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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산청소년연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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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한산청소년연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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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9.03.26 “너처럼 나도” 앞니 헤벌레… 의사소통의 시작
    2019. 3. 26. 10:12 카테고리 없음


    유아들은 생후 18개월부터 4세까지 모방의 극치를 보여준다. 아기들은 부모의 표정을 따라 해야 보살핌을 받는다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안다. 모방은 사회성의 토대로서 조화와 결집을 위한 행위다. 지난해 이그노벨상 수상자 중 한 팀은 침팬지를 따라 하는 사람을 관찰한 바 있다. 이그노벨상은 하버드대 유머과학잡지에서 기발하거나 괴짜 연구를 한 과학자에게 주는 상이다. 인간의 행동 중 10% 정도는 동물원 우리 안에 갇힌 침팬지를 모방했다. 물론 침팬지 역시 인간을 따라 했고, 따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했다. 가장 구체적인 행동은 하품이었다. 적의가 아니라 호감을 표시하는 방법이 바로 모방이다.


    최근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공개된 연구에 따르면 말레이곰 역시 동료의 얼굴 표정을 정확히 따라 할 줄 안다. 말레이곰이 다른 말레이곰의 얼굴 표정을 똑같이 혹은 비슷하게 따라 하는 건 처음 알려졌다. 연구진은 2015년 1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중간에 공백기를 좀 두고 총 2년간 말레이곰을 연구했다. 말레이곰은 야생에서 은둔하는 곰이라 정평이 나 있다.

    상대방의 얼굴 표정을 따라 한다는 건 눈치가 빨라야 하는, 매우 미묘한 소통 과정이다. 인간과 고릴라 외에 얼굴 표정의 정확한 모방이 관찰된 건 흔치 않다. 고릴라가 정확히 상대 고릴라의 얼굴 표정을 따라 할 줄 안다는 연구 결과는 단 한 건에 불과하다. 

    말레이곰에 대해 알려진 바는 거의 없다. 말레이곰은 세계에서 가장 작은 곰으로 잡식성이다. 특히 말레이곰은 각자의 생활반경이 20% 정도까지 중복됨에도 불구하고 교미 시즌 외에는 다른 어른 곰들과 교류가 거의 없다. 꿀을 좋아하고 동작이 느려 ‘꿀곰’ 혹은 ‘느림보곰’으로도 불리는 말레이곰은 120∼150cm의 키에 몸무게는 80kg까지 나간다. 말레이곰은 동남아시아 열대우림에서 서식하며, 멸종위기 취약종으로 분류돼 있다. 말레이곰 숫자는 산림 벌채와 밀렵, 농작물 보호를 위한 사살 등으로 줄고 있다. 어미곰이 죽는 경우, 새끼곰들은 중국에서 몇몇 의약품 용도를 위해 ‘담즙 곰’으로 사육된다. 말레이곰 어미들은 대개 2마리의 새끼를 돌본다. 어린 말레이곰들은 어미곰 곁에서 3개월 정도 보살핌을 받는다.

    연구진은 자연스러운 사회적 놀이 세션에서 22마리(15마리는 암컷) 말레이곰의 얼굴 표정들을 코드화했다. 2∼12세의 말레이곰들은 말레이시아의 한 보호센터에서 지냈다. 이곳은 야생과 비슷할 정도로 커서 곰들이 상호작용을 할지 말지 선택할 수 있다. 말레이곰은 야생에 혼자 있는 걸 좋아함에도 불구하고, 이번 연구에서 10초 정도 진행되는 372번의 교감놀이에 참여했다. 거친 놀이보단 몸으로 밀치고, 뒤에서 물거나 잡으면서 토닥거리고 도망가는 등 온화한 놀이 세션에 2배 이상 더 많이 참여했다. 이 온순한 놀이에서 곰들은 명확히 얼굴 표정 따라 하기를 보여주었다. 교감놀이에서 연구진은 분명하게 구별되는, 1초 동안 위쪽 앞니를 드러내거나 그렇지 않은 경우를 분류했다. 관찰 결과, 말레이곰은 명백히 구별되는 두 가지 방식의 입 벌리기를 총 931회 보여주었다. 

    얼굴 표정을 모방하며 학습하고 소통한다고 해서 종의 우월성이 입증되는 건 아니다. 말레이곰 역시 미묘하지만 정확하게 대면 소통을 할 수 있다. 그 비율은 약 30%에서 100% 사이였다. 물론 반응이 없는 녀석도 있었다. 말레이곰은 야생에서 고립돼 살아가지만 놀랍도록 장난꾸러기다. 놀이를 하는 도중 적절한 교감 신호를 보내지 않으면 때론 싸움으로 변질된다. 

    복잡한 사회적 시스템을 갖춘 집단의 종들만이 그만큼 복잡한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갖는다고 간주돼 왔다. 하지만 이번 연구를 보면 고립된 생활을 하는, 즉 단순한 사회적 시스템의 동물들 역시 정교한 소통 방식을 갖는다고 가정해 볼 수 있다. 말레이곰은 상대방의 관심을 받을 경우 입을 벌리는 경향을 보였다. 입을 벌리는 행위는 호감을 나타내는 표식이다. 요컨대 복잡한 얼굴 표현을 이용한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포유류에서 흔한 기질일 수 있다. 인간이 모를 뿐이다. 

    영장류나 개들은 서로를 모방하면서 생존법을 배운다. 미묘한 모방하기는 두 마리의 말레이곰이 서로 더 격한 놀이를 하거나, 사회적 유대감을 강화하는 신호를 보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인간 역시 타인의 얼굴 표정을 정확하게 따라 하고, 이런 모방으로 섬세한 커뮤니케이션을 한다. 그런데 종종 타인의 시선과 표정은 화살이 돼 날아오기도 한다. 경멸과 비난의 표정은 그 얼굴을 바라보는 상대에게 고통을 안겨준다. 결국 얼굴 표정의 신호는 누가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모방의 유대로, 혹은 고통의 원인으로 나타난다.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10&oid=020&aid=0003206623

    posted by 남한산청소년연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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