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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산청소년연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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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ice

2018.12.25 13:36 분류없음


빛, 아메바, 인간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그건 바로 언제나 최단 경로를 택해 이동한다는 점이다. 혹은 그런 경향을 지닌다는 점이다. 차이점이라면 인간은 실수로 혹은 그저 최단 경로를 택하지 못하거나 안 할 수 있다. 내가 휴일에 도서관, 중국집, 영화관, 커피숍을 들르기로 했다면 동선을 고려해 갈 순서를 정해야 한다. 이를 계산과학에선 일명 ‘여행하는 외판원 문제(TSP·Traveling Sales Problem)’로 간주해 푼다. 즉, 동선을 최적화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그동안 과학자들은 ‘황색망사점균(Physarum polycephalum)’을 이용해 최단 거리 문제를 풀어 보고자 했다. 황색망사점균은 단일 세포로서 아메바처럼 자유자재로 모양을 변화시킬 수 있다. 이 점균류는 빛을 피해 먹이를 찾아간다. 그래서 황색망사점균은 지하철이나 도로의 연결, 심지어 미로를 푸는 데도 적용됐다. 그런데 최근 ‘영국 왕립 오픈 사이언스’엔 좀 더 진전된 실험 결과가 공개됐다. 젤리 형태의 황색망사점균이 최단 거리 찾는 문제가 복잡해져도 해결하는 데 필요한 시간은 그만큼 복잡해지지 않고 정중동(靜中動)의 미를 지킨 것이다.

내가 들러야 하는 곳이 도서관, 식당, 영화관, 커피숍뿐만 아니라 헬스장, 이발소, 마트, 호프집으로 늘어난다면 머리가 복잡해진다. 4군데만 들러야 하면 한 출발점에서 갈 수 있는 방법은 3가지(2분의 3!)뿐이다. ‘!’는 계승(팩토리얼)이다. 8군데로 늘어나면 2520가지(2분의 7!)나 된다. 가야 할 곳이 늘어남에 따라 고려해야 하는 건 훨씬 더 늘어났다. 하지만 황색망사점균은 딱 2배의 시간만 더 들여 해법을 찾아냈다.

문제가 기하급수적으로 복잡해진 반면, 처리 시간은 단지 선형적으로만 증가했다. 모든 시스템은 언제나 최선의 방법을 찾기 위해 모든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 황색망사점균은 분명 컴퓨터보다 느리다. 하지만 단순한 형태의 생명체인 황색망사점균은 보통 컴퓨터의 처리 방법보다 더 나은 대안적 처리 방법을 제공했다. 물론 점균류가 직접 도시를 찾아다니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에 각 도시들은 64개의 채널, 즉 8개 도시가 8개 채널을 갖고 있는 실험으로 대체했다. 세균 배양액 위 둥근 접시 위에서 실험을 진행했다. 황색망사점균은 세균 배양액에 접근해 영양분을 효과적으로 빨아들이기 위해 각 채널들로 들어갔다. 여행하는 외판원 문제는 황색망사점균이 몸의 형태를 끊임없이 변화시키는 것으로 바뀌었다.

하나의 몸이 하나의 채널로 들어갈 때, 다른 몸은 두 번째 채널로 들어가게 된다. 이 변형은 계속 이어진다. 황색망사점균이 최적의 방법으로 도시들에 들어갔는지 확인하기 위해 연구진은 빛을 사용했다. 황색망사점균는 빛을 싫어한다. 너무 멀리 떨어져 있는 채널들이거나 이미 방문했던 채널들 혹은 몇몇 채널들을 동시에 들어가는 걸 막기 위해서다. 놀랍게도 가능한 배열의 숫자가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황색망사점균은 최적화된 방법을 알아내는 데 기하급수적인 시간이 더 걸리지 않았다. 늘어난 경우의 수만큼 복잡해지지 않은 것이다.

특히 최단 거리를 찾아내는 방법의 품질은 떨어지지 않았다. 검색 공간이 폭발적으로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황색망사점균은 끊임없이 일정한 속도로 자신의 새로운 형태를 테스트했고, 동시에 시각적 피드백을 처리했다. 이 점을 컴퓨터가 배울 수 있다. 이번 실험에선 플레이트가 충분히 크지 않아서 8개의 채널만으로 실험했다. 하지만 연구진은 황색망사점균이 자연스레 안정적인 평균 상태를 추구하려는 성질을 볼 때, 수백 개의 도시들에서 최적의 방법을 계산해내는 것도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심지어 아메바 TSP라 불리는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개발해 황색망사점균의 처리 패턴을 모방하고 있다.

황색망사점균이 거의 정확한, 짧은 거리를 찾아내는 메커니즘은 여전히 미스터리다. 아메바와 비슷한 황색망사점균에 영감을 받은 전기 회로는 변수가 많아지고 제약 조건이 늘어날 때 최적의 방법을 찾아야 하는 수리적 계산에 실마리를 제공한다. 또한 다족보행 로봇의 알고리즘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연구진은 기대했다.

한편 최근 인간이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미생물 수백만 종이 땅속 깊은 곳에서 발견됐다. 심층탄소관찰의 10년에 걸친 추적 끝에 지구의 바다 부피 거의 2배에 해당하는 곳에 알 수 없는 생명체가 있는 것으로 밝혀진 것이다. 작은 유기체, 잘 보이지 않는 생물들이 때론 어려운 문제들에 해답을 제공한다. 하찮아 보이는 것들이라도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posted by 남한산청소년연구회
2018.12.03 16:35 분류없음



2018년 5월 10일 KIA와 두산의 야구는 그야말로 불확실성의 연속이었다. 승부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었다. KIA의 안방경기에서 9회초 두산은 5-4로 지고 있었다. 이미 투 아웃 상태였다. KIA의 구원투수는 삼진아웃을 기록하며 해설자의 칭찬까지 듣고 있던 상황. 그런데 마지막 타자가 솔로 홈런을 쳤다. 와, 정말 불확실하고 복잡한 상황이 눈앞에 펼쳐졌다. 경기는 동점이 되고 끈질긴 연장전에 돌입했다. 이날 선수들과 수많은 관중은 밤늦게 잤다.

현대사회는 불확실성과 복잡성으로 점철돼 있다. 바로 내일의 일도 예측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렇다면 과학 기술은 얼마나 정확할까? 그 어떤 슈퍼 메가톤급 컴퓨터라고 해도 당장 다음 일을 예견하고 맞히기는 쉽지 않다. 이는 비단 사회에 국한되지 않고 자연 속에서도 마찬가지다. 원인과 결과라는 가장 상식적인 법칙마저 때론 변종으로 인해 예외의 연속이 된다. 이때 최선의 과학적 연구 방법은 정말 오랜 기간 패턴을 파악하고 분석하는 것뿐이다. 

현상은 오래 봐야 자세히 볼 수 있다. 미국 미시간주립대에서 대를 이어 진행 중인 식물학 연구는 1879년 시작됐다. 씨앗의 발아를 오랫동안 살펴보기 위해 정원을 만들어 연구하고 있다. 질문은 단순했다. 잡초를 계속 제거하면 언젠간 사라질까? 그렇다면 실제로 씨앗은 흙 속에서 얼마나 오랫동안 살아남을까? 연구진은 20개의 유리병 속에 흙과 씨앗을 넣어 주기적으로 관찰하려는 계획을 세웠다. 실제 20년마다 한 번씩 꺼내 씨앗이 발아했는지 관찰하고 있다.

최근 ‘사이언스 어드밴시스’는 외래종인 유럽 토끼가 어떻게 오랜 기간 생태계에 영향을 끼쳤는지 분석 논문을 공개했다. 토착 생태계가 새로운 평형에 도달하는 데 얼마나 오래 걸리는지 유전자(DNA)로 역추적한 연구 결과를 소개한 것이다. 이번 연구를 위해 근 80년간의 각종 고해상도 데이터가 필요했다.

호수 침전물을 종합적으로 분석함으로써 정말 오랜 기간 진행된 생태계의 메커니즘을 이해할 수 있다. 유럽 토끼는 전 세계 800개 이상의 섬들에 이주하여 정착지에서 토착 동식물에 심각한 영향을 끼쳤다. 외래종의 침입 사례는 많다. 미국의 두꺼비(canetoads)는 80년도 채 안 돼 호주의 토종 두꺼비 약 20%를 줄어들게 만들었다.

연구진은 호수 침전물과 분생균 가운데서 추출된 환경 관련 DNA를 분석했다. 또한 남극 연안의 섬들에서 지난 600년간 진행된 생태계 역학을 재구성하고 침입종 토끼의 영향력을 밝혀내기 위해 퇴적학 분석을 했다. 식물 군락은 서기 1400년부터 1940년대까지 안정적이었다. 그런데 외래 침입종 토끼의 DNA가 발견된 시점부터 식물 군락은 급격한 변화를 맞이한다. 주된 식물 종들이 사라지기 시작한 것이다. 더욱이 토끼들이 늘어남에 따라 부식하는 식물의 비율 또한 증가했다. 20세기에 외래종 토끼가 끼친 영향력은 기후변화보다 더 막강했다. 

갈수록 확률이 떨어질 만큼 불확실하고, 원인과 결과가 뒤바뀔 정도로 복잡해지는 자연계 혹은 사회 문제를 분석하기 위해선 장기간의 과학 연구가 필수적이다. 10년, 20년짜리 대형 연구 과제를 의미하는 게 아니다. 관심과 애정으로 지속할 수 있는 과학 기술 연구를 말하는 것이다. 50년 이상의 축적된 연구를 위해 천문학적 예산이 투입될 필요는 없다.

국내 과학과 산업, 기술의 연구 문화는 조급증과 성과 깎아내리기에 익숙해져 있다. 이전 담당자의 업무는 인수인계가 잘 되지 않는다. 심지어 공개 및 공유가 안 되는 사례가 빈번하다. 특히 정부에 비판적인 연구 결과가 나온 경우라면 더더욱 숨기기에 급급하다.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의 세금이 투입된 융합연구의 경우 국회도서관 구석에 처박혀 있는 경우가 허다했다.

하버드대에선 역대 최장 기간의 성인 발달 연구를 진행한 바 있다. 75년간 남성 724명의 인생을 추적해서 직업과 가정생활, 건강과 심리상태, 만족도 등을 조사한 것이다. 좋은 삶이 무엇인지, 어떻게 하면 행복하고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는지 그대로 보여준 것이다. 이미 2015년 테드(TED) 강연으로 공개된 이 연구는 2100만 조회수를 기록하며 전 세계인을 감동시켰다. 좋은 삶의 비밀은 주변 사람들과 원만한 사회관계를 맺는 데 있었다. 불확실한 시대에 전쟁을 겪고, 세상이 복잡하게 변하는 가운데서도 724명 모두가 사라질 때까지 좋은 삶의 비밀을 찾는 연구는 계속된다.

불확실하고 복잡한 세상과 줄다리기를 하는 과학 연구가 단발성이라면 질 수밖에 없다. 지금이라도 지속 가능한 과학 연구의 타임캡슐을 곳곳에 묻어두자. 

posted by 남한산청소년연구회
2018.11.22 20:54 분류없음
한때 국내 영어공용화론이 논쟁이 되었던 적이 있다. 이미 세계 시민사회 시대에 영어는 선택이 아니고 필수가 되었기 때문에 국가 경쟁력 차원에서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또한 영어가 특정 집단에 독점적으로 세습되고 교육되다 보니 문제점이 발생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전 국민이 영어를 배워야 한다는 것이었다. 수많은 논쟁이 펼쳐졌고 결국 영어공용화론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러나 영어에 대한 언어 이상의 고민이 늘 필요하다.

현재도 한국에선 영어로 대학을 가고, 영어로 직장을 구하고, 영어로 문화를 주도한다. 전 세계적으론 모든 콘텐츠가 유튜브로 몰리고, 영어를 알면 전 세계와 소통할 수 있는 세상이다. 그 강도와 독점력은 줄어들었지만 영어는 여전히 강력한 무기이자 언어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우리는 이미 영어가 헤게모니를 장악하고 있는 세상에 살고 있다. 국영수 중심의 학과 편성에서 영어는 아직도 맹위를 떨치고 있다. 할리우드 영화는 세계 시장을 석권했고, 학술의 모든 언어는 영어이다. 자국어로 연구해 노벨상을 탄 일본 역시 연구결과를 공개하기 위해선 영어 번역이 필요했다. 영어가 서구 중심의 언어이긴 하지만 소통의 도구이자 세계를 해석하는 창으로 활용한다면 충분히 그 가치가 있다. 바벨탑을 세우는 단 하나의 언어가 꼭 있어야만 한다면, 굳이 영어를 배제할 필요는 없다. 영어는 단지 여러 언어 중 하나일 뿐이다. 

영어를 잘 하기 위해서 지금도 천문학적인 돈이 투입되고 있다. 미국과 영국, 캐나다 등 영미권 나라들은 영어교육과 어학연수 등으로 관광 이상의 수익을 얻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제 심각하게 영어를 ‘잘 한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더욱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소위 발음 좋고 술술 막힘없이 말을 하니 원어민들이 정말 영어를 잘 한다고 볼 수 있는 것일까. 

경기도 광주의 기숙형 대안학교 성문밖학교엔 여러 명의 원어민들이 눈에 띈다. 미국에서 역사와 정치를 전공한 세스(Seth), 뉴질랜드 출신의 호탕하고 음악을 좋아하는 포나무(Ponamu), 미국인이지만 소탈한 청년으로 느껴지는 라일리(Reilly) 등. 이들은 당연히 모두 영어를 잘 한다. 그런데 더욱 중요한 것은 서투른 영어를 하더라도 잘 들어준다는 사실이다. 영어를 잘 못하는 어린 학생들의 말들은 답답하고 이해가 안 될지 모른다. 하지만 이 원어민 선생님들은 참 잘 들어준다. 이들이야말로 정말 영어를 잘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영어는 다른 과목들과 마찬가지로 하루아침에 그 실력을 향상시킬 수 없다. 언어에 대한 감각도 필요하고, 꾸준한 연습도 요구된다. 영어 스터디 그룹에서 영어를 학습한 적이 있는데, 재미교포 출신의 실력 좋은 친구는 매일 한 문단씩 외운다고 했다. 아니, 이미 영어를 원어민처럼 쓰는데, 왜 굳이 그렇게까지 해야 하느냐고 물은 적이 있다. 그는 한국에 있으면 감이 떨어지기 때문에 학습 차원에서 영어 문단을 외운다고 했다. 영어를 잘 하는 이들은 지속적으로 책을 읽고, 세상의 변화를 탐구한다. 단지 발음만 좋은 게 아니다. 영어를 잘 하는 원어민들은 당연하지만 영어를 가장 많이 사용하고 학습한다. 그게 일상이다. 

우리가 가장 잘 아는 단어 apple만 하더라도 뜻이 변할 수 있다. 대화중에 기업 apple사를 언급하는 것이라면 그 맥락을 이해할 줄 알아야 하는 것이다. 또한 만약에 뉴턴의 만유인력 법칙을 언급하며 apple을 인용한다면 사과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는 걸 깨달아야 한다. 그만큼 언어를 안다는 건 역사와 문화, 정치와 사회, 예술과 철학을 모두 아우르는 일이다. 

토플 시험은 읽기, 쓰기, 듣기, 말하기 4개 영역으로 이루어져있다. 그런데 각 영역들은 따로 노는 게 아니라 유기적으로 연결이 돼 있다. 말하기를 잘 하기 위해서 말하기 연습만 해선 안 된다. 잘 듣고, 읽을 줄 알아야 하는 것이다.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한 건 읽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많이 읽어야 할 말이 많아지고, 쓸 거리가 늘어난다. 영어를 외국어로 학습해야 하는 입장에서 읽기는 가장 보편적이고 편리하며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학습이다. 읽기가 멈추는 순간 할 말이 없어진다. 무식해보일 수 있으나 독해가 가장 중요하다.  

더불어 영어는 습관이다. 밥을 먹듯이 영어를 섭취(학습)하고, 소화시키면 된다. 때론 영어의 뜻이나 의미를 잊어버려도 된다. 그러다가 다시 필요해지면 그 영어(밥)를 찾아서 먹으면 된다. 밥은 매일 세 끼를 먹으며 포만감을 느낀다. 마찬가지로 영어는 하루 세 번 이상은 학습하고 즐거움을 느껴야 한다. 포식하면 안 좋듯이 영어도 한꺼번에 이루려면 몸이 힘들어진다.

지금껏 정말 많은 외국인들을 만나왔다. 그 중에 영어를 정말 잘 한다고 느끼게 해준 이들은 모두 상대방의 말을 배려해서 들을 줄 알았다. 화자의 말을 이해하려고 하는 노력은 영어를 못 하는 우리의 입장이 아니라, 영어를 원어로 쓰는 그들의 몫이었다. 우리가 그들의 말인 영어, 특히 은어나 약어 등을 모른다고 주눅들 필요가 전혀 없었던 셈이다. 영어를 ‘잘 한다’는 건 영어가 불러오는 언어 격차를 극복하기 위해 상대방의 말을 ‘잘 듣다’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영어를 외국어로 배우는 우리들은 새로운 문화와 변화를 읽어내면 그만일지 모른다.

* <광주시민저널> 제53호 교육칼럼입니다. 




posted by 남한산청소년연구회
2018.11.20 12:14 분류없음



고민 끝에 냉장고를 바꿨다. 그런데 새 냉장고를 찾다 보니 냉장고 문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만 열린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냉장고가 자리하는 쪽은 싱크대 반대편이라 문이 멀리에서 열린다. 그래서 혹시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열리는 냉장고가 있는지 찾아봤다. 하지만 양문형 냉장고조차 냉장실 문을 열 때는 왼쪽에서 오른쪽으로만 열게끔 되어 있다. 왜 그런지 갑자기 호기심이 생겼다.

 

아마 가장 큰 이유는 오른손잡이가 많다는 점 때문일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약 12%는 왼손잡이고 양손잡이는 1% 정도다. 네덜란드 미국 벨기에 등은 왼손잡이가 13%대 수준이다. 반면 멕시코 한국은 2% 정도다. 그러니 굳이 한국에선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열리는 냉장고를 만들지 않는다고 추측할 수 있다. 왼손잡이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한국에서 냉장고를 썼다면 불편했을 것이다.

 

해외에선 고객의 요청에 따라 문의 방향을 바꿀 수 있다. 냉장고 판매 사이트에선 문을 고정하는 경첩의 위치를 다르게 할 수 있다고 안내한다. 또 어떤 제품은 직접 문의 여닫는 방향을 바꿀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다. 단, 정수기나 얼음 만드는 제빙기가 설치돼 있지 않은 경우에 한해서다.

 

손글씨를 쓸 때도, 지금 타자를 치는 순간에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흘러가게 되어 있다. 오락실 게임을 생각해보면 진행 방향이 언제나 왼쪽에서 오른쪽이다. 동물 그림을 그릴 때 머리는 왼쪽, 꼬리는 오른쪽으로 향하기 마련이다. 일식집 초밥의 흐름 역시 왼쪽에서 오른쪽이다. 그게 오른손잡이들에게 편하기 때문이다.

 

오른손잡이가 오른손잡이와 악수를 하면 내 입장에선 상대방의 왼쪽으로 먼저 손이 간다. 거울에 비친 나의 오른손은 좌우가 바뀌어 있기 때문에 왼손이 된다. 오른손잡이가 많은 세상에선 왼쪽에 먼저 호감이 가는 게 자연스럽다. 일종의 거울 효과다. 승합차의 슬라이딩 도어는 운전석과 조수석 쪽에서 미는 방향이 서로 반대다. 운전석 쪽에서 문을 밀 때 덜 어색하다.

 

그런데 집에 있는 전자레인지는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열린다. 희한하다. 아무 이유 없이 그렇게 만들었을 리 없다. 냉장고 문과 전자레인지 문의 차이는 여는 힘이다. 오른손잡이의 경우 오른손이 왼손에 비해 힘이 더 세다. 냉장고 문은 힘을 줘야 하는 반면 전자레인지 문은 쉽게 열린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냉장고 공간은 크기 때문에 무거운 물건이 많다. 즉, 오른손으로 문을 열고 왼손으로 무거운 물건들을 꺼내는 경향이 있다. 전자레인지는 왼손으로 문을 열고 오른손으로 음식을 넣거나 빼거나 한다. 뭔가 반대로 돼 있는 것 같다.

 

문을 여는 힘과 물건을 드는 힘을 비교해보자. 냉장고는 특성상 밀폐가 핵심이다. 전자레인지 역시 음식을 데우거나 끓이는 데 밀폐가 중요하나 냄새가 새어 나오는 걸 보면 냉장고에 비해 덜하다. 여름날 냉장고의 음식들이 안전하게 오랫동안 보관되려면 바깥과의 완벽한 차단이 필수다. 그렇기 때문에 냉장고 문 열기가 전자레인지에 비해 더욱 힘들다. 크기도 크기이지만 가전제품의 용도가 관건이다. 문의 마찰력이 물건의 중력을 압도하는 셈이다.

 

인간은 은연중에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가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지 모른다. 지구는 서쪽에서 동쪽으로 자전한다. 물론 자전축이 조금 기울어져 있다. 큰 지구의 작은 인간은 지구의 자전을 느끼지 못하지만 서쪽에서 동쪽으로 계속 돌다 보니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향하는 걸 당연하게 간주하고 있는 건 아닐까. 지구에 있는 모든 것이 한 방향으로 돌다 보니 그 방향에 맞춰 뇌가 순응했을 수 있다.

 

좌뇌는 이성적이고 논리적, 수리적 사고의 능력을 관할한다. 언어는 좌뇌에서 비롯된다. 우뇌는 감성적이고 예술적이며 상황과 맥락을 이해하는 능력과 결부된다. 또 좌뇌는 음식을 찾는 등 일상적인 일들을 수행하도록 진화했다. 반면 우뇌는 환경에 처한 위험 등을 감지하고 즉각 대응하도록 조치한다. 이성에서 감성으로, 일상에서 위기로가 자연스럽다. 오른손을 관할하는 좌뇌의 활성화가 세상의 모든 걸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향하도록 유도한 건 아닐까.

 

숫자를 쓸 때도 큰 수인 맨 왼쪽에서부터 기록한다. 생각해보니 이상하다. 작은 숫자부터 차례로,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기입해야 자연스러울 텐데 말이다. 가끔 왼손잡이들이 작은 수부터 쓰는 걸 본 적 있다. 특히 모든 악보는 왼쪽에서부터 음계가 그려진다. 시작과 끝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향한다. 그렇다면 냉장고 문이 왼쪽에서 열리는 건 단지 오른손잡이의 문제가 아니라 좀 더 근원적인 어떤 이유가 작용했을 수 있다.

posted by 남한산청소년연구회
2018.11.07 12:30 분류없음

무한한 잠재력의 ‘오늘’ … 당신은 어떻게?

[리뷰] 『오늘의 힘』(박혁제 씀, 현혜수 옮김, 예미, 2018.10.31)

 

박혁제라는 한국인이 지었지만, 한국인 옮긴이가 따로 있는 독특한 책이 있다.『오늘의 힘』이 그렇다. 박혁제는 캐나다 내에서 손꼽히는 한국 기업을 경영하는 성공한 사업가다. 그는 한 때 사업에 실패를 하여 누구의 도움 없이 3년간 밤낮없이 일을 하며 빚을 모두 갚은 경험이 있다. 그러면서 그는 시간의 중요성과 노력의 힘을 깨닫고는 책을 썼다.

 

무슨 일인가를 할 때 우리는 권태를 느낀다. 운동을 예로 들면 때로 게을러지는 날이 있고 운동을 하고 싶지 않은 날도 있다. 중요한 건 언제라도 운동을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 저자는 책의 제목에 걸맞은 ‘오늘’을 주제로 스펠링 하나하나를 책의 목록으로 만들었다. 저자의 ‘오늘(TODAY)’은 시간(Time), 기회(Opportunity), 계발(Development), 평가(Assessment), 수확(Yield)이다.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말라는 아주 진부하면서도 고전적인 진리이자 정석과 같은 말이 있다. 오늘을 바꾸지 않으면 내일은 오늘과 다르지 않은, 어쩌면 하루라는 시간이 인생에서 사라진 것과 같은 결과를 만날 위험이 있다.

 

상대적인 24시간 속에 사는 우리들

 

오늘을 올바르게 활용하면 우리는 내일 끊임없는 배품을 얻는다. 적당한 때라는 건 절대 오지 않기에 기다리지 말고 오늘 시도를 해야 한다. ‘오늘’은 무한한 잠재력을 가진다. 하지만 24시간이라는 한정된 시간에 의해 제한되어 있다는 건 ‘어제’나 ‘내일’과도 같다. 그러나 모두가 ‘오늘’이다.

 

저자는 오늘을 알차게 보내는 중요한 첫 번째 요소로 시간을 설명 하였다. 주변에는 시간이 없다고 불평을 하면서도 휴대폰 게임이나 소셜 미디어에 빠진 이들이 많다. 정말로 이들은 시간이 없는 건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이들에게 1년은 오직 일주일의 가치가 있을 것이기에 나머지 358일 가량은 없는 것과 같다. 또 어떤 사람은 시간이 많다. 이 경우 일주일을 1년처럼 사용하는 자라고 할 수 있다. 시간은 사용하는 사람에 따라 상대적이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착각이 ‘나에게 많은 시간이 있다.’는 것이다. 정말로 하기 원하는 것을 마침내 하기까지 아직 많은 날들이 남아 있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습관을 만드는 데 평균 21일이 걸린다. 물론 매일 작은 변화를 줌으로써 말이다. 변화를 만드는 와중에 우리는 저자가 주장한 ‘기회’를 잡기도 한다. 기회는 준비된 자들만이 잡는다는 역시나 진부하고도 정석과 같은 말이 있다. 많은 사람들은 기회가 자신에게 다가올 때 그것을 알아보지만, 그 기회를 잡을 대비가 되어 있지 않곤 한다. 월척을 원한다면 물고기가 빠져나가지 않도록 그물을 만들고서 대비해야 한다.

 

또 다른 기회를 몰고 오는 기회

 

기회는 우리가 가고 싶어 하는 어느 곳이건 데려다주는 운송수단이다. 기회는 또 다른 기회를 몰고 온다. 예로 한 신인 작가가 어렵사리 신문에 작은 투고를 시작했다. 짧은 글이지만 작가는 최선을 다했다. 투고 글은 독자들의 인기를 얻었고, 신인 작가는 다른 언론사들의 러브콜을 받으며 여러 군데 투고할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J. K. 롤링은 수많은 출판사에 자신의 작품 『해리 포터』를 내밀었었다. 그러나 모두들 거절을 했다. 그녀의 잠재력을 파악한 단 한 출판사만 빼고 말이다. 초기의 맥도날드, 페이스북, 구글 기업 등의 가치는 사람들이 보기에 낮았다. 심지어 거들떠보지 않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러나 지금 그들의 가치는 어떤가.

 

여가시간에 워드프레스(WordPress)라는 블로그 플랫폼을 사용했던 한 남자가 있다. 어느 날 그는 워드프레스 관계자들이 호텔에서 회의 준비하는 것을 보았다. 그냥 지나칠까하던 남자는 그쪽으로 가서 그들에게 자신의 블로그에 그들의 도구를 사용하는 것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등으로 말을 걸었다. 그리고 관계자 한 명에게서 명함을 받았고 그를 팔로우를 했다. 그리고 3개월 후 워드프레스에서 자신을 고용하겠다는 연락을 받는다.

 

따끔한 일침을 선사하는 계발서

 

저자는 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의 투자로 ‘나에 대한 투자’를 꼽았다. 그것은 우리 삶을 향상시킬 뿐만 아니라 주위의 모든 사람들의 삶을 개선시키는 효과를 가져 온다. 두 명의 농부 이야기가 있다. 두 농부는 같은 종자를 우연히 얻게 됐다. 첫 번째 농부는 씨앗을 키우고 보호하는 방법에 대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배운 뒤 풍성한 곡식을 거뒀다. 두 번째 농부는 그저 땅에 씨앗을 뿌리고 모든 일이 잘되기만을 바랐기에 수확이 신통치 못했다. 해가 갈수록 두 번째 농부는 첫 번째 농부를 질투하며 그가 모든 운을 가졌다고 생각하기만 했다.

 

소설가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다음처럼 말했다. “타인보다 우수하다고 해서 고귀한 것이 아니다. 과거의 자신보다 우수한 것이야말로 진정으로 고귀한 것이다.”

 

인생은 꿈꾸듯 쌓이지 않고 꾸준히 다듬고 노력해야만 성공적으로 얻을 수 있다. 우리는 우리가 노력으로 얻은 결과를 항상 평가해야 한다. 평가는 인생의 중요한 탐색 도구이기 때문이다. 인간이기에 우리는 삶을 반성하고 검토하며 행동을 수정한다. 그렇게 매일 인생을 평가하고 항로를 올바르게 조정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제대로 된 평가다. 그래야 우리는 한정된 육체적, 정신적, 감정적 에너지를 아낄 수 있다.

 

저자는 책의 모든 목차마다 ‘오늘’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조용히 혼자 반성하고 묵상하는 시간을 하루 일과 중 필수 습관으로 만들어보라고 주장한다. 독자가 읽기 쉽게 실제 기업들의 사례나 사업가 그리고 작가 등 명망 있는 자들이 걸어온 길을 재미있게 설명했다. 누군가에게 이 책의 내용은 충분히 알고 있던 지식일 수도 있다. 또는 잔소리처럼 들릴 수도 있다.

 

나 역시 같은 이유로 그간 자기 계발서를 찾지 않았다. 좋은 글귀들은 이미 충분히 많이 알았으며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머리에서 꺼내 써먹으리라 여겼다. 그러나 이러한 방치 상태가 오래되면 나만의 편견과 시각이 짙어져버린다. 결국 세상을 자기중심적으로 보고 헤이해질 위험이 닥친다. 간간이 자기 계발서를 읽는 건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오늘’을 강조하는 이 계발서는 이 시대에 어울리는 여러 사례가 함께 있어 눈여겨볼 만하다.

posted by 남한산청소년연구회
2018.11.02 21:50 분류없음

데이터로 좌우되는 인간 행동 … 행복과 공감능력이 관건

[리뷰] 『빅데이터 빅마인드』(박형준, 리드리드출판, 2018.7)

 

저자의 필력이 제대로 느껴지는 좋은 책을 한 권 만났다. 바로 『빅데이터 빅마인드』이다. 이 책에는 사진이 한 장도 삽입돼 있지 않지만 내용이 정말 충실하다.

 

저자인 박형준 씨는 내 안의 ‘행복능력’과 내 밖의 ‘공감능력’을 강조한다. 이 두 키워드가 바로 책의 핵심이다. 이를 위해 『빅데이터 빅마인드』는 인간의 인식의 한계부터 인공지능 시대에 이르기까지 과학의 최신 지식들을 자유자재로 활용한다. 행복능력은 나 자신을 제대로 아는 것이고, 공감능력은 그것을 타인들과 함께 나누는 것이다.

 

『빅데이터 빅마인드』의 프롤로그 타이틀은 ‘뛰지 마세요! 아무도 쫓아오지 않습니다.’이다. 급변하는 현대사회를 살아가기 위해 우리는 너무나 많은 정보에 노출되어 있다. 박형준 저자는 왜 그렇게 불안해하며 바쁘게 살아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는지 과학적으로 분석한다. 지난날 생존의 위협을 느낄 만큼 부족한 시대에 살았던 현대인들의 유전자엔 성장 압박이 자연스레 박혀 있다. 인간은 어쩔 수 없이 계속 번영을 추구하는데, 번영을 위한 환경에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다.

 

행복과 공감능력 배양을 위한 필요충분조건

 

우선 인간의 인식이 얼마나 제한적인지 잘 아는 게 중요하다. 인간의 뇌에는 무수히 많은 정보가 들어온다. 하지만 그 모든 데이터들을 뇌가 이해하는 건 아니다. 『빅데이터 빅마인드』는 현대 뇌과학 이론인 ‘경쟁적 자취이론(Competitive Trace Theory)’을 인용한다. 뇌의 해마는 정보 중에서 생존에 필수적이고 중요한 것들만 선별하고 패턴을 만든다. 우리에게 들어오는 데이터들이 최신 것들인지, 집단 공동체의 지향점과 일치하는지 등이 중요한 것이다.

 

우리의 오감을 자극하는 건 바로 데이터다. 데이터는 데이텀(datum)의 복수 형태다. 그 자체로 많음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사람의 기억엔 한계가 있다. 그래서 데이터 기억 결과로 축소와 강화가 수반된다. 개인들의 ▶ 경험 ▶ 유전 정보 ▶ 문화가 뇌의 기억 정보에 영향을 끼친다. 그리고 나서 다시, 그 정보가 어떤 정보들을 수집할지 결정한다.

 

예를 들어, 우리가 어떤 소리가 좋다고 판단하는 건 그 집단의 가치관이 영향을 끼친다. 실험에 의하면 꼭 화음만 좋은 게 아니다. 불협화음도 누군가에겐 좋은 소리일 수 있는 것이다. 고전음악에만 심취한 문화는 다양한 소리를 이단으로 치부할 가능성이 크다. 기존의 데이터가 그 사람의 가치관까지 좌우한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건 인간에게 자유의지가 있기보단 내·외부 데이터에 의해 결정된다는 점이다. 집단의 기억은 개인의 행동을 이끈다.

 

따라서 공동체는 매우 중요하다. 사실 인간의 몸 역시 인간 자신만의 것이 아니다. 우리 몸에는 몸을 구성하는 세포의 수보다 약 10배 정도 많은 미생물들이 공생하고 있다. 인간의 몸은 미생물들을 위한 서식 환경인 것이다. 『빅데이터 빅마인드』에선 “‘나’라는 존재는 여러 생명체 정보의 집합체이고, 집단의식은 이러한 개인의 정보집합을 공유하는 (동질감을 느끼는) 범위이다”면서 “뇌는 이러한 정보들로 재구성된 세계를 바라보는 창구라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덧붙여 박형준 저자는 “인간이 안으로는 다양한 세포기관과 관계를 맺고 밖으로는 다양한 사회관계를 맺는 것처럼 안과 밖에 복수의 ‘동질감 범위’가 존재하는 생명체는 다층구조의 테두리로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식환경으로서의 내 몸과 생명체의 관계

 

인류의 뇌는 오랜 과정을 거쳐 필요한 정보들만 취사선택해왔다. 사실 뇌를 작동시키는 데에는 에너지가 필요하고, 인간이 섭취하는 에너지에는 한계가 있다. 현생인류의 대뇌엔 △ 운동지시 △ 감각처리 △ 기억 △ 언어기능이 있다. 모두 생존과 진화와 직결된 능력들이다. 그런데 인류의 기억은 뇌에만 저장되는 게 아니다. 실제 과학 실험에 따르면, 심장, 간, 신장 등 뇌 이외 기관에도 기억의 증거들이 포착된다.

 

인간은 기억 정보를 공유하는데, 그 방식이 특이하다. 『빅데이터 빅마인드』는 ‘양자적 동시성’을 언급했다. 이는 “생명체의 집단 정보 및 주변 환경 정보는 물리적 DNA로 전달되지 않고, 양자 공유(얽힘)를 통해 뇌가 인지한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영화 <앤트맨과 와스프>에서 주인공 스캇 랭이 재닛 반 다인과 양자 공유되는 것을 장면과 같다. 중요한 건 정보가 전달되는 게 아니라 공유되는 방식이다. 따라서 박형준 저자는 “생명현상의 핵심은 유전자에 있는 것이 아니라, 생명체 전체의 상호작용에 있다”고 적었다.

 

생명체의 본질은 변화에 있다. 변화하면서 행복을 느낀다. 실험에 의하면, 사람은 지루함을 느끼는 것보다 차라리 전기충격을 선택한다. 결국 생명체란 “‘변화(엔트로피 증대)’를 촉진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독립된 의식을 가진 개체”로 정의 내릴 수 있다. 내 안으로 작용하는 행복이 무엇인지 알아차리려면 변화와 탈주의 범위를 잘 구획해야 할 것이다.

 

경제성장만이 중요하던 시대에서 이젠 소비시대로 접어들었다. 새로운 시대엔 ‘초연결’과 ‘초지능’이 관건이다. 박형준 씨는 공감을 현재의 내가 미래의 나를 생각하는 것이라고 했다. 공감은 타인과의 접촉뿐만이 아니라 나 자신의 행복을 위한 직접 행동이다. 따라서 인공지능의 미래의 청사진은 ‘에피쿠로스 플랫폼’이 요청된다. 필요한 만큼의 생산이 가능해져, 각자 원하는 일을 하고, 행복을 공유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해진다. 행복은 창조적 일을 하면서 나타난다.

 

『빅데이터 빅마인드』의 첫 페이지엔 피터 드러커의 말이 인용돼 있다. “계획이란 미래에 관한 현재의 결정이다.” 책의 말미엔 R.W. 에머슨의 명언이 기록돼 있다. “미래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희망은 드디어 빛을 발한다.” 데이터의 흘러넘침 시대(빅데이터)에서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깨닫는 빅마인드가 필요하다. 빅마인드를 위해선 내가 누구이고, 무엇을 원하는지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요청된다.

posted by 남한산청소년연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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