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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산청소년연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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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한산청소년연구회
    2019. 5. 3. 16:28 카테고리 없음

    어제 낮은 무척이나 더웠다. 이제 차 안에서 슬슬 에어컨을 켤 때가 되었다. 올 여름은 얼마나 더울지 벌써부터 숨이 막힌다. 독일의 사회학자 울리히 벡(Ulrich Back)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빈곤은 위계적이지만, 스모그는 민주적이다.” 현대는 위험 앞에 누구나 평등하게 노출된 사회다.

    기온은 꽤나 큰 영향으로서 생태계 변화를 일으킨다. 2004년 과학전문지 <네이처>에 소개된 연구에 따르면, 지구온난화는 지구촌 생태계 변화의 약 90% 이상을 야기했다. 지구온난화는 인간의 삶 자체에도 큰 영향을 주었고 그로 인해 21세기에 접어들어 가장 중요한 사회 문제로서 자리 잡았다.  

    최근 읽은 『파란하늘 빨간지구』(조천호, 동아시아, 2019. 03.29)의 저자는 기후변화 속에서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 이야기해준다. 기후변화는 그 자체로 식량과 물, 에너지, 환경, 보건 등 사회 기반 체계에 빠른 변화를 일으킨다. 우리나라만 해도 여름철 서해안 백령도 주변 바닷물 온도가 20℃를 넘어 아열대지역에 사는 백상아리가 나타났다. 또한 바다 표면 수온이 1.31℃ 상승해 오징어, 갈치 등이 새로이 모습을 보이게 되었다. 이 모든 건 어찌 보면 자연스럽지 않은 급격한 변화들 중 일부다. 

    생물 개체군은 자신들이 살고 있는 환경에 큰 변화가 생기면 표현형적(겉으로 드러나는 형질) 가소성을 발휘하거나, 유전적 진화를 통해 새롭게 적응하거나, 적당한 서식처로 이주를 한다. 이러한 기작들은 종의 개체, 개체군, 군집 수준에 이르기까지 복잡하고 다양한 양상으로 전개된다. 

    일반적으로 생물권에서는, 먹이사슬을 이루는 생산자와 소비자, 분해자의 관계가 기후변화에 따라 조금씩 변한다. 식물과 곤충의 계절적 특성에 따라 동물의 행동 특성이 영향을 받는 것처럼. 곤충의 서식지, 새의 산란시기, 철새의 도래시기, 꽃과 잎의 발아 및 개화시기 역시 기후변화로 인하여 생물권에서 일어나는 변화들 가운데 몇 가지다. 

    1990년부터 2008년까지 유럽대륙 11,620개 지역에서 150만 번에 달하는 곤충 채집 연구가 있었다. 생물학자들은 19년 동안 상승한 기온으로 인해 새와 나비의 최적 서식지가 249km 북상했다고 추정했다. 더욱이 변온 동물인 곤충은 외부 기온이 변하자 체온을 바꾸며 성장 속도, 생활주기, 분포, 상호작용 등을 바꾸었다. 기온 변화에 따른 생물권 변화는 그간 어쩌면 당연한 일로 여겨왔다. 중요한 건 생물권 내에서만 벌어지는 변화가 아닌 무생물과 조화를 이루는 방향으로 끊임없이 진화하고, 내재한 분자 운동과 에너지를 맞추고 있다는 시각을 추가해 보아야 한다. 지구는 실제로 그렇게, 지금껏 흘러왔다. 

     

    『파란하늘 빨간지구』의 조천호 저자는 과거 기후를 알아야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할 수 있다고 적었다. 기후변화는 과학적 반증에서 살아남은 역동적 진실이다. 사진 = 책 표지.

     

    기온 변화에 따라 달라지는 생존법

    우리는 살아가기에 적합한 환경이 먼저 조성되어야 그곳에서 생명체가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구가 겪어온 과정을 보면 남세균(광합성 세균)처럼 생명체가 직접 적합한 환경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즉 생명체와 환경은 함께 진화하는 것이다. 지구환경이 지속할 수 있으려면 그 안에 사는 생명체가 건강해야 하며, 생명체가 건강하려면 지구환경과 기후도 안정되어야 한다.  

    인류는 약 1만 년 전에야 농업을 시작했고, 7,000년 전에야 문명을 탄생시켰다. 여기서 조천호 저자는 약 20만 년 전 호모 사피엔스가 출현하고도 오랜 기간 인류가 오랫동안 문명을 탄생시키지 못한 이유에 대해 ‘기후’를 꼽았다. 당시 우리 조상들은 오늘날의 극한 날씨보다 더 변덕스럽고 혹독한 기후에 맞섰다. 그런 기후에서는 농업을 할 수 없었다. 그저 사냥꾼이자 채집자로서의 삶을 영위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12,000년 전에 빙하기를 뒤로하고 현재의 따뜻한 간빙기인 홀로세에 들어선 뒤 비로소 구석기에서 신석기로의 전환이 일어났다. 

    이때부터 인류는 작물을 경작했고 점차 한곳에 정착할 수 있었다. 인류 문명이 등장한 것도 이 때쯤이었다. 해수면 상승이 일단락된 이후인 7,000년 전 메소포타미아에서 문명이 처음 등장했다. 이어 이집트, 인더스, 황허로 이어졌다. 홀로세는 인간뿐 아니라 다양한 생명체들이 넘치는 아름다운 보물 상자가 되었다. 현재 우리가 아는 한 홀로세는 인류가 지속할 수 있는 유일한 환경이다. 조천호 저자는 우리가 절박하게 홀로세를 지켜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전 세계 양서류의 1/5이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고 한다. 그 이유는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이다.
    사진 = https://www.sciencedaily.com/releases/2013/03/130305200306.htm

     

    과거 기후에서 불확실한 미래를 밝혀야

    지구온난화가 원인을 논하는 용어라면, 기후변화는 원인을 포함한 결과를 논한다. 20세기 중반 이전까지 학계에서는 인간 활동이 자연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작다고 보았다. 하지만 IPCC(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간 패널)에서 발행한 평가 보고서와 특별 보고서를 보자면 인간이 기후변화를 일으켰다는 증거가 분명하다는 견해에 힘이 실리고 있다. IPCC의 기후변화 전망에 따르면, 미래는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이루어가는 것이었다.   

    2018년 7월 독일, 스웨덴, 덴마크, 호주의 기후과학자 16명이 미국 국립과학아카데미 회보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찜통 지구에 진입하면 지구 평균 기온이 4~5도 상승하게 되고 해수면이 10~60m 높아질 수 있다. 이 경우 세계의 연안 지역, 특히 저지대 삼각주와 그에 인접한 연안의 바다 및 생태계가 위험해진다. 이 지역에 세계 인구의 대부분이 살고 있으며 대도시 대부분이 위치해 국가 경제와 국제 무역에서 필수적인 부분을 담당하기에 경제적인 위험도 만만치 않게 된다. 

    기후변화가 절대적으로 확실해서 대응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과학과 마찬가지로 과학적 반증에서 살아남은 역동적 진실이기에 우리가 받아들이고 이에 대응해야 한다. 특히 과거의 기후를 살펴봐야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 사람들은 기상예측과 과학에 너무나 많은 기대를 걸고 신념을 가진다. 불확실한 미래는 과거 기후를 면밀히 살피는 데서 출발한다. 

    일교차가 큰 가을에 하루 동안 20도 차이가 나도 우리는 생존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 그런데 왜 미미해 보이는 1.5도 또는 2도에 민감하게 대응하려고 노력하는가. 우리는 그 무엇이라도 좋으니 당장 눈에 보이는 조치를 취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중요한 건 요행이 아니라 과학적 합리성에 기반을 둔 행동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생태계가 급격하게 변화하고, 더 많은 산림화재와 가뭄이 나타나고, 열대성 폭풍우가 빈번해질 전망이다. 사진 = https://climate.nasa.gov/effects

     

    생물권에서 일어나는 진화적 변화들

    기후시스템을 움직이는 에너지의 99.98%는 태양으로부터 온다. 이들 에너지는 기후시스템 속에서 여러 에너지로 변한다. 분자 수준마다 에너지 요구에는 얼마간 차이가 발생하는데 특히 난분해성 유기물일수록 온도 민감도가 높아 분해에 필요한 활성에너지가 더 많이 요구된다. 한 예로 캐나다 온타리오 지방 산림의 토양을 보면, 잎의 각피를 구성하는 난분해성 왁스 성분보다 리그닌이 포함된 토양유기물 성분의 분해가 더 빠르다. 기후시스템에서 기온 상승은 또한 대기가 머금는 수증기 양을 증가시키며, 광합성 작용으로 흡수되는 탄소와 호흡을 통한 배출정도도 크게 변화시킨다. 이 모든 것이 전반적인 생태변화를 야기한다. 

    생물학적 관점에서 기후변화의 근원 중 하나는 식물의 광합성 작용이다. 현재 산림생태계는 육지면적의 1/3을 차지하며 지구 전체 광합성 양의 약 2/3를 담당한다. 식물이 흡수한 탄소는 체세포 구성 물질로 바뀐 뒤 먹이피라미드를 거쳐 호흡을 통해 대기로 되돌아간다. 이러한 과정은 우리가 교육으로 매우 흔하게 접한 상식이지만 조금 다르게 보면 기후변화를 설명하는 중요한 문구이기도 하다. 생지화학적 순환에서 탄소뿐 아니라 생물권과 암석권 사이에서 순환하는 산소, 대기권에서 고정되어 생물권으로 이동해 단백질이나 필수 유기분자가 되는 질소까지, 모든 물질의 흐름과 변화는 기후변화의 원인이 된다. 기후변화의 원인을 알기 위해 생물권뿐 아니라 지권, 수권, 암석권 모두를 포함해 살펴봐야 함이다.      

    생물 진화의 시각에서 과학자들은 크게 두 가지를 걱정한다. 우선은 기후변화가 생물권 내의 모든 동물에 같은 영향을 주지 않으며 동물 분류군에 따라 서로 다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다. 예로 나비와 새의 북상 속도에는 얼마간 차이가 있는데 상대적으로 수명이 더 짧은 나비의 경우 적응능력이 커 새보다 북상 속도가 빠르다. 이 경우 나비를 먹고사는 새들은 극단적으로 멸종위기에 처할 수도 있다. 영국의 박새는 알에서 깬 후 열흘 정도 나방의 유충을 포식해야 한다. 그러나 온난화로 인해 나방 유충의 출현 시기가 빨라지자 박새들은 먹이 포집에 곤란을 겪었고 결국 산란기를 새로 조정해 47년 전보다 2주 빨리 알에서 깨어났었다. 

    양서류의 경우 연평균 기온이 1℃ 상승함에 따라 9~10일 정도 빠르게 물가로 나타났다. 도마뱀은 특히 기후변화에 민감한데 때문에 전 세계 도마뱀 가운데 5%가 이미 멸종했다. 멕시코를 보더라도 도마뱀의 12%가 사라지고 남부 유럽에서도 30%가 사라져버렸다. 이러한 영향은 피라미드를 따라 상위 포식자로 올라갈수록 같은 문제를 일으킨다. 현재 남극 펭귄 숫자가 50% 가까이 줄고, 개체수가 줄어든 북극곰이 서로를 잡아먹기에 이른 것도 생태변화로 인한 나비 효과다.  
     
    인간 중심의 어휘가 되어있는 기후변화

    과학자들이 걱정하는 두 번째는 인간 활동으로 인한 기후변화가 기존의 생지화학적 순환 속도에 맞추기 힘들 정도로 복잡해졌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만 해도 지난 100여 년간 평균 기온이 1.5℃ 증가했다. 0.6℃가 상승한 세계 평균과 비교하자면 꽤나 크다. 이로써 기후변화에 따른 생태계 변화는 더욱 가속화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인간은 수백만 년 동안 땅에 묻혀 있던 탄소를 매우 짧은 시간 내에 끄집어냈다. 산업혁명 이후 과도한 화석연료 사용은 탄소순환에 불균형을 초래하고 결국 지구 물질의 흐름을 바꾸어 기후변화를 야기하면서 전 권역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수많은 생물 종은 환경 변화에 적응하지 못할 정도로 빠른 진화를 해야 할 위치에 놓여버렸다.  
     
    실제로 많은 생물종들은 지금껏 지구온난화에 대응하여 적절한 유전적 반응을 진화시켰다. 그러나 빠른 기후변화는 개체로 하여금 유전적 반응에 앞서 가소성 내에서 보이는 반응을 먼저 유도시키고 있다. 이는 훗날 안정되지 못한 변화로 남아 더욱 불안정한 상태가 될 것이다. 생태계 구조와 기능은 미래에도 서로 영향을 끼치며 상호작용할 것이 분명하다. 

    중요한 건 생태 구성체들 간 이러한 매듭을 필연으로만 보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다. 아직도 기후변화에 따른 생태변화를 생물권 내로만 한정해 보는 사람들이 많은데 진짜 위험은 우리가 마시고, 숨쉬고, 발을 딛고 있는 모든 곳에서도 생태변화가 같이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http://www.ibric.org/myboard/read.php?id=304789&Page=&Board=news

     

    참고문헌


    1. 『기후변화 교과서 (기후변화와 한반도 생태계의 현황과 전망)』(최재천, 최용상, 도요새, 2011), pp 79~84, p. 439 이하.
    2. 『생태계와 기후변화』(정병곤, 김득수 외 4명, 동화기술, 2014), pp. 40~50. 
    3. 『어느 지구주의자의 시선 (인간과 자연, 공존하며 살아간다는 것)』(안병옥, 21세기북스, 2014), pp. 31∼34. 
    4. 『키워드로 보는 기후변화와 생태계』(공우석, 지오북, 2012), pp. 134~154..
    5. 『파란하늘 빨간지구』(조천호 저, 동아시아, 2019. 03.29)
    6. <(2017) 생태계의 주요 조절 기능에 대한 기후변화 영향 연구>(홍승범 외, 국립생태원, 2017)
    7. <(2017) 생태계 기후변화 조사 연구>(국립생태원, 이상훈 외, 2017) pp. 1~13.

    posted by 남한산청소년연구회
    2018. 9. 13. 11:20 카테고리 없음

    Ⅰ. 레이첼 카슨의 날 지정, 지속 가능한 공동체를 위해

     

    지난 5월 7일 미국의 웰슬리 시 행정위원회는 ‘레이첼 카슨의 날’을 지정했다. 환경운동을 촉발시킨 생태학자 레이첼 카슨(1907∼1964)을 기념하기 위해서다. 레이첼 카슨의 생일인 5월 27일을 기념일로 해 그녀의 삶과 유산을 기억하고, 지속 가능한 가정과 학교, 마을 공동체를 만들어가려는 의지이다. 레이첼 카슨은 그 유명한 『침묵의 봄』을 통해 살충제의 위험을 경고했으며, DDT의 규제를 위해 거대 기업에 맞서 싸워온 장본인이다.


    최근 미세먼지와 기습성 폭우, 열대야와 한파 등 이상 기후가 우리를 괴롭힌다. 날씨야말로 우리를 둘러싼 환경이 얼마나 급속히 나빠지고 있는지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정확한 지표이다. 이제 봄이 마냥 즐겁지만은 않다. 미세먼지가 가득한 날이면 숨조차 쉬기 힘들다. 그래서 더더욱 레이첼 카슨이 생각난다. 작가이자 과학자, 바다를 사랑한 생태학자이기도 했던 그녀는 『침묵의 봄』으로 이미 이런 날들을 경고한 바 있다. 레이첼 카슨은 우리의 경쟁 대상이 자연이 아니라 우리 자신이라고 말했다.


    이상 기후가 발생하는 원인은 현대사회의 복잡성만큼이나 설명하기가 어렵다. 특히 오랜 기간 축적된 오염 물질은 단순히 원인과 결과만으로 드러나지 않는 측면이 있다. 신체만 보아도 확연히 알 수 있다. 몸이 지닌 미묘한 융합과 소통, 복잡한 메커니즘은 지엽적인 분과 과학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따라서 사안을 종합적이고, 분석적으로, 더 나아가 성찰의 측면에서 접근하기 위해 인문학이 필요하다. 인문학은 창의적이고 비판적, 논리적 사고를 위한 자유로운 훈련이라고 할 수 있다.


    세계경제포럼(WEF)은 제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서 가장 중요한 능력은 ‘복잡한 문제 해결’하는 사고방식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2015년에도 그렇고, 2020년에 이르러도 복잡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연한 사고와 창의적 접근이 제일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과학과 인문학을 넘나드는 융합의 역량이야말로 인재의 필수 요건이다.

    그렇다고 융합이라는 게 단순히 끼워 맞추거나 이것저것 하는 건 아니다. 융합은 각 분야에 대한 애정과 관심, 그리고 학술적 열정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 레이첼 카슨은 그 당시 복잡한 문제(DDT와 화학 물질)를 해결하려는 비판적 능력을 보여주었고, 문학과 과학의 경계를 뛰어넘는 창의성을 보여주었다. 『침묵의 봄』만 하더라도 각주가 600개나 될 정도로 치밀한 검증을 거쳤다. 레이첼 카슨이 얼마나 많은 고민과 확인 작업을 거쳤는지 알 수 있다.

           

    레이첼 카슨이 보여준 역량이란 인문학을 중심으로 끊임없이 관찰하고 고민한 결과다.

    그녀를 통해 한 인간이 어떻게 창의적 인재로 성장하는지 알 수 있다.

    사진 출처 = 레이첼 카슨 연구소(채텀대학교)

    레이첼 카슨이 보여준 역량이란 인문학을 중심으로 끊임없이 관찰하고 고민한 결과다. 그녀를 통해 한 인간이 어떻게 창의적 인재로 성장하는지 알 수 있다. 사진 출처 = 레이첼 카슨 연구소(채텀대학교)

     

    II. 전 인류의 미래까지 생각하는 인문학적 성찰

     

    어떻게 살아야 하나에 대한 물음은 어떤 교육을 받고 성장해야 하는지라는 화두로 귀결된다. 좋은 교육은 좋은 인재를 길러내며, 좋은 인재는 건강한 사회의 밑거름이다. 그런데 좋음이란 규정하기가 쉽지 않다. 인문학이라고 할 때, 동양에선 사람의 무늬(人文)라는 측면에서 인간의 됨됨이, 즉 인성에 초점을 맞추는 반면, 서양에선 자유로운 교양(Liberal arts)의 측면을 강조한다. 따라서 좋음을 생각할 때 경계를 뛰어넘는 자유로운 사고를 통해 나의 가치가 보편성을 띤 사회적 가치관으로 형성되어야 함을 알 수 있다.


    레이첼 카슨은 어릴 때부터 고전과 인문학 도서를 읽으며 인간의 가치를 탐구해나갔다. 레이첼 카슨은 영문학을 전공하려다가 훌륭한 스승을 만나 생물학으로 전과한다. 그녀는 자연의 모든 지식을 아우르고 품길 바라며 눈에 보이는 자연과학뿐만 아니라 세포와 유전자 같은 분자 수준의 연구에도 관심이 많았다. 특히 진화, 환경 변화와 같은 쟁점에 대해 과학적 사실들을 수집함으로써 훗날 살충제 문제를 거론하는 글을 쓰기도 했다.


    레이첼 카슨의 책은 누구에게나 매번 읽히고 있다. 환경호르몬을 비롯한 문제 의식은 오늘날까지도 유효하다. 인간들은 자연에 있는 농작물의 병충해를 예방하기 위해 유기 농약과 제초제를 매일 사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레이첼 카슨의 사상은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계속해서 영감을 주고 상기를 시킨다. 한 마디로 레이첼 카슨은 좋은 인재의 본보기이다.

    여러 사람에 영향을 주는 무언가를 선보이는 게 바로 영재(교육)의 핵심이다. 레이첼 카슨은 방사능 낙진과 무분별한 살충제 사용을 서로 연관시키기도 했는데, 이 문제들이 지닌 영향력은 레이첼 카슨이 살았던 시대뿐 아니라 전 시대를 아우르는 문제의식이었다. 생각이 한 시대에 머무르지 않고 지금도 이어질 정도로 시대와 공간(여러 나라)에 퍼진 것이다. 즉 통찰력 있는 영재의 시각으로 전 인류의 안위와 평안을 걱정할 필요가 있다.


    진정 인문학적 생각을 지녔다면 전 인류의 미래까지 내다볼 수 있어야 한다. 인문학은 시야를 넓혀준다. 레이첼 카슨은 스스로 시야를 넓히기 위해 수많은 책을 읽었다. 하나의 책을 읽을 경우 다른 책을 읽지 못함을 아쉬워할 정도였다. 게다가 학창 시절에는 아버지 땅을 담보로 학비를 보충해가며 공부할 정도로 학구파였다. 그녀의 침실은 자연과 같이 소박하고 고요했으며 그만큼 조용한 공간을 좋아했다. 내면의 자신을 파악하여 인간의 본질을 꿰뚫으려 노력한 흔적들이 그 안에 들어있다.

    레이첼 카슨이 생각하고 적은 글의 주제들은 참신했다. 모든 세대에 걸쳐 생명이 서로 연결돼 있다는 생각이나, 생명체들이 어떻게 상호 의존하고 있는지 보여준 점들 그리고 종들 사이에서 지속적으로 영양분이 순환한다는 주장들은 통섭의 관점을 보여주었다. 그 결과 레이첼 카슨의 성찰은 생물 사이의 농약 순환이 인간에게 이를 수 있고, 다가올 봄에는 새의 지저귐을 들을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른다.

     

    III. DDT, 그 효용성과 부작용의 줄다리기

     

    레이첼 카슨은 펜실베이니아 여대를 다니던 중 알프레드 테니슨의 시 <록슬리 홀>을 읽고 바다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20대부터 수많은 잡지사와 신문사에 야생동식물에 관한 여러 주제의 글을 기고하며 관심 분야를 여러 사람과 공유하려 쉬운 글을 쓰기 위해 노력했다. 그녀는 대학시절 잡지에 바다와 관련한 글을 기고하거나 과학 저술을 하며 환경과 생명의 가치를 표현하는 활동을 꾸준히 해나갔다.

    그녀는 1937년 <애틀랜틱 멀슨리> 잡지에 <해저>를 투고하며 사람들에게 바다의 신비로움을 설명하려 했다. 이 역시 모든 사람이 느끼도록 공감을 유도한 노력이었다. 레이첼 카슨은 바다만큼이나 DDT에도 관심이 있었다. 특히 자신의 주장을 절대 뜬구름 잡는 추론적 이야기로 만들지 않기 위해 자료들을 꾸준히 수집하고 엄격하게 증거를 모았다. 후에 닥쳐올 기업의 공격과 반박에 대한 대응책도 마련함은 물론이었다.

    케네디 대통령 역시 살충제 DDT의 사용을 우려했다. 그래서 레이첼 카슨의 책 『침묵의 봄』은 당대의 화두로 떠올랐다. 카슨은 방사능과 살충제로 생기는 돌연변이가 자연의 신중한 속도가 아닌 성급하고 부주의한 인간 행보의 결과라고 믿었다. DDT는 1874년에 독일의 화학자가 처음 합성했다. 1939년에 스위스의 파울 밀러가 DDT에서 살충제 효능을 발견했다. 처음에는 인간에게 무해하다고 판단해 다양한 해충 제어에 사용됐다.


    DDT의 큰 문제 중 하나는 대물림이다. 1950년대 미국에서 처음 DDT에 노출되었던 아이들이 현재 어른으로 성장해있는데, 공교롭게도 F1 세대가 아닌 오직 F3 세대에서 DDT양이 극적으로 증가함이 관찰되었다. 생식계열 위험성이 세대를 뛰어넘은 것이다. 이는 몇 세대 동안 악영향이 은폐되는 것과 같다. 1951년 인간의 모유 속에 DDT가 포함된 사실이 처음 보고되었다. 그리고 오늘날 연구 결과를 보더라도 모유 속에 DDT가 남아 있다는 논문들이 많다. 또한 DDT에 노출된 부모 세대는 자손 세대에 비만을 물려주기도 한다. 카슨은 이 모든 것을 미리 내다보았다. 그 누가 봄에 새의 울음소리가 사라질 거라고, 자손 세대에서 DDT가 검출될 거라 생각을 했겠는가. 레이첼 카슨이 보여준 세대를 뛰어넘는 통찰력을 보여주는 사례들은 많다.


    살충제 사용에 대해 카슨이 ‘소량으로 신중하게 사용하기만 하면 유용하고 권장할 만하다’고 생각했다는 점은 놀랍다. 지구 환경을 보존하기 위한 조건보다 우선시되는 과제가 있기에 그렇다. 인류를 먹여 살리고 가난한 사람들을 빈곤에서 구하는 것은 그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다. 인간은 인구 증가에 따른 식량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농약을 사용한다. 즉 식량을 확보하고 병충해를 방지하려는 것이다. 세계보건기구는 말라리아 통제를 위해 아프리카와 다른 개발도상국에 DDT를 사용하도록 허락하기도 했다. 이로써 많은 생명들이 말라리아로부터 살아남은 것은 중요한 의의가 있다.

    하지만 지용성인 DDT는 소화기관, 폐를 통해 천천히 흡수돼 부신, 고환, 갑상선 같은 지방이 풍부한 신체 장기에 축적된다. 태반을 자유롭게 통과해 태아에게도 노출된다. 또한 환경에서 잘 분해되지도 않는다. 이로 인해 1970년대를 시작으로 많은 선진국에서 사용이 중지됐다. 우리나라도 1971년 DDT의 사용을 금지했다. 그럼에도 인구가 증가하고 있는 개발도상국에서는 식량 증산을 위해 DDT를 포함한 여러 농약 사용이 필수다. 카슨은 인류 먹을거리와 지구상에 발생하는 환경문제를 함께 해결하려고 했지만 동시에 충족시키는 인문학적 결론을 내리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합성 살충제인 DDT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드세다. 즉 말라리아 퇴치를 위해 사용해야 하는가 혹은 호르몬 교란 등 그 부작용 때문에 사용을 중지해야 하는가. 레이첼 카슨의 삶을 조명한 윌리엄 사우더는 『레이첼 카슨 환경운동의 역사이자 현재(원제 On a Farther Shore)』(에코리브르, 2014)에서 “카슨이 화학 살충제 사용을 전면 중단하기를 바랐다는 사람들의 생각은 그릇된 것이었다”라고 밝힌 바 있다. 아울러 사우더는 “『침묵의 봄』은 탄원·논쟁·기도 등 많은 것을 의미하지만, 무엇보다 ‘옳은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워싱턴 포스트>에 『레이첼 카슨 환경운동의 역사이자 현재』 관련 리뷰가 있다. 한 구절을 보면 “레이첼 카슨의 삶은 최근 시대의 이야기인 동시에 우리 자신과 이상하게도 동떨어져 있다.”는 문장이 나온다. 환경에 대한 카슨의 문제의식이 하루하루 살아가는 우리에게 무관심해선 안 된다는 의미다. 환경은 일상의 문제이고 멀고 먼 얘기가 아니다.

     

    IV. 바다를 사랑한 순수한 문학 소녀

     

    레이첼 카슨은 『침묵의 봄』과 DDT의 오용을 비판한 것으로 유명하지만, 사실 바다를 사랑한 순수한 문학 소녀였다. 우리가 발 딛고 있는 땅은 바다 위로 잠시 올라와 있는 것뿐이라고 레이첼 카슨은 생각했다. 그녀가 생태문예작가로서 명성을 떨치기 시작한 건 바다 3부작을 내놓으면서부터다. 국내에도 레이첼 카슨 전문 출판사(에코리브르)가 이 역작들을 번역해 전집으로 내놓고 있으니 의미 있는 일이다. 지난해 해파랑길을 걸으면서 한없이 바다를 바라봤다. 바다를 보며, 바다를 동경하며 평생 함께 한 레이첼 카슨을 그리워했다.


    『바닷바람을 맞으며(Under the Sea-Wind)』(1941)는 해양동물들이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 살펴봤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과학과 문학의 만남이 이뤄지기 시작했다. 뱀장어나 도요새 등의 시각으로 바다 이야기가 펼쳐지는 것이다. 하지만 제2차 세계대전과 맞물려 큰 주목을 받지 못했고, 책도 많이 팔리지 못했다.

     

    『우리를 둘러싼 바다(The Sea Around Us)』(1951)는 바람과 파도, 밀물과 썰물, 섬과 인간, 달과 지구의 거리 등을 다룬다. 이 책으로 레이첼 카슨은 당당히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다. 한 구절만 살펴보면 그녀가 얼마나 감수성 예민하게 서술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해저 산맥은 시인들이 말하는 ‘영원한 언덕’에 아주 가깝다... 여명이 비치는 이곳 고요한 깊은 물속에서 산은 더 이상 공격을 받지 않는다. 이곳에서 산은 거의 아무 변화 없이(아마도 지구가 끝날 때까지) 서 있게 된다.(115쪽))” 『우리를 둘러싼 바다』엔 여러 문학 작품들이 인용돼 레이첼 카슨의 독특한 작품 세계가 펼쳐진다. 이 작품에선 에드거 앨런 포의 시나 호메로스 대서사시 『오디세이아』등이 담겨 있다.


    『바다의 가장자리(The Edge of the Sea)』(1955)는 해류와 파도, 지질의 변화와 이로 인해 달라지는 동물들의 생활사를 그렸다. 이 작품으로 레이첼 카슨은 모교에서 주는 수훈 동문상과 미국대학여성협회의 공로상을 수상하고 상금도 받았다.

     

    V. 이성, 감성, 지성의 영재교육 그리고 인문학

     

    인문학적 성찰은 과거의 행위를 과거에 머무르지 않게 한다. 미래를 향해 나아가게끔 이끈다. 레이첼 카슨은 살충제와 암의 관계를 연구하는 동안 유방암에 걸렸다. 그녀는 이미 독감, 십이지장궤양, 폐렴, 축농증을 앓고 있었다. 책을 쓰는 일은 카슨에게 고문을 당하는 것만큼 힘들었다. 그러나 그만큼 자신을 소진해가면서도 인류를 위해 정보를 제공하려 노력하고 오랜 시간을 숙고했다. 책은 출간되고 지금까지 사람들에게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레이첼 카슨은 원래 책의 제목을 ‘자연의 지배’로 하려고 했었다. 그만큼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 대한 문제에 천착하고 있었던 것이다. 『침묵의 봄』이 출판된 지 50년이 지났다. 지금도 미국에서는 매년 500여 종의 화학물질이 등장하고 있다. 살충제의 효과로 지금도 곤충들은 내성을 얻으며 진화하고 있다. 그런데 미래에 악영향을 받을 생명체는 결국 인간이다. 카슨은 사랑하는 사람들과 동식물 그리고 바다가 겪게 될 괴로움을 덜어주고 싶어 했다. 그리고 자연과 인류를 위해 노력을 하고서 세상을 떠나갔다.

    인문학은 인간을 위한 학문이다. 시대가 많이 변해 제4차 산업혁명이 전 세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자동화된 기계들로 인간에 닥친 위험들을 쉽게 발견하고 또 로봇으로 그 위험을 탐구하는 시대에 왔다. 오늘날은 수많은 영재들이 인문학적 통찰을 가지고 인류를 위해 만든 세상이기도 하다. 넓고 바르게 세상을 볼 줄 아는 시각을 가지고서 레이첼 카슨이 진정 지키고 싶었던 부분을 들여다보는 영재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그건 자기 자신이 지구와 연결됨을 느끼는 일이며, 인류는 평등하며 행복할 권리가 있음을 깨닫는 일이기도 하다.


    요컨대, 앞으로 인공지능 로봇이 세상과 함께 하는 사회에선 더욱 이성과 감성, 지성의 창의적 영재가 요구된다. 그게 바로 인간을 위한 교육이고, 인간의 본질이자 추구해야 할 방향이기 때문이다. 레이첼 카슨은 분명 생물학과 해양학에 기반을 두며 과학적 엄밀성을 추구했다는 측면에서 이성을 갖췄다. 또한 레이첼 카슨은 문학적 감수성으로 독자들의 공감을 불러왔다는 측면에서 감성이 가득했다. 마지막으로 레이첼 카슨은 자신이 아는 바를 굽히지 않고 관철시켜나갔다는 측면에서 지성의 창의적 영재이다. 그녀는 올바른 사회적 가치관을 가지고 비판적 사고의 전형을 보여주었다. 결국, 영재교육은 인문학이 동반되어야 비로소 가능하다.


    『침묵의 봄』의 마지막 장 제목은 ‘가지 않은 길’이다.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를 인용해 인류가 선택하며 방기했던 길은 무엇인가 다시 고민해본다. 자연을 지배하려고 했던 맹목은 인류를 향한 독화살로 되돌아 올 것이다. 이제 레이첼 카슨의 뒤를 잇는 영재가 나와 또 다른 인문학적 성찰을 보여줄 차례다.

    posted by 남한산청소년연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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