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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산청소년연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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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한산청소년연구회

    '환경문제'에 해당되는 글 1

    1. 2018.12.01 언제, 어디서나 플라스틱의 역습 (上)
    2018. 12. 1. 11:49 카테고리 없음

    최근 전북 부안 앞바다에서 잡힌 아귀 뱃속에서 플라스틱 생수병(500ml)이 발견됐다. 50cm 가량의 아귀는 채 다 소화시키지 못한 생수병을 품고 있었다. 그 누구도 이토록 큰 문제가 생길 줄은 몰랐다. 목재와 금속으로 둘러싸였던 우리의 과거는 이젠 플라스틱 제품들로 가득하다.


    플라스틱이라는 용어는 그리스어 플라스티코스(plastikos)에서 유래했으며 ‘형태를 만든다’는 뜻을 지닌다. 초콜릿 하나하나를 감싼 포장지와 물티슈, 설거지용 세제, 어린이 장난감과 학생용 문구, 운동화와 겨울 코트에 이르기까지 플라스틱이 들어가지 않은 제품은 없다. 

    플라스틱은 예술과 인간 사회를 발전시킨 긍정적 측면이 있다. 1869년 한 인쇄공은 상아였던 당구공을 셀룰로이드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식물의 섬유소인 셀룰로오스를 원료로 한 것으로, 저렴하고 쉽게 형상을 만들었다. 셀룰로이드는 일본 애니메이션의 셀화에도 쓰여 예술 확산에 기여했다. 1884년에는 인조견 개발의 필요성을 느낀 화학자들이 희소한 누에 실크를 대체하기 위해 셀룰로오스를 원료로 레이온 섬유를 만들었다. 레이온은 누에 실크보다도 빛났고 아름다웠으며 염색이 쉬웠다. 

    20세기에 들어 석유를 원료로 하는 페놀수지가 등장했다. 열에 강하여 조리도구 손잡이, 컴퓨터 키보드, 절연제 등에 쓰였다. 거미줄보다 가늘면서도 강철보다 강한 나일론은 1930년대에 등장했다. 이는 최초의 합성 섬유로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군사용 텐트와 낙하산에 쓰였다. 현재 고분자 연구는 항공 기체와 건축 재료에 적용될 정도로 다양한 범위에 포함된다. 플라스틱 의존 사회가 도래한 것이다. 


    작게 부서지고, 파편화 된 플라스틱 조각들. 사진 =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해양 연구로 드러난 미세 플라스틱 오염

    그러던 1971년 가을, 샌프란시스코 주립대 생물학자 에드 카펜터(Ed Carpenter)는 미국 바하마 제도 동쪽 앞바다를 항해하던 중 이상한 것을 발견했다. 엉겨 붙은 갈색의 모자반 해초 덩어리 가운데에 하얀 얼룩이 함께 떠다니고 있었다. 정체는 작은 플라스틱 조각들이었다. 이는 매우 놀라운 사건으로 기록됐다. 왜냐하면 잘게 부서진 입자가 발견된 곳은 대서양 중심으로, 가장 가까운 대륙에서조차 거의 550마일이나 떨어져있었기 때문이다. 이후 플라스틱 문제는 불거지기 시작했다. 해안선에는 청량음료 병처럼 눈에 띄는 플라스틱 쓰레기들이 흩뿌려져 있었고, 악명 높은 GPGP(태평양 거대 쓰레기 지대)에도 플라스틱 조각은 무수했다. 이들 플라스틱 제품은 햇빛을 받아 약해지고 바람과 파도에 맞아 파편화되고 있었다.


    미세 플라스틱은 얼마나 축적돼 있으며, 어디서 왔으며, 어떤 식으로 이동하고 있을까. 미세 플라스틱 고분자 배열은 수만 가지여서 자연에서 탐지가 너무도 복잡했다. 수은이나 납 같은 오염 물질을 샘플링 하는 것과는 다른 방법이 적용돼야 했다. 그나마 플라스틱의 존재를 눈으로 관찰하기에 가장 적합한 장소는 해양이었다. 일회용 포장지로부터 나온 파편들은 거의 모든 해양 유역을 떠돌고 있었다. 해양 종의 뱃속과 북극해 얼음 속에도 파편들은 존재했는데 인간 적혈구 세포와 비슷한 크기인 약 11μm 직경이었다. 플라스틱 파편 가운데 일회용 포장지가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었다.  

    연구원 마크 브라운(Mark Browne)은 진주 담치로부터 혈액 샘플을 뽑아 말리고서 특수 현미경으로 살펴보던 중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담치의 혈액 세포 중간에 흐릿한 3차원 이미지로 작은 플라스틱 조각들이 있었던 것이다. 너무도 작기에 동물의 기관에 들어가 손상을 줄 가능성이 컸다. 2008년 호주 뉴사우스웨일즈 대학의 생태 독성학자들은, 플라스틱 입자가 무해하게 몸체를 그냥 통과하지 않는다고 논문에 적었다. 자그마한 트로이 목마처럼 위험한 화학물질들을 품고서 체내로 이동하며 먹이사슬을 통해 축적된다는 것이었다. 


    미세 플라스틱이 얼마나 작은지 보여주는 이미지. 미세 플라스틱은 최대 연필의 지름인 50밀리미터(0,5cm)부터 나노 단위까지 크기가 다양하다. 위 이미지는 51cm, 13mm, 500μm, 500nm를 비교해서 보여준다. 나노미터는 상상할 수도 없는 수준이다. 그런 미세 플라스틱이 우리 주위를 둘러싸고 있다. 사진 = <사이언티픽 어메리칸>


    강과 토양 생물의 먹이 사슬에 갇힌 입자 

    해양으로 쏟아져 들어가는 고체 폐기물을 조사하던 연구원들은 이것들이 1년 간 도시에서 나오는 양의 겨우 1%에 불과함을 깨달았다. 나머지 99%는 어디로 갔는지 알 수가 없었다. 게다가 시료 채취는 접근이 쉬운 해양 표층수에서만 주로 이루어졌고, 표층수는 기상 조건과 물의 흐름에 따라 언제든 변하였다. 파편들은 박테리아 필름에 붙어 해저로 가라앉거나 해안선으로 모이는 등 불안정한 움직임을 보였다. 

    2013년까지 그 어떤 과학자도 호수에 플라스틱이 존재하고 있음을 확인해보지 않았다. 이제 연구원들은 전 세계 호수, 강, 민물 해변에 작은 파편들이 있음을 알고 있다. 아주 깨끗해 보이는 물이나 주요 강줄기에서 꽤나 멀리 떨어진 몽골의 산속 호수에서도 플라스틱 파편은 존재했다. 호주에서 두 번째로 큰 담수호 그레이트호(Great Lakes)의 경우 이곳의 미세 플라스틱 수준은 쓰레기로 가득한 대양 소용돌이 지역만큼이나 높았다. 

    강과 호수는 폐수 처리장이나 도시지역에 더 가까이 위치하기에 해양의 것들보다 플라스틱 입자가 큰 편이었다. 플라스틱들은 육지에서부터 셀 수 없이 분해되며 해양으로 이동한다. 캐나다 온타리오대학의 퇴적지질학자 페트리샤 코코란(Patricia Corcoran)은 온타리오 템스 강의 퇴적물을 조사했다. 템스 강은 휴런 호수와 이리 호수 사이에 자리하며 세인트클레어 호수로 흘러들어간다. 이곳의 미세 플라스틱 양의 대부분은 폐수 처리장에서 비롯됐으며, 일회용 포장지에서 분해된 조각들이 뒤를 이었다. 보기에는 깨끗한 강이지만 겨울철 홍수라도 나면 강바닥에 가라앉아 있던 플라스틱들이 떠올랐다. 


    농민들은 자신의 토지를 비옥하게 만들기 위해 영양분이 풍부한 하수 침전물 찌꺼기를 사용한다. 그런데 이들 찌꺼기 속에는 폐수로부터 걷어냈다고 여긴 미세 플라스틱이 많이 포함돼 있었다. 호주 한 농장의 경우 토양에 미세 플라스틱이 너무도 많아 지표가 번쩍거릴 정도였다. 유럽과 북미에서 수행된 연구에 따르면, 매년 거의 산 하나에 맞먹는 미세 플라스틱이 농장 토양에 전달된다. 토양의 미세 플라스틱은 오랫동안 흙에 남아 농작물과 지렁이 같은 작은 생물체에 들어가고, 토양의 성질을 바꾸거나 지하수 문제를 일으킬 것이다.


    북태평양 환류의 난류 전갱어 몸 속에서 발견된 18 조각의 플라스틱. 사진 =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미세먼지처럼 공중을 떠다니는 플라스틱 입자

    2014년 파리대학교의 레이치드 드리스(Rachid Dris) 연구팀은 학교 지붕에 세 달 간 설치해둔 깔때기를 살폈다. 깔때기에 모인 먼지 대부분은 합성섬유였다. 특정한 모양과 가벼움으로 인해 쉽게 바람을 탔던 터라 양은 예상보다 많았다. 하루에 수집되는 입자 수가 평방미터 당 118개에 달할 정도였다. 이들은 크게 5mm에서 작게는 100μm까지의 크기였다. 


    토론토대 미세 플라스틱 연구자인 첼시 로크만(Chelsea Rochman)은 “이것들은 어디에나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미세 플라스틱은 해양뿐 아니라 강과 호수, 농장, 토양, 여러 유기체에 숨어 있었다. 빽빽한 도시 지역과 시골 농지 그리고 북극해 대기도 예외는 아니었다. 캐나다 북극의 호수 퇴적물과 북극해 빙하 맨 위 눈에도 미세 플라스틱은 있었다. 이는 해양 바닥으로부터 와서 얼어붙은 미세 플라스틱들과는 달랐다. 


    과학자들은 기계 센서를 통해 빙하 표면의 미세 플라스틱을 관찰했고 이것들이 나노 플라스틱으로 분해되고 있음을 발견했다. 원래 나노 플라스틱은 실내 실험실 오염의 주원인이었다. 하지만 환경에서 미세먼지처럼 돌아다니고 있었다. 나노 플라스틱을 격리할 방법은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 연구원들은 숨겨진 위험 요소들을 밝힐 방법을 개발하고 있다. 아마 해양과 토양 그리고 강이 생각보다 더 오염되어 있음이 밝혀질지도 모른다. 


    플라스틱 없는 삶은 어떨까


    우리는 플라스틱 없는 미래를 살아갈 수 있을까. 소위 숲에 사는 ‘자연인’조차 플라스틱 제품들을 사용한다. 플라스틱의 위험성을 깨달은 한 가족이 플라스틱 없는 삶을 살아본 사례가 있다. 이 가족은 냇가의 넓적한 바위에서 나무 몽둥이로 옷을 내려치며 빨래를 하고, 합성 섬유가 아닌 식물 줄기로 만든 옷을 입고, 싸리자루로 집 청소를 하고, 땅을 파 흙으로 만든 독 안에 음식을 보관하는 등 문명과 멀어진 듯한 생활을 했다. 집과 가구는 흙과 목제로 바꾸고 식기 등은 금속으로 대체했다. 양치질의 경우 소금으로 치약을 대신하고 나무 칫솔대에 세정된 돼지털을 솔처럼 붙여 칫솔을 만들었다. 

    ​이를 본 사람들은 혀를 내둘렀다. 행여 플라스틱을 두려워한 여러 사람이 ‘자연적’인 삶을 선택한다 할지라도 그들의 수요를 맞출 자연의 재료는 한없이 부족하다. 자연에서 모든 물질을 취득하기에 오늘날 인구는 너무도 많다. ‘빨리빨리’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비닐 봉투 같은 합성물들은 필수가 된 상태였다. 예술품을 만들고 건물과 자동차를 만드는 데도 플라스틱은 필수였다. 누구건 돈만 있다면 플라스틱으로 편리한 생활을 선택할 자유도 생겼다. 이러한 인간들의 생활 패턴에 따라 플라스틱 제품들은 사라질 기미가 없으며 오히려 새로이 변형되고 개발되고 있다.

    ​플라스틱이 주는 사회학적 가치도 중요하기에 생태계 위험만을 집중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우리는 플라스틱의 가장 큰 단점을 알고 있다. 자연 분해되지 않고 소각할 경우 다이옥신이라는 유해물질이 배출된다. 이 모든 측면을 바탕으로 플라스틱 오염 문제를 대하는 시민과 기관 그리고 정부의 최선의 노력을 살펴봐야 할 때다. 


    <참고 문헌 및 사이트>

    https://www.scientificamerican.com/article/earth-has-a-hidden-plastic-problem-mdash-scientists-are-hunting-it-down/

    https://www.scientificamerican.com/article/from-fish-to-humans-a-microplastic-invasion-may-be-taking-a-toll/


    https://www.youtube.com/watch?v=agS_kdG7Wwg


    『30가지 발명품으로 읽는 세계사 (술, 바퀴, 시계에서 플라스틱, 반도체, 컴퓨터에 이르기까지)』(조 지무쇼 저, 시그마북스, 2017.)

    『우리는 플라스틱 없이 살기로 했다』(산드라 크라우트바슐 저, 류동수 역, 양철북, 2016.)


    http://www.ibric.org/myboard/read.php?id=300058&Board=news

    posted by 남한산청소년연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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