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이미지
남한산청소년연구회

calendar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Notice

    남한산청소년연구회
    2018. 3. 22. 15:57 카테고리 없음

    대안학교에서 일하겠다고 마음을 먹은 건 대학원 시절 때부터였다. 가장 순수하게 느껴진 학문의 전당조차 이전투구로 일그러져 있었다. 사회에 나와 직장 생활을 하며 더욱 좌절감을 느꼈다. 학연과 지연으로 얽힌 직장 문화는 창의성을 죽이는 방향으로 구조화 되어 있었다. 2014년 4월 16일 발생한 세월호 사건은 총체적 난국을 그대로 드러냈다.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었다. 그래서 다른 생각이 존중받고 공부가 즐거워지는 장을 만드는 데 일조하고자 남한산성 자락에 위치한 성문밖학교에서 새로운 모색을 하고 있다.

     

    대안교육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고 한다. 전인교육을 추구하는 이념형 학교와 재적응을 위한 훈련형 학교이다. 이 두 바퀴 아래 대안학교는 끊임없이 진화한다. 그래서 매일이 출발이다. 학생 선발과 재정적 자립, 특색 있는 교육커리큘럼, 학부모와 소통, 교사들의 성장, 대안적 진로교육 모색 등 운영 자체가 모험이다. 위기의식이 없으면 대안교육은 스스로 설 기회를 잃는다. 거꾸로 생각하면 공교육에 비해 대안교육은 더욱 자율적이고 그만큼 책임을 진다. 유연하지만 오히려 긴장감은 더 강하다.

     

    성문밖학교는 대안교육의 돌파구로 교육·문화 차원의 공모사업을 통해 지역과 연계하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역교육 네트워크를 마련해 지역 기반 없는 대안학교, 대안 없는 마을공동체가 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지역은 대안교육을 필요로 하고, 대안학교는 지역을 토대로 한다. 성문밖학교는 자연과 더불어 학생들의 창의성을 함양하기 위한 문화·예술 창작 활동에 주안점을 둔다. 한 마디로 생태와 문화적 차원의 운동이다. 그 가운데 영어 원어민 선생님들과 함께 질적으로 차별화 된 언어와 문화 학습에 주력한다. 언어능력은 언어문화 속에서 꽃피운다. 건강한 생태와 색다른 문화·예술이 만나 씨앗은 나무가 되고 열매를 맺는다.

     

    성문밖학교에서 주력하고 있는 부분은 ‘인문다큐’이다. 인간에 대한 성찰을 통해 나를 깨닫고 주위와 어울리며, 언젠가는 필요한 아름다운 맺음을 거둔다. 시작이 중요한 만큼 맺음도 같은 무게로 소중하다. 제대로 끝맺을 줄 알아야 아름다운 사람이다. 인문다큐를 위해 미디어에 주력한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매야 보배이듯, 자신의 생각과 주변에서 일어나는 삶의 모습을 엮어낼 줄 알아야 한다. 그래서 꾸준한 독서와 토론이 요구된다. 읽기만 하고 생각할 줄 모르면 위태롭다. 생각만 하고 읽지 않으면 앞으로 나아가기 어렵다.

        

    학생이 찾아가는 경기 꿈의 학교의 경우 남한산성면에 거주하는 지역주민들이 직접 전문강사로 나서고 있다. 학생들은 자연을 배우고 아끼기 위해 직접 생활 물품을 협업해가며 만들고 있다.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과목(도예, 목공, 염색물공예, 요리, 산골마을 체험 등)을 선택해 관심을 더욱 높였다.

     

    특히 남한산성면 산성리, 검복리, 불당리 등의 마을을 무대로 펼쳐지는 경기 꿈의 학교는 마을교육공동체의 토대가 된다. 지역주민, 학생들과 교사들이 생태 속에서 어우러져 도시에선 느낄 수 없는 정감을 배운다. 들국화의 씨앗 하나를 보더라도 세상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창의성을 발현할 수 있다. 내 주변과의 건강한 관계 맺기는 대안교육의 시작이다.

     

    미디어 창작을 위한 산메주공동체(산성에서 메가폰 잡는 주민들의 모임)는 마을공동체와 함께 남한산성 내 산골영화제를 마련한다. 또한 마을주민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미디어 교육과 창작에 전념하고 있다. 지역의 문화와 삶의 문제를 인문다큐 형식으로 담아내고 공유하며 토론한다. 과연 우리 삶은 어떤 모습이고, 어떤 변화가 필요하며, 어떤 교육을 지향해야 하는지 소통하는 것이다. 미국에서 한국으로 와 제주 구럼비 해안 등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갖고 참여하는 영어 선생님이자 뮤지션 미스터 세스, 하천의 난개발로 인해 민물고기가 어떻게 고통 받고 있는지 연구하는 성무성 대학생, 역사와 과학에 큰 관심을 갖고 언제나 자신의 꿈을 당당히 발표하는 태원 학생 등의 모습을 카메라는 담아낸다. 삶의 모습을 진지하게 성찰하는 것이 바로 대안교육이다.

     

    아울러, 성문밖학교는 자연과 사람을 만나는 청소년 캠핑 프로그램 '청소년 월든을 만나다'를 진행하고 있다. 자연에서 야영생활 하는 능력을 갖추고, 청소년들 간 협동하는 생활습관을 진작하며, 문화, 예술을 통해 자기를 표현하는 능력을 키워간다. 광주지역 청소년들 중 월든 평화캠프에 함께 하고자 하는 학생 30명이 체험 활동에 참여하는 것이다. 체험은 자기성장기록 작성, 응급처치, 남한산성 옛길 탐사, 응급처치 실습, 숲속 조류 생태환경, 좋은 관계 맺기, 시와 수필을 통한 사유, 사진과 영상으로 표현하기 등이 있다.

     

    남한산성 지역유산은 유네스코에 등재될 만큼 세계적인 문화유산으로 인정받았다. 하지만 정작 이곳에 사는 사람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어떤 대안적 교육이 필요한지는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서민들의 노고와 좋은 풍습은 꾸준히 지키고 가꾸고 기록해야 할 부분이다. 따라서 지역과 마을공동체를 거점으로 문화·예술의 창작 활동을 이어가는 것은 대안교육을 위해서뿐만 아니라 지역성(locality)을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그 안에 있는 학생들은 마중물로서 더 풍성한 잎사귀를 드리울 것이다.

     

    한편, 대안교육이라는 말은 사실 구체적이지 않다. 열려 있다는 건 다양성을 내포하지만 중심이 흔들릴 수 있다. 그래서 마을공동체의 힘을 복원하고 마을교육의 상을 회복하는 일이 지역성을 드높이는 대안이 될 수 있다. 세계의 문화시민이 된다는 건 내 지역과 마을을 기반으로 한다.

     

    철학자 니체는 나무에서 가장 중요한 건 열매가 아니라 씨앗이라고 강조했다. 사람들은 흔히 열매만 바라본다. 열매만 있다면 나무는 지속해서 뿌리내리지 못한다. 성장하기 위해서, 더 멀리 뻗어나가기 위해서 씨앗이 중요하다. 씨앗은 대안교육이다. 성문밖학교에서 펼쳐지는 지역연계의 대안교육은 함께 하고 홀로 설 수 있는, 건강한 씨앗을 만들어가려고 한다. 경기도의 여러 기관들이 함께 이를 위해 직·간접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고마운 일이다.


    *** 앞으로 총 10회에 걸쳐 대안교육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경험으로 교육에세이를 작성하려고 합니다. 대안교육, 더 나아가 교육철학을 배운다는 측면에서 고민을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좋은 제안과 지면 허락을 해주신 광주시민저널 편집국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

    * <광주시민저널> 제42호 (2017년 11월 1일-11월 15일)

    posted by 남한산청소년연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