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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산청소년연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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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한산청소년연구회
    2018. 3. 22. 16:06 카테고리 없음

    “조용히 해!”, “여기 보자!”, “움직이지 말고, 주목!”, “자세 바로 하렴!”, “누가 떠드나?”, “필기 다 끝냈니?”, “숙제 안 한 학생 앞으로 나와!”, “다음 시간 숙제는 공식 외워오기다!” 등등.


    어디서 많이 들어본 말들이다. 수업에서 흔하게 듣는 교사들의 잔소리이다. 교사들은 여러 학생들을 통제하기 어려워 이같이 외칠 수밖에 없다. 그러면 학생들은 침묵 속에서 머리로만 학습을 하게 된다. 한창 활발히 움직이고 떠들면서 소통하고 주위를 둘러볼 시기에 말이다.

    이와 정반대의 주장을 펼친 수학자가 한국에서 수학콘서트를 펼쳤다. 그는 바로 『수학하는 신체』(에듀니티, 2016)의 저자 모리타 마사오이다. 그는 1월 22일(월)부터 1월 24일(수)까지 한국의 학생, 학부모, 교사들을 만나 수학에 대한 독특한 관점을 들려줬다. 한마디로 수학은 ‘수’에 대한 학문이 아니며 ‘정서’로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수학콘서트는 지난해 3월부터 수학교사들과 마을활동가들이 모여 만든 ‘수학으로 어깨 빌려주기’라는 독서모임에서 출발했다. 이미 지난해 6월에는 모리타 마사오의 책을 갖고 비판적인 공개 세미나를 개최한 바 있다. 그때 『수학하는 신체』의 저자 모리타 마사오를 직접 불러다 얘기를 들어보자는 아이디어가 제시되었고 이번 겨울방학에 실제로 이뤄졌다. ‘어깨 빌려주기’란 말은 뉴턴이 기존의 학자들이 정립한 학문의 세계에서 도움을 얻었다는 의미로 사용했었다.

    ‘수학으로 어깨 빌려주기’ 교사들은 스토리펀딩을 통해 수학콘서트를 개최할 수 있었다. 교사들은 입시 교과목만의 수학이 아니라 따뜻한 어머니의 품과 같은 수학을 깨닫기를 바랐다. 또한 수학은 단지 더하기 빼기만이 아니라 역사성을 띠고 변모해가는 진리의 체계라는 점을 강조한다. 수학은 배워야 할 모든 것이다. 특히 삶의 의미를 다양하게 표현하기 위해 시나 미술과 같이 수학이 필요하다.


    신체가 가진 편견을 극복하기 위해서도 수학은 절실하다. 아울러, 수학적 상상력은 우리가 보지 못하는 것들을 깨닫게 해준다. 멀리, 더 멀리 사고가 가능한 것이다. 한편, 모든 시민을 위한 수학이 필요하며, 절대적인 지식이 과연 있는 것인지 의심해야 한다고 스토리펀딩에서 강조됐다. 요컨대, 수학교육이 바뀌기 위해선 교사와 교육정책가, 학부모들 모두가 바뀔 필요가 있다.

    모리타 마사오는 TED 강연에서 ‘정서’로서의 수학을 강조한다.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것을 끄집어내는 게 바로 수학이라는 활동이다. 우리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온전히 집중하는 것에서부터 수학하는 신체가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예를 들어, 위대한 작곡가들이 있고 그 작품들을 연주하는 음악가들이 있다. 그런데 위대한 수학적 발견은 수학자들의 전유물이 되어 버렸다. 그래서 모리타 마사오는 수학연주회를 열어 좀더 많은 사람이 수학의 즐거움을 느꼈으면 한다.


    모리타 마사오가 강조한 ‘정서’로서의 수학은 오카 기요시라는 수학자가 강조한 자세다. 수학사에 큰 정점을 찍은 오카 기요시는 최근 국내에 번역된 『수학자의 공부』(사람과나무사이, 2018)에서 다음과 같이 강조한다. “책상에 앉아 책만 보고 공부하기보다는 이곳저곳을 거닐면서 마음으로 수학을 배우는 것이 훨씬 유익하다.”, “진정한 수학이란 칠판에 쓰인 글을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 있는 것을 마음의 눈으로 보는 것이다. 이를 '군자의 수학'이라 부른다.”


    수학교육의 목적은 계산이 아니라 내면의 문을 여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주위의 자연을 애틋한 마음으로 관찰하는 게 필요하다. 몰입하고 사색하는 것 역시 매우 중요하다. 몰입은 긴장과 이완이 반복되는 것이다. 오카 기요시는 수학이란 내면에 이미 갖춰져 있는 정서를 문자판에 표현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우리의 수학교육은 100분 동안 30문제를 초집중해서 풀어야 한다. 대학수학능력 시험의 수학문제들은 수학교사들이나 강사들이 풀어내기에도 벅찰 정도로 어렵다. 그런 문제들을 학생들이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 동안 훈련하며 학습을 한다. 수학적 발견의 기쁨을 느낄 새도 없이 말이다. 물론 시험이라는 게 아예 없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건 아니다. 교육이란 보이지 않는, 선의의 경쟁의 측면이 분명 있다. 그럼에도 좀 더 본질적인 차원에서 우리가 왜 수학공부를 해야 하는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비단 수학교육뿐만 일까. 우리나라 교육의 전반이 문제점을 갖고 있다. 학생들이 수학을 포기하고 학업을 포기하게 되는 이유는 학생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교육정책과 학부모들의 욕망이 함께 똬리를 틀고 있다. 학부모들은 제 자식이 좀 더 많은 문제를 풀고 좋은 성적을 거둬 사회에서 성공하길 기대한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학생들을 밀어붙이면 밀어붙일수록 저항감이 커지고 학습은 지지부진해진다는 사실이다. 요즘의 학업에서 요구하는 창의력과 비판적 사고는 절대 문제 풀이로만 이뤄지지 않는다. 더욱이 정서와 배움에 대한 태도가 없이는 평생 이뤄져야 할 교육이 단기간에 수단으로서만 끝날 가능성이 높다.


    모리타 마사오가 한국에 와서 얘기한 부분들은 교육의 본질을 회복하고 다른 방식의 교육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큰 울림을 준다. 만약 내가 수포자라면 그 문제는 나만의 문제가 아니다. 수학을 못한다고 질책한 교사들과 이미 틀에 가둬놓고 억압하는 교육정책, 그리고 학부모들의 지나친 기대와 욕망이 함께 뒤섞여 있다. 복잡한 문제 해결 능력이 갈수록 중요해지는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정작 중요한 학습이 요원한 실정이다.


    그렇다고 모리타 마사오의 주장들이 정답은 아니다. 그와 오카 기요시가 말하는 ‘정서’로서의 배움이 과연 무엇인지는 애매모호하다. 내 안에도 여러 정서가 있을 텐데 그 가운데 무엇이 빛이고 어둠인지는 배워가는 입장에서 모를 수 있다. 또한 과연 수학이 수를 다루는 학문이 아니라면 어떻게 자연을 해석하고 관계에서 소통이 가능할지는 의문이다. 학습하는 개별자를 넘어서 교육하는 보편자로서 확장되기 위해선 수와 수학이라는 학문적 체계는 필요한 게 사실이다.


    압축 성장을 위해서 과학기술을 수단으로서만 활용해온 게 우리나라다. 과학기술 분야에서 노벨상을 하나도 타지 못한 건 상 자체의 한계를 넘어 안타까운 게 사실이다. 연구자들이 연구에 매진하지 못하고, 학생들이 배움의 정수를 느끼지 못하는 한 노벨상은 먼 나라 얘기다. 그래서 계산보다 ‘정서’로서의 수학을 복원하자는 모리타 마사오의 수학콘서트는 교육혁신의 작은 발단이 될 수 있다. 수단으로서의 배움이 아니라 목적 자체로서의 학습을 복원하는 일이 결국 창의성을 배양한다. 지름길만 선호하다 보면 정작 가야 할 곳에 이르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광주시민저널46


    posted by 남한산청소년연구회
    2018. 3. 22. 16:04 카테고리 없음

    학생들에게 퀴즈를 하나 냈다. “올림픽에서 제일 많이 메달을 딴 사람은 누구일까요? 그러면서 동시에 가장 많은 금메달을 딴 사람은?” 학생들은 알 것 같으면서도 잘 기억이 나지 않는 눈치였다. 이름의 첫 글자만 기억난다는 학생도 있었다. 정답은 바로 마이클 펠프스다. 한 번쯤 들어봤을 이 이름. 그는 미국의 수영 선수다.


    한 때 박태환 선수와 경쟁을 펼치기도 한 마이클 펠프스. 필자는 그에 대해 그냥 몸이 수영에 특화해서 좀 특별하고, 운동을 많이 한 선수로 기억했다. 키도 크고 물속에서 숨을 오래 참는구나 정도. 그런데 최근 『골든룰』(밥 보먼·찰스 버틀러, 매일경제신문사) 책을 읽고 감탄을 금치 못했다. 마이클 펠프스는 매일 탁월해지기 위해 어렸을 적부터 끊임없이 수영에 매달려왔고, 수영을 정말 사랑하는 선수였다. 특히 마이클 펠프스는 밥 보먼이라는 코치를 만나 수영을 제대로 배울 수 있었다.


    책에서 코치 밥 보먼은 마이클 펠프스를 어떻게 훌륭한 선수로 만들었는지 10가지 ‘골든룰’을 소개한다. 마이클 펠프스는 10살 때 밥 보먼을 만나 지금까지 함께 하고 있다. 코치와 선수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학생과 교사의 관계, 더 나아가 배움을 고민하게 되었다. 과연 배움에도 골든룰이라는 게 있을까? 학습에 어려움을 느끼는 학생들을 위해서 골든룰을 알려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골든룰』이라는 책을 쓴 밥 보먼은 확신한다. 이 규칙들만 따르면 당신이 사업을 하든, 학생을 가르치든, 운동을 하든, 예술을 하든 반드시 성공할 것이다. 마이클 펠프스는 올림픽 메달을 위해 수영을 한 게 아니었다. 수영을 사랑했고, 더 많은 사람들이 수영을 즐기면 좋겠다는 그 생각 하나만으로 수십 만 번의 스트로크를 마다하지 않았다. 특히 그는 어렸을 때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를 앓고 있어 집중을 잘 못하는 편이었다. 수영을 한 이유도 ADHD를 극복하기 위한 일환이었다.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는 덴 많은 변수가 존재한다. 주위의 환경, 더 나은 선수의 출현, 뜻밖의 실수 등 다양하다. 하지만 단 하나 확실한 건 본인의 실력을 키울 수 있다는 점이다. 그게 바로 상수다. 변수는 어쩔 수 없는 돌발 상황으로 다가오지만 상수는 변하지 않게끔 할 수 있다. 골든룰의 핵심은 하루하루 탁월해짐으로써 먼 길을 갈 수 있다는 점이다. 배움도 분명 마찬가지다.

    학생들을 상담하다 보면 답답함을 느낄 때가 종종 있다. 학생들은 배움을 외부로부터 들어오는 지식으로 간주할 때가 많다. 물론 성장하는 단계에서, 잘 모르는 상황에서 주위의 상황을 탓하는 게 당연할 수도 있다. 하지만 배움이란 내부에서 일어나는 탈피 과정이다. 기존의 관습과 편견을 버리려는 발버둥이야말로 배움이다.


    특히 배움에 대한 태도야말로 좋은 결과,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단 하나의 방법이다. 배움을 어떠한 자세로 대하느냐에 따라 성적은 달라진다. 성공과 메달을 위해 공부한 학생들은 결코 창의적인 솔루션을 발견하지 못한다.


    교사란 코치이고, 인생의 멘토이다. 학생은 선수이고, 삶의 멘티이다. 학생이 교사가 되고, 멘티가 멘토가 된다. 때론 교사가 학생이 되고, 멘토가 멘티가 된다. 문제가 답이 되고, 답이 거꾸로 문제로 변하기도 한다. 배운다는 건 느낀다는 것이고, 그 느낌의 총체를 삶의 태도로 확립한다는 의미다. 내가 학생이자 멘티이고, 교사이자 멘토라는 사실을 깨닫는 게 필요하다.

    마이클 펠프스는 많은 메달을 따고 자만한 적이 있다. 대마초를 피우고, 음주 운전을 해 법의 심판과 언론의 지탄을 받았다. 하지만 마이클 펠프스는 수영에 대한 열정으로 다시 훈련을 시작한다. 정상의 수영 선수에서 은퇴했던 그는 다시 밥 보먼을 찾아간다. 새로운 도전과 비전을 위해서다. 그렇게 탄생한 게 올림픽 신기록들과 앞으로는 없을, 최다 메달과 금메달 기록이다.

    제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서 인간의 중요한 능력으로 ‘복잡한 문제 해결 능력’, ‘비판적 사고력’, ‘창의성’ 등이 꼽힌다. 세계경제포럼에서 전 세계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갈수록 사회는 복잡성을 넓혀가고, 문제는 일대일에서 다대다 구조로 변모하고 있다. 개념과 문제를 유형화 해 학습 받은 학생들은 절대 복잡한 문제 해결 능력과, 비판적이고 창의적인 사고를 할 수 없다.


    몇 달 전 경기도 교육대토론회에 참여했던 적이 있다. 혁신학교라는 타이틀이 이젠 고유명사에서 보통명사로 불릴 정도로 변별력이 떨어진다는 성토가 이어졌다. 초-중-고-대라는 교육의 선순환이 이뤄지지 못해 아이를 어떻게 교육해야 할지 난감해하는 학부모가 많았다. 안타까운 일이다.

    또한 특성화고 학생들이 사고와 자살로 생을 마감하고 있다. 사회에 발을 내밀기도 전에 구조적 모순에 의해 압사당한 것이다. 그 모순이란 학교와 기업의 성과를 위해 학생이 희생되는 구조다. 일반교육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더 좋은 학교라는 허울 좋은 명분으로 학생들은 본인이 원하는 교육을 수혜 받지 못하고 있다. 왜 공부를 해야 할까라는 물음조차 없이 교육정책에 의해 방향성을 지시 받는다.

    문제를 푸는 것은 나를 표현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골든룰』은 강조한다. 수학 문제 하나를 풀더라도 내가 어떻게 생각하고, 훈련했으며, 고민해보았는지를 표현한다는 의미다. 그런 개성들이 모이면 거대한 문화가 된다. 특히 창조적이 될 수 있도록 충분한 자유로움을 느껴야 한다고 책은 말한다. 그때야 비로소 골든룰에 따라, 과정이 결과를 보여줄 것이다.


    배움의 골든룰은 먼 곳에 있지 않다. 사실 누구나 알고 있는지도 모른다. 교사들의 역할은 배움이 즐거울 수 있다는 걸 발견하고, 희망을 불어넣어주는 데 있다. 그러다가 어려움이 생기면 같이 고민하고 해결하는 친구가 되어야 할 것이다.


    누군가는 배움의 골든룰을 실천하고, 또 누군가는 실천하지 못한다. 그 결과 누군가는 올림픽 최다 (금)메달 리스트가 되고, 또 누군가는 출전조차 못한다.  


    <광주시민저널> 제45호

    posted by 남한산청소년연구회
    2018. 3. 22. 16:01 카테고리 없음

    수학을 포기하는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다. 일명 ‘수포자’라고 불리는 이 학생들은 마치 죄인처럼 시험을 포기한다. 교실 안의 죽은 수학을 공부해야 하는 학생들은 학교에서 처음으로 교육체계의 피해를 받기 시작한다. 최초의 경험이다. 대략 5∼10%의 학생들이 수포자로 전락한다. 10명당 1명꼴로 수학이라는 자연의 이치를 배우지 못하는 것이다. 안타까운 일이다.


    실제로 지난 6월 교육부에서 진행한 전국 평가에 따르면, 수학 학력 미달자는 전년에 비해 2%가 늘어 총 6.9% 수준이라고 한다. 시험을 본 학생들의 표본 수만 따져도 약 2천 명이 수포자라는 얘기다. 4차 산업혁명의 인공지능이 출현하는 시대에 수학은 알고리즘을 짜고 논리적, 비판적 사고를 하는 데 필수적이다. 저출산 고령화 시대에 일할 사람이 모자라다고 하는데, 있는 사람들마저 불충분한 능력을 갖게 되는 셈이다. 교육, 특히 수학교육이 뒤틀어져 있다. 하나의 씨앗이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고 썩어버리는 상황이다. 열매를 맺기도 전에 말이다.

    성문밖학교를 비롯한 전국의 15여 개 학교는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하 사걱세)’에서 추진 중에 <대안 수학교과서> 실험에 참여하고 있다. 기존의 죽은 수학교육을 벗어나 살아 있는 수학교육의 본질을 복원하려는 노력이다. 수학은 유한한 인간이 자연을 해석하는 유일한 도구다. 수학을 토대로 과학, 철학, 문학, 예술 등이 뻗어나갈 수 있다. 독일의 수학자 가우스는 수학을 모든 과학(학문)의 여왕이라고 표현했다. 여기서의 과학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현대과학을 의미하지 않고 종합적 의미의 학문을 뜻한다.

     

    <대안 수학교과서>엔 풍부한 일상의 사례가 있다. ▲ 본초자오선과 날짜변경선 ▲ 환율과 환전 ▲ 버스도착과 앱 알림 ▲ 물질의 끓는점과 기압 ▲ 시장의 물건 가격과 할인 폭 ▲ 용돈과 소비 ▲ 일교차와 플러스 마이너스 개념 ▲ 간식 나누기와 매미의 생애주기 등 다양한 사례가 제시돼 있다. <대안 수학교과서>엔 마치 퀴즈쇼를 단계적으로 풀어나가듯 학습할 수 있도록 이야기 형식으로 구성돼 있어 학생들의 지적 호기심을 자극한다. 물론 계산능력 향상을 위한 연습문제들도 포함돼 있다.

     

    대안 수학교과서에서 강조하는 수학 학습 원리는 5가지이다. 첫째, 끈기다. 어떤 자료와 사실들을 보고 어떠한 조건에서 어떤 문제를 풀어야 하는지, 다른 방법은 없는지 계속 검토해보는 것이다. 끈기야말로 공부하는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자세이다.

    둘째, 관찰이다. 수학이란 패턴을 찾아는 것이다. 규칙을 발견해 더욱 일반화하고 기호로 나타나는 게 바로 수학이다. 계산만이 수학은 아니다.

    셋째, 추론이다. 추론은 다른 말로 논리적 사고이다. 추론에는 연역적, 귀납적 방식 2가지가 있다. 내가 왜 이렇게 생각했는지 사고의 흐름을 점검해보는 것이다. 추론을 다시 돌아보는 건 메타적 사고와 연결된다. 사고에 대한 사고, 그게 바로 수학이다.


    넷째, 의사소통이다. 커뮤니케이션은 복잡한 현대사회에 필수적인 능력이다. 수학이 의사소통능력과 무슨 상관이냐고 반문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의 일상은 수학으로 점철돼 있다. 이따 내가 먹을 저녁밥 값을 고려하거나, 지하철을 환승해서 원하는 시간에 목적지에 도달하거나, 더 나아가 사실 말하는 것 자체도 수학과 연결돼 있다. 비논리적인 말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좀 더 합리적이고 설득력 있는 말을 하도록 해주는 게 바로 수학이다.

    다섯째, 연결이다. 여러 개념들을 연결해 활용하고 새로운 의미를 창출하는 것이다. 앞으로 모든 신사업은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게 아니라 기존의 것들을 연결하는 데서 의미를 찾는다고 한다. 연결이야말로 수학적 사고의 원리이다. 예를 들어, 매미의 생애주기가 5년, 7년, 13년 등 소수의 주기로 나타난다. 이 지점은 매미들의 먹이경쟁과 천적회피를 위한 전략으로 간주된다.

    우리의 교육은 학생들이 스스로 계획하고, 시행착오를 거치며 발견하는 기쁨을 느껴야 한다. 하지만 어떤가? 거꾸로 돼 있다. 교사와 교육정책 관계자들이 미리 계획하고 방향을 정한다. 방향을 정하는 자리에 학생들은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학생에게 이미 정해진 길을 걸으라고 한다. 그러다가 제대로 못 걸으면 낙오자라는 주홍글씨를 새긴다. 교사의 역할은 단지 동기를 부여하고 흥미를 부여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아인슈타인은 수학을 제외한 대부분의 과목에서 낙제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자신이 좋아했던 수리적 해석과 우주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았다. 한 마디로 호기심을 계속 살려나갔던 것이다. 아인슈타인은 뉴턴의 고전 물리학을 깨버린 장본인이고, 현대과학의 장을 열었다. 수학만 잘 해도 기존의 관념들을 벗어나 인류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시할 수 있다.

    성문밖학교에선 새로운 실험을 하고 있다. 온라인에 무료로 모두 공개된 <TED ed>를 보면, 수학과 철학, 의학, 문학, 역사, 정치와 종교 등 모든 학문을 망라하는 개념들이 재미있게 시각화 돼 있다. 특히 수학 퀴즈는 학생들의 관심을 불러오기에 충분하다. 필자는 이 동영상 퀴즈를 이용해 수학적 사고를 함양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예를 들어, △ 바이러스 오염방 탈출 좀비 탈출 다리 건너기 사자와 영양의 강 건너기 연주자와 악기 박스 개구리 울음과 성별 괴수와 비밀번호 퀴즈 등 다양하다. 이 이야기들에 대한 충분한 설명과 귀엽고 깜찍한 동영상은 학생들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퀴즈에 대한 해설 역시 친절하다. <TED ed> 웹페이지에선 질문을 올려 토론이 가능하고, 전문가들이 답변을 해준다. 물론 영어이지만 많은 동영상들이 한국어로 번역이 되어 있다. 우리 교육이 <TED ed>만 잘 활용해도 교육의 혁명을 불러올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수학 공부는 어렵다. 수학을 가르치는 건 더더욱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지속적이고 구체적인 노력이 필수적이다. 가장 중요한 건 흥미와 호기심을 잃지 않는 것이다. <대안 수학교과서>가 혁신의 장을 열고 <TED ed>가 호기심을 불러온다면 정말 좋겠다. 시험 점수로서의 수학이 아니라 내 삶의 수학으로서 말이다.   


    <광주시민저널> 제44호 2017년 12월 19일-2018년 1월 10일


    posted by 남한산청소년연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