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이미지
남한산청소년연구회

calendar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Notice

    남한산청소년연구회
    2019. 5. 17. 15:12 카테고리 없음

    ‘얼룩말’은 검은 바탕에 하얀 줄 … 현실 바로보기

    [리뷰] 『철학은 내 친구』(위기철, 청년사, 1993.)

    철학은 꼭 학문적으로 전공을 하지 않더라도 누구나 할 수 있다. 『철학은 내 친구』의 저자 위기철 씨는 칼럼을 쓰던 작가였는데, 어린이들을 위한 철학책들을 다수 썼다. 그래서인지 책은 참 읽기 쉽다. 독자의 눈높이에 맞추어 쉬운 설명과 논리로 책은 술술 읽힌다.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구절은 ‘얼룩말 무늬’에 관한 것이었다. 우리는 상식적으로 하얀 바탕에 검은 줄이 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 만약 흑인들이라면 어떨까? 그들은 검은 바탕에 하얀 줄이 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할 가능성이 높다. 나를 규정하는 현실은 나의 사고마저 제약할 수 있다. 실제를 실제처럼 보고 느끼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알려주는 예시이다.

    이 책은 총 여섯 가지 이야기로 구성돼 있다. 첫 번째는 철학이 무엇이고, 왜 필요한지이다. 그리고 마지막 여섯 번째는 바른 인식을 위한 여정을 담았다. 진리에 도달하기는 너무나 어렵다. 인식을 인식한다는 건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기회가 아니다.

    저자는 의식과 개념보단 현실이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현실이 있고 의식이 있는 것이다. 이는 마르크스의 변증법적 유물론에 기댄 결과다. 마르크스의 스승인 헤겔은 정신의 우월성을 논했다. 아마도 1980∼90년대 민주화 운동 당시 학습을 하던 습관이 저자의 의식도 규정한 건 아닌가 싶다. 의식이 먼저냐, 현실이 먼저냐는 철학 계에서 여전히 팽팽한 줄다리기에 있다. 예를 들어, 식물인간을 과연 사람으로 간주해야 할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또한 태아를 수정 후 몇 주 후까지 인격체로 간주할지는 분명하지 않다.

     

     

    의식과 현실, 무엇이 중요한가

    그럼에도 개인은 사회적 존재라는 말은 거부할 수 없는 진리이다. 자유롭고자 하는 개인은 홀로 존재하며 자유로울 수 없다. 그 자유를 부여하는 건 사회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구속에서 벗어나 조금 더 나은 자유를 얻기 위해선 함께 나서야 할 때가 많다. 개인의 한계를 극복하는 건 공동체 속에서 가능하다.

    철학은 세계를 바라보는 관점이다. 모든 사람은 세계를 해석한다. 어떻게 해석하느냐가 다를 뿐이다. 세계를 긍정적으로 혹은 회의적으로 보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행동이 달라진다. 그러므로 세계를 바라볼 때는 더욱 구체적이고, 현명하게, 올바르게 접근해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이 바로 과학적 사고이다. 과학이라고 해서 철학에 반대되는 개념이 절대 아니다. 체계적이고 논리적 사고 과정이 바로 과학이고, 철학의 바탕이다. 깊고 다양하게 사고하는 게 바로 철학이다.

    저자는 “철학을 탐구하려면 무엇보다 자신의 현실 생활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야 해.”라고 조언한다. 철학은 관념과 실천의 조합이나 실천을 이끄는 건 의식이다. 따라서 자신의 현실을 예민하게 관찰하며 실천으로 나아가야 한다. 더욱이 저자는 “존재의 목적이 있는 게 아니라 존재하다보니 목적이 생기는 것이다.”라고 적었다. 사실 이 말은 아리스토텔레스의 목적 지향성에 반하는 말이긴 하지만, 철학적 바탕을 현실에 두려는 맥락에서는 충분히 수용 가능한 말이다.

    괴테의 <파우스트>엔 “모든 이론은 회색이고, 오직 영원한 것은 저 푸른 생명의 나무다.”이란 말이 나온다고 한다. 아무리 철학을 한다고 해서 세상이 달라지지 않는다. 거기에 필요한 건 변화를 이끌어내는 의지다. 나를 변화시키고, 세상을 바꾸는 건 올바른 철학적 세계관과 행동으로 이어지는 연쇄고리일 것이다. 

    posted by 남한산청소년연구회
    2019. 5. 8. 11:04 카테고리 없음

    신동엽의 시들회고주의가 아닌 내일을 위한 잠언

    [서평] 좋은 언어로(신동엽 평전)(김응교, 인병선 저, 소명출판, 2019. 03.20)

     

    누군가를 깊이 알면 사랑하게 된다. 사람 자체를 알게 되기 때문이다. 좋은 언어로(신동엽 평전)는 시인 신동엽의 생애와 인간적인 면면을 가깝게 느낄 수 있게 하는 책이다. 그가 어떤 환경에서 어떤 책을 읽으며 시심을 키웠는지, 어떤 분들과 가깝게 지냈는지, 가족 관계는 어땠는지 등을 알 수 있다.

     

    신동엽 문학상은 문인들이라며 누구나 들어봤을 것이다. 원래는 신동엽 시인의 문학과 문학정신을 기리고, 역량 있는 문인을 지원하기 위해 유족과 창작과비평사가 1982년 공동으로 신동엽 창작 기금을 제정한 것이 시작이었다. 신동엽 시인은 식민지의 배고픔과 참담한 6.25전쟁 속에서 살아남았고 우리나라의 역사를 시의 언어로 형상화하였다. 또한 짧은 시뿐 아니라 긴 서사시, 극시, 오페라까지 만든 실험적인 형식들을 여럿 선보였다.

     

     

    시 창작에 영향을 준 어린 시절과 아내

     

    신동엽의 시는 단지 과거로 돌아가자는 회고주의가 아니다. 내일을 위한 잠언이다. 어린 시절 신동엽은 성실한 모범생이었다. 그러나 그는 병으로 결석이 잦았고 크게 건강하지도 않았다. 이는 훗날 신동엽의 건강을 더욱 악화시키는 하나의 원인이기도 했다. 당시 학생들은 좌익과 우익으로 나뉘어 매일 싸움을 했다. 이 사건은 신동엽이 체험한 최초의 분단이었는데 당시 신동엽은 중립을 바라며 어느 쪽도 지지하지 않는 태도를 보였다.

     

    어느 날 신동엽은 소집 영장을 쥔 채 국민방위군으로 대구에 수용 당하게 된다. 1951 4 30일 국민방위군이 해체되고 전국 방방곡곡에서 소집한 군인들은 모두 고향으로 돌아가게 되는데, 낙동강변을 지나던 신동엽은 배고픔을 참다못해 딱딱한 게를 잡아 날로 먹고 말았다. 그런데 이는 신동엽의 건강을 극도로 악화시키는 디스토마의 원인이 되고 말았다. 봄이 지나고 여름도 거의 지날 무렵이 되어서야 신동엽은 겨우 기력을 찾을 수 있었다.

     

    한국전쟁은 신동엽에게 평생 떼어놓을 수 없는 현실적인 태도를 가르쳐 주었다. 한국전쟁 시기 그가 썼던 메모와 일기문, 습작시를 볼 때, 그의 역사의식은 이미 이 시기에 형성되었다고 볼 수 있었다. 그 즈음 외로움이 자리 잡고 있던 그에게 한 여인이 나타났다. 그 여인은 훗날 아내가 되고 이후 그의 작품 해석을 위해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존재가 되었다. 두 사람 사랑은 개인적인 사랑을 넘어 인류애에 이르렀다. 신동엽은 인병선에게 편지뿐 아니라 시를 써서 보내기도 했으며, 군에 가서도 틈만 나면 편지를 보냈고 부대 밖으로 나와서도 항상 인병선을 찾았다.

     

    28세가 되던 1957년 신동엽은 인병선과 결혼을 한다. 그리고 29세가 되던 1958년 가을에 충청남도 보령에 있는 주산 농업고등학교에 발령을 받았다. 하지만 건강하지 못했던 그는 1년 이상 교사생활을 하지 못하였다. 막 안정된 생활을 하려 할 즈음 그에게 병환이 찾아온 것이다. 하지만 이는 신동엽에게 깊은 시를 쓰게 하는 기회를 주었다. 신동엽은 한 달 이상 정성을 다해 시를 썼고 30세가 되던 1959 1 3일 드디어 지면에 석림(石林)이라는 필명으로 그의 장시이야기하는 쟁기꾼의 대지가 신춘문예 입선 작품으로 실리게 되었다.

     

    껍데기는 가라그리고 한민족의금강

     

    신동엽의 시에는 6.25 때 일어난 슬픈 장면이 많았다. 그의 시이야기하는 쟁기꾼의 대지2화를 보면 <내 동리 불사른 사람들의 훈장(勳章)을 용서하기 위하여. 코스모스 뒤안길 보리사발 안은 채 죽어 있던 누나의 사람을 위하여.>는 구절이 있다. 어느 동네에서 벌어진 비참한 광경을 묘사한 내용이었다. 시에는 동네를 불사르고 사람들을 죽인 사람이 훈장을 받는 현실을 이야기하는 이야기가 담겼고,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전쟁이 무서워 깊은 산으로 도망갔다가 추위에 얼어 죽은 사람들의 모습도 담겨있었다. 시는 코스모스 길에서 죽어 있던 나무처럼, 전쟁 때 죽어간 동네 사람들을 위로하는 슬픈 노래였던 것이다

    .

     

    1960 4.19혁명이 일어났다. 신동엽은 자신이 살고 있던 시대의 아픔을 더는 속으로만 담아둘 수 없었다. 그래서 문학 작품을 모아 책으로 냈다. 1960 7, 신동엽은 4.19 혁명을 노래한 학생과 시민, 작가들이 쓴 시를 모아 엮은학생혁명시집을 펴냈다. 이후 수많은 작품 활동을 했는데껍데기는 가라를 통해 그는 관념의 절정을 밟았고, 1967 12월부터는 전주사범 시절부터 거의 20년 동안 구상해 온 이야기인금강을 쓰기 시작했다.

     

    신동엽의 독서 노트와 일기장을 보면 그는 엄청난 양의 세계문학 작품을 두루 읽고 받아들인 것을 알 수 있다. 집필을 위하여 방학 때면 호남을 여러 번 답사했고 설악산과 속리산 등을 찾아가 동학의 유적을 추적했다. 온 정신을 기울여, 밥 먹을 시간도 잊고 원고지에 쓴 글을 읽으며 방안을 왔다 갔다 했다. 나중에는 아예 여관방을 하나 빌려서 원고지와 씨름했다. 그렇게 하여 1968년 초 장편서사시금강을 발표했다. 모두 26장으로 이루어진 4,800행의 대작이었다.

     

    옛 이야기는 단순히 과거의 사건으로 끝나는 것이 아님이 시에 담겨있었다. 과거 이야기를 재구성함으로써, 과거는 미래를 위한 거울이라는 사실을 그는 사람들에게 알렸다. 하지만금강을 쓸 때 잠도 안자고 모든 에너지를 쏟아 부은 탓인지 그의 건강은 극도로 악화되었다.임진강을 쓰기 위해 문산 지역을 취재하다가 수상한 사람으로 오인 받아 군부대에 잡혀 하룻밤을 지내고 온 후 그의 병은 더욱 나빠졌고 결국 간암 판정을 받았다. 1969 4 7일 서울 성북구 동선동에서 향년 39세의 젊은 나이로 숨을 거두고 말았다.

     

    생전 신동엽은 주말마다 산행을 즐겼다. 산봉우리를 디디고 지팡이를 짚은 채 먼 곳을 바라보는 사진이 많았다. 신동엽은 떠오르는 해를 보며 내일을 상상하고, 산 아래 움직이는 사람들을 보며 그들의 삶을 생각했을 것이다. 이제 신동엽은 한국 현대사에 빼놓을 수 없는 인물로 정부의 인정을 받은 상태다. 그는 시작을 위해 뼈를 깎는 산고 과정을 겪었고 그러면서 치밀하게 자료를 모았다. 그리고 그의 정신은 오늘날 시에 담겨 전해지고 있다.

     

    신동엽 시인의 가족들을 보면 고진감래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부인 인병선은 남편과 사별한 뒤 출판사 일과 번역 일을 하는 등 어려운 살림을 일으켰고, 자식들도 모두 대학을 나와 평안하게 살고 있다. 자식세대로 이어진 아버지의 정신과 노력 덕분이었다. 이는 신동엽이 살았던 이후의 모든 자식세대 그리고 우리를 포함한 현대인들에게까지 적용되는 사실일 것이다. 한 사람의 위대한 정신이 보인 오늘날 모습은 감히 고개가 수그러질 정도이다. 그러한 정신을 알기 위해 우리는 한민족을 일으킨 시인 신동엽의 삶을 다시 한 번 기억해야 할 것이다.

    posted by 남한산청소년연구회
    2019. 5. 7. 14:03 카테고리 없음

    크루즈 선원이 된 한 지방대 여학생의 분투기

    [서평] 『당신들의 기준은 사양하겠습니다 (스펙제로 야간대생에서 글로벌 비즈니스 코디네이터까지)』(김나영 저, 와이즈맵, 2019. 04.25)

     

    누군가의 삶 이야기를 듣는 건 유익하고 좋다. 그 삶이 어떠하건 우리는 한 세상을 만날 수 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흔한 말처럼 어떤 대상을 진심으로 알게 되면 그것을 이해할 수 있게 되고, 또 사랑하게 되고, 진실 된 눈으로 볼 수 있게 된다. 우리가 사는 세상도 마찬가지다. 현재 내가 가진 조건, 처한 환경, 상황 등을 이해하고 나아가 사랑하게 된다면 세상을 슬기롭게 살아갈 지혜와 눈을 갖게 된다. 『당신들의 기준은 사양하겠습니다』의 저자는 그런 점에서 자신의 삶을 사랑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겠다.

     

    저자는 가난했던 어린 시절을 행복하게 기억한다. 그 이유로 엄마의 노력을 꼽았다. 엄마를 보며 힘든 일을 이겨내고 세상사는 법을 배워 나갔던 것이다. 물론 학창시절이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가난하고 불행하게 보였을지 모른다. 하지만 어린 나이에 알게 된 값진 노동의 대가, 그리고 내 힘으로도 뭔가를 해낼 수 있다는 희망을 통해 세상을 다르게 보는 눈을 가지게 됐기에 내 인생에서 가장 자유로웠던 시절, 그리고 특별했던 시절로 기억하였다.

     

     

     

    중국어 공부를 통해 넓어진 기회의 순간

     

    저자는 보충수업과 야자에서 탈출하려 외국어공부를 시작했다. 그런데 매일 중국어 수업을 들을수록 그 언어의 특성에 매료되었다. 법적으로 사회생활을 할 수 있는 나이가 된 이후부터 나는 학비와 생활비를 벌기 위해 강의시간을 제외하고는 쉴 틈 없이 아르바이트를 했다. 아르바이트를 하며 저자는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익혀 나갔다. 또한 그간 공부했던 중국어는 저자에게 여러 기회를 가져다주었다.

     

    아르바이트를 하러 가던 어느 날 ‘제1회 북경외국어대학교 교환학생 선발’의 기회를 잡았다. 베이징에서 1년간 유학생활을 했다. 대학 입학 후 처음으로 아르바이트, 학비 걱정 없이 학생으로서 오로지 공부에만 전념할 수 있었다. 이후 한국으로 돌아왔을 때는 영어공부까지 흥미를 붙였다. 계속 도전하며 새로운 기회를 잡아나갔다. 그러한 기회 중 하나가 ‘제1회 전국 대학생 중국어 프레젠테이션 대회’였다. 이 대회에서 저자는 ‘베이징 798예술구’를 주제로 발표 후 대상을 수상했다.

     

     

    우리는 살다보면 좋아하지 않아도 해야만 하는 일들을 적지 않게 만난다. 이에 대해 저자는 주어진 환경 속에서 최대한 즐기고 행복해할 수 있는 마음을 가지라고 말한다. 내가 처한 상황을 바꿀 수 없다면 마음가짐을 바꾸는 것이 방법인 것이다. 이러한 저자의 주장들은 경험에서 우러나온 문구들이었다.

     

    크루즈에서의 생활

     

    베이징 유학 중 저자는 크루즈 세상을 처음 사진으로 접했다. 그 경험은 강렬했다. 저자는 한국에 돌아와서 크루즈 회사에 취업하고자 백방으로 알아보기 시작했다. 승무원이 되어 크루즈 안에서 생활하며 세계를 여행하는 매일 꿈을 꾸면서 크루즈 회사, 크루즈 산업에 관련해 모을 수 있는 모든 지식과 정보를 수집해나갔다. 결과 한 회사에 합격했고 9개월이라는 지난한 기다림 끝에 2009년 10월 9일 승선을 했다.

     

    책을 읽는 내내 인생을 개척하는 인물의 표본을 보는 듯했다. 좋아하는 일을 찾아 단계를 밟고 꿈을 생각하고 설계를 하는 모습은 여타 부모에 의지해 사회 속 단계를 밟아가는 젊은이들과 달랐다. 세상에는 아무런 인과관계 없이 일어나는 일은 없다. 운이라는 것은 그것을 간절히 바라고, 또 준비된 사람에게 모습을 드러낸다. 저자는 크루즈 승무원이 된 이후에도 새로운 것을 배우고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찾기 위해 계속 노력했다. 덕분인지 첫 번째 항해에서, 이제 막 3개월의 수습기간이 지난 시점에 부서 이동의 기회를 얻었다. 이 때 역시 오래 고민하지 않고 바로 기회를 잡았다.

     

    일을 함에 있어서도 요가의 호흡처럼 천천히 상황을 받아들이고, 이해하며 마시고 내뱉는 과정이 필요하다. 잘하지 못하더라도 서두르지 않고 스스로에게 집중하면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다면 같은 상황에 올랐을 때 지난번보다 조금은 발전된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그렇게 자신만의 속도를 느끼고 찾아가는 것이 필요하다. 저자는 어떻게 하면 승객들이 행복한 기억을 최대한 많이 사갈 수 있을지 고민했다. 크루즈에 대해 더 알아갈수록 그들의 여행 목적은 기항지가 아니라 크루즈, 일상에서 벗어나는 여유 그 자체라는 것까지 깨달았다.

     

    세상을 배우고 합리적인 선택을 하다

     

    세상에 꼭 해야 하는 일이란 없다. 본인이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이 있는 것뿐이다. 이에 대해 저자는 “주어진 모든 일에 ‘네’라고 말하는 게 긍정적인 자세일 수 있지만, 기존 업무에 차질을 빚거나 과부하로 건강에 문제를 일으킨다면 결국 ‘과욕’일 수밖에 없다……. 내가 해낼 수 있는 선을 지키고, 과도한 요구에는 ‘아니오’라고 말할 수 있는 게 진정한 용기이자 자신감이다.”라고 말했다.

     

    저자의 남편은 삶을 행복해하는 아내를 응원했다. 하고 싶은 게 많아서, 행복해 보여서, 그런 여자가 자신의 아내라서 좋다고 흔쾌히 동의를 하며 오랜 기간 보지 못함에도 아내가 승무원 생활을 하도록 응원해주었다. 저자는 무언가를 결정할 때 머릿속에 늘 새겨두는 말이 있다고 한다. 바로 ‘모든 일에 정답은 없다’라는 것이다. 어떤 문제에서건 자신의 선택이 정답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야 하는데, 내 선택을 정답으로 여기는 순간부터 작은 차이에도 후회와 자책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자는 정답보다는 가장 합리적이고 적당한 답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책에 담긴 저자의 시각은 너무도 고차원적이고 또 세계적이었다. 아마 저자가 머무르는 물에 따라서 느끼는 바가 달라진 것이리라. 세상을 살다보면 나와는 다른 언어, 문화, 환경에서 살아온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그 안에서 서로의 다름으로 인한 마찰이 생겨나기도 한다. 하지만 그 마찰은 결코 감정적으로 다투거나 내 입장을 강변한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저자는 그렇게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고 조직의 일원이 되기 위해 노력했고 결과 그들은 기꺼이 저자를 받아들였다.

     

    하나의 작은 점에 불과했던 저자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 자신을 알아봐주고, 믿어주고, 기회를 주는 사람들과 만나 가치 있는 존재가 되어 가는 걸 느꼈다. 우리는 각자의 속도에 맞춰서 산다. 어떤 사람은 빠르게, 또 어떤 사람은 조금 느리게 산다. 중요한 건 사회가 만들어 놓은 기준에 갇혀 나의 가능성까지 가둬두지는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또 그렇게 경력을 이어갈 수 있게 기업과 사회의 배려역시 필요하다. 크루즈를 타고 세상을 돌며 진정 세상을 느낀 저자가 매우 부러웠다. 그런 점에서 『당신들의 기준은 사양하겠습니다』은 가슴 뛰는 순간들을 독자가 함께 느끼게 하는 멋진 책이다.

     

    posted by 남한산청소년연구회
    2019. 5. 3. 16:28 카테고리 없음

    어제 낮은 무척이나 더웠다. 이제 차 안에서 슬슬 에어컨을 켤 때가 되었다. 올 여름은 얼마나 더울지 벌써부터 숨이 막힌다. 독일의 사회학자 울리히 벡(Ulrich Back)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빈곤은 위계적이지만, 스모그는 민주적이다.” 현대는 위험 앞에 누구나 평등하게 노출된 사회다.

    기온은 꽤나 큰 영향으로서 생태계 변화를 일으킨다. 2004년 과학전문지 <네이처>에 소개된 연구에 따르면, 지구온난화는 지구촌 생태계 변화의 약 90% 이상을 야기했다. 지구온난화는 인간의 삶 자체에도 큰 영향을 주었고 그로 인해 21세기에 접어들어 가장 중요한 사회 문제로서 자리 잡았다.  

    최근 읽은 『파란하늘 빨간지구』(조천호, 동아시아, 2019. 03.29)의 저자는 기후변화 속에서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 이야기해준다. 기후변화는 그 자체로 식량과 물, 에너지, 환경, 보건 등 사회 기반 체계에 빠른 변화를 일으킨다. 우리나라만 해도 여름철 서해안 백령도 주변 바닷물 온도가 20℃를 넘어 아열대지역에 사는 백상아리가 나타났다. 또한 바다 표면 수온이 1.31℃ 상승해 오징어, 갈치 등이 새로이 모습을 보이게 되었다. 이 모든 건 어찌 보면 자연스럽지 않은 급격한 변화들 중 일부다. 

    생물 개체군은 자신들이 살고 있는 환경에 큰 변화가 생기면 표현형적(겉으로 드러나는 형질) 가소성을 발휘하거나, 유전적 진화를 통해 새롭게 적응하거나, 적당한 서식처로 이주를 한다. 이러한 기작들은 종의 개체, 개체군, 군집 수준에 이르기까지 복잡하고 다양한 양상으로 전개된다. 

    일반적으로 생물권에서는, 먹이사슬을 이루는 생산자와 소비자, 분해자의 관계가 기후변화에 따라 조금씩 변한다. 식물과 곤충의 계절적 특성에 따라 동물의 행동 특성이 영향을 받는 것처럼. 곤충의 서식지, 새의 산란시기, 철새의 도래시기, 꽃과 잎의 발아 및 개화시기 역시 기후변화로 인하여 생물권에서 일어나는 변화들 가운데 몇 가지다. 

    1990년부터 2008년까지 유럽대륙 11,620개 지역에서 150만 번에 달하는 곤충 채집 연구가 있었다. 생물학자들은 19년 동안 상승한 기온으로 인해 새와 나비의 최적 서식지가 249km 북상했다고 추정했다. 더욱이 변온 동물인 곤충은 외부 기온이 변하자 체온을 바꾸며 성장 속도, 생활주기, 분포, 상호작용 등을 바꾸었다. 기온 변화에 따른 생물권 변화는 그간 어쩌면 당연한 일로 여겨왔다. 중요한 건 생물권 내에서만 벌어지는 변화가 아닌 무생물과 조화를 이루는 방향으로 끊임없이 진화하고, 내재한 분자 운동과 에너지를 맞추고 있다는 시각을 추가해 보아야 한다. 지구는 실제로 그렇게, 지금껏 흘러왔다. 

     

    『파란하늘 빨간지구』의 조천호 저자는 과거 기후를 알아야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할 수 있다고 적었다. 기후변화는 과학적 반증에서 살아남은 역동적 진실이다. 사진 = 책 표지.

     

    기온 변화에 따라 달라지는 생존법

    우리는 살아가기에 적합한 환경이 먼저 조성되어야 그곳에서 생명체가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구가 겪어온 과정을 보면 남세균(광합성 세균)처럼 생명체가 직접 적합한 환경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즉 생명체와 환경은 함께 진화하는 것이다. 지구환경이 지속할 수 있으려면 그 안에 사는 생명체가 건강해야 하며, 생명체가 건강하려면 지구환경과 기후도 안정되어야 한다.  

    인류는 약 1만 년 전에야 농업을 시작했고, 7,000년 전에야 문명을 탄생시켰다. 여기서 조천호 저자는 약 20만 년 전 호모 사피엔스가 출현하고도 오랜 기간 인류가 오랫동안 문명을 탄생시키지 못한 이유에 대해 ‘기후’를 꼽았다. 당시 우리 조상들은 오늘날의 극한 날씨보다 더 변덕스럽고 혹독한 기후에 맞섰다. 그런 기후에서는 농업을 할 수 없었다. 그저 사냥꾼이자 채집자로서의 삶을 영위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12,000년 전에 빙하기를 뒤로하고 현재의 따뜻한 간빙기인 홀로세에 들어선 뒤 비로소 구석기에서 신석기로의 전환이 일어났다. 

    이때부터 인류는 작물을 경작했고 점차 한곳에 정착할 수 있었다. 인류 문명이 등장한 것도 이 때쯤이었다. 해수면 상승이 일단락된 이후인 7,000년 전 메소포타미아에서 문명이 처음 등장했다. 이어 이집트, 인더스, 황허로 이어졌다. 홀로세는 인간뿐 아니라 다양한 생명체들이 넘치는 아름다운 보물 상자가 되었다. 현재 우리가 아는 한 홀로세는 인류가 지속할 수 있는 유일한 환경이다. 조천호 저자는 우리가 절박하게 홀로세를 지켜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전 세계 양서류의 1/5이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고 한다. 그 이유는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이다.
    사진 = https://www.sciencedaily.com/releases/2013/03/130305200306.htm

     

    과거 기후에서 불확실한 미래를 밝혀야

    지구온난화가 원인을 논하는 용어라면, 기후변화는 원인을 포함한 결과를 논한다. 20세기 중반 이전까지 학계에서는 인간 활동이 자연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작다고 보았다. 하지만 IPCC(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간 패널)에서 발행한 평가 보고서와 특별 보고서를 보자면 인간이 기후변화를 일으켰다는 증거가 분명하다는 견해에 힘이 실리고 있다. IPCC의 기후변화 전망에 따르면, 미래는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이루어가는 것이었다.   

    2018년 7월 독일, 스웨덴, 덴마크, 호주의 기후과학자 16명이 미국 국립과학아카데미 회보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찜통 지구에 진입하면 지구 평균 기온이 4~5도 상승하게 되고 해수면이 10~60m 높아질 수 있다. 이 경우 세계의 연안 지역, 특히 저지대 삼각주와 그에 인접한 연안의 바다 및 생태계가 위험해진다. 이 지역에 세계 인구의 대부분이 살고 있으며 대도시 대부분이 위치해 국가 경제와 국제 무역에서 필수적인 부분을 담당하기에 경제적인 위험도 만만치 않게 된다. 

    기후변화가 절대적으로 확실해서 대응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과학과 마찬가지로 과학적 반증에서 살아남은 역동적 진실이기에 우리가 받아들이고 이에 대응해야 한다. 특히 과거의 기후를 살펴봐야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 사람들은 기상예측과 과학에 너무나 많은 기대를 걸고 신념을 가진다. 불확실한 미래는 과거 기후를 면밀히 살피는 데서 출발한다. 

    일교차가 큰 가을에 하루 동안 20도 차이가 나도 우리는 생존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 그런데 왜 미미해 보이는 1.5도 또는 2도에 민감하게 대응하려고 노력하는가. 우리는 그 무엇이라도 좋으니 당장 눈에 보이는 조치를 취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중요한 건 요행이 아니라 과학적 합리성에 기반을 둔 행동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생태계가 급격하게 변화하고, 더 많은 산림화재와 가뭄이 나타나고, 열대성 폭풍우가 빈번해질 전망이다. 사진 = https://climate.nasa.gov/effects

     

    생물권에서 일어나는 진화적 변화들

    기후시스템을 움직이는 에너지의 99.98%는 태양으로부터 온다. 이들 에너지는 기후시스템 속에서 여러 에너지로 변한다. 분자 수준마다 에너지 요구에는 얼마간 차이가 발생하는데 특히 난분해성 유기물일수록 온도 민감도가 높아 분해에 필요한 활성에너지가 더 많이 요구된다. 한 예로 캐나다 온타리오 지방 산림의 토양을 보면, 잎의 각피를 구성하는 난분해성 왁스 성분보다 리그닌이 포함된 토양유기물 성분의 분해가 더 빠르다. 기후시스템에서 기온 상승은 또한 대기가 머금는 수증기 양을 증가시키며, 광합성 작용으로 흡수되는 탄소와 호흡을 통한 배출정도도 크게 변화시킨다. 이 모든 것이 전반적인 생태변화를 야기한다. 

    생물학적 관점에서 기후변화의 근원 중 하나는 식물의 광합성 작용이다. 현재 산림생태계는 육지면적의 1/3을 차지하며 지구 전체 광합성 양의 약 2/3를 담당한다. 식물이 흡수한 탄소는 체세포 구성 물질로 바뀐 뒤 먹이피라미드를 거쳐 호흡을 통해 대기로 되돌아간다. 이러한 과정은 우리가 교육으로 매우 흔하게 접한 상식이지만 조금 다르게 보면 기후변화를 설명하는 중요한 문구이기도 하다. 생지화학적 순환에서 탄소뿐 아니라 생물권과 암석권 사이에서 순환하는 산소, 대기권에서 고정되어 생물권으로 이동해 단백질이나 필수 유기분자가 되는 질소까지, 모든 물질의 흐름과 변화는 기후변화의 원인이 된다. 기후변화의 원인을 알기 위해 생물권뿐 아니라 지권, 수권, 암석권 모두를 포함해 살펴봐야 함이다.      

    생물 진화의 시각에서 과학자들은 크게 두 가지를 걱정한다. 우선은 기후변화가 생물권 내의 모든 동물에 같은 영향을 주지 않으며 동물 분류군에 따라 서로 다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다. 예로 나비와 새의 북상 속도에는 얼마간 차이가 있는데 상대적으로 수명이 더 짧은 나비의 경우 적응능력이 커 새보다 북상 속도가 빠르다. 이 경우 나비를 먹고사는 새들은 극단적으로 멸종위기에 처할 수도 있다. 영국의 박새는 알에서 깬 후 열흘 정도 나방의 유충을 포식해야 한다. 그러나 온난화로 인해 나방 유충의 출현 시기가 빨라지자 박새들은 먹이 포집에 곤란을 겪었고 결국 산란기를 새로 조정해 47년 전보다 2주 빨리 알에서 깨어났었다. 

    양서류의 경우 연평균 기온이 1℃ 상승함에 따라 9~10일 정도 빠르게 물가로 나타났다. 도마뱀은 특히 기후변화에 민감한데 때문에 전 세계 도마뱀 가운데 5%가 이미 멸종했다. 멕시코를 보더라도 도마뱀의 12%가 사라지고 남부 유럽에서도 30%가 사라져버렸다. 이러한 영향은 피라미드를 따라 상위 포식자로 올라갈수록 같은 문제를 일으킨다. 현재 남극 펭귄 숫자가 50% 가까이 줄고, 개체수가 줄어든 북극곰이 서로를 잡아먹기에 이른 것도 생태변화로 인한 나비 효과다.  
     
    인간 중심의 어휘가 되어있는 기후변화

    과학자들이 걱정하는 두 번째는 인간 활동으로 인한 기후변화가 기존의 생지화학적 순환 속도에 맞추기 힘들 정도로 복잡해졌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만 해도 지난 100여 년간 평균 기온이 1.5℃ 증가했다. 0.6℃가 상승한 세계 평균과 비교하자면 꽤나 크다. 이로써 기후변화에 따른 생태계 변화는 더욱 가속화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인간은 수백만 년 동안 땅에 묻혀 있던 탄소를 매우 짧은 시간 내에 끄집어냈다. 산업혁명 이후 과도한 화석연료 사용은 탄소순환에 불균형을 초래하고 결국 지구 물질의 흐름을 바꾸어 기후변화를 야기하면서 전 권역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수많은 생물 종은 환경 변화에 적응하지 못할 정도로 빠른 진화를 해야 할 위치에 놓여버렸다.  
     
    실제로 많은 생물종들은 지금껏 지구온난화에 대응하여 적절한 유전적 반응을 진화시켰다. 그러나 빠른 기후변화는 개체로 하여금 유전적 반응에 앞서 가소성 내에서 보이는 반응을 먼저 유도시키고 있다. 이는 훗날 안정되지 못한 변화로 남아 더욱 불안정한 상태가 될 것이다. 생태계 구조와 기능은 미래에도 서로 영향을 끼치며 상호작용할 것이 분명하다. 

    중요한 건 생태 구성체들 간 이러한 매듭을 필연으로만 보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다. 아직도 기후변화에 따른 생태변화를 생물권 내로만 한정해 보는 사람들이 많은데 진짜 위험은 우리가 마시고, 숨쉬고, 발을 딛고 있는 모든 곳에서도 생태변화가 같이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http://www.ibric.org/myboard/read.php?id=304789&Page=&Board=news

     

    참고문헌


    1. 『기후변화 교과서 (기후변화와 한반도 생태계의 현황과 전망)』(최재천, 최용상, 도요새, 2011), pp 79~84, p. 439 이하.
    2. 『생태계와 기후변화』(정병곤, 김득수 외 4명, 동화기술, 2014), pp. 40~50. 
    3. 『어느 지구주의자의 시선 (인간과 자연, 공존하며 살아간다는 것)』(안병옥, 21세기북스, 2014), pp. 31∼34. 
    4. 『키워드로 보는 기후변화와 생태계』(공우석, 지오북, 2012), pp. 134~154..
    5. 『파란하늘 빨간지구』(조천호 저, 동아시아, 2019. 03.29)
    6. <(2017) 생태계의 주요 조절 기능에 대한 기후변화 영향 연구>(홍승범 외, 국립생태원, 2017)
    7. <(2017) 생태계 기후변화 조사 연구>(국립생태원, 이상훈 외, 2017) pp. 1~13.

    posted by 남한산청소년연구회
    prev 1 nex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