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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산청소년연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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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한산청소년연구회
    2018. 5. 30. 15:49 카테고리 없음

    * <광주시민저널> 제51호 교육수기입니다. 참고 바랍니다! 


    각 대안학교들마다 미디어에 대한 고민이 많다. 한마디로 과한 스마트폰 사용 때문이다. 스마트폰 중독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요즘 학생들, 더 나아가 현대인들은 스마트폰에 푹 빠져 있다. 실제로 최근 통계에 따르면, 조만간 인류의 50억 명이 스마트한 모바일 폰을 휴대할 예정이라고 한다. 현재 인구는 약 75억 명이다. 3000억 회 이상의 애플리케이션(앱) 다운로드가 이뤄졌고, 수십만 개의 앱퍼블리셔(앱을 만들어 배포하는 회사)들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당분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스마트폰은 우리 일상을 지배하고 있다. 제4차 산업혁명이란 ‘사이버 물리 시스템’의 3C가 핵심이다. 물리적 자연 세계와 인터넷으로 통용되는 사이버 세계가 서로 소통하며 정보를 주고받는 세상이 열리는 것이다. 3C는 계산(Computation),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 컨트롤(Control)이다. 가까운 미래 및 현실의 세계를 계산하고, 나의 의지와 소통하며, 기계의 작동을 제어할 수 있는 세상이다. 스마트폰은 이 모든 걸 가능하게 해준다.


    세상은 급변, 다변화 하고 있다. 미디어는 진화하고 있으며 콘텐츠는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고 있다. 싫증이 나면 금방 앱을 꺼버리고 게임을 지우면 된다. 이런 세상에서 우리의 뇌구조 역시 설정(Set)과 재설정(Reset)의 형태로 바뀌어 간다. 인간의 관계 역시 금방 새롭게 관계를 형성하였다가 필요가 다 하면 지워지고 만다. 그렇다면 과연 학생들은 어떠한 미디어 교육을 받아야 하는가? 대안교육은 미디어에 대한 어떤 교육을 해야 혹은 하지 말아야 할까? 언제나 고민이다.


    마셜 맥루한은 ‘미디어는 메시지다’라고 했다. 미디어는 결국 소통을 지향한다는 뜻이다. 미디어는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노트북, 태블릿PC, TV, 종이와 연필 등 다양하다. 소통하기 위한 도구라고 생각하면 말이다. 미디어(media)는 미디움(medium)의 복수 어이다. 미디움은 원래 신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매체라는 뜻을 지녔다. 신의 의지를 전달하는 도구가 바로 미디어인 것이다.


    미디어 교육은 매우 중요하다. 이제 미디어 없이 살아갈 수 없는 세상이며, 미디어를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에 따라 좋은 직업을 얻는 가능성이 열린다.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런데 대안교육에서 미디어를 어떻게 교육해야 하는지 생각해보면 질적인 차원이 조금은 달라진다. 학생들의 개성과 성장을 고려하면 미디어를 활용하는 게 필요하다. 미디어는 일상에서 늘 접해야 하는, 보이지 않는 기체와 같이 사용된다.


    수학을 생각해보면 여러 프로그램을 통해 문제를 풀거나 그래프를 미디어로 그려볼 수 있다. 하지만 그 과정이나 결과를 이해하는 건 결국 우리의 머리다. 수학의 결과물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을 잘 활용하는 것이 엄청나게 중요하지만, 그 프로그램을 설계(아키텍처)하는 인재가 필요하다. 앞으론 누구나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지만, 아무나 그 프로그램을 만들 수 없다. 미디어의 활용은 중요하지만, 미디어를 만들고 새로운 플랫폼을 만드는 건 아무나 할 수 없는 것이다. 미디어의 속성을 이해하고 콘텐츠를 직접 만들어낼 수 있는 인재가 제4차 산업혁명을 선도해 나간다.


    미디어를 활용하는 건 너무나 재미있다. 이제 자연과학과 산업기술, 인문학과 사회과학, 경영학과 예술은 미디어 없이 발전할 수 없다. 그런데 누구나 활용 가능하다면, 즉 누구나 제 손에 스마트폰과 노트북을 쥘 수 있다면 어떤가? 적어도 파워유저(자유자재로 프로그램을 사용하며, 필요시 자신에게 적합한 프로그램으로 바꾸어 쓸 수 있는 사용자) 이상이 되어야 한다. 프로그램을 직접 코딩할 수 있는 정도가 아니라면, 변용하고 연결하며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정말로 우선 머리로 논리를 이해하고, 수학의 깊이를 맨손으로 만져볼 수 있어야 한다. 역설적인 상황이기도 하다.


    더불어, 대안교육에서 고려해야 하는 부분은 디지털 격차이다. 다함께 같은 출발선에 서야 한다는 점(과정)은 간과할 순 없다. 하지만 이보다 더 앞서 고려해야 할 것은 디지털 격차의 속성이다. 앞으론 분명 디지털 격차가 더욱 심해질 것이다. 지금까지와 같이 잘 활용하느냐 아니냐의 차원이 아니다. 코딩을 하고, 내 맘대로 변동해서 활용할 수 있느냐, 업데이트 혹은 업그레이드를 신속히 하여 세상의 변화에 발맞추어 가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따라 디지털 격차가 발생할 것이다. 누구나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활용할 수 있지만 맞춤형으로 만들어 사용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런 인재가 되려면 수학의 진수를 느껴야 한다. 수학을 잘 하려면 논리적이고 비판적이며 다양한 사고가 가능해야 한다.


    성문밖학교에선 수업 시간에 노트북을 사용하는 문제에 대해 토론을 벌인 적 있다. 결론 내기가 정말 쉽지 않았다. 분명한 건 디지털 격차를 막을 순 없다는 점이다. 어쩔 수 없지만 받아들여야 하는 사실이다. 학업 격차는 고스란히 미디어를 잘 다루느냐 그렇지 않느냐로 확장될 것이다. 물론 일부는 학업과 상관없이 자신만의 미디어를 찾아 갈 것이다. 정말 좋아하는 일을 찾는다면 말이다. 미디어 도입과 활용에 대해 시기상조란 말로 혹은 형평성이라는 개념으로 아니면 감성과 손의 감각에서 나오는 학업이라는 차원에서도 미디어를 규정할 순 없다.


    성문밖학교에서 미디어는 이미 학생들에게 직간접적으로 주어져 있다. 교육용으로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에 인터넷을 활용하거나 수업 시간에 연필과 노트를 쓰는 것 자체가 미디어를 쓰는 일이다. 동아리 시간에 노트북을 쓰고, 방과 후 일부는 선생님의 동의를 얻어 스마트폰을 쓸 수 있다. 미디어에 노출돼 있는 것이다. 대안교육 혹은 교육 일반에서 중요한 건 미디어의 전적인 활용여부라기 보다는 자율과 약속 그리고 계획과 자제(중용)일 것이다. 이 과정에서 교육과 성장을 논할 수 있다.


    『콘텐츠의 미래』(리더스북, 2017. 11)의 저자 하버드 경영대학원 바라트 아난드 교수는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더욱 확장되는 콘텐츠의 연결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네트워크는 더욱 유기적으로 진화할 것이고, 각자 가지고 있는 노하우는 공개되고 공유되는 세상이 진정으로 열렸다는 것이다. 그런 기업들이 성공했으며, ‘디지털 대화재’라고 일컬은 현재이자 미래의 세상은 더욱 가속화할 것이다. 그런데 바라트 아난드 교수는 단순히 콘텐츠를 네트워크화 하고 공개하는 게 전략은 아니라고 밝혔다. 철저한 계획과 정교한 가이드와 함께 공개와 공유가 이뤄지지 않으면 기업은 실패할 확률이 높다.


    미디어를 어떻게든 도입하고 활용해야 하는 대안교육이라면 역시 교육의 차원에서 고려할 수밖에 없다. 자율과 약속, 계획과 자제가 없는 미디어 남용이라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미디어를 활용하되 건강하게, 미디어를 도입하되 계획적으로 접해야 한다는 점이다. 미디어가 메시지라면, 그 메시지가 과연 무엇이며 어떤 맥락을 지녔고, 어떤 의미를 가졌는지 알아야 한다. 상대방에 대한 배려 없이 던져지는 메시지는 메시지가 아니라 폭력이다. 미디어는 폭력으로 변질될 수도 있다.


    미디어는 정말 중요하다. 미디어를 잘 다루는 건 더욱 중요하다. 가장 중요한 건 건강한 미디어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이다. 건강한 미디어 교육은 때론 미디어보다 앞서서 이뤄져야 할 수도 혹은 미디어 없이 먼저 숙고해야 할 필요도 있다. 미디어를 다루는 건 결국 사람(학생)이기 때문이다.

    posted by 남한산청소년연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