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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산청소년연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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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한산청소년연구회
    2018. 12. 5. 22:24 카테고리 없음

    ‘좋아하는 일’하면 겉모습과 내 주변이 바뀐다

    [리뷰] <제로스펙 퍼펙트 라이프 : 나는 과연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고 있을까?>(김종우, 렛츠북, 2018.11.15>

     

    평범한 직장인이었던 김종우 씨는 홀연히 캐나다 행을 준비한다. 우리나라 디자인 업계가 3D 업종인 건 알았는데, 저자의 얘기를 들어보니 더한 것 같다. 캐나다에 가기 전 인도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기도 한 저자 김종우 씨는 정말 좋아하는 일을 찾기 위해 먼 여행을 다녔다. 그만큼 돈과 시간을 투자한 덕에 지금은 ‘이미지 컨설턴트’라는 소명을 찾았다.

     

    볼품없는 학교의 광고홍보디자인학과를 나온 저자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내가 무엇을 할지 알고 있다면 지금의 내가 어떤 모습이어도 미래가 두렵지 않다.” 자신감을 갖는다는 거 그거 쉬운 일이 아니다. 정말 지금 나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고 있을까? 대부분의 사람은 그렇지 않을 것이다. 최근에 만난 한 직장 선배는 만족감 제로라고 말하기도 했다.

     

    스펙이 제로였던 김종우 씨는 특유의 쾌활함 하나만으로 버텼다. 그래서 캐나다로 가 한 해의 직원 최고상을 받기도 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기 위해 살면서 얼마큼 노력해왔는가? 저자는 시간과 돈과 열정을 다해 자신이 정말 원하는 일을 찾았다. 결과는 ‘이미지 컨설턴트’였다. 그렇다면 내가 정말 원하고 하고자 하는 일은 무엇일까? 나는 교육 분야에서 최고가 되고 싶고 두각을 나타내고 싶다.

     



    정말 후회하지 않을 일을 찾아보자

     

    책에 나오는 일화 중에 다니엘 헤니 내용이 있다. 지금은 의연한 할리우드 배우가 되었지만, 사실 알고 보면 다니엘 헤니 역시 무수히 많은 좌절을 겪었다고 한다. 다니엘 헤니는 한국에서 선한 이미지로 선망의 대상이었으나 미국으로 건너가 오디션을 수백 번이나 보았다고 한다. 그것도 수백 번이나 말이다. 왜냐하면 그 일이 정말 그가 하고 싶었던 일이었기 때문이다. 정말 하고자 하는 일이라면 어떻게든 하게 된다.

     

    저자 김종우 씨는 “사소한 성공이 모여 오늘의 성공을 만들고 오늘의 성공이 모여 그 좋은 기운이 큰 성공을 만든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한다. 작은 쾌감, 작은 성과를 올리는 게 무척이나 중요하다. 작은 성공의 경험들이 모이면 더 나은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 조금씩 쌓아 가면 언제나 무슨 일이든 가능하다. 그는 자신에게 ▶ 올곧은 자신감 ▶ 겸손한 자부심 ▶ 가장 중요한 열정이 있다고 적었다.

     

    열정이 있는 그였기에 사업의 실패도 겪을 수 있었다. 상세한 계획 없이 시작한 사업은 빚은 남기고 망했지만 “작은 돈도 우습게 생각하지 말자”는 교훈을 안겼다. 저자 김종우 씨는 내 안의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 좋아하는 일을 찾아야 하고, 좋아하는 일을 찾는 게 바로 성공하는 삶이라고 말한다. 거기에 큰 욕심은 부질없다. 순수한 열망이 오히려 목적을 이루게 한다.

     

    하루하루 내가 하는 일이 바로 나의 모습이다. 내 현재의 모습일 뿐만 아니라 미래의 모습과도 같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 겉모습이 변하고 내적인 의식도 바뀐다. 그러면 주위를 달라지고 한다. 그래서 좋아하는 일을 찾으면 미래가 바뀌는 것이다. 일을 찾는 게 목적이 아니라 좋은 일을 찾는 게 행복이고 성공이다.

    posted by 남한산청소년연구회
    2018. 12. 3. 16:35 카테고리 없음



    2018년 5월 10일 KIA와 두산의 야구는 그야말로 불확실성의 연속이었다. 승부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었다. KIA의 안방경기에서 9회초 두산은 5-4로 지고 있었다. 이미 투 아웃 상태였다. KIA의 구원투수는 삼진아웃을 기록하며 해설자의 칭찬까지 듣고 있던 상황. 그런데 마지막 타자가 솔로 홈런을 쳤다. 와, 정말 불확실하고 복잡한 상황이 눈앞에 펼쳐졌다. 경기는 동점이 되고 끈질긴 연장전에 돌입했다. 이날 선수들과 수많은 관중은 밤늦게 잤다.

    현대사회는 불확실성과 복잡성으로 점철돼 있다. 바로 내일의 일도 예측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렇다면 과학 기술은 얼마나 정확할까? 그 어떤 슈퍼 메가톤급 컴퓨터라고 해도 당장 다음 일을 예견하고 맞히기는 쉽지 않다. 이는 비단 사회에 국한되지 않고 자연 속에서도 마찬가지다. 원인과 결과라는 가장 상식적인 법칙마저 때론 변종으로 인해 예외의 연속이 된다. 이때 최선의 과학적 연구 방법은 정말 오랜 기간 패턴을 파악하고 분석하는 것뿐이다. 

    현상은 오래 봐야 자세히 볼 수 있다. 미국 미시간주립대에서 대를 이어 진행 중인 식물학 연구는 1879년 시작됐다. 씨앗의 발아를 오랫동안 살펴보기 위해 정원을 만들어 연구하고 있다. 질문은 단순했다. 잡초를 계속 제거하면 언젠간 사라질까? 그렇다면 실제로 씨앗은 흙 속에서 얼마나 오랫동안 살아남을까? 연구진은 20개의 유리병 속에 흙과 씨앗을 넣어 주기적으로 관찰하려는 계획을 세웠다. 실제 20년마다 한 번씩 꺼내 씨앗이 발아했는지 관찰하고 있다.

    최근 ‘사이언스 어드밴시스’는 외래종인 유럽 토끼가 어떻게 오랜 기간 생태계에 영향을 끼쳤는지 분석 논문을 공개했다. 토착 생태계가 새로운 평형에 도달하는 데 얼마나 오래 걸리는지 유전자(DNA)로 역추적한 연구 결과를 소개한 것이다. 이번 연구를 위해 근 80년간의 각종 고해상도 데이터가 필요했다.

    호수 침전물을 종합적으로 분석함으로써 정말 오랜 기간 진행된 생태계의 메커니즘을 이해할 수 있다. 유럽 토끼는 전 세계 800개 이상의 섬들에 이주하여 정착지에서 토착 동식물에 심각한 영향을 끼쳤다. 외래종의 침입 사례는 많다. 미국의 두꺼비(canetoads)는 80년도 채 안 돼 호주의 토종 두꺼비 약 20%를 줄어들게 만들었다.

    연구진은 호수 침전물과 분생균 가운데서 추출된 환경 관련 DNA를 분석했다. 또한 남극 연안의 섬들에서 지난 600년간 진행된 생태계 역학을 재구성하고 침입종 토끼의 영향력을 밝혀내기 위해 퇴적학 분석을 했다. 식물 군락은 서기 1400년부터 1940년대까지 안정적이었다. 그런데 외래 침입종 토끼의 DNA가 발견된 시점부터 식물 군락은 급격한 변화를 맞이한다. 주된 식물 종들이 사라지기 시작한 것이다. 더욱이 토끼들이 늘어남에 따라 부식하는 식물의 비율 또한 증가했다. 20세기에 외래종 토끼가 끼친 영향력은 기후변화보다 더 막강했다. 

    갈수록 확률이 떨어질 만큼 불확실하고, 원인과 결과가 뒤바뀔 정도로 복잡해지는 자연계 혹은 사회 문제를 분석하기 위해선 장기간의 과학 연구가 필수적이다. 10년, 20년짜리 대형 연구 과제를 의미하는 게 아니다. 관심과 애정으로 지속할 수 있는 과학 기술 연구를 말하는 것이다. 50년 이상의 축적된 연구를 위해 천문학적 예산이 투입될 필요는 없다.

    국내 과학과 산업, 기술의 연구 문화는 조급증과 성과 깎아내리기에 익숙해져 있다. 이전 담당자의 업무는 인수인계가 잘 되지 않는다. 심지어 공개 및 공유가 안 되는 사례가 빈번하다. 특히 정부에 비판적인 연구 결과가 나온 경우라면 더더욱 숨기기에 급급하다.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의 세금이 투입된 융합연구의 경우 국회도서관 구석에 처박혀 있는 경우가 허다했다.

    하버드대에선 역대 최장 기간의 성인 발달 연구를 진행한 바 있다. 75년간 남성 724명의 인생을 추적해서 직업과 가정생활, 건강과 심리상태, 만족도 등을 조사한 것이다. 좋은 삶이 무엇인지, 어떻게 하면 행복하고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는지 그대로 보여준 것이다. 이미 2015년 테드(TED) 강연으로 공개된 이 연구는 2100만 조회수를 기록하며 전 세계인을 감동시켰다. 좋은 삶의 비밀은 주변 사람들과 원만한 사회관계를 맺는 데 있었다. 불확실한 시대에 전쟁을 겪고, 세상이 복잡하게 변하는 가운데서도 724명 모두가 사라질 때까지 좋은 삶의 비밀을 찾는 연구는 계속된다.

    불확실하고 복잡한 세상과 줄다리기를 하는 과학 연구가 단발성이라면 질 수밖에 없다. 지금이라도 지속 가능한 과학 연구의 타임캡슐을 곳곳에 묻어두자. 

    posted by 남한산청소년연구회
    2018. 12. 1. 11:49 카테고리 없음

    최근 전북 부안 앞바다에서 잡힌 아귀 뱃속에서 플라스틱 생수병(500ml)이 발견됐다. 50cm 가량의 아귀는 채 다 소화시키지 못한 생수병을 품고 있었다. 그 누구도 이토록 큰 문제가 생길 줄은 몰랐다. 목재와 금속으로 둘러싸였던 우리의 과거는 이젠 플라스틱 제품들로 가득하다.


    플라스틱이라는 용어는 그리스어 플라스티코스(plastikos)에서 유래했으며 ‘형태를 만든다’는 뜻을 지닌다. 초콜릿 하나하나를 감싼 포장지와 물티슈, 설거지용 세제, 어린이 장난감과 학생용 문구, 운동화와 겨울 코트에 이르기까지 플라스틱이 들어가지 않은 제품은 없다. 

    플라스틱은 예술과 인간 사회를 발전시킨 긍정적 측면이 있다. 1869년 한 인쇄공은 상아였던 당구공을 셀룰로이드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식물의 섬유소인 셀룰로오스를 원료로 한 것으로, 저렴하고 쉽게 형상을 만들었다. 셀룰로이드는 일본 애니메이션의 셀화에도 쓰여 예술 확산에 기여했다. 1884년에는 인조견 개발의 필요성을 느낀 화학자들이 희소한 누에 실크를 대체하기 위해 셀룰로오스를 원료로 레이온 섬유를 만들었다. 레이온은 누에 실크보다도 빛났고 아름다웠으며 염색이 쉬웠다. 

    20세기에 들어 석유를 원료로 하는 페놀수지가 등장했다. 열에 강하여 조리도구 손잡이, 컴퓨터 키보드, 절연제 등에 쓰였다. 거미줄보다 가늘면서도 강철보다 강한 나일론은 1930년대에 등장했다. 이는 최초의 합성 섬유로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군사용 텐트와 낙하산에 쓰였다. 현재 고분자 연구는 항공 기체와 건축 재료에 적용될 정도로 다양한 범위에 포함된다. 플라스틱 의존 사회가 도래한 것이다. 


    작게 부서지고, 파편화 된 플라스틱 조각들. 사진 =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해양 연구로 드러난 미세 플라스틱 오염

    그러던 1971년 가을, 샌프란시스코 주립대 생물학자 에드 카펜터(Ed Carpenter)는 미국 바하마 제도 동쪽 앞바다를 항해하던 중 이상한 것을 발견했다. 엉겨 붙은 갈색의 모자반 해초 덩어리 가운데에 하얀 얼룩이 함께 떠다니고 있었다. 정체는 작은 플라스틱 조각들이었다. 이는 매우 놀라운 사건으로 기록됐다. 왜냐하면 잘게 부서진 입자가 발견된 곳은 대서양 중심으로, 가장 가까운 대륙에서조차 거의 550마일이나 떨어져있었기 때문이다. 이후 플라스틱 문제는 불거지기 시작했다. 해안선에는 청량음료 병처럼 눈에 띄는 플라스틱 쓰레기들이 흩뿌려져 있었고, 악명 높은 GPGP(태평양 거대 쓰레기 지대)에도 플라스틱 조각은 무수했다. 이들 플라스틱 제품은 햇빛을 받아 약해지고 바람과 파도에 맞아 파편화되고 있었다.


    미세 플라스틱은 얼마나 축적돼 있으며, 어디서 왔으며, 어떤 식으로 이동하고 있을까. 미세 플라스틱 고분자 배열은 수만 가지여서 자연에서 탐지가 너무도 복잡했다. 수은이나 납 같은 오염 물질을 샘플링 하는 것과는 다른 방법이 적용돼야 했다. 그나마 플라스틱의 존재를 눈으로 관찰하기에 가장 적합한 장소는 해양이었다. 일회용 포장지로부터 나온 파편들은 거의 모든 해양 유역을 떠돌고 있었다. 해양 종의 뱃속과 북극해 얼음 속에도 파편들은 존재했는데 인간 적혈구 세포와 비슷한 크기인 약 11μm 직경이었다. 플라스틱 파편 가운데 일회용 포장지가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었다.  

    연구원 마크 브라운(Mark Browne)은 진주 담치로부터 혈액 샘플을 뽑아 말리고서 특수 현미경으로 살펴보던 중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담치의 혈액 세포 중간에 흐릿한 3차원 이미지로 작은 플라스틱 조각들이 있었던 것이다. 너무도 작기에 동물의 기관에 들어가 손상을 줄 가능성이 컸다. 2008년 호주 뉴사우스웨일즈 대학의 생태 독성학자들은, 플라스틱 입자가 무해하게 몸체를 그냥 통과하지 않는다고 논문에 적었다. 자그마한 트로이 목마처럼 위험한 화학물질들을 품고서 체내로 이동하며 먹이사슬을 통해 축적된다는 것이었다. 


    미세 플라스틱이 얼마나 작은지 보여주는 이미지. 미세 플라스틱은 최대 연필의 지름인 50밀리미터(0,5cm)부터 나노 단위까지 크기가 다양하다. 위 이미지는 51cm, 13mm, 500μm, 500nm를 비교해서 보여준다. 나노미터는 상상할 수도 없는 수준이다. 그런 미세 플라스틱이 우리 주위를 둘러싸고 있다. 사진 = <사이언티픽 어메리칸>


    강과 토양 생물의 먹이 사슬에 갇힌 입자 

    해양으로 쏟아져 들어가는 고체 폐기물을 조사하던 연구원들은 이것들이 1년 간 도시에서 나오는 양의 겨우 1%에 불과함을 깨달았다. 나머지 99%는 어디로 갔는지 알 수가 없었다. 게다가 시료 채취는 접근이 쉬운 해양 표층수에서만 주로 이루어졌고, 표층수는 기상 조건과 물의 흐름에 따라 언제든 변하였다. 파편들은 박테리아 필름에 붙어 해저로 가라앉거나 해안선으로 모이는 등 불안정한 움직임을 보였다. 

    2013년까지 그 어떤 과학자도 호수에 플라스틱이 존재하고 있음을 확인해보지 않았다. 이제 연구원들은 전 세계 호수, 강, 민물 해변에 작은 파편들이 있음을 알고 있다. 아주 깨끗해 보이는 물이나 주요 강줄기에서 꽤나 멀리 떨어진 몽골의 산속 호수에서도 플라스틱 파편은 존재했다. 호주에서 두 번째로 큰 담수호 그레이트호(Great Lakes)의 경우 이곳의 미세 플라스틱 수준은 쓰레기로 가득한 대양 소용돌이 지역만큼이나 높았다. 

    강과 호수는 폐수 처리장이나 도시지역에 더 가까이 위치하기에 해양의 것들보다 플라스틱 입자가 큰 편이었다. 플라스틱들은 육지에서부터 셀 수 없이 분해되며 해양으로 이동한다. 캐나다 온타리오대학의 퇴적지질학자 페트리샤 코코란(Patricia Corcoran)은 온타리오 템스 강의 퇴적물을 조사했다. 템스 강은 휴런 호수와 이리 호수 사이에 자리하며 세인트클레어 호수로 흘러들어간다. 이곳의 미세 플라스틱 양의 대부분은 폐수 처리장에서 비롯됐으며, 일회용 포장지에서 분해된 조각들이 뒤를 이었다. 보기에는 깨끗한 강이지만 겨울철 홍수라도 나면 강바닥에 가라앉아 있던 플라스틱들이 떠올랐다. 


    농민들은 자신의 토지를 비옥하게 만들기 위해 영양분이 풍부한 하수 침전물 찌꺼기를 사용한다. 그런데 이들 찌꺼기 속에는 폐수로부터 걷어냈다고 여긴 미세 플라스틱이 많이 포함돼 있었다. 호주 한 농장의 경우 토양에 미세 플라스틱이 너무도 많아 지표가 번쩍거릴 정도였다. 유럽과 북미에서 수행된 연구에 따르면, 매년 거의 산 하나에 맞먹는 미세 플라스틱이 농장 토양에 전달된다. 토양의 미세 플라스틱은 오랫동안 흙에 남아 농작물과 지렁이 같은 작은 생물체에 들어가고, 토양의 성질을 바꾸거나 지하수 문제를 일으킬 것이다.


    북태평양 환류의 난류 전갱어 몸 속에서 발견된 18 조각의 플라스틱. 사진 =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미세먼지처럼 공중을 떠다니는 플라스틱 입자

    2014년 파리대학교의 레이치드 드리스(Rachid Dris) 연구팀은 학교 지붕에 세 달 간 설치해둔 깔때기를 살폈다. 깔때기에 모인 먼지 대부분은 합성섬유였다. 특정한 모양과 가벼움으로 인해 쉽게 바람을 탔던 터라 양은 예상보다 많았다. 하루에 수집되는 입자 수가 평방미터 당 118개에 달할 정도였다. 이들은 크게 5mm에서 작게는 100μm까지의 크기였다. 


    토론토대 미세 플라스틱 연구자인 첼시 로크만(Chelsea Rochman)은 “이것들은 어디에나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미세 플라스틱은 해양뿐 아니라 강과 호수, 농장, 토양, 여러 유기체에 숨어 있었다. 빽빽한 도시 지역과 시골 농지 그리고 북극해 대기도 예외는 아니었다. 캐나다 북극의 호수 퇴적물과 북극해 빙하 맨 위 눈에도 미세 플라스틱은 있었다. 이는 해양 바닥으로부터 와서 얼어붙은 미세 플라스틱들과는 달랐다. 


    과학자들은 기계 센서를 통해 빙하 표면의 미세 플라스틱을 관찰했고 이것들이 나노 플라스틱으로 분해되고 있음을 발견했다. 원래 나노 플라스틱은 실내 실험실 오염의 주원인이었다. 하지만 환경에서 미세먼지처럼 돌아다니고 있었다. 나노 플라스틱을 격리할 방법은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 연구원들은 숨겨진 위험 요소들을 밝힐 방법을 개발하고 있다. 아마 해양과 토양 그리고 강이 생각보다 더 오염되어 있음이 밝혀질지도 모른다. 


    플라스틱 없는 삶은 어떨까


    우리는 플라스틱 없는 미래를 살아갈 수 있을까. 소위 숲에 사는 ‘자연인’조차 플라스틱 제품들을 사용한다. 플라스틱의 위험성을 깨달은 한 가족이 플라스틱 없는 삶을 살아본 사례가 있다. 이 가족은 냇가의 넓적한 바위에서 나무 몽둥이로 옷을 내려치며 빨래를 하고, 합성 섬유가 아닌 식물 줄기로 만든 옷을 입고, 싸리자루로 집 청소를 하고, 땅을 파 흙으로 만든 독 안에 음식을 보관하는 등 문명과 멀어진 듯한 생활을 했다. 집과 가구는 흙과 목제로 바꾸고 식기 등은 금속으로 대체했다. 양치질의 경우 소금으로 치약을 대신하고 나무 칫솔대에 세정된 돼지털을 솔처럼 붙여 칫솔을 만들었다. 

    ​이를 본 사람들은 혀를 내둘렀다. 행여 플라스틱을 두려워한 여러 사람이 ‘자연적’인 삶을 선택한다 할지라도 그들의 수요를 맞출 자연의 재료는 한없이 부족하다. 자연에서 모든 물질을 취득하기에 오늘날 인구는 너무도 많다. ‘빨리빨리’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비닐 봉투 같은 합성물들은 필수가 된 상태였다. 예술품을 만들고 건물과 자동차를 만드는 데도 플라스틱은 필수였다. 누구건 돈만 있다면 플라스틱으로 편리한 생활을 선택할 자유도 생겼다. 이러한 인간들의 생활 패턴에 따라 플라스틱 제품들은 사라질 기미가 없으며 오히려 새로이 변형되고 개발되고 있다.

    ​플라스틱이 주는 사회학적 가치도 중요하기에 생태계 위험만을 집중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우리는 플라스틱의 가장 큰 단점을 알고 있다. 자연 분해되지 않고 소각할 경우 다이옥신이라는 유해물질이 배출된다. 이 모든 측면을 바탕으로 플라스틱 오염 문제를 대하는 시민과 기관 그리고 정부의 최선의 노력을 살펴봐야 할 때다. 


    <참고 문헌 및 사이트>

    https://www.scientificamerican.com/article/earth-has-a-hidden-plastic-problem-mdash-scientists-are-hunting-it-down/

    https://www.scientificamerican.com/article/from-fish-to-humans-a-microplastic-invasion-may-be-taking-a-toll/


    https://www.youtube.com/watch?v=agS_kdG7Wwg


    『30가지 발명품으로 읽는 세계사 (술, 바퀴, 시계에서 플라스틱, 반도체, 컴퓨터에 이르기까지)』(조 지무쇼 저, 시그마북스, 2017.)

    『우리는 플라스틱 없이 살기로 했다』(산드라 크라우트바슐 저, 류동수 역, 양철북, 2016.)


    http://www.ibric.org/myboard/read.php?id=300058&Board=news

    posted by 남한산청소년연구회
    2018. 11. 29. 10:01 카테고리 없음

    당신 내면의 야생마를 길들이는 게 성공하는 길

    [리뷰] 『아직도 생각 중이라고 말하지 마라』(박천웅, 시그니처, 2018.11.15.)

     

    정말 오랜만에 내공이 느껴지는 책을 만났다. 바로 기업인 박천웅 씨의 『아직도 생각 중이라고 말하지 마라』이다. 교육 사업을 오랫동안 해왔던 나로서는 어떻게 해야 인재교육을 잘 할 수 있는지 깨닫게 되었다. 특히 이 책은 단순히 기업의 인재교육뿐만 아니라 학교와 미래를 위한 인재교육의 차원에서도 큰 울림을 준다고 생각한다.

     

    책의 마지막에 다산 정약용 선생이 아들에게 보낸 편지 일화가 있다. 정약용 선생은 사람이란 무릇 양손에 저울을 갖고 있다고 적었다. 한 손엔 옳음과 그름을 구분하는 잣대, 다른 손엔 이익과 손해를 저울질 하는 잣대다. 가장 좋은 건 옳은 걸 추구하면서 이익을 얻는 것이다. 가장 나쁜 건 그른 것을 추구하다가 해를 입는 것이다. 이 일화만으로도 저자의 생각을 잃어낼 수 있다.

     

    책에는 오랜 기간 대기업에서 일했던 저자의 경험과 새로 사업을 시작하면서 가진 소회와 철학 등이 뼈저리게 담겨 있다. 저자 박천웅은 자신의 생각을 다음 한 문장으로 요약한다. “사람은 어제에서 시작하고 한계를 극복하면서 성장한다. 이를 위해서는 뛰면서 생각해야 한다.” 뛰면서 생각해야 한다. 나무는 가지의 끝에서 성장한다고 한다. 배수의 진을 치지 않으면 성장하기 힘들다.

     

    행동이 얼마나 중요하냐면, 내가 움직이지 않으면 그 자체만으로 뒤처진다. 남들은 죽어라 뛰고 있기 때문에 내가 행동하지 않으면 언제나 제자리일 수밖에 없다. 특히 이전에 했던 일이라 지금도 할 수 있다고 막연하게 생각하면 위험하다. 박천웅 씨는 꿈만 꾸고 행동하지 않는 사람들은 노력을 안 하면서 바라는 게 많은 사람이라고 지적했다. 생각만 아무리 한다고 바뀌는 건 없다. 생각만으로 바꿀 수 있는 건 없는 것이다. 심지어 생각은 생각을 낳는다. 저자는 번지점프를 뛰어야 했던 경험을 얘기했다. 뛰기 전 걱정이 너무 많이 밤잠을 설쳤으나, 막상 뛰어보니 별거 아니었다. 열정을 증명하려면 행동해야 한다.

     



    행동의 힘은 과연 얼마나큰가, 생각 그만하자

     

    일반적으로 뛰어난 인재를 정의하기 힘들어 한다. 그런데 사실 생각해보면 별거 아니다. 뛰어난 인재란 “마음의 중심을 확고히 하여 자질구레한 것에 얽매이지 않고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면서 자기 이름이 드러나는 것을 조심하는 사람을 일컫는다.”고 적었다. 나한테 없는 걸 연연해하지 않고, 이미 있는 것의 의미와 가치를 키워 나가는 것이 현명하다고 저자 박천웅 씨는 강조한다. 자신한테 있는 것을 마주하는 태도가 정말 중요하다. 더불어, 일이 주어졌을 때 어떤 태도를 갖느냐가 역시 중요하다. 박천웅 씨는 “태도는 과거의 도서관이며 현재의 대변인이고 미래의 예언가이다.”라고 말한다.

     

    너무 많이 생각하는 사람은 몽상가이다. 생각만 많으면 달라지는 건 없다. 성공을 추구하면서 너무 전략만 짜거나 생각만 지나치게 하면 안 된다. 단계를 갖고 목표와 비전에 다가가야 하는 것이다. 성공만 따른다고 성공이 따라오는 게 아니다. 성공 하려면 성공에 따르는 길을 걸어야 한다. 그렇다고 자신의 과거에 너무 집착하면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다. 과거의 실패에 대한 원인 규명은 자신을 위축시킬 뿐이다. 노자가 강조했듯, 내가 모른다는 걸 아는 게 중요하다. 과거는 과거일 뿐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단초는 모른다는 걸 아는 것이다. 모른다는 걸 모르면 그건 병이다.

     

    성공이란 무엇인가. 성공이란 단 한 번도 실패하지 않아서 성공이라는 것이 아니라 그 실패를 딛고 다시 일어섰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역설한다. 나의 그릇을 알고, ‘몰입’하기 위해 그 그릇을 채워야 한다. 내 그릇을 채우기 위해선 채우는 걸 처음부터 끝까지 해보아야 한다. 전문가가 되려면 정말 끝장을 봐야 하는 것이다. 그 가운데 나를 평가하는 걸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한다. 현대사회는 공동체 사회이고 타인의 시선은 피해갈 수 없는 단계이다.

     

    정말 공감이 가는 얘기 중 하나는 넘어지지 않는 법을 알려주기보다는 넘어진 다음에 어떻게 일어서는가를 가르쳐 주라는 것이다. 이 문단은 너무 좋아서 통째로 인용하고자 한다. 모든 교육자가 귀 기울어야 할 대목이다.

     

    누구나 넘어지듯 누구나 각자의 터널 속으로 들어간다. 그곳에서 체류하든지 아니면 탈출하든지는 각자의 선택과 능력에 달렸지만. 이곳을 어떻게 빠져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지침 같은 것은 없다. 영화 같은 이야기로, 온전히 자신의 힘으로 칠흑 같은 어둠을 빠져나와야 한다는 공통의 미션만이 존재한다.

    밝은 빛을 향해 나갈 수 있는 힘은 경험을 통해서만 길러진다. 그 경험이 내 그릇의 크기 또한 키울 것이다. 때때로 스스로를 극한 상황으로 몰아서라도 거기서 빠져나오는 방법을 터득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당신이 당신 인생에서 패배를 맛보았다면 그 패배를 인정하도록 해보자. 그 패배를 두려워하는 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극복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그 속에서 드러나는 차이와 차별 역시 순순히 인정해야 한다. 그 차별을 없애기 위해 내가 뭘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성공이란 실패를 딛고 일어서는 것

     

    톨스토이라는 대작가는 작품에 열중하기 위해 잡다한 것들과 자신을 차단했다. 박천웅 씨는 “톨스토이가 되고 싶다면 당신이라는 목장 밖에서 날 뛰고 있는 야생마부터 길들여라.”고 적었다. 비범함은 결국 평범함이 시도하는 지속적이고 극적인 변화의 총합이다. 처음부터 목표를 너무 웅대하게 잡으면 안 된다. 웅대한 목표에 매몰된 자신을 돌아보지 못하면 그 얼마나 힘든가. 박천웅 씨는 모든 일의 결과라는 것은 사고방식의 열의와 능력을 곱한 것이라고 적었다.

     

    교육의 차원에서 또한 흥미로웠던 건 공부와 일의 차이점을 설명한 대목이다. 공부와 일은 뭐가 다를까? 공부라는 건 과거 지향적이고, 약속을 잘 이행했는지를 확인하는 일이다. 일이라는 건 미래 지향적이고, 변동 속에서 선택과 결정을 해야 하는 일이다. 어떤 환경이냐에 따라 일은 달라지고 성격도 재규정된다. 물론 공부가 일이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다. 다만, 공부와 일의 지향점이 다르다는 걸 확실히 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공부를 하던 일을 하던 비판은 별 효과가 없다. 비판은 상대를 깎아내리는 일이다. 차라리 비평이면 모를까. 저자는 “꿀 한 방울이 쓸개즙보다 더 많은 파리를 잡는다고 하지 않던가”라고 적었다. 논쟁에서 이기는 방법은 논쟁을 하지 않는 것이다.

     

    책의 마지막에는 히포크라테스의 명언이 나온다. 기회라는 건 잘 잡히지 않기 때문에 달아나기 쉽고, 경험이라는 건 이미 지나간 일이기 때문에 정확하지 못하며, 판단은 언제나 여러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에 어려운 일이다. 나를 비롯해, 여전히 생각만 하는 사람들은 즉각 행동에 나서길 촉구한다.

    posted by 남한산청소년연구회
    2018. 11. 22. 20:54 카테고리 없음
    한때 국내 영어공용화론이 논쟁이 되었던 적이 있다. 이미 세계 시민사회 시대에 영어는 선택이 아니고 필수가 되었기 때문에 국가 경쟁력 차원에서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또한 영어가 특정 집단에 독점적으로 세습되고 교육되다 보니 문제점이 발생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전 국민이 영어를 배워야 한다는 것이었다. 수많은 논쟁이 펼쳐졌고 결국 영어공용화론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러나 영어에 대한 언어 이상의 고민이 늘 필요하다.

    현재도 한국에선 영어로 대학을 가고, 영어로 직장을 구하고, 영어로 문화를 주도한다. 전 세계적으론 모든 콘텐츠가 유튜브로 몰리고, 영어를 알면 전 세계와 소통할 수 있는 세상이다. 그 강도와 독점력은 줄어들었지만 영어는 여전히 강력한 무기이자 언어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우리는 이미 영어가 헤게모니를 장악하고 있는 세상에 살고 있다. 국영수 중심의 학과 편성에서 영어는 아직도 맹위를 떨치고 있다. 할리우드 영화는 세계 시장을 석권했고, 학술의 모든 언어는 영어이다. 자국어로 연구해 노벨상을 탄 일본 역시 연구결과를 공개하기 위해선 영어 번역이 필요했다. 영어가 서구 중심의 언어이긴 하지만 소통의 도구이자 세계를 해석하는 창으로 활용한다면 충분히 그 가치가 있다. 바벨탑을 세우는 단 하나의 언어가 꼭 있어야만 한다면, 굳이 영어를 배제할 필요는 없다. 영어는 단지 여러 언어 중 하나일 뿐이다. 

    영어를 잘 하기 위해서 지금도 천문학적인 돈이 투입되고 있다. 미국과 영국, 캐나다 등 영미권 나라들은 영어교육과 어학연수 등으로 관광 이상의 수익을 얻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제 심각하게 영어를 ‘잘 한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더욱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소위 발음 좋고 술술 막힘없이 말을 하니 원어민들이 정말 영어를 잘 한다고 볼 수 있는 것일까. 

    경기도 광주의 기숙형 대안학교 성문밖학교엔 여러 명의 원어민들이 눈에 띈다. 미국에서 역사와 정치를 전공한 세스(Seth), 뉴질랜드 출신의 호탕하고 음악을 좋아하는 포나무(Ponamu), 미국인이지만 소탈한 청년으로 느껴지는 라일리(Reilly) 등. 이들은 당연히 모두 영어를 잘 한다. 그런데 더욱 중요한 것은 서투른 영어를 하더라도 잘 들어준다는 사실이다. 영어를 잘 못하는 어린 학생들의 말들은 답답하고 이해가 안 될지 모른다. 하지만 이 원어민 선생님들은 참 잘 들어준다. 이들이야말로 정말 영어를 잘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영어는 다른 과목들과 마찬가지로 하루아침에 그 실력을 향상시킬 수 없다. 언어에 대한 감각도 필요하고, 꾸준한 연습도 요구된다. 영어 스터디 그룹에서 영어를 학습한 적이 있는데, 재미교포 출신의 실력 좋은 친구는 매일 한 문단씩 외운다고 했다. 아니, 이미 영어를 원어민처럼 쓰는데, 왜 굳이 그렇게까지 해야 하느냐고 물은 적이 있다. 그는 한국에 있으면 감이 떨어지기 때문에 학습 차원에서 영어 문단을 외운다고 했다. 영어를 잘 하는 이들은 지속적으로 책을 읽고, 세상의 변화를 탐구한다. 단지 발음만 좋은 게 아니다. 영어를 잘 하는 원어민들은 당연하지만 영어를 가장 많이 사용하고 학습한다. 그게 일상이다. 

    우리가 가장 잘 아는 단어 apple만 하더라도 뜻이 변할 수 있다. 대화중에 기업 apple사를 언급하는 것이라면 그 맥락을 이해할 줄 알아야 하는 것이다. 또한 만약에 뉴턴의 만유인력 법칙을 언급하며 apple을 인용한다면 사과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는 걸 깨달아야 한다. 그만큼 언어를 안다는 건 역사와 문화, 정치와 사회, 예술과 철학을 모두 아우르는 일이다. 

    토플 시험은 읽기, 쓰기, 듣기, 말하기 4개 영역으로 이루어져있다. 그런데 각 영역들은 따로 노는 게 아니라 유기적으로 연결이 돼 있다. 말하기를 잘 하기 위해서 말하기 연습만 해선 안 된다. 잘 듣고, 읽을 줄 알아야 하는 것이다.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한 건 읽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많이 읽어야 할 말이 많아지고, 쓸 거리가 늘어난다. 영어를 외국어로 학습해야 하는 입장에서 읽기는 가장 보편적이고 편리하며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학습이다. 읽기가 멈추는 순간 할 말이 없어진다. 무식해보일 수 있으나 독해가 가장 중요하다.  

    더불어 영어는 습관이다. 밥을 먹듯이 영어를 섭취(학습)하고, 소화시키면 된다. 때론 영어의 뜻이나 의미를 잊어버려도 된다. 그러다가 다시 필요해지면 그 영어(밥)를 찾아서 먹으면 된다. 밥은 매일 세 끼를 먹으며 포만감을 느낀다. 마찬가지로 영어는 하루 세 번 이상은 학습하고 즐거움을 느껴야 한다. 포식하면 안 좋듯이 영어도 한꺼번에 이루려면 몸이 힘들어진다.

    지금껏 정말 많은 외국인들을 만나왔다. 그 중에 영어를 정말 잘 한다고 느끼게 해준 이들은 모두 상대방의 말을 배려해서 들을 줄 알았다. 화자의 말을 이해하려고 하는 노력은 영어를 못 하는 우리의 입장이 아니라, 영어를 원어로 쓰는 그들의 몫이었다. 우리가 그들의 말인 영어, 특히 은어나 약어 등을 모른다고 주눅들 필요가 전혀 없었던 셈이다. 영어를 ‘잘 한다’는 건 영어가 불러오는 언어 격차를 극복하기 위해 상대방의 말을 ‘잘 듣다’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영어를 외국어로 배우는 우리들은 새로운 문화와 변화를 읽어내면 그만일지 모른다.

    * <광주시민저널> 제53호 교육칼럼입니다. 




    posted by 남한산청소년연구회
    2018. 11. 20. 12:14 카테고리 없음



    고민 끝에 냉장고를 바꿨다. 그런데 새 냉장고를 찾다 보니 냉장고 문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만 열린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냉장고가 자리하는 쪽은 싱크대 반대편이라 문이 멀리에서 열린다. 그래서 혹시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열리는 냉장고가 있는지 찾아봤다. 하지만 양문형 냉장고조차 냉장실 문을 열 때는 왼쪽에서 오른쪽으로만 열게끔 되어 있다. 왜 그런지 갑자기 호기심이 생겼다.

     

    아마 가장 큰 이유는 오른손잡이가 많다는 점 때문일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약 12%는 왼손잡이고 양손잡이는 1% 정도다. 네덜란드 미국 벨기에 등은 왼손잡이가 13%대 수준이다. 반면 멕시코 한국은 2% 정도다. 그러니 굳이 한국에선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열리는 냉장고를 만들지 않는다고 추측할 수 있다. 왼손잡이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한국에서 냉장고를 썼다면 불편했을 것이다.

     

    해외에선 고객의 요청에 따라 문의 방향을 바꿀 수 있다. 냉장고 판매 사이트에선 문을 고정하는 경첩의 위치를 다르게 할 수 있다고 안내한다. 또 어떤 제품은 직접 문의 여닫는 방향을 바꿀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다. 단, 정수기나 얼음 만드는 제빙기가 설치돼 있지 않은 경우에 한해서다.

     

    손글씨를 쓸 때도, 지금 타자를 치는 순간에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흘러가게 되어 있다. 오락실 게임을 생각해보면 진행 방향이 언제나 왼쪽에서 오른쪽이다. 동물 그림을 그릴 때 머리는 왼쪽, 꼬리는 오른쪽으로 향하기 마련이다. 일식집 초밥의 흐름 역시 왼쪽에서 오른쪽이다. 그게 오른손잡이들에게 편하기 때문이다.

     

    오른손잡이가 오른손잡이와 악수를 하면 내 입장에선 상대방의 왼쪽으로 먼저 손이 간다. 거울에 비친 나의 오른손은 좌우가 바뀌어 있기 때문에 왼손이 된다. 오른손잡이가 많은 세상에선 왼쪽에 먼저 호감이 가는 게 자연스럽다. 일종의 거울 효과다. 승합차의 슬라이딩 도어는 운전석과 조수석 쪽에서 미는 방향이 서로 반대다. 운전석 쪽에서 문을 밀 때 덜 어색하다.

     

    그런데 집에 있는 전자레인지는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열린다. 희한하다. 아무 이유 없이 그렇게 만들었을 리 없다. 냉장고 문과 전자레인지 문의 차이는 여는 힘이다. 오른손잡이의 경우 오른손이 왼손에 비해 힘이 더 세다. 냉장고 문은 힘을 줘야 하는 반면 전자레인지 문은 쉽게 열린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냉장고 공간은 크기 때문에 무거운 물건이 많다. 즉, 오른손으로 문을 열고 왼손으로 무거운 물건들을 꺼내는 경향이 있다. 전자레인지는 왼손으로 문을 열고 오른손으로 음식을 넣거나 빼거나 한다. 뭔가 반대로 돼 있는 것 같다.

     

    문을 여는 힘과 물건을 드는 힘을 비교해보자. 냉장고는 특성상 밀폐가 핵심이다. 전자레인지 역시 음식을 데우거나 끓이는 데 밀폐가 중요하나 냄새가 새어 나오는 걸 보면 냉장고에 비해 덜하다. 여름날 냉장고의 음식들이 안전하게 오랫동안 보관되려면 바깥과의 완벽한 차단이 필수다. 그렇기 때문에 냉장고 문 열기가 전자레인지에 비해 더욱 힘들다. 크기도 크기이지만 가전제품의 용도가 관건이다. 문의 마찰력이 물건의 중력을 압도하는 셈이다.

     

    인간은 은연중에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가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지 모른다. 지구는 서쪽에서 동쪽으로 자전한다. 물론 자전축이 조금 기울어져 있다. 큰 지구의 작은 인간은 지구의 자전을 느끼지 못하지만 서쪽에서 동쪽으로 계속 돌다 보니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향하는 걸 당연하게 간주하고 있는 건 아닐까. 지구에 있는 모든 것이 한 방향으로 돌다 보니 그 방향에 맞춰 뇌가 순응했을 수 있다.

     

    좌뇌는 이성적이고 논리적, 수리적 사고의 능력을 관할한다. 언어는 좌뇌에서 비롯된다. 우뇌는 감성적이고 예술적이며 상황과 맥락을 이해하는 능력과 결부된다. 또 좌뇌는 음식을 찾는 등 일상적인 일들을 수행하도록 진화했다. 반면 우뇌는 환경에 처한 위험 등을 감지하고 즉각 대응하도록 조치한다. 이성에서 감성으로, 일상에서 위기로가 자연스럽다. 오른손을 관할하는 좌뇌의 활성화가 세상의 모든 걸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향하도록 유도한 건 아닐까.

     

    숫자를 쓸 때도 큰 수인 맨 왼쪽에서부터 기록한다. 생각해보니 이상하다. 작은 숫자부터 차례로,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기입해야 자연스러울 텐데 말이다. 가끔 왼손잡이들이 작은 수부터 쓰는 걸 본 적 있다. 특히 모든 악보는 왼쪽에서부터 음계가 그려진다. 시작과 끝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향한다. 그렇다면 냉장고 문이 왼쪽에서 열리는 건 단지 오른손잡이의 문제가 아니라 좀 더 근원적인 어떤 이유가 작용했을 수 있다.

    posted by 남한산청소년연구회
    2018. 11. 7. 12:30 카테고리 없음

    무한한 잠재력의 ‘오늘’ … 당신은 어떻게?

    [리뷰] 『오늘의 힘』(박혁제 씀, 현혜수 옮김, 예미, 2018.10.31)

     

    박혁제라는 한국인이 지었지만, 한국인 옮긴이가 따로 있는 독특한 책이 있다.『오늘의 힘』이 그렇다. 박혁제는 캐나다 내에서 손꼽히는 한국 기업을 경영하는 성공한 사업가다. 그는 한 때 사업에 실패를 하여 누구의 도움 없이 3년간 밤낮없이 일을 하며 빚을 모두 갚은 경험이 있다. 그러면서 그는 시간의 중요성과 노력의 힘을 깨닫고는 책을 썼다.

     

    무슨 일인가를 할 때 우리는 권태를 느낀다. 운동을 예로 들면 때로 게을러지는 날이 있고 운동을 하고 싶지 않은 날도 있다. 중요한 건 언제라도 운동을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 저자는 책의 제목에 걸맞은 ‘오늘’을 주제로 스펠링 하나하나를 책의 목록으로 만들었다. 저자의 ‘오늘(TODAY)’은 시간(Time), 기회(Opportunity), 계발(Development), 평가(Assessment), 수확(Yield)이다.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말라는 아주 진부하면서도 고전적인 진리이자 정석과 같은 말이 있다. 오늘을 바꾸지 않으면 내일은 오늘과 다르지 않은, 어쩌면 하루라는 시간이 인생에서 사라진 것과 같은 결과를 만날 위험이 있다.

     

    상대적인 24시간 속에 사는 우리들

     

    오늘을 올바르게 활용하면 우리는 내일 끊임없는 배품을 얻는다. 적당한 때라는 건 절대 오지 않기에 기다리지 말고 오늘 시도를 해야 한다. ‘오늘’은 무한한 잠재력을 가진다. 하지만 24시간이라는 한정된 시간에 의해 제한되어 있다는 건 ‘어제’나 ‘내일’과도 같다. 그러나 모두가 ‘오늘’이다.

     

    저자는 오늘을 알차게 보내는 중요한 첫 번째 요소로 시간을 설명 하였다. 주변에는 시간이 없다고 불평을 하면서도 휴대폰 게임이나 소셜 미디어에 빠진 이들이 많다. 정말로 이들은 시간이 없는 건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이들에게 1년은 오직 일주일의 가치가 있을 것이기에 나머지 358일 가량은 없는 것과 같다. 또 어떤 사람은 시간이 많다. 이 경우 일주일을 1년처럼 사용하는 자라고 할 수 있다. 시간은 사용하는 사람에 따라 상대적이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착각이 ‘나에게 많은 시간이 있다.’는 것이다. 정말로 하기 원하는 것을 마침내 하기까지 아직 많은 날들이 남아 있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습관을 만드는 데 평균 21일이 걸린다. 물론 매일 작은 변화를 줌으로써 말이다. 변화를 만드는 와중에 우리는 저자가 주장한 ‘기회’를 잡기도 한다. 기회는 준비된 자들만이 잡는다는 역시나 진부하고도 정석과 같은 말이 있다. 많은 사람들은 기회가 자신에게 다가올 때 그것을 알아보지만, 그 기회를 잡을 대비가 되어 있지 않곤 한다. 월척을 원한다면 물고기가 빠져나가지 않도록 그물을 만들고서 대비해야 한다.

     

    또 다른 기회를 몰고 오는 기회

     

    기회는 우리가 가고 싶어 하는 어느 곳이건 데려다주는 운송수단이다. 기회는 또 다른 기회를 몰고 온다. 예로 한 신인 작가가 어렵사리 신문에 작은 투고를 시작했다. 짧은 글이지만 작가는 최선을 다했다. 투고 글은 독자들의 인기를 얻었고, 신인 작가는 다른 언론사들의 러브콜을 받으며 여러 군데 투고할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J. K. 롤링은 수많은 출판사에 자신의 작품 『해리 포터』를 내밀었었다. 그러나 모두들 거절을 했다. 그녀의 잠재력을 파악한 단 한 출판사만 빼고 말이다. 초기의 맥도날드, 페이스북, 구글 기업 등의 가치는 사람들이 보기에 낮았다. 심지어 거들떠보지 않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러나 지금 그들의 가치는 어떤가.

     

    여가시간에 워드프레스(WordPress)라는 블로그 플랫폼을 사용했던 한 남자가 있다. 어느 날 그는 워드프레스 관계자들이 호텔에서 회의 준비하는 것을 보았다. 그냥 지나칠까하던 남자는 그쪽으로 가서 그들에게 자신의 블로그에 그들의 도구를 사용하는 것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등으로 말을 걸었다. 그리고 관계자 한 명에게서 명함을 받았고 그를 팔로우를 했다. 그리고 3개월 후 워드프레스에서 자신을 고용하겠다는 연락을 받는다.

     

    따끔한 일침을 선사하는 계발서

     

    저자는 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의 투자로 ‘나에 대한 투자’를 꼽았다. 그것은 우리 삶을 향상시킬 뿐만 아니라 주위의 모든 사람들의 삶을 개선시키는 효과를 가져 온다. 두 명의 농부 이야기가 있다. 두 농부는 같은 종자를 우연히 얻게 됐다. 첫 번째 농부는 씨앗을 키우고 보호하는 방법에 대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배운 뒤 풍성한 곡식을 거뒀다. 두 번째 농부는 그저 땅에 씨앗을 뿌리고 모든 일이 잘되기만을 바랐기에 수확이 신통치 못했다. 해가 갈수록 두 번째 농부는 첫 번째 농부를 질투하며 그가 모든 운을 가졌다고 생각하기만 했다.

     

    소설가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다음처럼 말했다. “타인보다 우수하다고 해서 고귀한 것이 아니다. 과거의 자신보다 우수한 것이야말로 진정으로 고귀한 것이다.”

     

    인생은 꿈꾸듯 쌓이지 않고 꾸준히 다듬고 노력해야만 성공적으로 얻을 수 있다. 우리는 우리가 노력으로 얻은 결과를 항상 평가해야 한다. 평가는 인생의 중요한 탐색 도구이기 때문이다. 인간이기에 우리는 삶을 반성하고 검토하며 행동을 수정한다. 그렇게 매일 인생을 평가하고 항로를 올바르게 조정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제대로 된 평가다. 그래야 우리는 한정된 육체적, 정신적, 감정적 에너지를 아낄 수 있다.

     

    저자는 책의 모든 목차마다 ‘오늘’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조용히 혼자 반성하고 묵상하는 시간을 하루 일과 중 필수 습관으로 만들어보라고 주장한다. 독자가 읽기 쉽게 실제 기업들의 사례나 사업가 그리고 작가 등 명망 있는 자들이 걸어온 길을 재미있게 설명했다. 누군가에게 이 책의 내용은 충분히 알고 있던 지식일 수도 있다. 또는 잔소리처럼 들릴 수도 있다.

     

    나 역시 같은 이유로 그간 자기 계발서를 찾지 않았다. 좋은 글귀들은 이미 충분히 많이 알았으며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머리에서 꺼내 써먹으리라 여겼다. 그러나 이러한 방치 상태가 오래되면 나만의 편견과 시각이 짙어져버린다. 결국 세상을 자기중심적으로 보고 헤이해질 위험이 닥친다. 간간이 자기 계발서를 읽는 건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오늘’을 강조하는 이 계발서는 이 시대에 어울리는 여러 사례가 함께 있어 눈여겨볼 만하다.

    posted by 남한산청소년연구회
    2018. 11. 2. 21:50 카테고리 없음

    데이터로 좌우되는 인간 행동 … 행복과 공감능력이 관건

    [리뷰] 『빅데이터 빅마인드』(박형준, 리드리드출판, 2018.7)

     

    저자의 필력이 제대로 느껴지는 좋은 책을 한 권 만났다. 바로 『빅데이터 빅마인드』이다. 이 책에는 사진이 한 장도 삽입돼 있지 않지만 내용이 정말 충실하다.

     

    저자인 박형준 씨는 내 안의 ‘행복능력’과 내 밖의 ‘공감능력’을 강조한다. 이 두 키워드가 바로 책의 핵심이다. 이를 위해 『빅데이터 빅마인드』는 인간의 인식의 한계부터 인공지능 시대에 이르기까지 과학의 최신 지식들을 자유자재로 활용한다. 행복능력은 나 자신을 제대로 아는 것이고, 공감능력은 그것을 타인들과 함께 나누는 것이다.

     

    『빅데이터 빅마인드』의 프롤로그 타이틀은 ‘뛰지 마세요! 아무도 쫓아오지 않습니다.’이다. 급변하는 현대사회를 살아가기 위해 우리는 너무나 많은 정보에 노출되어 있다. 박형준 저자는 왜 그렇게 불안해하며 바쁘게 살아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는지 과학적으로 분석한다. 지난날 생존의 위협을 느낄 만큼 부족한 시대에 살았던 현대인들의 유전자엔 성장 압박이 자연스레 박혀 있다. 인간은 어쩔 수 없이 계속 번영을 추구하는데, 번영을 위한 환경에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다.

     

    행복과 공감능력 배양을 위한 필요충분조건

     

    우선 인간의 인식이 얼마나 제한적인지 잘 아는 게 중요하다. 인간의 뇌에는 무수히 많은 정보가 들어온다. 하지만 그 모든 데이터들을 뇌가 이해하는 건 아니다. 『빅데이터 빅마인드』는 현대 뇌과학 이론인 ‘경쟁적 자취이론(Competitive Trace Theory)’을 인용한다. 뇌의 해마는 정보 중에서 생존에 필수적이고 중요한 것들만 선별하고 패턴을 만든다. 우리에게 들어오는 데이터들이 최신 것들인지, 집단 공동체의 지향점과 일치하는지 등이 중요한 것이다.

     

    우리의 오감을 자극하는 건 바로 데이터다. 데이터는 데이텀(datum)의 복수 형태다. 그 자체로 많음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사람의 기억엔 한계가 있다. 그래서 데이터 기억 결과로 축소와 강화가 수반된다. 개인들의 ▶ 경험 ▶ 유전 정보 ▶ 문화가 뇌의 기억 정보에 영향을 끼친다. 그리고 나서 다시, 그 정보가 어떤 정보들을 수집할지 결정한다.

     

    예를 들어, 우리가 어떤 소리가 좋다고 판단하는 건 그 집단의 가치관이 영향을 끼친다. 실험에 의하면 꼭 화음만 좋은 게 아니다. 불협화음도 누군가에겐 좋은 소리일 수 있는 것이다. 고전음악에만 심취한 문화는 다양한 소리를 이단으로 치부할 가능성이 크다. 기존의 데이터가 그 사람의 가치관까지 좌우한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건 인간에게 자유의지가 있기보단 내·외부 데이터에 의해 결정된다는 점이다. 집단의 기억은 개인의 행동을 이끈다.

     

    따라서 공동체는 매우 중요하다. 사실 인간의 몸 역시 인간 자신만의 것이 아니다. 우리 몸에는 몸을 구성하는 세포의 수보다 약 10배 정도 많은 미생물들이 공생하고 있다. 인간의 몸은 미생물들을 위한 서식 환경인 것이다. 『빅데이터 빅마인드』에선 “‘나’라는 존재는 여러 생명체 정보의 집합체이고, 집단의식은 이러한 개인의 정보집합을 공유하는 (동질감을 느끼는) 범위이다”면서 “뇌는 이러한 정보들로 재구성된 세계를 바라보는 창구라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덧붙여 박형준 저자는 “인간이 안으로는 다양한 세포기관과 관계를 맺고 밖으로는 다양한 사회관계를 맺는 것처럼 안과 밖에 복수의 ‘동질감 범위’가 존재하는 생명체는 다층구조의 테두리로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식환경으로서의 내 몸과 생명체의 관계

     

    인류의 뇌는 오랜 과정을 거쳐 필요한 정보들만 취사선택해왔다. 사실 뇌를 작동시키는 데에는 에너지가 필요하고, 인간이 섭취하는 에너지에는 한계가 있다. 현생인류의 대뇌엔 △ 운동지시 △ 감각처리 △ 기억 △ 언어기능이 있다. 모두 생존과 진화와 직결된 능력들이다. 그런데 인류의 기억은 뇌에만 저장되는 게 아니다. 실제 과학 실험에 따르면, 심장, 간, 신장 등 뇌 이외 기관에도 기억의 증거들이 포착된다.

     

    인간은 기억 정보를 공유하는데, 그 방식이 특이하다. 『빅데이터 빅마인드』는 ‘양자적 동시성’을 언급했다. 이는 “생명체의 집단 정보 및 주변 환경 정보는 물리적 DNA로 전달되지 않고, 양자 공유(얽힘)를 통해 뇌가 인지한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영화 <앤트맨과 와스프>에서 주인공 스캇 랭이 재닛 반 다인과 양자 공유되는 것을 장면과 같다. 중요한 건 정보가 전달되는 게 아니라 공유되는 방식이다. 따라서 박형준 저자는 “생명현상의 핵심은 유전자에 있는 것이 아니라, 생명체 전체의 상호작용에 있다”고 적었다.

     

    생명체의 본질은 변화에 있다. 변화하면서 행복을 느낀다. 실험에 의하면, 사람은 지루함을 느끼는 것보다 차라리 전기충격을 선택한다. 결국 생명체란 “‘변화(엔트로피 증대)’를 촉진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독립된 의식을 가진 개체”로 정의 내릴 수 있다. 내 안으로 작용하는 행복이 무엇인지 알아차리려면 변화와 탈주의 범위를 잘 구획해야 할 것이다.

     

    경제성장만이 중요하던 시대에서 이젠 소비시대로 접어들었다. 새로운 시대엔 ‘초연결’과 ‘초지능’이 관건이다. 박형준 씨는 공감을 현재의 내가 미래의 나를 생각하는 것이라고 했다. 공감은 타인과의 접촉뿐만이 아니라 나 자신의 행복을 위한 직접 행동이다. 따라서 인공지능의 미래의 청사진은 ‘에피쿠로스 플랫폼’이 요청된다. 필요한 만큼의 생산이 가능해져, 각자 원하는 일을 하고, 행복을 공유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해진다. 행복은 창조적 일을 하면서 나타난다.

     

    『빅데이터 빅마인드』의 첫 페이지엔 피터 드러커의 말이 인용돼 있다. “계획이란 미래에 관한 현재의 결정이다.” 책의 말미엔 R.W. 에머슨의 명언이 기록돼 있다. “미래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희망은 드디어 빛을 발한다.” 데이터의 흘러넘침 시대(빅데이터)에서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깨닫는 빅마인드가 필요하다. 빅마인드를 위해선 내가 누구이고, 무엇을 원하는지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요청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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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 11. 1. 12:05 카테고리 없음

    주위에 훌륭한 사람 많은 초인재의 법칙

    [서평] 『초인재』(김도현, 생각의날개, 2018.10.22)

     

    『초인재』 맨 앞장에 있는 두 문장이 가슴을 울린다. “인재의 법칙은 변하지 않는다.” “인재는 늘 공들여 준비하는 자다.” 그렇다. 제4차 산업혁명의 시대이든, 그 어떤 시대이든 인재는 언제나 환영 받는다. 인재가 탄생하는 기제는 절대 변하지 않는다.

     

    책을 읽으며 느낀 바는 초인재라는 것이 우리 주변에도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열심히 살아가는 모든 직장인이 사실은 초인재의 경계 안에 존재한다. 책을 통해 느낀 초인재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 일을 즐거워한다. ▲ 변화에 민감하다. ▲ 사람 만나는 걸 일상으로 받아들인다. ▲ 역경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 일할 땐 집중하고 쉴 때 확실히 쉰다. ▲ 훌륭한 사람을 곁에 둔다. ▲ 다작을 한다.

     

    『초인재』 마지막에 가면 이런 말이 나온다. “신입사원이 행복하지 않으면 기업도 행복하지 않다.” “세상에서 가장 가치 있는 것은 지식을 포함해 언제나 무료였다.” 우리나라 신입사원들은 얼마나 행복할까? 이런 조사가 이뤄진 적이 있을까? 취업 사이트에서 설문조사를 했던 적이 있었던 것 같은데, 그 결과는 별로 안 좋았던 것 같다. 지옥 같은 직장 생활. 어렵게 들어간 직장이 사실은 내가 제일 피해야했던 곳이다. 또한 세상에서 가장 가치 있는 것들은 언제나 흔했다. 다만, 우리가 알아차리지 못했을 뿐.

     



    신입사원이 행복한 기업 만들자

     

    변호사로 활동하는 동기생을 보며, 직장 생활을 그만두려고 했다는 에피소드가 나온다. 그 주인공은 서울대 조동성 교수를 찾아가 찔레꽃(일찍 피고 짐)과 장미꽃(대기만성) 얘기를 듣는다. 그리고 마음을 다잡는다. 나에게도 그런 멘토가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늦게 피는 꽃이라도 언제나 의미가 있을 것이다. 향기는 더욱 진해질 수 있다. 더 넓게 더 멀리 향기가 퍼질 수 있는 것이다. 장미꽃이 되고 싶다.

     

    당연한 듯 보이지만 초인재는 실패를 무서워하지 않는다. 어떻게든 역경을 헤쳐 나간다. 그 가운데 책에서 조언한 부분은 주위에 훌륭한 사람을 많이 두라는 것이다. 훌륭한 사람들과 같이 일하다보면 어떤 어려운 일이 있든지 간에 잘 해낼 수 있다. 매뉴얼과 암기력이 중요했던 사회에서, 정보 습득력과 해독력이 중시되는 세계에서, 이젠 새로운 제4차 산업혁명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그 모습은 더 많은 사람과 소통하며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시대일 것이다. 초인재가 요구되는 시대는 작은 일에 정성을 다하며 그것이 삶으로 확장되는 새로운 사회일 것이다.

     

    “특별한 결과를 원한다면 특별한 생각을 해야 한다.” 다른 세상, 다른 인재가 되고 싶다면 다른 행동이 필요하다. 피카소는 정말 다작을 한 것으로 유명하다고 한다. 작품에 올인했기에 그렇게 많은 결과물을 내놓을 수 있었다.

     

    저자는 기자와 PD를 두루 거친 경력이 있다. 정말 많은 사람을 만나서 인터뷰하고 프로그램을 만들어왔다. 저자의 경력이 초인재가 누구인지 밝혀내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초인재』에서 또한 흥미로웠던 지점은 사람은 생각대로 마음껏 움직일 수 있다는 점이다. 로봇은 가장 잘 하는 게 가만히 있는 일이다. 하지만 사람을 행동할 수 있다. 원하는 대로 말이다. 로봇은 인재가 될 수 있다.

     

    사업을 진행함에 있어서도 문제를 발견하는 일과 문제를 지적하는 걸 헷갈려선 안 된다. 샐러리맨이 아니라 비즈니스맨이 되어야 하며, 자신의 시간을 충분히 즐기고 쉴 줄 알아야 한다. 또한 자신의 분야뿐만 아니라 두루 걸친 강연과 토론이 일상화해야 초인재로 거듭날 수 있다.

    posted by 남한산청소년연구회
    2018. 10. 25. 10:15 카테고리 없음

    4차 산업혁명 관련 전문가들과 국내 과학기술교육에 대해 논의한 적이 있다. 각종 과학기술 경연장, 예를 들면 과학올림피아드나 로봇경진대회 우승자들이 대부분 의대 진학을 희망한다는 얘기가 나왔다. 한 전문가는 그게 왜 나쁘냐고 되물었다. 의대에 가서 로봇 수술을 하는 의사가 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또한 의학을 전공한 후 바이오나 헬스 분야 정보기술(IT) 등 융합 산업에 걸맞은 일을 하는 경우도 많다는 반문이었다. 미처 생각지 못한 가능성이다. 


    2018년 4월 22일 한국정보올림피아드(KOI) 개선방안 공청회가 열렸다. 4월 14일 열린 제35회 한국정보올림피아드 지역대회 문제에 오류가 있어 앞으로 어떻게 바꿔 나갈지 고민하는 자리였다. 초등(1문항), 중등(2문항), 고등부(4문항)에서 총 7문제의 오류가 있었다. 이 때문에 해답 없는 문제들을 푸느라 다른 문제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빼앗겼다는 불만이 제기됐다. 결국 147명을 구제해 본선인 전국대회를 치르게 할 계획이다.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왜 오류의 가능성은 시험의 답안 중 하나로 고려하지 못했느냐는 점이다. 소프트웨어든 정보과학이든 과학기술이든 언제나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 ‘정보’를 겨루는 대회라면 정보가 제시되는 과정(문제)의 오류를 알아차리는 능력도 물어보면 안 될까. 정답 없음과 복수 정답 역시 가능성으로 열어둘 수 없느냐는 뜻이다.  


    이번 사태의 본질은 출제위원의 전문성, 문제에 대한 검증 미숙, 논란이 되고 있는 보편교육과 영재교육의 차이가 아니다. 좋은 소프트웨어교육,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역량은 과연 무엇인지가 핵심이다. 새로운 이름의 대회를 만들고, 다른 출제위원들이 합류한다고 달라질 수 있을까. 중요한 건 학생들이 코딩을 하는 즐거움을 느끼고, 자유롭게 상상할 수 있는 여유를 가져야 하며, 공정한 경쟁과 도전에 나서야 한다는 점이다. 이미 학생과 학부모들은 일련의 과정에서 답답함을 느꼈다. 학교가 관료적일 수밖에 없다고 가장 유연해야 할 소프트웨어교육이 ‘하드’해질 순 없다. 


    논리적 사고훈련과 소프트웨어교육은 정말 즐거워야만 능력을 꽃피울 수 있다. 그런데 소프트웨어교육의 의무화와 이에 따른 학생과 학부모들의 부담이 늘고 있다. 각종 인증과 대회는 또 다른 사교육을 낳고, 대학 입시를 위한 수단이 돼 가고 있는 것이다.  


    각 문제들의 내용은 차치하고 지역대회가 필기시험으로 치러진 것도 비판이 제기됐다. 아무리 예선대회라지만 소프트웨어 관련 수리퀴즈, 자료구조나 알고리즘 등을 프로그래밍과 컴퓨팅에 연결하는 문제를 종이로 풀어야 하는 것일까. 이건 마치 전국 축구대회에 앞선 지역 예선대회를 필기시험으로 치르는 것과 같다. 헤딩과 패스하는 방법, 골 결정력을 높이는 비결, 축구의 규칙 등을 잘 알아야 필드에서 제대로 뛸 수 있다는 논리다. 소프트웨어와 축구는 둘 다 머리와 몸으로 하는 신체 활동이다. 


    자유로움이야말로 소프트웨어의 미래다. 정말 심심풀이로, 재미있어서 만들어 낸 결과물들이 사용자들의 주목을 받는 세상이다. 페이스북이나 구글(유튜브), 넷플릭스 등의 기업들은 탄생과 성장 자체가 자유로움이었다. 이 기업들은 이제 미국 전역의 학교에 소프트웨어교육을 보급하기 위해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다. 소프트웨어교육이 변하지 않으면 4차 산업혁명의 꿈은 실현되기 힘들다. 소프트웨어능력을 어떻게 정답이 정해진 5지 선다형 시험(OMR카드)으로 검증할 수 있을까. 


    특히 소프트웨어교육은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어야 한다. 나의 합리적 판단과 수리적 능력은 어느 정도인지 깨닫는 절차여야 한다는 뜻이다. 4차 산업혁명의 근간인 ‘정보’를 다루는 대회는 소프트웨어 (정보의 구조)의 사고방식을 가꿔가는 축제의 장이 돼야 한다. 나의 능력을 계속 테스트하고 극복하다 보면 훌륭한 프로그래머로 성장할 수 있다.  


    1950년대 중반 소트프웨어(SW), 비트(Bit), 인공지능(AI)이란 말이 등장한다. 인간의 이성적 능력을 객관화(외부화)해 기계적으로 작동시킬 가능성이 열린 셈이다. 70년도 채 안 된 사이 인공지능이 인간과 사회적 이슈에 대해 토론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훌륭한 수리과학자, 컴퓨터 프로그래머들의 헌신 덕분이다. 


    소프트웨어교육과 대회는 창의력을 견주는 장이다. 프랑스의 ‘에콜42’라는 소프트웨어 인재양성소는 입학시험만 한 달 동안 치르는 것으로 유명하다. 충분한 시간을 주고, 진짜 실력을 겨뤄보는 것이다. 각종 장관상과 기관장상들이 소프트웨어학교에 입학하는 조건은 아니라는 뜻이다. 공정하게 실력을 겨루는 건 언제나 필요하다. 소프트웨어교육이 ‘하드’한 관료적 대회와 공모전으로 점철된다면 진짜 실력을 겨룰 수 없다.

    posted by 남한산청소년연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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