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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산청소년연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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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ice

    남한산청소년연구회
    2020. 3. 22. 23:37 카테고리 없음

    텃밭이나 정원 가꾸기 등 식물을 키우는 일은 애완동물을 기르는 것과 마찬가지로 아이들의 정서생활에 큰 도움이 됩니다. 노력을 통해 뭔가 내 손에 결과물을 쥘 수 있다는 체험도 아이들에게는 무척 중요한 경험입니다.

    그런데, 아이들과 학교에서 텃밭 농사를 짓다 보면 처음에는 신기해 하면서 열심히 참여하던 아이들이 금방 흥미를 잃어가곤 합니다. 어른들은 텃밭에서 재배하는 각종 채소나 과일들이 맛있고 몸에 좋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그것으로 동기부여를 받지만 막상 요즘 아이들은 공산품 식재료가 아닌 야채나 과일을 잘 안 먹기 때문에 그닥 동기부여가 되지를 않습니다. 예쁜 꽃들과 멋진 잎을 자랑하는 식물들로 마당을 가꾸는 일에도 그다지 흥미를 보이지 않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입시공부에 쫒기는 요즘 학생들은 '아름다움'을 감상하고 추구할만 한 시간적 정신적 여유가 별로 없습니다.

    한동안은 텃밭에서 재배한 농산물들을 재료로 해서 아이들이 즐겨 먹을만 한 음식을 만들어 먹는 상상을 아이들에게 심어주면서 농사일에 참여하기를 독려하기도 했습니다만 뭔가 좀 더 의욕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요소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그래서, 올 해 성문밖학교에서는 학교 텃밭에서 100% 유기농으로 재배한 농산물들을 로컬 마켓이나 벼룩시장 등에 내다 팔아 볼 생각입니다. 자기 손으로 정성껏 키운 농산물을 팔아 작지만 돈을 벌어보는 일은 학생들에게 매우 흥미로운 경험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경험을 단체 운영경험이라는 교육활동으로 연결시키고자 학교협동조합을 설립하고 올해 1학년 학생들부터 시작해 보려고 합니다. 

    거기에 덧붙여서 올해에는 정원가꾸기를 단지 조성된 화단에만 국한하지 않고, 요즘 많은 학교나 기관에서 시도하고 있는 '녹색커튼' 만들기에 도전해 보려고 합니다. 녹색커튼이란 건물 외벽이나 옥상에 식물을 재배하여 건물의 온도를 3,4도 정도 떨어뜨림으로써 건물의 미관을 높이고, 여름철 냉방비를 절약하는 것을 말합니다.

    싱그러운 덩굴식물들이 우리학교의 건물 외벽에 쭉쭉 뻗어 있는 모습을 상상하면 벌써부터 기분이 좋아지고 여름이 기다려집니다.

    광주 수완초등학교

    posted by 남한산청소년연구회
    2019. 5. 17. 15:12 카테고리 없음

    ‘얼룩말’은 검은 바탕에 하얀 줄 … 현실 바로보기

    [리뷰] 『철학은 내 친구』(위기철, 청년사, 1993.)

    철학은 꼭 학문적으로 전공을 하지 않더라도 누구나 할 수 있다. 『철학은 내 친구』의 저자 위기철 씨는 칼럼을 쓰던 작가였는데, 어린이들을 위한 철학책들을 다수 썼다. 그래서인지 책은 참 읽기 쉽다. 독자의 눈높이에 맞추어 쉬운 설명과 논리로 책은 술술 읽힌다.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구절은 ‘얼룩말 무늬’에 관한 것이었다. 우리는 상식적으로 하얀 바탕에 검은 줄이 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 만약 흑인들이라면 어떨까? 그들은 검은 바탕에 하얀 줄이 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할 가능성이 높다. 나를 규정하는 현실은 나의 사고마저 제약할 수 있다. 실제를 실제처럼 보고 느끼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알려주는 예시이다.

    이 책은 총 여섯 가지 이야기로 구성돼 있다. 첫 번째는 철학이 무엇이고, 왜 필요한지이다. 그리고 마지막 여섯 번째는 바른 인식을 위한 여정을 담았다. 진리에 도달하기는 너무나 어렵다. 인식을 인식한다는 건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기회가 아니다.

    저자는 의식과 개념보단 현실이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현실이 있고 의식이 있는 것이다. 이는 마르크스의 변증법적 유물론에 기댄 결과다. 마르크스의 스승인 헤겔은 정신의 우월성을 논했다. 아마도 1980∼90년대 민주화 운동 당시 학습을 하던 습관이 저자의 의식도 규정한 건 아닌가 싶다. 의식이 먼저냐, 현실이 먼저냐는 철학 계에서 여전히 팽팽한 줄다리기에 있다. 예를 들어, 식물인간을 과연 사람으로 간주해야 할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또한 태아를 수정 후 몇 주 후까지 인격체로 간주할지는 분명하지 않다.

     

     

    의식과 현실, 무엇이 중요한가

    그럼에도 개인은 사회적 존재라는 말은 거부할 수 없는 진리이다. 자유롭고자 하는 개인은 홀로 존재하며 자유로울 수 없다. 그 자유를 부여하는 건 사회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구속에서 벗어나 조금 더 나은 자유를 얻기 위해선 함께 나서야 할 때가 많다. 개인의 한계를 극복하는 건 공동체 속에서 가능하다.

    철학은 세계를 바라보는 관점이다. 모든 사람은 세계를 해석한다. 어떻게 해석하느냐가 다를 뿐이다. 세계를 긍정적으로 혹은 회의적으로 보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행동이 달라진다. 그러므로 세계를 바라볼 때는 더욱 구체적이고, 현명하게, 올바르게 접근해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이 바로 과학적 사고이다. 과학이라고 해서 철학에 반대되는 개념이 절대 아니다. 체계적이고 논리적 사고 과정이 바로 과학이고, 철학의 바탕이다. 깊고 다양하게 사고하는 게 바로 철학이다.

    저자는 “철학을 탐구하려면 무엇보다 자신의 현실 생활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야 해.”라고 조언한다. 철학은 관념과 실천의 조합이나 실천을 이끄는 건 의식이다. 따라서 자신의 현실을 예민하게 관찰하며 실천으로 나아가야 한다. 더욱이 저자는 “존재의 목적이 있는 게 아니라 존재하다보니 목적이 생기는 것이다.”라고 적었다. 사실 이 말은 아리스토텔레스의 목적 지향성에 반하는 말이긴 하지만, 철학적 바탕을 현실에 두려는 맥락에서는 충분히 수용 가능한 말이다.

    괴테의 <파우스트>엔 “모든 이론은 회색이고, 오직 영원한 것은 저 푸른 생명의 나무다.”이란 말이 나온다고 한다. 아무리 철학을 한다고 해서 세상이 달라지지 않는다. 거기에 필요한 건 변화를 이끌어내는 의지다. 나를 변화시키고, 세상을 바꾸는 건 올바른 철학적 세계관과 행동으로 이어지는 연쇄고리일 것이다. 

    posted by 남한산청소년연구회
    2019. 5. 7. 14:03 카테고리 없음

    크루즈 선원이 된 한 지방대 여학생의 분투기

    [서평] 『당신들의 기준은 사양하겠습니다 (스펙제로 야간대생에서 글로벌 비즈니스 코디네이터까지)』(김나영 저, 와이즈맵, 2019. 04.25)

     

    누군가의 삶 이야기를 듣는 건 유익하고 좋다. 그 삶이 어떠하건 우리는 한 세상을 만날 수 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흔한 말처럼 어떤 대상을 진심으로 알게 되면 그것을 이해할 수 있게 되고, 또 사랑하게 되고, 진실 된 눈으로 볼 수 있게 된다. 우리가 사는 세상도 마찬가지다. 현재 내가 가진 조건, 처한 환경, 상황 등을 이해하고 나아가 사랑하게 된다면 세상을 슬기롭게 살아갈 지혜와 눈을 갖게 된다. 『당신들의 기준은 사양하겠습니다』의 저자는 그런 점에서 자신의 삶을 사랑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겠다.

     

    저자는 가난했던 어린 시절을 행복하게 기억한다. 그 이유로 엄마의 노력을 꼽았다. 엄마를 보며 힘든 일을 이겨내고 세상사는 법을 배워 나갔던 것이다. 물론 학창시절이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가난하고 불행하게 보였을지 모른다. 하지만 어린 나이에 알게 된 값진 노동의 대가, 그리고 내 힘으로도 뭔가를 해낼 수 있다는 희망을 통해 세상을 다르게 보는 눈을 가지게 됐기에 내 인생에서 가장 자유로웠던 시절, 그리고 특별했던 시절로 기억하였다.

     

     

     

    중국어 공부를 통해 넓어진 기회의 순간

     

    저자는 보충수업과 야자에서 탈출하려 외국어공부를 시작했다. 그런데 매일 중국어 수업을 들을수록 그 언어의 특성에 매료되었다. 법적으로 사회생활을 할 수 있는 나이가 된 이후부터 나는 학비와 생활비를 벌기 위해 강의시간을 제외하고는 쉴 틈 없이 아르바이트를 했다. 아르바이트를 하며 저자는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익혀 나갔다. 또한 그간 공부했던 중국어는 저자에게 여러 기회를 가져다주었다.

     

    아르바이트를 하러 가던 어느 날 ‘제1회 북경외국어대학교 교환학생 선발’의 기회를 잡았다. 베이징에서 1년간 유학생활을 했다. 대학 입학 후 처음으로 아르바이트, 학비 걱정 없이 학생으로서 오로지 공부에만 전념할 수 있었다. 이후 한국으로 돌아왔을 때는 영어공부까지 흥미를 붙였다. 계속 도전하며 새로운 기회를 잡아나갔다. 그러한 기회 중 하나가 ‘제1회 전국 대학생 중국어 프레젠테이션 대회’였다. 이 대회에서 저자는 ‘베이징 798예술구’를 주제로 발표 후 대상을 수상했다.

     

     

    우리는 살다보면 좋아하지 않아도 해야만 하는 일들을 적지 않게 만난다. 이에 대해 저자는 주어진 환경 속에서 최대한 즐기고 행복해할 수 있는 마음을 가지라고 말한다. 내가 처한 상황을 바꿀 수 없다면 마음가짐을 바꾸는 것이 방법인 것이다. 이러한 저자의 주장들은 경험에서 우러나온 문구들이었다.

     

    크루즈에서의 생활

     

    베이징 유학 중 저자는 크루즈 세상을 처음 사진으로 접했다. 그 경험은 강렬했다. 저자는 한국에 돌아와서 크루즈 회사에 취업하고자 백방으로 알아보기 시작했다. 승무원이 되어 크루즈 안에서 생활하며 세계를 여행하는 매일 꿈을 꾸면서 크루즈 회사, 크루즈 산업에 관련해 모을 수 있는 모든 지식과 정보를 수집해나갔다. 결과 한 회사에 합격했고 9개월이라는 지난한 기다림 끝에 2009년 10월 9일 승선을 했다.

     

    책을 읽는 내내 인생을 개척하는 인물의 표본을 보는 듯했다. 좋아하는 일을 찾아 단계를 밟고 꿈을 생각하고 설계를 하는 모습은 여타 부모에 의지해 사회 속 단계를 밟아가는 젊은이들과 달랐다. 세상에는 아무런 인과관계 없이 일어나는 일은 없다. 운이라는 것은 그것을 간절히 바라고, 또 준비된 사람에게 모습을 드러낸다. 저자는 크루즈 승무원이 된 이후에도 새로운 것을 배우고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찾기 위해 계속 노력했다. 덕분인지 첫 번째 항해에서, 이제 막 3개월의 수습기간이 지난 시점에 부서 이동의 기회를 얻었다. 이 때 역시 오래 고민하지 않고 바로 기회를 잡았다.

     

    일을 함에 있어서도 요가의 호흡처럼 천천히 상황을 받아들이고, 이해하며 마시고 내뱉는 과정이 필요하다. 잘하지 못하더라도 서두르지 않고 스스로에게 집중하면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다면 같은 상황에 올랐을 때 지난번보다 조금은 발전된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그렇게 자신만의 속도를 느끼고 찾아가는 것이 필요하다. 저자는 어떻게 하면 승객들이 행복한 기억을 최대한 많이 사갈 수 있을지 고민했다. 크루즈에 대해 더 알아갈수록 그들의 여행 목적은 기항지가 아니라 크루즈, 일상에서 벗어나는 여유 그 자체라는 것까지 깨달았다.

     

    세상을 배우고 합리적인 선택을 하다

     

    세상에 꼭 해야 하는 일이란 없다. 본인이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이 있는 것뿐이다. 이에 대해 저자는 “주어진 모든 일에 ‘네’라고 말하는 게 긍정적인 자세일 수 있지만, 기존 업무에 차질을 빚거나 과부하로 건강에 문제를 일으킨다면 결국 ‘과욕’일 수밖에 없다……. 내가 해낼 수 있는 선을 지키고, 과도한 요구에는 ‘아니오’라고 말할 수 있는 게 진정한 용기이자 자신감이다.”라고 말했다.

     

    저자의 남편은 삶을 행복해하는 아내를 응원했다. 하고 싶은 게 많아서, 행복해 보여서, 그런 여자가 자신의 아내라서 좋다고 흔쾌히 동의를 하며 오랜 기간 보지 못함에도 아내가 승무원 생활을 하도록 응원해주었다. 저자는 무언가를 결정할 때 머릿속에 늘 새겨두는 말이 있다고 한다. 바로 ‘모든 일에 정답은 없다’라는 것이다. 어떤 문제에서건 자신의 선택이 정답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야 하는데, 내 선택을 정답으로 여기는 순간부터 작은 차이에도 후회와 자책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자는 정답보다는 가장 합리적이고 적당한 답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책에 담긴 저자의 시각은 너무도 고차원적이고 또 세계적이었다. 아마 저자가 머무르는 물에 따라서 느끼는 바가 달라진 것이리라. 세상을 살다보면 나와는 다른 언어, 문화, 환경에서 살아온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그 안에서 서로의 다름으로 인한 마찰이 생겨나기도 한다. 하지만 그 마찰은 결코 감정적으로 다투거나 내 입장을 강변한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저자는 그렇게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고 조직의 일원이 되기 위해 노력했고 결과 그들은 기꺼이 저자를 받아들였다.

     

    하나의 작은 점에 불과했던 저자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 자신을 알아봐주고, 믿어주고, 기회를 주는 사람들과 만나 가치 있는 존재가 되어 가는 걸 느꼈다. 우리는 각자의 속도에 맞춰서 산다. 어떤 사람은 빠르게, 또 어떤 사람은 조금 느리게 산다. 중요한 건 사회가 만들어 놓은 기준에 갇혀 나의 가능성까지 가둬두지는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또 그렇게 경력을 이어갈 수 있게 기업과 사회의 배려역시 필요하다. 크루즈를 타고 세상을 돌며 진정 세상을 느낀 저자가 매우 부러웠다. 그런 점에서 『당신들의 기준은 사양하겠습니다』은 가슴 뛰는 순간들을 독자가 함께 느끼게 하는 멋진 책이다.

     

    posted by 남한산청소년연구회
    2018. 12. 3. 16:35 카테고리 없음



    2018년 5월 10일 KIA와 두산의 야구는 그야말로 불확실성의 연속이었다. 승부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었다. KIA의 안방경기에서 9회초 두산은 5-4로 지고 있었다. 이미 투 아웃 상태였다. KIA의 구원투수는 삼진아웃을 기록하며 해설자의 칭찬까지 듣고 있던 상황. 그런데 마지막 타자가 솔로 홈런을 쳤다. 와, 정말 불확실하고 복잡한 상황이 눈앞에 펼쳐졌다. 경기는 동점이 되고 끈질긴 연장전에 돌입했다. 이날 선수들과 수많은 관중은 밤늦게 잤다.

    현대사회는 불확실성과 복잡성으로 점철돼 있다. 바로 내일의 일도 예측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렇다면 과학 기술은 얼마나 정확할까? 그 어떤 슈퍼 메가톤급 컴퓨터라고 해도 당장 다음 일을 예견하고 맞히기는 쉽지 않다. 이는 비단 사회에 국한되지 않고 자연 속에서도 마찬가지다. 원인과 결과라는 가장 상식적인 법칙마저 때론 변종으로 인해 예외의 연속이 된다. 이때 최선의 과학적 연구 방법은 정말 오랜 기간 패턴을 파악하고 분석하는 것뿐이다. 

    현상은 오래 봐야 자세히 볼 수 있다. 미국 미시간주립대에서 대를 이어 진행 중인 식물학 연구는 1879년 시작됐다. 씨앗의 발아를 오랫동안 살펴보기 위해 정원을 만들어 연구하고 있다. 질문은 단순했다. 잡초를 계속 제거하면 언젠간 사라질까? 그렇다면 실제로 씨앗은 흙 속에서 얼마나 오랫동안 살아남을까? 연구진은 20개의 유리병 속에 흙과 씨앗을 넣어 주기적으로 관찰하려는 계획을 세웠다. 실제 20년마다 한 번씩 꺼내 씨앗이 발아했는지 관찰하고 있다.

    최근 ‘사이언스 어드밴시스’는 외래종인 유럽 토끼가 어떻게 오랜 기간 생태계에 영향을 끼쳤는지 분석 논문을 공개했다. 토착 생태계가 새로운 평형에 도달하는 데 얼마나 오래 걸리는지 유전자(DNA)로 역추적한 연구 결과를 소개한 것이다. 이번 연구를 위해 근 80년간의 각종 고해상도 데이터가 필요했다.

    호수 침전물을 종합적으로 분석함으로써 정말 오랜 기간 진행된 생태계의 메커니즘을 이해할 수 있다. 유럽 토끼는 전 세계 800개 이상의 섬들에 이주하여 정착지에서 토착 동식물에 심각한 영향을 끼쳤다. 외래종의 침입 사례는 많다. 미국의 두꺼비(canetoads)는 80년도 채 안 돼 호주의 토종 두꺼비 약 20%를 줄어들게 만들었다.

    연구진은 호수 침전물과 분생균 가운데서 추출된 환경 관련 DNA를 분석했다. 또한 남극 연안의 섬들에서 지난 600년간 진행된 생태계 역학을 재구성하고 침입종 토끼의 영향력을 밝혀내기 위해 퇴적학 분석을 했다. 식물 군락은 서기 1400년부터 1940년대까지 안정적이었다. 그런데 외래 침입종 토끼의 DNA가 발견된 시점부터 식물 군락은 급격한 변화를 맞이한다. 주된 식물 종들이 사라지기 시작한 것이다. 더욱이 토끼들이 늘어남에 따라 부식하는 식물의 비율 또한 증가했다. 20세기에 외래종 토끼가 끼친 영향력은 기후변화보다 더 막강했다. 

    갈수록 확률이 떨어질 만큼 불확실하고, 원인과 결과가 뒤바뀔 정도로 복잡해지는 자연계 혹은 사회 문제를 분석하기 위해선 장기간의 과학 연구가 필수적이다. 10년, 20년짜리 대형 연구 과제를 의미하는 게 아니다. 관심과 애정으로 지속할 수 있는 과학 기술 연구를 말하는 것이다. 50년 이상의 축적된 연구를 위해 천문학적 예산이 투입될 필요는 없다.

    국내 과학과 산업, 기술의 연구 문화는 조급증과 성과 깎아내리기에 익숙해져 있다. 이전 담당자의 업무는 인수인계가 잘 되지 않는다. 심지어 공개 및 공유가 안 되는 사례가 빈번하다. 특히 정부에 비판적인 연구 결과가 나온 경우라면 더더욱 숨기기에 급급하다.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의 세금이 투입된 융합연구의 경우 국회도서관 구석에 처박혀 있는 경우가 허다했다.

    하버드대에선 역대 최장 기간의 성인 발달 연구를 진행한 바 있다. 75년간 남성 724명의 인생을 추적해서 직업과 가정생활, 건강과 심리상태, 만족도 등을 조사한 것이다. 좋은 삶이 무엇인지, 어떻게 하면 행복하고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는지 그대로 보여준 것이다. 이미 2015년 테드(TED) 강연으로 공개된 이 연구는 2100만 조회수를 기록하며 전 세계인을 감동시켰다. 좋은 삶의 비밀은 주변 사람들과 원만한 사회관계를 맺는 데 있었다. 불확실한 시대에 전쟁을 겪고, 세상이 복잡하게 변하는 가운데서도 724명 모두가 사라질 때까지 좋은 삶의 비밀을 찾는 연구는 계속된다.

    불확실하고 복잡한 세상과 줄다리기를 하는 과학 연구가 단발성이라면 질 수밖에 없다. 지금이라도 지속 가능한 과학 연구의 타임캡슐을 곳곳에 묻어두자. 

    posted by 남한산청소년연구회
    2018. 11. 22. 20:54 카테고리 없음
    한때 국내 영어공용화론이 논쟁이 되었던 적이 있다. 이미 세계 시민사회 시대에 영어는 선택이 아니고 필수가 되었기 때문에 국가 경쟁력 차원에서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또한 영어가 특정 집단에 독점적으로 세습되고 교육되다 보니 문제점이 발생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전 국민이 영어를 배워야 한다는 것이었다. 수많은 논쟁이 펼쳐졌고 결국 영어공용화론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러나 영어에 대한 언어 이상의 고민이 늘 필요하다.

    현재도 한국에선 영어로 대학을 가고, 영어로 직장을 구하고, 영어로 문화를 주도한다. 전 세계적으론 모든 콘텐츠가 유튜브로 몰리고, 영어를 알면 전 세계와 소통할 수 있는 세상이다. 그 강도와 독점력은 줄어들었지만 영어는 여전히 강력한 무기이자 언어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우리는 이미 영어가 헤게모니를 장악하고 있는 세상에 살고 있다. 국영수 중심의 학과 편성에서 영어는 아직도 맹위를 떨치고 있다. 할리우드 영화는 세계 시장을 석권했고, 학술의 모든 언어는 영어이다. 자국어로 연구해 노벨상을 탄 일본 역시 연구결과를 공개하기 위해선 영어 번역이 필요했다. 영어가 서구 중심의 언어이긴 하지만 소통의 도구이자 세계를 해석하는 창으로 활용한다면 충분히 그 가치가 있다. 바벨탑을 세우는 단 하나의 언어가 꼭 있어야만 한다면, 굳이 영어를 배제할 필요는 없다. 영어는 단지 여러 언어 중 하나일 뿐이다. 

    영어를 잘 하기 위해서 지금도 천문학적인 돈이 투입되고 있다. 미국과 영국, 캐나다 등 영미권 나라들은 영어교육과 어학연수 등으로 관광 이상의 수익을 얻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제 심각하게 영어를 ‘잘 한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더욱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소위 발음 좋고 술술 막힘없이 말을 하니 원어민들이 정말 영어를 잘 한다고 볼 수 있는 것일까. 

    경기도 광주의 기숙형 대안학교 성문밖학교엔 여러 명의 원어민들이 눈에 띈다. 미국에서 역사와 정치를 전공한 세스(Seth), 뉴질랜드 출신의 호탕하고 음악을 좋아하는 포나무(Ponamu), 미국인이지만 소탈한 청년으로 느껴지는 라일리(Reilly) 등. 이들은 당연히 모두 영어를 잘 한다. 그런데 더욱 중요한 것은 서투른 영어를 하더라도 잘 들어준다는 사실이다. 영어를 잘 못하는 어린 학생들의 말들은 답답하고 이해가 안 될지 모른다. 하지만 이 원어민 선생님들은 참 잘 들어준다. 이들이야말로 정말 영어를 잘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영어는 다른 과목들과 마찬가지로 하루아침에 그 실력을 향상시킬 수 없다. 언어에 대한 감각도 필요하고, 꾸준한 연습도 요구된다. 영어 스터디 그룹에서 영어를 학습한 적이 있는데, 재미교포 출신의 실력 좋은 친구는 매일 한 문단씩 외운다고 했다. 아니, 이미 영어를 원어민처럼 쓰는데, 왜 굳이 그렇게까지 해야 하느냐고 물은 적이 있다. 그는 한국에 있으면 감이 떨어지기 때문에 학습 차원에서 영어 문단을 외운다고 했다. 영어를 잘 하는 이들은 지속적으로 책을 읽고, 세상의 변화를 탐구한다. 단지 발음만 좋은 게 아니다. 영어를 잘 하는 원어민들은 당연하지만 영어를 가장 많이 사용하고 학습한다. 그게 일상이다. 

    우리가 가장 잘 아는 단어 apple만 하더라도 뜻이 변할 수 있다. 대화중에 기업 apple사를 언급하는 것이라면 그 맥락을 이해할 줄 알아야 하는 것이다. 또한 만약에 뉴턴의 만유인력 법칙을 언급하며 apple을 인용한다면 사과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는 걸 깨달아야 한다. 그만큼 언어를 안다는 건 역사와 문화, 정치와 사회, 예술과 철학을 모두 아우르는 일이다. 

    토플 시험은 읽기, 쓰기, 듣기, 말하기 4개 영역으로 이루어져있다. 그런데 각 영역들은 따로 노는 게 아니라 유기적으로 연결이 돼 있다. 말하기를 잘 하기 위해서 말하기 연습만 해선 안 된다. 잘 듣고, 읽을 줄 알아야 하는 것이다.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한 건 읽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많이 읽어야 할 말이 많아지고, 쓸 거리가 늘어난다. 영어를 외국어로 학습해야 하는 입장에서 읽기는 가장 보편적이고 편리하며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학습이다. 읽기가 멈추는 순간 할 말이 없어진다. 무식해보일 수 있으나 독해가 가장 중요하다.  

    더불어 영어는 습관이다. 밥을 먹듯이 영어를 섭취(학습)하고, 소화시키면 된다. 때론 영어의 뜻이나 의미를 잊어버려도 된다. 그러다가 다시 필요해지면 그 영어(밥)를 찾아서 먹으면 된다. 밥은 매일 세 끼를 먹으며 포만감을 느낀다. 마찬가지로 영어는 하루 세 번 이상은 학습하고 즐거움을 느껴야 한다. 포식하면 안 좋듯이 영어도 한꺼번에 이루려면 몸이 힘들어진다.

    지금껏 정말 많은 외국인들을 만나왔다. 그 중에 영어를 정말 잘 한다고 느끼게 해준 이들은 모두 상대방의 말을 배려해서 들을 줄 알았다. 화자의 말을 이해하려고 하는 노력은 영어를 못 하는 우리의 입장이 아니라, 영어를 원어로 쓰는 그들의 몫이었다. 우리가 그들의 말인 영어, 특히 은어나 약어 등을 모른다고 주눅들 필요가 전혀 없었던 셈이다. 영어를 ‘잘 한다’는 건 영어가 불러오는 언어 격차를 극복하기 위해 상대방의 말을 ‘잘 듣다’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영어를 외국어로 배우는 우리들은 새로운 문화와 변화를 읽어내면 그만일지 모른다.

    * <광주시민저널> 제53호 교육칼럼입니다. 




    posted by 남한산청소년연구회
    2018. 11. 20. 12:14 카테고리 없음



    고민 끝에 냉장고를 바꿨다. 그런데 새 냉장고를 찾다 보니 냉장고 문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만 열린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냉장고가 자리하는 쪽은 싱크대 반대편이라 문이 멀리에서 열린다. 그래서 혹시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열리는 냉장고가 있는지 찾아봤다. 하지만 양문형 냉장고조차 냉장실 문을 열 때는 왼쪽에서 오른쪽으로만 열게끔 되어 있다. 왜 그런지 갑자기 호기심이 생겼다.

     

    아마 가장 큰 이유는 오른손잡이가 많다는 점 때문일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약 12%는 왼손잡이고 양손잡이는 1% 정도다. 네덜란드 미국 벨기에 등은 왼손잡이가 13%대 수준이다. 반면 멕시코 한국은 2% 정도다. 그러니 굳이 한국에선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열리는 냉장고를 만들지 않는다고 추측할 수 있다. 왼손잡이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한국에서 냉장고를 썼다면 불편했을 것이다.

     

    해외에선 고객의 요청에 따라 문의 방향을 바꿀 수 있다. 냉장고 판매 사이트에선 문을 고정하는 경첩의 위치를 다르게 할 수 있다고 안내한다. 또 어떤 제품은 직접 문의 여닫는 방향을 바꿀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다. 단, 정수기나 얼음 만드는 제빙기가 설치돼 있지 않은 경우에 한해서다.

     

    손글씨를 쓸 때도, 지금 타자를 치는 순간에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흘러가게 되어 있다. 오락실 게임을 생각해보면 진행 방향이 언제나 왼쪽에서 오른쪽이다. 동물 그림을 그릴 때 머리는 왼쪽, 꼬리는 오른쪽으로 향하기 마련이다. 일식집 초밥의 흐름 역시 왼쪽에서 오른쪽이다. 그게 오른손잡이들에게 편하기 때문이다.

     

    오른손잡이가 오른손잡이와 악수를 하면 내 입장에선 상대방의 왼쪽으로 먼저 손이 간다. 거울에 비친 나의 오른손은 좌우가 바뀌어 있기 때문에 왼손이 된다. 오른손잡이가 많은 세상에선 왼쪽에 먼저 호감이 가는 게 자연스럽다. 일종의 거울 효과다. 승합차의 슬라이딩 도어는 운전석과 조수석 쪽에서 미는 방향이 서로 반대다. 운전석 쪽에서 문을 밀 때 덜 어색하다.

     

    그런데 집에 있는 전자레인지는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열린다. 희한하다. 아무 이유 없이 그렇게 만들었을 리 없다. 냉장고 문과 전자레인지 문의 차이는 여는 힘이다. 오른손잡이의 경우 오른손이 왼손에 비해 힘이 더 세다. 냉장고 문은 힘을 줘야 하는 반면 전자레인지 문은 쉽게 열린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냉장고 공간은 크기 때문에 무거운 물건이 많다. 즉, 오른손으로 문을 열고 왼손으로 무거운 물건들을 꺼내는 경향이 있다. 전자레인지는 왼손으로 문을 열고 오른손으로 음식을 넣거나 빼거나 한다. 뭔가 반대로 돼 있는 것 같다.

     

    문을 여는 힘과 물건을 드는 힘을 비교해보자. 냉장고는 특성상 밀폐가 핵심이다. 전자레인지 역시 음식을 데우거나 끓이는 데 밀폐가 중요하나 냄새가 새어 나오는 걸 보면 냉장고에 비해 덜하다. 여름날 냉장고의 음식들이 안전하게 오랫동안 보관되려면 바깥과의 완벽한 차단이 필수다. 그렇기 때문에 냉장고 문 열기가 전자레인지에 비해 더욱 힘들다. 크기도 크기이지만 가전제품의 용도가 관건이다. 문의 마찰력이 물건의 중력을 압도하는 셈이다.

     

    인간은 은연중에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가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지 모른다. 지구는 서쪽에서 동쪽으로 자전한다. 물론 자전축이 조금 기울어져 있다. 큰 지구의 작은 인간은 지구의 자전을 느끼지 못하지만 서쪽에서 동쪽으로 계속 돌다 보니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향하는 걸 당연하게 간주하고 있는 건 아닐까. 지구에 있는 모든 것이 한 방향으로 돌다 보니 그 방향에 맞춰 뇌가 순응했을 수 있다.

     

    좌뇌는 이성적이고 논리적, 수리적 사고의 능력을 관할한다. 언어는 좌뇌에서 비롯된다. 우뇌는 감성적이고 예술적이며 상황과 맥락을 이해하는 능력과 결부된다. 또 좌뇌는 음식을 찾는 등 일상적인 일들을 수행하도록 진화했다. 반면 우뇌는 환경에 처한 위험 등을 감지하고 즉각 대응하도록 조치한다. 이성에서 감성으로, 일상에서 위기로가 자연스럽다. 오른손을 관할하는 좌뇌의 활성화가 세상의 모든 걸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향하도록 유도한 건 아닐까.

     

    숫자를 쓸 때도 큰 수인 맨 왼쪽에서부터 기록한다. 생각해보니 이상하다. 작은 숫자부터 차례로,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기입해야 자연스러울 텐데 말이다. 가끔 왼손잡이들이 작은 수부터 쓰는 걸 본 적 있다. 특히 모든 악보는 왼쪽에서부터 음계가 그려진다. 시작과 끝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향한다. 그렇다면 냉장고 문이 왼쪽에서 열리는 건 단지 오른손잡이의 문제가 아니라 좀 더 근원적인 어떤 이유가 작용했을 수 있다.

    posted by 남한산청소년연구회
    2018. 11. 7. 12:30 카테고리 없음

    무한한 잠재력의 ‘오늘’ … 당신은 어떻게?

    [리뷰] 『오늘의 힘』(박혁제 씀, 현혜수 옮김, 예미, 2018.10.31)

     

    박혁제라는 한국인이 지었지만, 한국인 옮긴이가 따로 있는 독특한 책이 있다.『오늘의 힘』이 그렇다. 박혁제는 캐나다 내에서 손꼽히는 한국 기업을 경영하는 성공한 사업가다. 그는 한 때 사업에 실패를 하여 누구의 도움 없이 3년간 밤낮없이 일을 하며 빚을 모두 갚은 경험이 있다. 그러면서 그는 시간의 중요성과 노력의 힘을 깨닫고는 책을 썼다.

     

    무슨 일인가를 할 때 우리는 권태를 느낀다. 운동을 예로 들면 때로 게을러지는 날이 있고 운동을 하고 싶지 않은 날도 있다. 중요한 건 언제라도 운동을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 저자는 책의 제목에 걸맞은 ‘오늘’을 주제로 스펠링 하나하나를 책의 목록으로 만들었다. 저자의 ‘오늘(TODAY)’은 시간(Time), 기회(Opportunity), 계발(Development), 평가(Assessment), 수확(Yield)이다.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말라는 아주 진부하면서도 고전적인 진리이자 정석과 같은 말이 있다. 오늘을 바꾸지 않으면 내일은 오늘과 다르지 않은, 어쩌면 하루라는 시간이 인생에서 사라진 것과 같은 결과를 만날 위험이 있다.

     

    상대적인 24시간 속에 사는 우리들

     

    오늘을 올바르게 활용하면 우리는 내일 끊임없는 배품을 얻는다. 적당한 때라는 건 절대 오지 않기에 기다리지 말고 오늘 시도를 해야 한다. ‘오늘’은 무한한 잠재력을 가진다. 하지만 24시간이라는 한정된 시간에 의해 제한되어 있다는 건 ‘어제’나 ‘내일’과도 같다. 그러나 모두가 ‘오늘’이다.

     

    저자는 오늘을 알차게 보내는 중요한 첫 번째 요소로 시간을 설명 하였다. 주변에는 시간이 없다고 불평을 하면서도 휴대폰 게임이나 소셜 미디어에 빠진 이들이 많다. 정말로 이들은 시간이 없는 건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이들에게 1년은 오직 일주일의 가치가 있을 것이기에 나머지 358일 가량은 없는 것과 같다. 또 어떤 사람은 시간이 많다. 이 경우 일주일을 1년처럼 사용하는 자라고 할 수 있다. 시간은 사용하는 사람에 따라 상대적이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착각이 ‘나에게 많은 시간이 있다.’는 것이다. 정말로 하기 원하는 것을 마침내 하기까지 아직 많은 날들이 남아 있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습관을 만드는 데 평균 21일이 걸린다. 물론 매일 작은 변화를 줌으로써 말이다. 변화를 만드는 와중에 우리는 저자가 주장한 ‘기회’를 잡기도 한다. 기회는 준비된 자들만이 잡는다는 역시나 진부하고도 정석과 같은 말이 있다. 많은 사람들은 기회가 자신에게 다가올 때 그것을 알아보지만, 그 기회를 잡을 대비가 되어 있지 않곤 한다. 월척을 원한다면 물고기가 빠져나가지 않도록 그물을 만들고서 대비해야 한다.

     

    또 다른 기회를 몰고 오는 기회

     

    기회는 우리가 가고 싶어 하는 어느 곳이건 데려다주는 운송수단이다. 기회는 또 다른 기회를 몰고 온다. 예로 한 신인 작가가 어렵사리 신문에 작은 투고를 시작했다. 짧은 글이지만 작가는 최선을 다했다. 투고 글은 독자들의 인기를 얻었고, 신인 작가는 다른 언론사들의 러브콜을 받으며 여러 군데 투고할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J. K. 롤링은 수많은 출판사에 자신의 작품 『해리 포터』를 내밀었었다. 그러나 모두들 거절을 했다. 그녀의 잠재력을 파악한 단 한 출판사만 빼고 말이다. 초기의 맥도날드, 페이스북, 구글 기업 등의 가치는 사람들이 보기에 낮았다. 심지어 거들떠보지 않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러나 지금 그들의 가치는 어떤가.

     

    여가시간에 워드프레스(WordPress)라는 블로그 플랫폼을 사용했던 한 남자가 있다. 어느 날 그는 워드프레스 관계자들이 호텔에서 회의 준비하는 것을 보았다. 그냥 지나칠까하던 남자는 그쪽으로 가서 그들에게 자신의 블로그에 그들의 도구를 사용하는 것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등으로 말을 걸었다. 그리고 관계자 한 명에게서 명함을 받았고 그를 팔로우를 했다. 그리고 3개월 후 워드프레스에서 자신을 고용하겠다는 연락을 받는다.

     

    따끔한 일침을 선사하는 계발서

     

    저자는 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의 투자로 ‘나에 대한 투자’를 꼽았다. 그것은 우리 삶을 향상시킬 뿐만 아니라 주위의 모든 사람들의 삶을 개선시키는 효과를 가져 온다. 두 명의 농부 이야기가 있다. 두 농부는 같은 종자를 우연히 얻게 됐다. 첫 번째 농부는 씨앗을 키우고 보호하는 방법에 대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배운 뒤 풍성한 곡식을 거뒀다. 두 번째 농부는 그저 땅에 씨앗을 뿌리고 모든 일이 잘되기만을 바랐기에 수확이 신통치 못했다. 해가 갈수록 두 번째 농부는 첫 번째 농부를 질투하며 그가 모든 운을 가졌다고 생각하기만 했다.

     

    소설가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다음처럼 말했다. “타인보다 우수하다고 해서 고귀한 것이 아니다. 과거의 자신보다 우수한 것이야말로 진정으로 고귀한 것이다.”

     

    인생은 꿈꾸듯 쌓이지 않고 꾸준히 다듬고 노력해야만 성공적으로 얻을 수 있다. 우리는 우리가 노력으로 얻은 결과를 항상 평가해야 한다. 평가는 인생의 중요한 탐색 도구이기 때문이다. 인간이기에 우리는 삶을 반성하고 검토하며 행동을 수정한다. 그렇게 매일 인생을 평가하고 항로를 올바르게 조정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제대로 된 평가다. 그래야 우리는 한정된 육체적, 정신적, 감정적 에너지를 아낄 수 있다.

     

    저자는 책의 모든 목차마다 ‘오늘’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조용히 혼자 반성하고 묵상하는 시간을 하루 일과 중 필수 습관으로 만들어보라고 주장한다. 독자가 읽기 쉽게 실제 기업들의 사례나 사업가 그리고 작가 등 명망 있는 자들이 걸어온 길을 재미있게 설명했다. 누군가에게 이 책의 내용은 충분히 알고 있던 지식일 수도 있다. 또는 잔소리처럼 들릴 수도 있다.

     

    나 역시 같은 이유로 그간 자기 계발서를 찾지 않았다. 좋은 글귀들은 이미 충분히 많이 알았으며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머리에서 꺼내 써먹으리라 여겼다. 그러나 이러한 방치 상태가 오래되면 나만의 편견과 시각이 짙어져버린다. 결국 세상을 자기중심적으로 보고 헤이해질 위험이 닥친다. 간간이 자기 계발서를 읽는 건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오늘’을 강조하는 이 계발서는 이 시대에 어울리는 여러 사례가 함께 있어 눈여겨볼 만하다.

    posted by 남한산청소년연구회
    2018. 11. 2. 21:50 카테고리 없음

    데이터로 좌우되는 인간 행동 … 행복과 공감능력이 관건

    [리뷰] 『빅데이터 빅마인드』(박형준, 리드리드출판, 2018.7)

     

    저자의 필력이 제대로 느껴지는 좋은 책을 한 권 만났다. 바로 『빅데이터 빅마인드』이다. 이 책에는 사진이 한 장도 삽입돼 있지 않지만 내용이 정말 충실하다.

     

    저자인 박형준 씨는 내 안의 ‘행복능력’과 내 밖의 ‘공감능력’을 강조한다. 이 두 키워드가 바로 책의 핵심이다. 이를 위해 『빅데이터 빅마인드』는 인간의 인식의 한계부터 인공지능 시대에 이르기까지 과학의 최신 지식들을 자유자재로 활용한다. 행복능력은 나 자신을 제대로 아는 것이고, 공감능력은 그것을 타인들과 함께 나누는 것이다.

     

    『빅데이터 빅마인드』의 프롤로그 타이틀은 ‘뛰지 마세요! 아무도 쫓아오지 않습니다.’이다. 급변하는 현대사회를 살아가기 위해 우리는 너무나 많은 정보에 노출되어 있다. 박형준 저자는 왜 그렇게 불안해하며 바쁘게 살아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는지 과학적으로 분석한다. 지난날 생존의 위협을 느낄 만큼 부족한 시대에 살았던 현대인들의 유전자엔 성장 압박이 자연스레 박혀 있다. 인간은 어쩔 수 없이 계속 번영을 추구하는데, 번영을 위한 환경에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다.

     

    행복과 공감능력 배양을 위한 필요충분조건

     

    우선 인간의 인식이 얼마나 제한적인지 잘 아는 게 중요하다. 인간의 뇌에는 무수히 많은 정보가 들어온다. 하지만 그 모든 데이터들을 뇌가 이해하는 건 아니다. 『빅데이터 빅마인드』는 현대 뇌과학 이론인 ‘경쟁적 자취이론(Competitive Trace Theory)’을 인용한다. 뇌의 해마는 정보 중에서 생존에 필수적이고 중요한 것들만 선별하고 패턴을 만든다. 우리에게 들어오는 데이터들이 최신 것들인지, 집단 공동체의 지향점과 일치하는지 등이 중요한 것이다.

     

    우리의 오감을 자극하는 건 바로 데이터다. 데이터는 데이텀(datum)의 복수 형태다. 그 자체로 많음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사람의 기억엔 한계가 있다. 그래서 데이터 기억 결과로 축소와 강화가 수반된다. 개인들의 ▶ 경험 ▶ 유전 정보 ▶ 문화가 뇌의 기억 정보에 영향을 끼친다. 그리고 나서 다시, 그 정보가 어떤 정보들을 수집할지 결정한다.

     

    예를 들어, 우리가 어떤 소리가 좋다고 판단하는 건 그 집단의 가치관이 영향을 끼친다. 실험에 의하면 꼭 화음만 좋은 게 아니다. 불협화음도 누군가에겐 좋은 소리일 수 있는 것이다. 고전음악에만 심취한 문화는 다양한 소리를 이단으로 치부할 가능성이 크다. 기존의 데이터가 그 사람의 가치관까지 좌우한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건 인간에게 자유의지가 있기보단 내·외부 데이터에 의해 결정된다는 점이다. 집단의 기억은 개인의 행동을 이끈다.

     

    따라서 공동체는 매우 중요하다. 사실 인간의 몸 역시 인간 자신만의 것이 아니다. 우리 몸에는 몸을 구성하는 세포의 수보다 약 10배 정도 많은 미생물들이 공생하고 있다. 인간의 몸은 미생물들을 위한 서식 환경인 것이다. 『빅데이터 빅마인드』에선 “‘나’라는 존재는 여러 생명체 정보의 집합체이고, 집단의식은 이러한 개인의 정보집합을 공유하는 (동질감을 느끼는) 범위이다”면서 “뇌는 이러한 정보들로 재구성된 세계를 바라보는 창구라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덧붙여 박형준 저자는 “인간이 안으로는 다양한 세포기관과 관계를 맺고 밖으로는 다양한 사회관계를 맺는 것처럼 안과 밖에 복수의 ‘동질감 범위’가 존재하는 생명체는 다층구조의 테두리로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식환경으로서의 내 몸과 생명체의 관계

     

    인류의 뇌는 오랜 과정을 거쳐 필요한 정보들만 취사선택해왔다. 사실 뇌를 작동시키는 데에는 에너지가 필요하고, 인간이 섭취하는 에너지에는 한계가 있다. 현생인류의 대뇌엔 △ 운동지시 △ 감각처리 △ 기억 △ 언어기능이 있다. 모두 생존과 진화와 직결된 능력들이다. 그런데 인류의 기억은 뇌에만 저장되는 게 아니다. 실제 과학 실험에 따르면, 심장, 간, 신장 등 뇌 이외 기관에도 기억의 증거들이 포착된다.

     

    인간은 기억 정보를 공유하는데, 그 방식이 특이하다. 『빅데이터 빅마인드』는 ‘양자적 동시성’을 언급했다. 이는 “생명체의 집단 정보 및 주변 환경 정보는 물리적 DNA로 전달되지 않고, 양자 공유(얽힘)를 통해 뇌가 인지한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영화 <앤트맨과 와스프>에서 주인공 스캇 랭이 재닛 반 다인과 양자 공유되는 것을 장면과 같다. 중요한 건 정보가 전달되는 게 아니라 공유되는 방식이다. 따라서 박형준 저자는 “생명현상의 핵심은 유전자에 있는 것이 아니라, 생명체 전체의 상호작용에 있다”고 적었다.

     

    생명체의 본질은 변화에 있다. 변화하면서 행복을 느낀다. 실험에 의하면, 사람은 지루함을 느끼는 것보다 차라리 전기충격을 선택한다. 결국 생명체란 “‘변화(엔트로피 증대)’를 촉진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독립된 의식을 가진 개체”로 정의 내릴 수 있다. 내 안으로 작용하는 행복이 무엇인지 알아차리려면 변화와 탈주의 범위를 잘 구획해야 할 것이다.

     

    경제성장만이 중요하던 시대에서 이젠 소비시대로 접어들었다. 새로운 시대엔 ‘초연결’과 ‘초지능’이 관건이다. 박형준 씨는 공감을 현재의 내가 미래의 나를 생각하는 것이라고 했다. 공감은 타인과의 접촉뿐만이 아니라 나 자신의 행복을 위한 직접 행동이다. 따라서 인공지능의 미래의 청사진은 ‘에피쿠로스 플랫폼’이 요청된다. 필요한 만큼의 생산이 가능해져, 각자 원하는 일을 하고, 행복을 공유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해진다. 행복은 창조적 일을 하면서 나타난다.

     

    『빅데이터 빅마인드』의 첫 페이지엔 피터 드러커의 말이 인용돼 있다. “계획이란 미래에 관한 현재의 결정이다.” 책의 말미엔 R.W. 에머슨의 명언이 기록돼 있다. “미래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희망은 드디어 빛을 발한다.” 데이터의 흘러넘침 시대(빅데이터)에서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깨닫는 빅마인드가 필요하다. 빅마인드를 위해선 내가 누구이고, 무엇을 원하는지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요청된다.

    posted by 남한산청소년연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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