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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산청소년연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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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한산청소년연구회
    2018. 9. 7. 12:19 카테고리 없음

    ‘시수(sisu)’ 정신의 핀란드 … 1cm 깊이의 작은 발자국

    [리뷰] 『핀란드에서 찾은 우리의 미래 (핀란드는 어떻게 세계 행복지수 1위, 국가 경쟁력 1위 국가가 되었나?)』(강충경, 맥스미디어, 2018.07.)

     

    ‘노블리스 오블리제!’ 핀란드야말로 이 말을 잘 지키는 나라다. 권력층의 윤리의식을 고양하기 위한 사회적 문화 분위기가 확고하게 자리잡았다는 뜻입니다. 예를 들어, 핀란드에서는 범칙금이 소득에 따라 다르다고 한다. 돈을 많이 벌면 많이 벌수록 벌금을 더 많이 내는 것이다. 실제로 노키아 부사장에 주행 속도를 넘겨 우리나라 돈으로 약 1억 8천만원의 벌금을 냈다. 법칙금을 소득에 따라 달리 매기다니. 이건 혁명이다!

     

    저자 강충경 씨는 호서대 교수 출신으로 바이오 관련 기업 등을 운영하며 핀란드와 직접적인 인연을 맺어 왔다. 그것도 매우 오랫동안 말이다. ‘핀란드통’이다. 알고 봤더니 핀란드는 우리나라와 매우 비슷하다. 핀란드는 심지어 우리와 유사하게 민족 비극을 겪기도 했다. 남북한처럼 3년이라는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수개월 동안 많은 사람들, 특히 젊은 사람들과 유아들이 죽었다. 핀란드는 유럽 변방의 소국이었고, 스웨덴한텐 650여 년 동안이나 지배를 당했다. 러시아한텐 108년의 식민지를 겪었다. 세계 대전을 겪고 소련과 2차례 전쟁해서 패했지만, 핀란드는 전 세계 가장 행복한 나라로 꼽힌다.

     

    핀란드가 지닌 경제 강점은 한국과 많이 비슷하다. 재료를 수입해서 조립해 만들어 파는 한국경제와 많이 닮았다. 핀란드는 제2차 세계대전에서 진 후 ‘구상무역(두 나라 사이에 협정을 맺어, 일정기간 서로 수출을 균등하게 하여 무역차액을 영(零)으로 만들고, 결제자금이 필요 없게 하는 무역)’에 방점을 찍어왔다. 살기 위한 최후의 전략이었다. 이 때문에 핀란드 경제는 세계 경제의 파고에 쉽사리 휩쓸려왔다.

     



    한국과 비슷한 역사, 경제의 핀란드

     

    우여곡절과 비극의 역사를 가진 핀란드는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완벽한 사회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다. 유럽연합에서 가장 동쪽에 자리 잡은 핀란드는 그래서 EU 확대에 적극적이다. 수출 주도형 개방 경제로 해외 시장을 확대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어 정치적 안정 역시 절실히 요청된다.

     

    핀란드는 경제가 파탄난 상황에서도 복지를 늘리기 위한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 왔다. 핀란드의 경제는 선순환 구조다. 바로 ‘혁신-성장-복지-다시 혁신’인 것이다. 하지만 저자에 따르면, 한국은 복지가 없이 ‘혁신-성장-다시 혁신’이라는 단순 반복 모델을 갖고 있다. 복지는 사회를 지탱하는 근간이 된다. 단순히 유권자들의 표를 받기 위한 포퓰리즘이 아니란 뜻이다. 핀란드 국가혁신시스템은 ▲ 위험 감수 ▲ 고용 연계 ▲ 파급효과가 원칙이다.


    무상교육의 천국, 학용품부터 용돈까지 준다

     

    『핀란드에서 찾은 우리의 미래』를 읽으면서 가장 부러웠던 지점은 교육 분야다. 대학교를 나오거나 나오지 않거나 차별이 없다면 사교육의 광풍을 잦아들 것이다. 핀란드와 관련한 OECD 자료를 보면, 학력별 임금 격차가 우리와 얼마나 다른지 알 수 있다. 핀란드는 고졸과 대졸의 임금 격차가 4∼7%에 불과하다. 한국은 대졸이 고졸보다 50%나 더 많은 임금을 받는다. 대학원졸은 더욱 더 많이 받는다. 사정이 이러하니 대학교를 안 갈 수 없다.

     

    문제는 악순환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이미 사교육에 퍼부은 돈이 있기 때문에 그걸 회수하려는 보상 심리가 크다. 그렇기 때문에 임금은 계속 격차가 발생하는 것이다. 핀란든 교육은 대학원까지 전부 무상이기 때문에 보상 심리가 없다. 고졸은 본인이 원하는 적성을 찾아 일을 하면 된다. 우스갯소리로 학교에서 공부를 못하는 이들이 평생 공부를 해야 하는 직업에서 전전긍긍한다. 한편, 학교에서 선생님은 기다려주기와 관찰자로 역할 한다. 아이들은 해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해결 능력을 배운다. 아이들에게 심지어 협력과 소통을 강요하지도 않는다.

     

    저자는 “미래는 현재가 결정한다. 내일의 나를 보고 오늘 할 일을 정하기 때문이다.”라고 적었다. 행복한 현실은 내일을 위한 노력에 경주하도록 한다. 책의 서문엔 77세 한 여성 노동자가 남긴 1cm 깊이의 작은 발자국이 소개된다. 평생 같은 자리에서 일해 생긴 발자국은 판지공장에 남은 ‘시수(sisu)’ 정신을 보여준다. 핀란드의 저력은 은근과 끈기에서 비롯한다.

     

    갈수록 떨어지는 출산율과 점점 늘어가는 노인 자살률. 과연 한국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핀란드로부터 과연 우린 무엇을 배워야 할지 같이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posted by 남한산청소년연구회
    2018. 9. 6. 16:23 카테고리 없음

    <TED ed>의 교육혁신이 놀랍다. ‘수업은 공유할 가치가 있다(Lessons worth sharing)’는 철학으로 운영되는 <TED ed>. 온라인 교육플랫폼인 이곳엔 24만3천84개의 교육콘텐츠와 1천4백81만 여개의 질문, 그리고 이에 대한 댓글토론이 이뤄지고 있다.

     


    2차원의 사각형이 3차원의 구를 인식하는 모습. 

    이처럼 <TED ed>에는 청소년들이 좋아할 만한 학습콘텐츠가 매우 많다. 

    디자인과 스토리텔링, 내용은 전문가들의 손을 거쳐 신뢰할 수 있다. 

    사진 = <TED ed> 동영상 캡처. 


    가히 교육혁명이라 할 만큼 전문가들의 감수를 거친 <TED ed>는 과학기술, 의학, 수학, 역사, 심리학, 철학 등 교육의 대부분 영역을 다룬다. 유튜브와 연동돼 접근이 용이하고 28개의 언어로 번역돼 이해하기 쉽다. 한국어를 포함한 몇몇 언어는 계속 번역 작업 중이다.

     

    2012년 시작된 <TED ed>는 <TED>의 기반 하에 파생된 여러 플랫폼 중 하나다. <TED>는 아이디어가 태도, 삶, 궁극적으로 이 세계를 바꿀 힘이 있다고 열정적으로 믿고 있다. <TED>는 <TED 컨퍼런스>, <TED X>, <TED 북스>, <TED 펠로우 프로그램>, <TED 오픈 번역 프로젝트> 등 다양한 플랫폼으로 확대돼 왔다. <TED ed>는 교사를 지원하고 전 세계 학습자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운영 중이다. ‘ed’는 교육(education)을 뜻한다.

     

    <TED ed>의 특징은 애니매이션 동영상을 통한 교육콘텐츠 제공에 있다. 한마디로 재밌다. 전 세계 2만5천 명의 교사들이 학생들과 상호작용하는 수업을 하도록 도와준다. 학생들은 프레젠테이션 능력을 키우며 학습의 차원에서 호기심을 배양할 수 있다. <TED ed>를 만드는 사람은 다양하다. <TED> 연사, 연구원, 교육자, 디자이너, 애니메이터, 시나리오 작가, 감독, 과학 작가, 역사학자, 언론인, 편집자 등이 창의적인 협력관계를 쌓아간다. <칸 아카데미>로 유명한 살만 칸도 참여하고 있다.

     

    호기심 불러오는 재밌는 학습 콘텐츠

     

    교육자 알렉스 로젠탈과 조지 자이단가 만든 ‘다른 차원을 경험한다는 것’이라는 콘텐츠를 보자. 이 학습 콘텐츠는 실제로 귀여운 2차원 정사각형이 3차원의 구를 만나서 여행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3차원의 구는 4차원의 존재를 고민하고 상상한다. 차원은 방향이고, 차원이 형성되려면 다른 모든 차원과 수직을 이뤄야만 한다. 1884년 신학자이자 교육자인 에드윈 에벗은 <플랫랜드(이상한 나라의 사각형)>를 집필한다. 그는 2차원 세계에 있던 정사각형이 3차원 세계의 원과 함께 여행을 떠나 새로운 경험을 그렸다.

     

    이 동영상과 관련된 오픈 토론을 보면, 창의적인 생각을 펼칠 수 있다. 3차원의 존재에겐 없지만 4차원의 존재가 갖고 있는 것을 무엇일까? 4차원의 세계는 우리가 살고 있는 3차원 보다는 분명 더욱 현명할 것이다. 이 질문에 대한 댓글들을 보면, 한 네티즌은 4차원의 존재들은 시간을 인식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 과거나 미래를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적었다. 공룡이 멸종된 이후나 우주 탄생 이후의 모습, 혹은 내가 다음에 무엇을 먹거나 언제 죽을지 등을 안다는 것이다.

     

    꿈을 꾸는 이유에 대한 7가지 이론

     

    또 다른 학습콘텐츠를 보자. 꿈을 꾸었다는 기록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기원전 3,000년 경 메소포타미아에서 왕들은 꿀을 밀랍 판에 기록했다. 고대 이집트인들도 꿈과 해석을 책에 썼다. 교육자 에이미 에드킨스의 ‘왜 우리는 꿈을 꾸는가?’는 7가지 이론을 설명한다.

     

    어젯밤 우리는 꿈을 꾸었다. 누군가와 만나 싸웠거나, 홀로 여행을 떠났거나, 사람을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때로 악몽을 꾸기도 한다. 악몽은 꼭 귀신이 나오는 공포심만 주지 않는다. 가족이 죽었거나, 직장에서 잘리는 꿈, 길을 가다가 얻어맞는 꿈, 남에게 해를 끼친 일이 꿈에서 반복되는 경우처럼 슬픔, 혼란, 분노, 혐오, 죄책감으로도 나온다.

     

    꿈에 따라 자고 일어나면 기분이 좋거나 나빠진다. 꿈은 사람마다 차이가 있다. 즉, 10대와 40대는 나이가 다르며, 고기를 즐기는 사람과 채소만 먹는 사람, 그리고 스트레스 정도에 따라 꾸는 꿈은 달라진다. 꿈은 잠을 자는 모든 시간동안 꾸는 것이 아니다. 잠은 주기가 있는데, 그 중 렘수면 상태일 때 꿈을 꾸게 된다. 이런 식으로 잠을 자는 동안 보통 4개~6개의 꿈을 꾼다. 대부분의 사람은 깨어나자마자 꿈의 내용을 잊어버린다. 꿈을 꾸었다는 사실은 인지하는데 말이다. 그렇다면 왜 꿈을 꿀까.


    첫째는 바람을 이루기 위해서다. 이는 프로이트의 이론이다. 프로이트에 의하면 꿈이란 깨어 있는 동안 보았던 것들의 모음이자 욕구이다. 예를 들어 옆집 여자와 뽀뽀를 하고 싶은 욕구가 있을 경우 꿈에서 이루게 된다. 꿈은 무의식적인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이다. 둘째는 기억하기 위해서다. 한 가지 공부나 일을 마친 경우 다른 공부나 일로 바로 넘어가기 보다는 잠을 자면 좋다. 2010년 미로 실험의 경우도 미로에 대한 해결법을 생각하다가 잠을 잔 그룹의 경우 10배는 더 잘 해결했다는 결과가 있다. 잠을 자는 동안 기억과정들이 활성화되는 것이다. 셋째는 잊기 위해서다. 사람들은 깨어있는 동안 많은 것은 보고, 듣고, 느낀다. 이 중 필요 없는 뉴런 연결들은 잠을 자는 동안 제거된다. 쓸데없는 연결을 없애는 것이다.

     

    넷째 뇌의 기능을 위해서다. 외부에서 얻을 수 있는 자극을 줄이고 기억 저장소의 데이터를 정리하여 뇌가 올바르게 기능을 하는 준비를 하는 것이다. 다섯째 실제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꿈에서 도둑과 싸우거나, 벼랑에 매달리는 둥 위험한 상황을 경험함으로써 실제 상황을 연습하는 것이다. 실제 생식 본능을 연습할 기회를 가지는 것이다. 여섯째는 회복을 위해서다. 예를 들어, 가족을 잃었거나 사고를 당하여 트라우마가 생긴 경우 꿈을 꾸면 치료가 된다. 스트레스 관련 신경 전달 물질이 꿀을 꿀 때 덜 활성화되는데 이로 인해 조금씩 트라우마에 무뎌지는 것이다. 즉 고통스러운 경험들이 완화된다. 실제로 정서장애나 외상후스트레스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수면장애가 있어 잠을 잘 자지 못한다. 이는 꿈을 꾸는 시간이 적은 것이며, 때문에 트라우마를 완화할 기회가 적어진다.

     

    일곱째는 문제해결을 위해서다. 꿈을 꾸는 동안 소설의 소재를 얻거나 화학식을 발견하는 등 실제로는 생각지 못했던 문제들을 해결한 사람들이 많다. 평범한 현실과 달리 자유로운 꿈속이기에 가능하다. 위의 7가지 이론은 확실하지 않다. 그러나 꿈이 우리에게 중요하다 점은 확실하다. 일이 잘 풀리지 않으면 잠을 자야 한다. 잠자는 시간을 아까워하지 않아야 더 나은 미래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TED ed>의 교훈이다.

     

    <TED ed>가 주는 가장 큰 장점은 고민할 거리를 주고 이를 시각화 한다는 점이다. 또한 직접 프레젠테이션 할 수 있도록 이끌며 교사와 학생들이 상호작용할 여지를 준다. 앞으로 교육이 이 <TED ed>만 활용해도 충분할 것 같다는 짐작을 해본다.

    posted by 남한산청소년연구회
    2018. 7. 9. 22:29 카테고리 없음
    #1. ‘감자(강아지)’가 성문밖학교를 떠났다. 귀여움을 독차지하던 ‘감자’는 어렸을 때 저 멀리 부산에서 남한산성으로 왔다. 그랬던 ‘감자’는 이제 입양돼 캐나다로 갔다. ‘감자’의 운명은 먼 곳을 여행하는 것인가 보다. 학생들은 강아지를 떠나보내며 못내 아쉬워했다. 그동안 강아지를 사랑하고, 강아지로부터 사랑을 받으며 느꼈을 정은 세상에서 유일한 것이다. 

    #2. 토끼가 새끼를 낳았다. 토끼는 겨울 동안 성문밖학교 안에서 생활했다. 그런데 이제 울타리와 흙이 곱게 깔린 새집을 얻었다. 굴을 파는 게 습성인 토끼는 여기저기 자신만의 아지트를 만들었다. 새끼를 한 번 낳았다가 잃어버린 토끼는 따뜻한 햇살과 함께 행복을 되찾았다. 학생들은 새끼를 잃는 게 어떤 것인지 지켜보았다. 새로운 생명은 굴을 통해 성문밖학교를 파헤치고 다닌다. 그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진풍경이다. 

    #3. 성문밖학교를 지나는 사람들이 삼삼오오 당나귀를 구경하러 불쑥 찾아온다. 남한산성 길을 가다보면 저 멀리서 하얗고 까만 당나귀 두 마리가 운동장을 뛰어다닌다. 돈을 주고도 볼 수 없는 명장면이다.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실례를 무릅쓰고 성문밖학교에 들어온다. 당나귀를 본다는 게 신기한 모양이다. 성문밖학교 학생들은 매일 당나귀와 교감한다. 암컷은 까맣게 보이는 짙은 갈색이어서 ‘깜지’라고 불린다. 수컷은 털이 하얘서 ‘하당’이다. 암컷이 수컷보다 몸짓이 훨씬 크다. 풀을 뜯기 위해 운동장 울타리를 자주 벗어나는 ‘깜지’와 ‘하당’이. 수업을 하다보면 가끔 하얗고 시커먼 당나귀들이 창문 밖을 지난다. 학생들은 ‘와!’하고 함성을 지른다. 당나귀들의 털을 고르는 것부터 똥 치우기, 물과 먹이주기 등 자잘한 일들을 돌아가면서 한다. 동물을 돌보는 일은 쉽지 않다. 동물을 사랑하는 일은 그 어떤 교육보다도 훌륭하다. 

    #4. 가끔씩 ‘음매 음매’하는 소리가 성문밖학교 안에 울려 퍼진다. 바로 염소인 ‘별이’와 ‘달이’가 우는 것이다. 필자는 지금도 헷갈린다. 누가 암컷이고 수컷인지 말이다. 그게 뭐 중요할까. 성문밖학교 학생 중 한 명이 작성한 '염소에 대하여' 자료를 보면, 염소의 뿔은 절대로 만지지 않아야 한다. 너무 습한 환경이 아닌지 주의하고, 먹이는 건조한 것을 주는 게 좋다. ‘별이’와 ‘달이’는 성문밖학교에 온 지 곧 1년이 된다. 염소는 종종 강아지, 닭, 당나귀들과 싸운다. 싸운다기보단 일방적으로 당하는 것 같다. 염소의 눈은 사시처럼 양쪽을 향하고 있다. 싸움을 피하는 방법일 수 있겠다 싶다. 

    #5. 성문밖학교가 공식적으로 키우는 동물은 아니지만 고양이가 여러 마리 살고 있다. 창문 밖으로 살금살금 고양이들이 지나가다가 학생들과 눈이 마주칠 때가 있다. 수업을 하다보면, 교실 밑에서 고양이 싸우는 소리가 들리기도 한다. 귀여운 고양이들은 소리와 흔적을 잘 남기지 않는다. 점심때만 되면, 국어 선생님이 고양이들을 살뜰히 챙긴다. 먹이와 물을 주시는데, 학생들도 동참한다. 먹을 것을 주는 게 아마도 동물을 사랑하는 가장 따뜻한 방법이 아닐까. 

    #6. 성문밖학교에 안타까운 소식도 있었다. 이번 겨울, 돼지 두 마리를 데려왔는데 울타리 쳐진 막사를 부수고 달아난 것이다. 덩치가 꽤 있던 녀석들인데, 아직 살아 있을까 걱정이다. 마치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처럼 돼지가 탈출했다. 검복리 마을 주위를 수소문 하고 찾아다녔지만 결국 돼지는 미스터리처럼 사라졌다. 동물을 키우기 위해서 준비해야 할 것들이 많다는 걸 새삼 깨닫는 사건이었다. 

    #7. 아침도 아닌데 닭이 울고 있다. 아, 닭은 아침에만 우는 게 아니었다. 닭은 시도 때도 없이 운다. 자신의 새끼가 위협을 받을 때도 울고, 닭들끼리 싸울 때도 울고, 배고플 때도 울고, 목마를 때도 운다. 닭의 운명은 우는 데 있는 것 같다. 

    고양이와 들개가 닭의 새끼를 죽인 적이 있다. 냉혹한 생태계의 피라미드를 학생들은 생생히 목격했다. 동물들은 서로 물고 뜯고 죽인다. 어떤 과학자는 자연의 섭리는 적자생존이라고 했는데, 필자는 다른 생각을 한다. 동물의 세계는 인간의 삶과 마찬가지로 서로 해하는 것뿐만 아니라 서로 위하는 측면도 분명 있다. 닭의 새끼를 보호하는 듯 보였던 염소의 행동이나, 토끼의 새끼와 한 울타리에서 오순도순 잘 지내는 강아지, 염소와 교감하듯 나란히 길을 걷는 당나귀 등. 자연의 세계는 적자생존보단 공생이 더욱 큰 울림을 준다. 

    자연에서 동물들을 만나 서로 사랑하는 모습은 참 아름답다. 성문밖학교 학생들은 등굣길부터 여러 동물들과 인사하고 서로 챙겨준다. 학생들이 동물들을 챙기는 것뿐만 아니라 동물들 역시 학생들을 보듬어준다. 동물들은 커가고 학생들도 성장한다. 그 과정 속에서 탄생과 죽음, 이별과 사랑, 다툼과 화해, 독존과 공생, 상처와 치유 등 인생의 모든 것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교과서에선 볼 수 없는 개념학습이고 연습문제이며, 대단원 종합평가이다. 

    간디는 한 나라의 품격은 동물을 대하는 태도에서 나온다고 했다. 동물을 학대하는 뉴스를 볼 때마다 치를 떤다. 아마도 그들은 동물한테 받은 사랑이 부족했지 않았을까. 그저 하나의 작은 평범한 개인으로 성장하는 게 얼마나 힘든지 깨닫는다. 

    필자가 좋아하는 <날아라 병아리>(넥스트 2집)라는 노래를 보면 다음과 같은 가사가 나온다. “내가 아주 작을 때 / 나보다 더 작던 내 친구 / 내 두 손 위에서 노래를 부르면 / 작은 방을 가득 채웠지 / 품에 안으면 따뜻한 그 느낌 / 작은 심장이 두근두근 느껴졌었어.” 

    동물들의 심장 소리를 듣고 느끼는 것만으로 고마운 일이고, 가장 행복한 일이다. 어린 시절 각인된 감성은 오래 간다. 잊을 수 없는 동물들의 사랑이야말로 살아가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

    <광주시민저널> 제52호(2018.7.10-7.25) 교육칼럼입니다. 참고 바랍니다. 

    posted by 남한산청소년연구회