전달하라는 미션을 받았다. 그리고 160통의 편지 중 42통이 성공적으로 도착했는데 놀랍게도 이때 편지가 거친 단계의 중간 값은 단 5.5단계에 불과했다.

     

    대규모 사회라지만 사람들 사이를 연결하는 링크를 따라가다 보면 의외로 쉽게 서로를 연결할 수 있다는 결과였다. 최근 방탄소년단의 성공 역시 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활용한 소통 전략 덕분이라고 평하는 사람들이 많다. 전 세계 팬들에게로 수많은 링크를 통해 입체적으로 연결됐다는 의미다. 다양한 클러스터에 동시에 연결되어 있고 링크 수도 많다면 강력한 허브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네트워크는 기존 연결고리와 상호 피드백을 통해 변화하고 성장하며 중앙 통제자의 지시나 설계가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누누이 언급되는 창의적 인재의 중요성

     

    세상은 협업하는 창의적이고 독립적인 개인이 만들어가는 시대다. 이에 따라 저자는 책 뒷부분에 걸쳐 고전 서적과 명사들의 입을 바탕으로 창의력에 대한 이야기를 소개했다. 저자는 방송국에서 라디오 프로듀서로 일한 10여 년 동안 누구보다 가까이서 창의적인 사람들을 만나고 대화를 했다. 이후 저자는 창의성의 패턴을 크게 3가지로 정리했다.

     

    첫째 다양하고 강렬한 경험. 우리의 뇌는 새로운 대상이나 문제를 마주하면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순간에 이미 우리가 그동안 쌓아온 경험과 기억들을 찾아내 연결하는 특징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미래에 우연히 찾아올 뜻밖의 연결을 기대하며 일단 많은 경험을 해보아야 한다. 특히 실패의 경험이야말로 어느 날 새롭고 놀라운 무언가로 탄생할 커다란 잠재력을 품고 있다. 마치 범죄자를 통해 우리가 사람의 잠재된 본능을 파악하고 세상의 다른 이면을 경험하며 세상을 더 발전시켜 나가는 하나의 수단으로 쓰는 것처럼 말이다.

     

    둘째 의외의 집착, 열정 또는 몰입. 집착은 가능한 한 모든 유형의 상황에서 적용되는 풍부한 유추와 흥미로운 연결고리를 만들어낸다. 1983년 옥수수 연구로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은 생물학자 바버라 매클린톡은 이렇게 말했다. “옥수수 염색체를 연구하는 동안 저는 옥수수와 별개의 존재가 아니라 옥수수와 한 몸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럴 때는 종종 저 자신의 존재를 잊기까지 했지요…….”

     

    셋째 낯설지만 분명한, 새로운 연결. 아인슈타인은 자연의 법칙에 이르게 하는 논리적인 길은 없으며 다만 직관에 의해서만 그곳에 다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직관은 우리 뇌의 무의식 레벨의 수많은 단계를 동시에 관통하면서 의식 레벨로 순식간에 튀어 오른다. 그러기 위해 우리는 잠시 생각을 멈추고 심리적으로 안정을 취하는 자신만의 시간과 공간을 가져야 한다.

     

    『새로운 세상을 공부하는 시간』에는 미래 사회를 쉽게 설명하고 어떠한 주요 과정과 노력이 필요한 지를 풍부한 사례로 설명했다. 수많은 4차 산업혁명 책에서 숨을 헐떡이고 있을 ‘문송(문과라서 죄송합니다.)’들이 읽어보면 좋을 듯하다.

    posted by 남한산청소년연구회
    2019. 4. 5. 16:37 카테고리 없음

    http://www.ibric.org/myboard/read.php?id=303878&Page=&Board=news

     

    열대초원 누비던 잡식성 거대늘보, 멸종 이유는?

    8차선 도로를 2박 3일 동안 건너는 동물이 있다. 거친 야생에 살지만 하루 15∼18시간 잠을 자며 나태를 부리기도 한다. 하도 움직이지 않은 통에 회갈색 털은 초록 이끼까지 끼었다. 주인공은 나무늘보다.  나무늘보는 두발가락과 세발가락 나무늘보로 나뉘...

    www.ibric.org

     

    8차선 도로를 2박 3일 동안 건너는 동물이 있다. 거친 야생에 살지만 하루 15∼18시간 잠을 자며 나태를 부리기도 한다. 하도 움직이지 않은 통에 회갈색 털은 초록 이끼까지 끼었다. 주인공은 나무늘보다. 

    나무늘보는 두발가락과 세발가락 나무늘보로 나뉘는데 오늘날 멸종 위기 종으로 분류돼 있다. 짝짓기에 필요한 단 5초의 시간마저 귀찮아 평생 홀로 사는 놈들이 있을 정도니 미래가 너무 걱정된다. 나무늘보는 11개월 동안 임신을 하며 발톱과 이빨, 털이 다 자란 상태로 새끼를 낳는다. 나무늘보 특성상 새끼를 덜 성숙하게 낳을 경우 다른 동물의 공격을 받거나 키우는 데 힘이 부치기 때문일 것이리라. 

    이 느린 동물들은 좀처럼 나무에서 내려오지 않는다. 배변 활동은 일주일에 한 번이며, 먹은 먹이는 한 달 이상 소화시킨다. 그마저도 위 속의 박테리아의 도움 덕분이라 할 수 있다. 적게 먹으니 거의 움직이지 않고 그래서 체열도 거의 없어 더운 지역에 살지만 털이 수북하다. 이들 나무늘보의 무게는 6㎏이 넘지 않고 종 다양성이 적은 편이다. 하지만 화석 기록에 나타난 고대 나무늘보는 8개 과에 걸쳐 50종 이상이 존재했다. 그리고 이 중 절반이 1,000㎏ 이상으로 거대했다. 

     

    영화 <주토피아>에 등장하는 나무늘보. 나무늘보는 언제나 느림보의 대명사로 희화화 돼 왔다. 하지만 나무늘보가 진화하고 생존해온 역사를 보면 그리 간단치 않다. 사진은 영화의 한 장면. @디즈니

    목이 말랐던 거대 나무늘보의 죽음

    남아메리카를 방문한 찰스 다윈은 바닷가 주변을 걷다가 암석 사이에서 거대 뼈를 발견했다. 그것들은 12,000년 전 플라이스토세에 아메리카 대륙에 있다가 멸종된 거대동물들의 것이었다. 다윈은『종의 기원』에 다음과 같이 적었다. “나는 라플라타에서 극히 먼 빙하시대부터 오늘날 존재하고 있는 패류와 공존했던 메가테리움, 톡소돈(코뿔소의 몸과 하마의 머리 그리고 설치류 같은 이빨이 있었다.)과 같은 대형동물의 유해와 함께 매몰된 말의 이빨을 발견했다.” 

    메가테리움(Megatherium americanum)은 코끼리만큼 컸고 무게는 4t까지 크며 몸길이는 6m에 달했다. 에레모테리움(Eremotherium eomigrans)은 발톱 길이가 33cm 고 무게는 5t에 달했다. 특히 메가테리움은 프랑스 소설가 쥘 베른의 『지구 속 여행』에 등장하기도 한 고대 동물이다. 메가테리움의 첫 번째 화석 표본은 1788년에 아르헨티나에서 발견됐다. 이후 볼리비아, 브라질, 칠레, 콜롬비아, 가이아나, 파라과이, 페루, 우루과이를 포함한 남미 전역에서 발견됐다. 메가테리움은 지금껏 존재한 가장 큰 육지 포유동물 중 하나로 꼽힌다. 이 동물은 초식성으로 알려졌으며 멀리 떨어진 나뭇가지를 끌어당기기 위한 거대하고 굽은 발톱을 가지고 있었다. 오늘날 개미핥기처럼 손등을 사용해 네 발로 걸었지만 두 다리로 걸을 수도 있었다.

    지난 2월 27,000년 전의 거대 나무늘보 화석에 대한 새로운 소식이 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실렸다. 2014년 경 자연 풀(natural pool)에서 고대 마야 유물을 찾고 있던 잠수부가 나무늘보의 것으로 보이는 위팔뼈와 넙다리뼈 그리고 10cm에 달하는 치아의 일부를 발견한 이후였다. 이 지역은 25개의 호수와 세노테(cenote, 일명 돌리네. 카르스트 지역에서 발견되는 구멍) 또는 자연적인 씽크홀들이 있는 시스템이었다. 뼈가 발견된 웅덩이는 과거 ‘마지막 한 모금의 물을 담고 있는 곳’이라 믿어졌던 장소였다. 

    연구원들은 치아 화석을 음극선 발광 현미경으로 살폈고 곧은관상아질(orthodentin) 조직을 얻었다. 그리고는 이 조밀한 유형의 치아 조직 샘플을 긁어 연구한 끝에 거대 나무늘보의 식단과 기후의 월별 및 계절별 변화에 대한 새로운 정보를 얻었다. 이 거대 나무늘보(Eremotherium laurillardi)가 살았던 시기 벨리즈는 오늘날과 같은 정글이 아닌 건조하고 척박한 지역이었다. 키가 13피트에 달하는 이 거대 땅나무늘보는 물을 찾지 못해 절망하고 있던 중 깊은 구덩이 속의 물을 보고는 안도를 했겠지만 다시는 오르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약 27,000년 전에 살았던 이 생물체를 “목마름”이라고 묘사했다. 왜냐하면 마지막 최대 빙하기(LGM, Last Glacial maximum. 이 시기 동안 해수면은 현재 대비 평균 약 130m 낮았다고 한다.) 때 지구의 물 대부분이 빙하와 극지방 얼음 덩어리에 갇혀버린 후 한동안 물을 마시지 못한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연구를 이어나가던 과학자들은 이들 거대 포유동물들이 왜 멸종했는지 추가로 조사했다. 그리고 이 거대 나무늘보가 죽기 바로 지난 해 동안 무엇을 먹었으며, 그 시기 환경과 그 지역 기후에 대한 단서도 얻었다.

     

    거대나무늘보의 치아 화석을 통해 그 당시 무엇을 먹었는가, 어떻게 생존했는지 가늠해볼 수 있다. 사진 출처 =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나무늘보 화석이 보이는 과거 지구의 모습

    거대 나무늘보는 약 7개월간 지속된 긴 건기(짧은 두 우기 사이에 겹쳐 있었다.)를 거쳤고, 숲이 아닌 사바나 같은 열대초원에서 살았다. 연구의 저자이자 일리노이 대학교 어버너 샴페인 캠퍼스의 인류학 교수 리사 루세로(Lisa Lucero)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것은 이 나무늘보가 건기와 우기 동안 다양한 식단을 가졌다는 생각을 지지한다. 이로 인해 거대 나무늘보들은 널리 퍼졌고 오래 살아남았다. 꽤나 적응력이 높았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식단은 주로 소화 효율이 낮은 이파리나 과일처럼 대체로 부드러운 재료였다. 개개의 서식지에 따라 식단이 조금씩 달랐는데 열린 서식지에서는 방목자로 그리고 밀폐된 서식지에서는 잡식을 하였다. 또 다른 특징으로는 이 거대 나무늘보가 브라질 남부에서부터 북미 대서양 연안과 걸프에까지 분포했다는 점이었다. 벨리즈에서 발견된 고대 멸종 나무늘보의 이빨은 이처럼 거대 나무늘보의 지난 1년을 연구원들에게 들려주었다. 치아 화석으로 남겨진 한 생물의 죽음이 지구의 역사를 증명하며 보이고 있었다. 

    북아메리카의 시간을 2만 년 전으로 되돌린다면 거대 나무늘보 주변으로 낙타, 털매머드, 콜롬비아매머드, 마스토돈, 곰포테르, 재규어, 퓨마, 아메리카사자가 돌아다니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533만 3천 년 전의 초기 플라이오세부터 살아오던 이 동물은 슬프게도 약 BC 8,500년에 멸종하였다. 기후변화와 더불어 많은 요인들이 아메리카 거대동물의 멸종을 야기했으리라 연구원들은 추정했다. 그리고 연구원들은 질문의 범위를 넓혀 생각했다. 그렇게 많고 큰 동물들이 왜 플라이스토세 후반에 왜 사라졌는가. 

     

    나무늘보가 현재 모습으로 진화해 온 이유는 분명 있을 것이다. 거대나무늘보의 멸종은 인류의 미래를 돌아보게 한다. 사진 출처 = 위키백과.

     

    거대 포유동물의 멸종으로 읽는 미래

    지구 역사에서 종의 진화와 멸종은 지속돼 왔다. 지난 5억 4천만 년 동안 최소한 다섯 차례의 대량멸종 사건이 있었다. 거대 나무늘보의 멸종은 마지막 최대빙하기 이후 몸집이 큰 육상동물 대부분이 사라진 가장 최근 멸종에 속했다. 과학자들은 이 다섯 번째 멸종을 두고 여러 가설을 제시했다. 기후가 서늘해지면서 삼림지대가 초지나 나지로 변하기 시작하자 초본(草本)에 실리카 함량이 높아졌고, 이 모래와 같은 질감으로 인해 동물들의 이빨이 빨리 닳아 없어지며 먹이 섭취에 곤란함을 느꼈다. 결국 기후 변화에 따른 식생의 부족과 변화로 거대 초식동물들은 살아남지 못했고 덩달아 거대 포식동물도 죽어 얼어붙은 상태로 오늘날 발견되기에 이르렀다는 주장이다.   

    한편, 현생 인류의 출현 때문에 멸종했다는 설이 있다. 대형 포유동물들이 그간 수차례의 간빙기와 대방하기에서 살아남았기에 단순히 최대빙하기만으로 멸종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현생 인류는 약 40,000 년 전쯤 유럽으로 이동해 대형 동물을 먹잇감으로 삼으며 살다가 12,000년 전~13,000년 전에 거대 나무늘보가 사는 지역에 들어왔다. 동굴에 새겨진 벽화를 보더라도 현생 인류가 거대 포유동물들과 같은 시기에 살았다는 단서들이 꽤나 있다. 

    인간의 확산 때문인지, 질병 때문인지, 극적인 기후변화 때문인지에 대한 의견은 여전히 분분하다. 하지만 확실한 건 어떠한 선택압력이 거대 동물들에게 작용했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마지막 빙기가 끝날 무렵 아프리카와 유라시아에서 10그룹 이하가, 남아메리카에서 최소 50그룹이 사라지면서 지구 상 65%의 대형 포유류가 죽었다. 오늘날 남겨진 동물은 상대적으로 크기가 작은 들소, 아르마딜로, 퓨마, 재규어 등이다. 

    고대 생물의 화석을 연구하는 건 우리의 과거를 보는 것 이상으로 미래를 보게 한다. 생물의 멸종과 진화를 눈여겨보자면, 오늘날 동물들은 ‘인간’이라는 환경 요건을 진화의 DNA에 넣은 채 살아가고 있다. 인위적 서식지 손실과 기후 변화, 환경 파괴로 인해 현재 살고 있는 거대 나무늘보의 후손들은 새로운 위협에 따른 멸종 위기에 처해있다. 오늘날 나무늘보들이 빛바랜 양피지마냥 아직도 살아남은 이유는 뭘까? 인간으로 하여금 지난 대멸종을 토대로 미래를 올바로 읽어보라며 자신들을 내비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참고문헌 및 사이트>

    1.『환경고고학』(키스 윌킨스, 크리스 스티븐스 저, 안승모, 안덕임 역, 학연문화사, 2007.)
    2.『완벽한 빙하시대』(브라이언 페이건 저, 이승호, 김맹기 외 1명 역, 푸른길, 2011.)
    3.『선사시대』(더글라스 파머 저, 이주혜 역, 21세기북스, 2011.)
    4. https://www.thesun.co.uk/tech/8525145/giant-sloth-sinkhole-belize-tooth/
    5. https://www.sciencedaily.com/releases/2019/02/190227142733.htm
    6. https://edition.cnn.com/2019/02/27/world/giant-ground-sloth-fossil/index.html?no-st=1553823380
    7. http://advances.sciencemag.org/content/5/2/eaau1200

    posted by 남한산청소년연구회
    2019. 4. 3. 21:50 카테고리 없음

    행운의 답장을 얻으려면 간절한 ‘콜드콜’이 실마리

    [서평] 『콜드콜 (행문의 문을 여는 열쇠)』(이계준, 더미디어그룹, 2018.10.26)

     

    ‘혈혈단신(孑孑單身)’ 이 한 마디가 이 책의 모든 내용을 집약해준다. 저자 이계준 씨는 건축학도에서 시작해 미국 뉴욕의 부동산 컨설팅 회사 아시아 담당 대표까지 올랐다. 병역 특례를 할 때도, 현재의 일자리를 얻기 위해서도 그는 ‘콜드콜’을 멈추지 않았다.

     

    콜드콜은 다음과 같이 정의된다. “콜드콜이란 모르는 사람에게 상품 등의 구매를 권유하기 위해 약속을 잡지 않은 채 전화하거나 방문하는 행위로서 세일즈(sales)의 가장 기초적인 수단이다.” 사실 영업을 하거나 자신을 알리기 위해서 직접 연락하고 이력서를 보내고 기획서를 보내는 일은 맨 땅에 헤딩을 하는 것과 같다. 아무도 몰라준다고 주저하지 않고 끊임없이 연락을 취하다보면 언젠가 모두 만난다.

     

    저자는 책의 말미에 처음 콜드콜을 할 때와 마지막으로 콜드콜을 할 때의 자신의 모습이 많이 달라져 있었다고 강조했다. 처음 연락을 했던 이들과는 나중에 다시 만나기도 했다. 초반에 좋은 인연으로 만났던 사람들이 악연으로 이어진 경우도 있었다. 특히 사업을 수주해야 하는 경우에는 압박을 받기도 했다. 묵묵히 모든 과정을 이겨내니 지금의 이계준 씨가 탄생했다.

     

    이계준 씨는 유학을 준비하고, 영어 번역 알바 등을 하면 꾸준히 어학 공부를 했다. 영어에 대한 자신감을 키워간 것이다. 그 결과 콜롬비아 대학교에서 MBA를 딸 수도 있었다. 대학원 시절에도 꾸준히 사람들에게 연락하고 미팅을 잡았다. 부지런히 움직인 결과 작은 성공이 결국 큰 성공을 이뤄냈다.

     

     

    작은 성공이 큰 성공으로 거듭나기까지

     

    책에는 일본 건축학도 안도 다다오의 얘기가 나온다.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자기 삶에서 ‘빛’을 구하고자 한다면 먼저 눈앞에 있는 힘겨운 현실이라는 ‘그림자’를 제대로 직시하고 그것을 뛰어넘기 위해 용기 있게 전진할 일이다.” 현실을 받아들이고 용기를 가져라. 사실 당연한 듯 보이지만 이 말들에는 구체적인 행동 지침이 담겨 있는 셈이다.

     

    당장 어둠에 있다고 해서 그게 전부는 아니다. 그리고 정말 소중한 행복은 빛이 아니라 그 빛을 멀리 가늠하고 달려가는 몰입의 시간 속에 있는 것이라고 저자는 밝혔다. 몰입하며 충실히 살다보면 그 빛이 내가 다가온다.

     

    저자는 일자리를 얻고 병역 특례를 알아보기 위해 130여 개 건설사 인사 담당자들에게 일일이 전화하고 방문하고 이메일을 보냈다고 한다. 저자 이계준 씨의 첫 번째 콜드콜이었다. 쑥스러워서 망설이는 것이 아니라 전략을 갖고 움직였던 셈이다.

     

    책 속에는 영화 ‘글렌 개리 글렌 고스’의 한 장면이 등장한다. 영화 속에선 계약을 성사시키기 위해 직원들을 벼랑으로 내몬다. 실직에 대한 두려움이 절실함을 가져온 것이다. 행동경제학에서 말하는 손실 회피의 심리 때문에 더 부지런히, 간절히 움직인 것이다.

     

    유학에 대한 동경과 성공에 대한 실마리를 잡기 위해 버둥거리는 수많은 사람들. 당장 자신의 이력서를 가지고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어보라. 그러다보면 언젠가 행운의 회답이 올 것이다.

    posted by 남한산청소년연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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